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들

[상담] 남편 문제

아이루다 2019. 4. 2. 08:15

 

영숙: 글쎄 말이죠. 한번은 빨래를 널어 달라고 부탁했어요. 결혼식 올리고 같이 살기 시작한 후부터 쭉 제가 다 했던 일인데 그날따라 몸도 좀 안 좋고 또 빨리 애들 숙제도 봐줘야 해서 사정 사정해서 부탁했죠. 선생님도 아실 것 아니에요. 아이 둘 정도 키우면 심할 때는 하루에 한번씩, 최소한 2~3일에 빨래를 해야 할 정도로 빨랫감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요.

 

상담사: 그렇죠그런데 그날 무슨 일이 있었어요? 혹시 남편 분이 시킨 일을 안 했나요?

 

영숙: 아니요. 하긴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빨래를 널어 놓은 꼴을 보니 속에서 열불이 나더라고요.

 

상담사: 갑자기 왜요?

 

영숙: 양말과 속옷 그리고 수건을 완전히 뒤죽박죽으로 널어놨더라고요.

 

상담사: 어떤 식으로 말이죠?

 

영숙: 저희 집에 있는 빨래다이는 삼단으로 되어 있어요. 요즘 나오는 거 아시죠? 아무튼 그렇게 생겼는데, 저는 제일 밑에 양말을 널고, 중간에 속옷을 널어요. 그리고 제일 위엔 수건 종류를 널죠.

 

상담사: 그러시군요. 저도 비슷해요. 그런데 남편 분은 어떻게 널었는데요?

 

영숙: , 당연히 완전히 뒤죽박죽이었죠물론 그건 처음 해보니 이해해요. 그런데 제가 진짜로 어이가 없었던 것은 양말을 짝도 안 맞추고 널었더라고요. 도대체 머리 속이 어떻게 되어 있어야 그런 식으로 양말을 널 수 있는 것이죠?

 

상담사: , 그러셨군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영숙: 짜증이 나긴 했는데 너무 어이가 없으니 잔소리 할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제가 꾸역꾸역 다시 정리해서 널었어요. 그런데 그러고 자리에 누웠는데, 이미 코를 골면서 처자고 있는 남편을 보니 정말로 한 대 치고 싶더라고요그렇다고 칠 수도 없고,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 혼자서 그렇게 울다가 잠이 들었죠.

 

상담사: 아이고.. 힘드셨겠네요. 지금도 눈물이 맺히시네.

 

영숙: 그게..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지금도 그날 생각만 하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와요. 그래서 요즘은 남편 얼굴도 보기가 싫어요. 그래서 오늘 여기 온 거에요. 이대로 살다가는 홧병날 것 같아서요.

 

상담사: 잘 오셨네요. 그래도 터트리지 않고 이렇게 찾아 와 주신 것만 해도 크게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에요. 그런 감정을 그냥 계속 담고 살다가는 결국 크게 터지고 말거든요.

 

영숙: , 알아요. 저도 예전엔 멋모르고 그냥 품고 있다가 크게 터진 적이 몇번 있었지요. 그래도 운 좋게 여기에서 몇 번 마음 공부를 한 후로는 그런 저의 감정을 그렇게 방관하지 않게 되었네요.

 

상담사: 좋은 표현이네요. 방관하지 않는다, 그 말 말이에요. 그거 참 중요한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인지했다고 해도 쉽게 잊어요. 그래서 결국 자신의 감정을 돌보지 않죠.

 

영숙: 그것은 맞아요. 제 친구들도 그런 애들이 많아요. , 그렇다고 해서 제가 뭔가 다르다는 뜻은 아니에요. 저 역시도 똑같이 답답하고 억울하죠. 그런데 그냥 두면 제가 상처를 입는다는 것을 알고 난 후로부터는 그냥 터지게 두지만은 않는다는 점만 조금 차이가 나네요.

 

상담사: 그것이 마음 공부를 하는 가장 좋은 이유이죠.

 

영숙: , 그런 것 같아요.

 

상담사: , 그러면 다시 빨래 얘기로 돌아가보죠.

 

영숙: .

 

상담사: 제가 그냥 궁금한 점이 하나 있는데양말은 왜 꼭 짝을 맞춰서 널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영숙: ? .. 당연한 것이 아닌가요?

 

상담사: 뭐 물론 저도 그렇게 빨래를 널긴 해요. 그런데 지금 하신 말씀을 듣고 보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우리는 왜 양말을 짝을 맞춰서 널고 있을까요?

