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에고의 종류 - 1

아이루다 2018. 8. 30. 12:09

 

에고의 존재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안다고 해도 그저 프로이트의 심리학을 공부해 본 경험이나 혹은 '에고이스트' 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에고이스트라는 표현은 잘못되었다. 왜냐하면 에고는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누구나 그것을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반드시 에고이스트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누구를 따로 에고이스트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에고는 마치 공기와 같다. 없어지면 일분도 채 안되어서 죽을 만큼의 고통을 느끼지만 사람들 중에서 평소에 공기가 존재하고 있는지를 의심하거나 의식하는 일이 없다. 에고도 이와 비슷하다.

 

에고는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신의 밖에 있는 외부 세계 사이를 소통하기 위한 가장 큰 접점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에고를 통해서 세상을 보고, 에고를 통해서 세상을 판단하고, 에고를 통해서 세상에 반응한다. , 에고는 자기 자신이 되고 만다. 그러니 그런 에고를 스스로 인식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쉽게 말해서 에고를 인식한다는 것은 나를 인식한다는 것이다그래서 처음부터 좀 말이 안 된다. 인식 주체와 인식 객체가 동일한 존재이기에 그렇다. 더군다나 억지로 인식을 한다고 해도 문제가 생긴다. 만약에 에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면 '에고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질문이 떠오른다고 해서 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 질문은 '나는 무엇인가?' 란 질문과 완전히 동일하기에 그렇다. 그런데 내가 ''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일 수 있겠는가? 그러니 에고의 존재에 대해서 어떤 인식이나 의문을 갖는 것은 아주 특별한 상황이나 혹은 아주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엔 커다란 오해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그 누구도 에고가 자신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에게는 에고 이외의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부분은 에고와는 달리 순수하고 자연스럽다.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비가 오면 차분해지며 길에서 우연히 오랫만에 친했던 친구를 만나게 되면 그리 반갑고, 듣기 좋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한껏 감성적으로 변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예쁜 옷을 입는 날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에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 것들은 그냥 느낀다.

 

사실 에고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에고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쟁 구도이기에 그렇다경쟁이 심할수록 에고는 더욱 더 강해지고 만다. 아니 강해져야 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자신이 감성적일 수 있음을 자랑하고, 친구를 본 후 친구가 들고 있는 가방과 자신의 것을 비교하고,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고급 오디오 장비를 갖고 싶어하고, 예쁜 옷을 입은 날에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을 쓴다. 이런 행동들이 바로 에고가 가진 특징이다. 끝없는 경쟁, 타인의 반응에 대한 많은 관심, 최대한 잘나고 싶은 마음이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에고가 약하다그래서 아이들이 순수해 보이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도 두 가지 면을 다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재미있기에 하기도 하고, 잘나 보이고 싶어서 하기도 한다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에고가 아닌 순수한 재미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니 어른들처럼 그렇게 돈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비싼 것을 먹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기 보다는 그저 재미있고 즐거운 것을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랬던 아이들도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에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진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에고는 경쟁이 심화된 사회일수록,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일수록 더욱 더 강화된다.

 

이렇게 에고가 커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두려움이다.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에 뭔가 그것에 대항할 비장의 무기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 유일한 해결책이 바로 '내가' 강해지는 것이다. 잘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남보다 한 발자국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에 올라 서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육체적 힘, 돈의 힘, 권력, 인맥, 매력, 지적 능력을 원하는 욕망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자신이 타고난 것들 중 가장 경쟁이 있는 것을 앞세워서 에고를 강화시키는데 사용한다.

 


자신이 가장 유리한 비교 기준점을 정하고, 그것이 매우 가치 있다고 주장한 후, 그것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줄 세운다. 그리고 자신은 최대한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가치라는 것이 바로 두려움과 싸우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를 의미한다.

 

에고의 이런 본성이 잘난 사람이 되려는 욕구, 인정받으려는 욕구,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욕구로 나타난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이긴 자신에 대한 주변의 좋은 평가를 원하고, 그럴 수 있는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에고의 진짜 본질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을 좀 더 안전해졌다고 여길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살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살아도 별 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사실 이기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것은 강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그래서 오히려 좋다.

 

하지만 아주 심각한 부작용이 하나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언제나 원한다고 해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이다

 

이기지 못한 에고는 이제 오히려 반대의 길을 간다. 그것은 에너지가 줄어들고, 우울해지고, 자기 실망감에 빠져서 수 많은 나쁜 감정들을 만들어 내고 만다.

 

상처 받거나 좌절한 에고는 본격적으로 질투심, 열등감, 피해의식, 확대해석, 변명, 비난, 자기 합리화 등을 만들어 낸다. 자기 탓을 하거나 남을 탓을 하는 것이다.

