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장맛비

아이루다 2019. 7. 28. 07:33

 

올해 중부지방은 올해 여름은 유난히 가물었다. 6월 중순부터 생겨난 장마전선이 영 힘을 못쓰고 남쪽에서만 자리를 잡고 있다가 보니마른 장마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비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그리 덥지는 않아서 더위를 식혀 줄 비가 많이 아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과는 달리 자연은 비가 많이 부족했나 보다. 그래서 계곡의 물이 마르고, 농사를 짓는데 물이 부족한 현상들이 일어났다는 기사가 실렸다. 일년 강우량 대부분이 여름에 집중되는 우리나라 특성상, 장마 기간 동안 충분한 비가 오지 못하면 아마도 꽤나 문제가 심각해 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7월 말이 다 된 요즘 며칠 - 다른 해 같으면 이미 장마가 다 물러가고 한참 불볕 더위가 시작된 때이다 - 장맛비가 오고 있다. 그리고 지난 간밤에도 비가 제법 온 모양이다. 워낙 가물어서 이 비로 모든 것이 다 해갈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른 계곡에 물이 흐를 정도는 될 듯 하다.

아마도 장마전선은 오늘 내일 곧 북쪽으로 사라져서 올해를 마감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로 여름의 더위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일년에 사계절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다. 특히나 우리나라가 위치한 위도 지역은 세계 어느 지역이든지 모든 계절이 명확히 나타난다. 그리고 각 계절의 시간도 비슷하다. 물론 요즘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여름이 좀 더 길어진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봄과 가을은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다.

이런 위치에서 평생 살아가는 것도 일종의 행운이다. 일년 내내 덥기만 한 곳이나, 일년 내내 춥기만 한 곳은 살긴 살겠지만 사는 곳으로는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을 듯 하다.

그럼에도 네 계절 중에서 여름만큼은 그리 좋지 않다겨울은 그나마 괜찮은데 여름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아마도 예전처럼 농사를 지었다면 텃밭에 심어 놓은 아이들이 익어가기에 뜨거운 여름이 좀 덜 싫었을 텐데, 지금도 조금만 움직여도 땀만 줄줄 흐르는 여름은 결코 좋지만은 않다.



그래서 나는 벌써 이 뜨거운 더위가 끝나고 찾아올 차분한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여름의 뜨거움만큼이나 가을의 선선함은 나를 많이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8월이 다가오니 한 달 정도만 기다리면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 느낌이 제법 날 것도 같다.


앞으로 한 이주 정도 지나면 여름은 한풀 꺾일 것이다. 원래 8월 중순이 지나면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난다. 그러니 이제 그리 오래 남지는 않았다그리고 작년이 너무 더웠던 탓에 그런지 올해 더위는 그래도 충분히 견딜 만 하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서 그런지, 아마도 작년 더위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이후 웬만한 더위쯤은 2018년도 여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면서 더위 부심을 부릴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덥게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을 것 같다.

모두에게 같은 여름이지만, 밖에서 일하는 누군가에게는 참을 수 없을만큼 숨이 막히는 더위일 수 있고, 가게 안에서 일하는 누군가에게는 손님이 잔뜩 늘어서 행복한 여름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또 어떤 여름일까? 그것은 아마도 여름이 지나봐야 알 듯 하다. 그래도 작은 욕심으로 기억에 남는 여름이 되길 바란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조금씩이라도 성과가 나오는 여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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