 

영숙: .. 물어보시니까 방금 생각난 것인데요, 그래야 빨래를 널 때 양말이 짝이 맞지 않은 것이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양말은 작아서 실수로 세탁기 속에서 빼지 못할 때도 있으니까요.

 

상담사: , 그렇겠네요. 생각해보니 저도 가끔 그런 실수를 했었네요. 특히 회색 계열 양말은 제가 쓰는 세탁기 내부가 어두워서 바닥에 붙어 있을 경우엔 못 볼 때도 많거든요.

 

영숙: 그래서 양말을 짝을 맞춰야 하죠. 제 남편처럼 그렇게 했다가는 결국 언젠가는 양말 짝이 맞지 않게 되죠. 심한 경우 한 짝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요그러니 빨래를 널 때 짝을 맞추는 것은 버릇처럼 해야 하는 일이에요.

 

상담사: , 그렇지요. 그런 행동들은 생각하고 하기 보다는 늘 버릇처럼 해야 하긴 하죠.

 

영숙빨래 뿐만이 아니라 집안 일 자체가 좀 그래요. 귀찮기도 한데다가 열심히 해도 딱히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늘 버릇처럼 하는 편이 좋아요. 선생님도 직접 집안 일을 다 하신다고 했으니 잘 아실 것 아니에요.

 

상담사그렇죠. 저도 그래요. 물론 저는 애를 키우고 있지는 않아서 훨씬 더 단순하긴 하죠. 그래도 빨래며, 청소며, 설거지 그리고 가끔 해줘야 하는 구석구석 청소, 화장실에 생겨나는 물곰팡이, 냉장고 속에 오래된 식재료 정리, 더러워진 거울 닦기, 널브러진 옷 정리,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등등, 참 할 일이 많죠. 그래서 버릇처럼 하게 되긴 하네요그런데 양말을 짝을 맞춰서 널어야 하는 것이 오직 그런 목적만 있을까요?

 

영숙: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상담사: 말씀처럼 양말을 짝을 맞춰서 널어 두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긴 하죠. 하지만 단순히 양말을 빠뜨릴까 봐 그렇다면 양말을 남편 분처럼 대충 널되 세탁기를 한번 더 확인해보는 버릇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싶어서요.

 

영숙: 뭐하러 그렇게 어렵게 해요.

 

상담사: 그렇다면 양말을 짝을 맞추는 것은 쉽고 세탁기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요?

 

영숙: .. ,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미 버릇이 되어 있는데 굳이 힘들게 바꿀 필요가 있나요?

 

상담사: 그럼 남편 분은 어때요? 그 분이 그런 버릇이 되어 있을까요?

 

영숙: 아마도.. 아니겠죠. 그래도 상식적인 것이 아닌가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젓가락을 놀 때부터 짝을 맞춰서 놓도록 교육을 받잖아요. 그런데 왜 양말을 짝을 맞춰서 널지 않죠?

 

상담사: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네요. 그런데 젓가락은 짝이 안 맞으면 밥을 먹을 때 불편할 수가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빨래는 짝을 맞춰서 널지 않는다고 해서 잘 마르지 않는 것은 아니잖아요.

 

영숙: 그것은 그렇지만, 그러면 선생님은 지금 제가 잘못했다는 말인가요?

 

상담사: 아니요. 그건 아니지요. 그냥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요. 저는 지금 영숙씨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익숙함에 대한 불편함이 아닌가 싶어서요.

 

영숙: 그건 또 무슨 어려운 말이에요. 뭐가 익숙하고 뭐가 불편해요?

 

상담사: 사람은 누구나 주변 환경에 대한 자신만의 익숙함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버스가 텅 비었을 때 어느 자리에 앉느냐에 대한 결정을 하는 것이나 자신이 주로 쓰는 도구들을 어디에 배치에 놓느냐에 대한 것 등등, 꽤 많은 버릇처럼 하는 익숙함이 존재해요그리고 그것이 깨지면 불편하다고 느껴요. 아침에 버스를 탔는데 딱 한 명이 먼저 있고 그 사람이 자신이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좀 그렇잖아요. 하지만 잘 생각하면 이상한 감정이죠.



<출처 https://www.theuncomfortable.com >

 


영숙: 그러면 제가 양말이 짝이 맞춰져 있지 않은 것이 보기에 불편했다는 뜻인가요?

 

상담사: 그런 면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낯선 것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주 당연한 현상이에요. 누구나 그렇거든요.

 

영숙: 그럼 제가 잘못된 것은 아니네요.

