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좌골신경통

아이루다 2019. 7. 7. 07:14

 

작년 말부터 올해 초쯤까지 몇 달 동안 예전에 했었던 와우라는 게임을 다시 하게 되었다. 그만 둔지가 8년 가까이 된 게임인데, 그 사이 아주 가끔씩 다시 하긴 했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새로운 확장팩이 나오면서 우연히 다시 하게 되었다.

 

그간 잠깐씩 했었던 때와는 달리 이번엔 길드에 들었던 것이 큰 차이이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들과 함께 다니는 재미있는 던전 공략, 딱히 일이 없을 떄 노닥거리는 채팅까지, 혼자 게임을 할 때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할 때의 재미는 거의 비교 불가이다. 그래서 나는 약 세 달 정도 게임 속으로 푹 빠져들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그 사이 내 몸이 늙은 것을 내가 몰랐던 것이다.

 

나는 이제 평소 10시면 자는 생활이 익숙해져 있고, 최소 7시간은 자야 정상적인 삶이 유지가 된다. 그런데 게임을 하다가 보니, 아니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12시는 물론 주말의 경우엔 새벽 2시 정도까지 게임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 그렇다고 그리 늦게 일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늦게 일어나봐야 8시였다.

 

불규칙적인 수면습관, 부족한 수면시간, 이 중요한 두 가지가 게임을 하는 즐거움 때문에 뒤로 밀려 버렸다. 그리고 나는 결국 올해 초에 수년 만에 감기에도 걸렸다. 몸이 보내는 엄중한 경고였다.

 

다행이 그런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길드 내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서 길드가 반으로 쪼개져 버렸고, 그로 인해 나는 아예 길드를 나와서 다시 예전처럼 혼자 게임을 하는 상태로 돌아오게 되었다. , 그래도 괜찮았다. 나에겐 게임만큼 그냥 저냥 시간 보내기 좋은 것도 없으니까.

 

그렇게 또 몇 달이 지나갔다. 그런데 그 사이 이상한 증상이 하나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엉덩이 쪽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처음엔 시큼한 정도의 느낌이더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져서 아프기까지 했다.

 

그나마 집에 그냥 있을 때는 증상이 심하지는 않아서 별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걷게 되면 증상이 심해졌다. 처음엔 엉덩이만 아프다가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면 무릎 뒤쪽이 따끔거리면서 아파왔다. 그리고 그렇게 5분 정도 더 지나면 발바닥까지 저렸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그것은 내 몸 안에 있는 어떤 것이 다리 쪽으로 내려가는 커다란 신경을 건드려서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그러니까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아프고 시큼한 증상과 무릎 뒤쪽의 따끔거림 그리고 발바닥에서 저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모두 같은 원인의 다른 증상들이었던 셈이다.

 

원래 병원을 잘 안가는 성격이라서 그냥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라고 믿고 견뎠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걸을 때 생기는 통증으로 인해서 생활이 많이 불편해졌다. 웬만한 거리는 주로 걸어서 이동하는 습관 때문에 더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동네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의사는 엑스레이를 찍고 증상을 물어 본 후 정확히는 아니지만 어떤 염증이 생긴 것이라고 진단을 했다. 진단 중에 엉덩이 뒤쪽을 쑥 누르는데 무척 아팠고 그런 나의 반응을 보고 확신하는 듯 보였다.

 

아마도 그 의사는 이 증상을 '좌골점액낭염' 으로 진단한 듯 하다. 나도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고는 내가 그 증상이라고 대충 생각하고는 있었다. 게임을 한다고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은 후 생겨난 증상이니 이것이 맞아야 했다. 의사는 딱히 치료법이 없는 듯 나에게 방석을 권했다. 그리고 나는 방석 두 개를 사서 늘 깔고 앉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증세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그래서 관련 정보를 좀 더 찾아보니 결정적으로 나하고는 증상이 정 반대였다. 이 염증은 앉아 있을 때가 아프고 걸을 때 안 아픈 특징이 있었다. 그러니 이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서 좀 더 생각해보니 생각해보니 의사가 이런 불분명한 통증의 정확히 원인을 제대로 밝혀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환자 자신의 불명확한 증상 설명(나도 내 증상을 설명하는 것이 꽤나 난감했다), 짧은 진료 시간, 의사의 경험적 편견, 엑스레이와 같은 낮은 수준의 판독 기계 등이 불러온 한계였다.

 

그렇게 아픈 상태로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참기 힘들어서 한방병원에 갔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내 증상이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특히 척추관협착증이 내 증상과 가장 잘 맞았다. 그것들을 통 털어서 좌골신경통이라고 부르는 듯 했다. 50대 나이가 되면 생겨나는 병이란 설명도 나를 설득했다. 올해 50대에 들어섰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이 병이 꽤나 심각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수술이나 그런 것 없이 치료해 볼 생각을 한방병원에 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3주 정도 치료를 받았다.

