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불안함 다루기

아이루다 2019. 2. 12. 08:33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무엇일까?

 

배고픈 것? 너무도 추운 ? 불에 데는 것? 맛없는 것을 먹는 것? 재미없는 영화를 보는 것? 지루한 일을 하는 것? 어딘가를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하는 것?

 

, 일단 살아야 하니 먹고 자는 일에 관련된 일은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다. 그러면 먹고 사는 일과 관련된 것들을 제외하고 나면 그때는 과연 무엇이 가장 싫어하는 일이 될까?

 

아마도 여러 가지 후보가 나오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으뜸은 아마도 불안한 상태에 놓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불안하다는 것은 일종의 위기 상황을 의미한다그래서 뇌는 불안한 상태가 되면 바로 비상 사태를 선포하게 되고 이후 그 불안함의 원인을 제거하려고 모든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

 

그래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에 피를 집중적으로 분배하여 에너지를 공급하고 아드레날린이 분비해서 온 몸을 긴장 상태로 만든다. 그래서 사람이 장시간 긴장 상태에 놓이면 두통이 오거나 온 몸이 뻐근해지는 것이다. 아무튼 그 후 운이 좋아 그 불안함의 원인을 제거하게 되면 몸은 비상 사태를 해제하여 다시 일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끝나려면 어떤 식으로든 불안함의 원인이 해결되어야 한다그런데 슬프게도 늘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문제들은 아예 해결 자체가 불가능하다.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가 그렇다. 또 다른 경우로는 분명히 해결책이 있긴 하지만 그것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또 다른 고통의 원인이 될 때도 있다.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명퇴를 당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불안함을 느끼면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이때 해결책은 능력을 크게 인정 받아서 경영진에 포함되거나 혹은 쫓겨나기 전에 스스로 먼저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하지만 그 둘은 아예 불가능하거나 또 다른 불안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스트레스만 받게 되고 만다.

 

오히려 해결이 아예 불가능한 불안함은 자연스럽게 포기하거나 체념을 하게 되기에 스트레스 상태가 끝날 수도 있다반대로 해결책이 있긴 하지만 쉽지 않는 경우엔 오히려 훨씬 문제가 복잡해지고 만다. 하자니 힘들고 가만히 있으려니 그 또한 불안하다. 그래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발만 동동 구르게 되는 것이다.

 

회사에 계속 있을 수도, 회사를 나가서 다른 회사에 가기도 힘든 것이다. 그러다가 주변에 직장을 잘 옮겨서 연봉도 오르고 얼굴도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만나게 되면 급격히 한쪽으로 쏠리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그러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갈등에 사로잡힌다. 옮긴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제대로 된 직장으로 옮길 수 있을지, 거기에 가서 잘 적응을 할지, 거기엔 또 다른 문제는 없을 지 등등, 여러 가지가 고민스럽게 느껴지기에 그렇다.

 

그리고 이 상태로 오래 머물게 되면 마음 속 갈등은 온전히 스트레스화 되고 만다. 일명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이런 만성 스트레스는 몸을 지속적으로 긴장시키기에 결국 큰 병을 불러오고 만다.

 

불안함으로 야기된 스트레스는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그것으로부터 야기된 다양한 합병증이 문제가 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람의 고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춥고 배고픈 것과 같은 현재형 고통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그런 고통을 당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두려움이다. 그리고 이 두려움이 바로 불안함이고 걱정의 본질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가장 우선 순위는 현재의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고, 그것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면 바로 미래의 고통, 즉 불안함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안정적인 삶이라고 부른다.

 

오늘 먹을 것을 구하고, 잘 곳을 구하는 것은 안정적인 것이 아니다. 안정적이란 말이 가진 의미는 미래를 의미한다. , 오늘이 아니라 내일, 내년, 10년 후, 죽기 전까지를 의미한다. 그렇게 미래에 닥칠 고통의 가능성이 최소화 되었다는 판단이 들 때 안정적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불안함을 느끼면 그것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언제나 견고한 바닥을 딛고 서 있고 싶어한다. 조금이라도 불안한 바닥에 있으면 그 바닥을 떠나려고 하거나 혹은 바닥을 고쳐서 흔들리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런 전체적인 과정을 삶이라고 부른다.

 


, 불안함을 최대한 제거하고 가능하면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과정, 이것이 바로 삶인 것이다. 공부를 하는 것도, 직장에 다니는 것도, 결혼을 하는 것도,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것도, 진급을 하려는 것도, 노후를 준비하는 것도, 집을 사는 것도, 보험에 드는 것도,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도, 부모에게 잘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는 것도 바로 다 이 이유이다.