 

상담사: , 맞아요. 단지 그 불편하다는 감정이 영숙씨 안에서 머물지 않고 남편을 향했다는 점만 빼면요.

 

영숙: 왜요? 그런 불편함을 만든 당사자가 남편인데요.

 

상담사: 그것은 바로 남편 분의 익숙함이나 버릇에 대해서 너무 고려를 안 해서 그렇죠. 사실 남편 분의 익숙함이나 버릇을 고려하기엔 빨래는 널어 두는 경험 그 자체가 너무 적었죠. 그렇지 않나요?

 

영숙: , 그렇긴 하죠. 그날이 처음이었으니까요.

 

상담사: 그래서 어쩌면 영숙씨는 그날 또 다른 감정이 더해지면서 그것이 증폭되었을지도 몰라요.

 

영숙: 그게 뭔데요? 저도 모르는 감정이 있었어요?

 

상담사: 제 생각엔 아마도 있었을 것 같아요. 바로 서운함이겠죠. 영숙씨가 정말로 오랜만에 시킨 일을 그런 식으로 해 놓았다는 것, 그것은 결국 남편 분이 영숙씨를 무시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고 그 기분과 익숙하지 않는 빨래의 모습으로부터 오는 불편함이 더해지면서 큰 서운함으로 발전한 것이 아닐까요?

 

영숙: ..

 

상담사: 그리고 그 증거 중 하나가 바로 밤에 남편을 때리고 싶었다는 점과 결국 홀로 울다가 잠들었다는 사실로 보여요. 더해서 지금도 그 감정이 그리 풀리지 않은 듯 보이고요.

 

영숙: 흐흠..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상담사: 사실 감정들 중에서 특별히 시간이 지나도 절대로 풀리지 않는 감정이 하나 있어요.

 

영숙: 그게 뭔데요?

 

상담사: 바로 억울함이에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나이가 50이 되었어도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차별이나 어디선가 무시를 당한 기억 그리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죄를 뒤집어 쓴 경험 등을 잊지 못하고 여전히 분노에 사로잡혀 있기도 해요. 그것이 평생 동안 성격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요.

 

영숙: 그럴 수 있겠네요. 억울함이란 감정이라면 말이에요.

 

상담사: 그래서 지금 영숙씨가 그날의 감정이 떨쳐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냥 그날 느낀 불편함이었다면 이미 사라지고 없어야 하는데, 그것이 실제로는 큰 서운함이 억울함으로 발전해서 결국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또 하나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날 영숙씨가 아프셨다면서요. 사실 사람은 그저 아프기만 해도 서럽거든요.

 

영숙: 맞아요. 아프긴 했어요. 그러니까 선생님 말은 지금 제가 느낀 서운함이 억울함으로 증폭되었다는 뜻이지요?

 

상담사: 아프니 서운했고,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시킨 일을 그렇게 해 놓으니 그 무신경함에 더욱 서운했던 것이겠죠. 그리고 그 서운함이 빨래를 보는 익숙하지 않는 풍경에 대한 불편함과 뒤섞이면서 결국 그런 억울함을 만들어 낸 것이고요. ,  추측이 딱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영숙: ..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지금 제 감정이 억울함이니 남편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저 혼자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요?

 

상담사: 아니요. 그것은 절대로 아니죠. 억울함을 홀로 푸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에요. 그래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써야 해요.

 

영숙: 어떤 방법들이요?

 

상담사: 첫 번째는 남편 분에게 영숙씨가 그날 느낀 감정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에요. 잘잘못을 따지는 목적이 아니라 그런 감정을 느꼈다고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죠억울함을 풀 때 무엇보다도 상대가 자신이 느낀 감정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거든요. 부모의 원수를 갚고자 20년간 무술을 닦고 원한의 상대를 찾아갔는데 그 원수가 자신의 부모를 죽인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그러니 알려줘야 해요. 영숙씨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해야죠. 하지만 질책하듯 하면 상대방이 듣지를 못해요. 반론을 하려고 하게 되죠. 그러면 결국 싸워요누구나 그래요. 설명은 듣지만 비난은 듣지 못하거든요.

 

영숙: 그렇게 말씀은 하시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는데요. 말하다 보면 금세 언성이 높아질 것 같아요.

 

상담사: 맞아요. 그래도 두 번째 방법이 필요해요.

 

영숙: 그건 뭔데요?

 

상담사: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죠.

 

영숙: ?