 

침을 맞고, 부황을 뜨고, 추나 요법을 받았다. 증상은 좀 나아지는 것도 같고, 다시 돌아오는 것도 같고가 반복되었다. 그러다가 답답한 마음에 또 다시 인터넷 검색을 좀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좀 색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의 책을 알게 되었다.




 

'디스크를 권하는 사회', 저자는 황윤권이란 분이었다. 오랫동안 정형외과 의사를 한 분인데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증상은 사실 별도의 병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이었다. 심하게 돈 벌어야 하니까 없는 병명을 만들어 낸 것이고 했다.

 

얼마 전 '안아키' 라고 해서 사실상 거의 사이비에 가까운 자연치료법을 주장하다가 철퇴를 맞은 곳이 있다. 또한 내 아버지가 그렇게 의사를 믿지 않는 분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어디선가 주어들은 자연 요법으로 치료를 하신다. 특히 마늘을 그리 맹신하신다.

 

현대 의학을 절대로 믿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병원을 맹신하는 것이나 병원을 못 믿고 마늘을 맹신하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그저 각자 다른 것을 맹신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 역시도 그 책에 대해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을 했다. 막말로 책 팔아 먹으려고 쓴 책일 수 있으니까 그랬다. 일단 빨리 읽어보려고 이북으로 구매를 했다. 그리고 대충 읽어 보았다.

 

저자가 주장하는 포인트는 이것이었다.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이나 모두 근육이 뭉쳐서 신경망을 누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근육을 풀어줘야만 해결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두 가지를 해야 하는데, 하나가 스트레칭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지압이었다.

 

사실 스트레칭과 지압은 한방병원에 가면 하긴 했다. 하지만 병원의 한계는 명확했다. 모든 환자에게 적절한 진단을 내릴 수도 없고, 모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 요법을 할 수도 없다. 그러니 그들이 나보다 훨씬 전문가라고 해도 나한테 딱 맞는 적절한 치료를 할 수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결국 내 몸의 아픈 부위는 내가 제일 잘 아는 것이다. 더군다나 스트레칭과 지압은 해서 나쁜 것도 아니었다. 나는 책이 얼마나 진실을 담고 있느냐를 따지기 보다는 삼주째 거의 효과가 없는 병원 다니는 것을 잠시 보류하고 책을 따라서 스스로 치료를 해보기로 했다.

 

책의 설명처럼 스트레칭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했다. 그리고 이번에 그 동안 자고 나면 근육이 풀리는 줄 알았는데, 아침이 가장 굳어져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스트레칭을 하면 엄청나게 아프다. 오후엔 몸이 폴더형으로까지 접혀지는데, 아침엔 그 반도 힘들다.

 

그래도 매일 30분 하라고 써 있길래 했다. 그와 더불어서 지압을 했는데, 집에서 마늘 빻을 때 쓰는 몽둥이로 했다. 그것을 바닥에 깔고 엉덩이를 위로 올려서 온 몸의 체중을 이용해 누르는 방식이었다. 80kg이 훌쩍 넘는 몸무게라서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날 만큼 엄청 아팠다. 최소 40kg이상이 되는 무게를 지름 10cm 짜리 봉에 올려놓고 누른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낫고 나서 생각해보니 스트레칭보다 지압이 훨씬 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근육이 굳은 부위를 직접적으로 눌러주는 방식이라서 더 빠르게 치료효과를 보였던 것 같다.

 

이것을 가능하면 자주 반복했다. 다행이 집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그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3일 후 증상이 거의 다 사라졌다. 놀라운 일이었다. 세 달 이상 나를 괴롭히던 증상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 후로 한달이 좀 넘게 지났다. 지금도 여전히 미세하게 증상이 남아있긴 하지만, 거의 잊고 지낸다. 걷는 것도 무리가 없어져서 이제는 예전처럼 두 시간 넘게 걸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참 다행이다.

 

나를 진료했던 두 명의 의사들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엔 비슷한 결론을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들이 매일 보는 환자의 숫자가 너무 많다. 그래서 딱히 돈이 많이 되지도 않는 한 명의 환자에게 집중할 수는 없다. 이것이 현재 병원 시스템이 가진 가장 큰 문제인 듯 보인다.

 

그리고 사람의 몸은 생각보다 회복성이 뛰어나다. 예전에 읽은 어떤 기사에서 디스크 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의사는 최대한 자연적으로 치료되도록 하라는 말을 했다. 몸이 알아서 치료가 되니까 수술 같은 것 가능하면 하지 말라고 한다.

 

나이가 먹어가니 아마도 점점 더 아픈 곳이 늘어날 것이다. 뼈가 부러지는 것은 당연히 병원에 가서 접합수술을 해야 한다. 암에 걸려도 수술을 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이유로 아프면 각종 주사를 맞고 약도 먹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딘가 근육이 부실해서 나타나는 증상들은 최대한 내가 감당해야 할 영역으로 보인다.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하고, 가능하면 건강한 수면 생활을 해야겠다. 올해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을 하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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