 

누구나 불안함을 제거하고 최대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삶은 그리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안정적으로 되기도 쉽지 않고 운 좋게 안정적으로 되었다고 해도 새로운 문제가 생겨난다.

 

그것이 바로 지루함이다. 지루함은 불안한 상태가 사라진 후 안정적인 상태가 오래되면 생겨나는 감정이다. 그래서 지루함은 불안한 시기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일부로 자신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하려고 한다. 물론 그때의 불안정함은 근본적 불안정함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것은 안정적인 불안함이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취소시킬 수 있는 불안함이다.

 

놀이 공원에 가서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는 일, 낯선 곳에 여행을 하는 일, 먹고 사는 것과 관련이 없는 새로운 취미를 배우려고 하는 일 등이 그런 일이다이것이 심해지면 목숨을 걸고 아주 높은 산을 오르기도 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스포츠를 즐기기도 하고, 불륜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최초에 '선택' 가능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불안함과는 궤를 달리 한다. , 아예 그 종류가 다른 불안함인 것이다. 마치 TV를 통해 보는 공포영화와 같다. 무섭기는 하지만 언제라도 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삶은 불안함에서 안정됨으로, 안정됨에서 또 다시 선택 가능한 불안함으로 바뀌어 간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 가능한 불안함을 즐길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 지루하지 않은 안정적인 상태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근본적 불안함과 달리 선택된 불안함은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진다. 배는 매일 고파져서 지루해질 일이 없지만취미는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지고 마는 것이다. 못하고 서투를 때는 불안함이 크지만 익숙해지고 잘하게 되면 결국 흔하고 안정적이 되어서 그렇다. 그러면 또 다시 새로운 불안함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점점 저 멀리 여행을 가고, 점점 더 높이 오르고, 점점 더 극단적인 스포츠를 즐기고, 불륜까지 저지르게 되는 원인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혼란스러움이 찾아온다. 더 이상 선택적으로 불안하게 만들만한 것이 보이지 않아서 그렇다. 혹은 이제 또 다시 최초의 불안함 상태로 돌아가 버려서 그렇다. 갑자기 큰 병에 걸리거나, 직장에서 잘리거나여행을 떠났다가 강도라도 만나게 되면 유희적 불안함은 금세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다.

 

그것들은 너무 멀리 밀어 두어서 마치 없는 것처럼 인식되던 본질적인 불안함이다그런데 그런 불안함이 다시 찾아오면 큰 좌절감에 사로 잡힌다자신이 생각하는 삶은 결코 이런 형태가 아니어야 하는데, 삶은 좀 더 행복해야 하는데, 삶이 그런 불안함이나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정의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생겨난다.

 

본인이 직접 당한 일이 아니라고 해도 비슷한 효과를 가져온다. , 주변의 불운이 원천적인 불안함을 끄집어 내는 것이다. 누군가의 명퇴누군가의 병, 누군가의 불운, 누군가의 실패, 누군가의 사고, 누군가의 추락, 누군가의 죽음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물론 자신이 그런 처지가 아니기에 당장은 안도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 안도감 역시도 여전히 자신도 언제 어느 날 저런 처지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러면 그럴수록 삶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줄 것 같은 것에 매달린다. 그것의 용도로서 가장 흔히 쓰이는 수단이 바로 돈이다. 이 점이 사람들이 매일같이 돈돈 하는 이유가 된다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한 것 이상의 돈을 원하게 되고 충분한 돈이 있어서 돈 걱정 없이 사는 삶을 꿈꾼다대박나라고 서로가 빌어주고 여유 돈이 있으면 로또를 산다.

 

하지만 돈을 벌기가 쉽지도 않고, 설령 어느 정도 벌어도 그만큼이나 씀씀이가 커져서 별로 효과가 없다. 그래서 평생 돈을 욕망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원천적인 불안함 속에서 살아가든, 운이 좋아서 인위적으로 만든 불안함 속에서 살아가든 상관없이 삶은 언제 어느 순간에 급작스럽게 변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급작스러운 사고, 갑자기 닥친 큰 병, 크게 돈을 사기 당하는 일들 등등, 불운은 예고 없이 닥치고 만다.

 

운 좋게 원천적인 불안함을 다 피하더라도 결국 안정적인 삶에서 발생하는 지루함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삶이 우울하고 지겨워질 수도 있다. 돈은 충분하나 어디에 돈을 써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문제가 복잡하다.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참 답이 없어 보인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 그때 해볼 수 있는 시도 하나가 바로 문제 그 자체를 의심해보는 방법이다. , 최초의 원천적인 불안함이 과연 얼마나 실체적인지 그리고 더해서 그것을 완벽히 해결하고 난 후 안정적으로 되는 상태가 정말로 이상적으로 완벽한 것인지를 의심해보자.