 

상담사: 지금 영숙씨의 억울함 중에 남편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 남편 분은 영숙씨를 무시한 것이 아니죠. 그저 자신의 버릇대로 혹은 빨래를 너는 법을 잘 모르기에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영숙씨는 지금 그것을 그저 무시로 받아들였어요. 개가 갑자기 자신을 향해 짖을 때 개는 그 사람을 무시해서 짖는 것은 아니거든요. 개가 뭔가 두려움을 느꼈으니까 짖는 것이에요. 그런데 그런 행동들을 자신을 무시했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죠. 제가 보기엔 영숙씨는 그렇게 무시를 받을 분이 아니거든요.

 

영숙: ..

 

상담사: 더해서 영숙씨 마음 속에는 현재의 남편 분을 그 동안 들어왔던 자상한 남편들의 이미지에 억지로 꿰어 맞추려고 한 부분도 있어요. 그리고 결국 실망을 한 것이죠그런데 남들처럼 바뀌고 싶다고 느끼는 것 역시도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해요. 사람이 변화를 꿈꾼다는 것은 그냥 듣기엔 뭔가 멋진 말 같지만, 사실 냉정히 말하면 현재 상태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잖아요. 이것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일과 거리가 멀어요.

 

영숙그렇군요..

 

상담사: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어요. 열심히 하고 있고요. 왜 현재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않나요? 왜 자꾸 어딘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계시죠?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여자의 삶을 살고 있잖아요. 더군다나 남들이 하지 않고 있는 이런 심리 공부까지 하고 있는데, 무엇이 그리 부족하다고 느끼세요. 사실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에는 자신을 용서하라는 뜻이 숨겨져 있어요. 자신을 용서해야 받아들일 수 있고, 일단 받아들여야 사랑할 수 있거든요.

 

영숙: 용서요?

 

상담사: , 용서요.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것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발전하게 되고 결국 외부의 조건에 따라서 매 순간 변하게 되는 감정이란 존재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게 해주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지금 남편을 선택한 자신에 대한 용서, 아파서 자신의 일을 남편에게 시킨 부분에 대한 용서, 남편에 대해서 억울함을 가졌던 자신에 대한 용서,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남편에 대한 용서, 그 무엇보다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용서를 할 수 있다면, 그날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남편 분에게 설명을 할 때 그리 화가 나지 않을 것이에요. 오히려 말을 할 수록 차분해지겠죠.

 

영숙: 정말로 그럴 수 있을까요?

 

상담사물론 용서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사람은 누구나 두려움 때문에 늘 언제나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구에 시달리거든요. 그러니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감당해줘야 해요.

 

영숙: 어떻게요?

 

상담사: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죠. 운동도 좋고, 새롭게 뭔가를 배우는 것도 좋고요. 그 동안 하지 않았던 일을 할 때 두려움이 줄어들거든요. 사실 사람들이 그리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그것이에요. 사람들은 누구나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 그 두려움이 줄어들어요. 그런 면에서 여행만한 것도 없죠.

 

영숙: 그럼 저도 여행을 좀 다녀와야 할까요?

 

상담사: , 좋죠. 단지 스스로 착각만 하지 않으면 돼요. 그 모든 것은 자신을 더욱 더 사랑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니까요.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고,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책을 읽고,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이에요. 그러니 그 대상 자체에 의미나 가치를 두려고 하지는 마세요. 그렇게 되면 결국 또 언젠가 하고 싶은 것을 사정이 생겨서 못하게 될 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줄어들고 말 것이에요. 또 다시 원망이 생기고 말겠죠.

 

영숙: 그렇군요.

 

상담사: 오늘 제 얘기를 들었다고 해서 당장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어요. 그런데 꾸준히 며칠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면 아마도 마음 속이 좀 편해질 것이에요. 그렇게 억울함이 어느 정도 내려갔다고 느끼면 그때 빨래 너는 법을 남편 분에게 차분하게 설명해주세요. 그래야 빠진 양말이 있을 때 알 수 있다는 합당한 이유를 덧붙여서요. 그러면 남편 분은 나중엔 꼭 맞춰서 널 것이에요. 남자들은 생각보다 단순하거든요.

 

영숙: , 오늘 말씀 감사해요. 지금 기분이 훨씬 나아졌어요. 아주 조금은 남편에 대해서 용서가 된 것도 같네요. 아무튼 열심히 노력해볼게요. 그럼 또 나중에 봬요.

 

상담사: 저도 뵙고 싶지만 가능하면 오지 마세요. 여기는 문제가 있을 때만 오는 곳이니까요.

 

영숙: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아마도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상담사: 조심해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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