트레킹, 여행

백제 기행 - 1

아이루다 2019. 11. 8. 07:55

 

몇 년 전부터 우리 부부는 가을이 되면 '가을여행'을 다녀왔다. , 말만 거창할 뿐 사실 여름휴가를 가을에 쓰는 것이다. 그래도 가을에 떠나니 가을여행이란 표현이 맞다.

 

그래서 올해도 가을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나름대로 테마도 정했다. 그것은 바로 백제의 고도를 돌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주와 부여로 목적지로 향했다.

 

11 5일 아침에 아산을 향해 출발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서쪽방향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동하는 동안 동쪽인 강원도와 달리 큰 도시가 많아서 뭔가 복잡하다. 그래서 뭔가 여행을 떠난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첫 목적지를 아산으로 정한 이유는 현충사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현충사는 아주 예전에 아내와 사귄 지 얼마 안되어서 둘이 여행을 갔던 곳이다. 아내는 지금도 가끔 현충사에 대해서 말을 하곤 하는데 그것은 바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즈넉하다' 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아내는 원래 사람 많고 복잡한 명동거리를 걷고 롯데월드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는 것이 가장 행복했던 여자였다. 그런데 현충사를 다녀온 후로부터 천천히 변화되기 시작해서 지금은 나보다 더 조용한 장소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절간 같았던 영월집에서 그렇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고, 요즘도 사찰 여행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무튼 현충사는 우리 부부에게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장소였기에 첫 방문지로 정했다. 하지만 도착하고 나니 평일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로 복잡했다. 그리고 곧 이해가 갔다.

 

가을이 온 현충사는 그 어떤 곳보다도 예뻤기 때문이었다. 주차장 가득히 노랗게 변한 은행잎들과 현충사 내부에 있는 모두 변했고, 반쯤 변했고, 변하기 시작하는 수 많은 단풍나무들이 자신만의 시계를 가진 채 서 있었다. 우리 인간들과 달리 옆의 나무가 변했다고 서둘러 변하지 않은 탓에 그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 예쁜 단풍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도착하자 마자 간밤에 회식을 했던 아내는 속을 풀어야 한다고 뭔가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어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입구에 있는 하나뿐인 식당에 들어갔는데 단체 손님이 오기에 단 한가지 음식만 주문 가능하다고 했다. 단 하나의 식당에 단 하나의 메뉴였다. 그것이 바로 육개장이었다. 육개장은 먹을 만 했는데 반찬이 너무 부실했다. 아무튼 우리는 대충 밥을 먹고 난 후 본격적으로 현충사를 돌기 시작했다.

 


주차장 가득했던 은행나무들.


 노랗게 변한 은행잎.


그 잎들이 바닥에 떨어져서 만들어 낸 풍경.


노랗고 불게 물든 단풍나무들.


오랫만에 만난 딱새.


노란 단풍잎과 햇살.


다양한 색감이 예뻤던 현충사.


붉은 단풍 잎.


화살나무잎들이 떨어져 만든 풍경.


모과가 탐스럽게 그리고 모과답지 않게 예쁘게 열려 있었다.


이름모를 나무의 예쁜 색감.


주황색과 붉은색의 조화.


아내가 예쁘게 변한 나무잎을 주어들고는 꼭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노랗고 붉은 단풍나무.


현충사 안쪽 깊숙히 있었던 사당.


그 담 넘어로 보이던 붉은 단풍나무.


주황색으로 예뻤던 나무.


입구 부근으로 되돌아 나올 때 본 커다란 소나무.


현충사를 나와서 그 다음으로 방문할 도시는 바로 공주였다. 그리고 목적지는 갑사였다. 공주에도 백제 관련된 문화유적지가 있을 것이지만 공주에서는 그냥 갑사를 가기로 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들어봤던 절인데 공주까지 온 김에 가보고 싶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갑사도 가을로 가득 차 있었고 그로 인해서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후에 가서 그런지 절에 도착해서 좀 있다가 보니 사람들이 빠지면서 그나마 조용하고 한가로운 풍경을 누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 백제의 고도이며 낙화암의 전설이 내려오는 부여였다.


갑사 주차장에 있었던 커다란 은행나무 둘.


갑사의 감.


국화 꽃 같기도 했던 꽃.


갑사 풍경.

멀리 뭔가 유명할 것 같은 봉우리가 보였다.

 


공주에서 부여에 오는 도중에 해가 졌다. 덕분에 평야가 넓어서 거의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붉은 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부여에 도착하니 거의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어야 했고 숙소를 잡아야 했다.

 

조금 헤매다가 명태찜을 하는 곳에 들어가서 식사를 했다. 허기가 져서 그런지 맛이 남달랐다. 하루 종일 떠들던 우리는 밥 먹는 시간만큼은 유일하게 침묵 속에 있었다. 우리는 현충사도 갑사도 아닌 식당에서 진정한 몰입을 경험했다.

 

우리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음식이 다 비워진 후였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의 음식이 나올 때쯤 우리가 자리에 앉았는데 일어서는 것은 우리가 더 먼저였다.

 

그렇게 하루 일정이 끝났다. 우리는 모텔을 잡고 9시가 좀 넘어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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