 

물론 처음에 이 말을 들으면 무슨 소리냐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안정한 바닥을 해결하는 방법은 그 바닥을 고정시키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란 점을 알아야 한다. 분명히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 불안정함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물론 당장 불안정한 바닥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네 귀퉁이에 기둥을 세워서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곧 지루해지고 그 지루함을 해결하려고 일부로 그 위에 위험한 탑을 쌓고는 올라서려고 한다. 그러다가 언제라도 가장 밑바닥의 기둥이 흔들린다 싶으면 탑은 저 멀리 던져버리고는 다시 그 기둥을 수리하는 것에 모든 노력을 다한다.

 

이런 과정이 그 동안의 삶이었다. 이것은 매우 합리적인 해결책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훨씬 더 합리적인 해결책은 불안정한 바닥에 아예 적응하는 것이다.

 


파도 위에서 파도를 타고, 자전거를 굴려서 쓰러지지 않게 하는 힘이다. 커다란 공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고, 어디에도 쏠리지 않게 중앙을 벗어나지 않는 능력이다.

 

물론 그 상태까지 가기 위해서는 많이 다친다. 위험하기도 하다.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히 연습을 하면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그 상태만 될 수 있으면 이제는 딱히 지루함으로 인해서 쓸데없이 탑을 쌓는 일도 없고, 또한 가끔 바닥이 흔들리더라도 별로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칼 끝에 서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안정적이란 말은 실제로는 죽은 것을 의미한다. 어딘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것이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기에 그렇다. 이 세상에서 그런 것은 죽은 것 밖에 없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움직이다. 고정되어 있지 않다. 오직 죽은 것들만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안정적이란 말은 처음부터 거짓말이다. 그것은 착각이며 그저 보기에만 그럴듯한 것이다.

 

삶은 고정된 바닥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칼 끝에서 살아가야 한다. 언제라도 베일 수 있으며, 언제라도 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두들겨서 무뎌지게 만들면 당장 서 있기는 편하지만 그것은 결국 둔한 것이고, 죽은 것이 되고 만다. 그러니 살아있기 위해서는 가짜 불안함이라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돈은 원래 칼 끝에 서 있을 때 균형을 잡아주는 아주 좋은 도구였다. 하지만 칼을 무디게 만든 후 그 위에서 지루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쓰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돈의 역할은 전혀 다른 것이 되고 말았다. 배를 채우는 한끼 식사는 오천 원이면 해결이 되지만, 지루함을 해결하기 위한 식사는 십 만원도 부족하니까 말이다.

 

각자가 얼마나 불안하지 않는지를 자랑하는 것이 행복으로 바뀌어서 모두가 자신이 필요한 이상의 돈을 소유하려고 든다. 그래서 큰 집, 좋은 차, 비싼 옷, 비싼 음식 등을 갖추지 못하면 오히려 불안해지고 만다.

 

그리고 결국 영구히 해결 불가능한 불안함을 갖게 된다. 그것이 바로 돈에 대한 절대적 열망이다. 그리고 이 불안함은 도대체 해결할 방법이 없다.

 

작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면 끝없이 흔들리기 때문에 가능하면 큰 배를 구하려고 한다. 큰 배만 구하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될 것 같아서 그렇다. 하지만 아무리 큰 배를 구해도 태풍을 만나는 날이 오면 배의 크기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것은 작은 배처럼 금세 뒤집혀 버리고 만다. 더군다나 큰 배를 구하려면 너무도 많은 돈이 필요하며, 옆 사람이 더 큰 배를 구하면 자신의 배는 금세 작은 배라고 생각된다.

 

그러니 언제 안정적이 될 수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큰 배를 소유하고 있을 때 밖에 없다. 그것도 태풍을 만나기 전까지만 말이다.

 

이것이 삶의 숨겨진 비밀이다. 안정적이 되려고 할수록 오히려 불안해지는 것이 바로 삶이란 뜻이다. 삶은 그것이 아니다. 삶은 불안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적응하는 과정이야 한다. 평생 동안 그 불안함 위에서 균형을 잡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결론이 나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파도에 끝없이 흔들리는 작은 배 위에서 느긋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다. 그리고 태풍조차도 적응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이를 먹어서 생기는 지혜로움이 생겨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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