 

인정받고 싶지만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 아니 오히려 은근슬쩍 단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사방에 널렸다. 그들도 역시 에고를 가지고 있고, 당연히 그 에고들은 남들보다 더 높게 서기를 원하니 그런 행동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에고가 높아지는 방법 중에는 스스로 높아지는 방법도 있지만, 남을 강제로 낮추는 방법도 있다. 더군다나 그것이 훨씬 더 쉽고 빠르다.

 

그러니 다른 사람 뒷담화가 그리 재미있는 것이다. 그 뒷담화의 대상은 낮아지고,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올라간다고 느낀다. 남을 논리적으로 비판하거나 허점을 찌르는 것이 기분 좋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 논리가 옳아서가 아니라 우위에 서 있다고 느끼기에 좋은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서로 공격하고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그 이유가 바로 대부분 에고의 우월성을 느끼고 싶어서 그렇다. , 관계에 있어서 손해를 보면서까지도 에고 우위에 있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에고가 상처를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잘나고 싶지만 잘난 사람들이 너무도 많으니까 말이다. 조금 더 좋은 의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란 평가를 받고 싶지만 은근슬쩍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렇게 에고는 끝없이 상처를 받고 주눅이 들고 배신감을 느낀다.

 

그로 인해서 에고는 아주 다양한 형태로 분화가 된다. 그러면 이제 그 종류를 알아보도록 하자.

 

첫 번째 경우는 아주 정상적으로 에고가 성장한 사람들이다.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잘난 사람들이다. 에고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무엇보다도 좌절이 없어야 하니까 그렇다.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머리가 좋고, 외모도 좋고, 기타 여러 가지 상황들이 그리 꼬여 있지 않다. 부모로부터 사랑도 받았으며 별 탈 없이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았을 것이다.

 

멀쩡한 삶,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삶, 그래서 성격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당연히 주변 사람들에게도 잘하고, 친절하기도 할 것이다. 에고가 인정을 받았던 경험이 훨씬 더 많아서 뒤틀리지 않아서 그렇다.

 

이런 경우 에고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좋은 수단이 된다. 문제는 처음부터 여기에 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노력해서 될 일도 아니고 타고나야 하기에 그렇다. 이미 태어남과 동시에 결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공부를 잘해도 외모가 부족하면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평생 가진 채 살아가야 한다. 반대로 외모가 뛰어나도 머리가 나쁘면 또 그것에 대한 열등감을 가진 채 살아간다. 외모도 좋고 공부를 잘하더라도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란 경우엔 돈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

 

에고는 언제나 최대한 완벽하길 바란다. 사람들이 완벽주의자를 꿈꾸고 영화 속 영웅을 보고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그렇게 되는 것이 에고의 최종 꿈이기 때문이다. 완벽할수록 생존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니 자신이 잘하는 많은 것보다 자신이 못하는 한두 개가 더욱 더 신경이 쓰이게 된다.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 남자가 자신을 추종하는 수 많은 여자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이상하게도 자신을 거부하는 단 한 명의 여자에게 끌리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이 그룹에 속한 사람은 인간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사람이 어찌 그렇게 다 잘 타고 태어날 수 있겠는가? 대부분 사람들은 뭐든 부족하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 속한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에고를 상처입지 않고 만족하도록 만들어 준 중요한 조건 하나만 사라져도 삶 전체가 크게 흔들리기에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는다. 살아 오는 동안 쌓인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감과 이미 가지고 있는 많은 좋은 상황과 환경을 통해서 그조차도 극복해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만약 그것이 잘 된다면 그 한 번의 위기를  잘 이용해서 이후 책을 쓰거나 강연을 함으로써 더욱 더 유리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그런 위기를 극복한 후 남은 에고는 심각한 상처조차도 극복해 낸, 너무도 대단한 에고이기에 훨씬 더 강해지고 확신도 커진다.

 

두 번째 경우는 나름대로 타고나긴 했는데 뭔가 결정적인 것들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이 경우 에고는 가장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잘난 부분이 클수록 못난 부분에 대한 불만족이 커지게 된다. 그래서 에고가 삐뚤어지고 만다.

 

머리는 좋으나 외모가 많이 떨어지는 경우, 대기업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다른 형제들이 비해서 머리가 많이 뒤떨어지는 경우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공부는 잘하나 몸치이거나, 돈은 많지만 매력이 없는 경우도 그렇다.

 

이때 에고는 자신이 타고난 것에 대한 강한 우월감과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강한 열등감을 동시에 가지게 된다. 그래서 삶이 우울함과 열등감으로 가득 찬다.

 

조금이라도 우월한 지위에 있게 되면 갑질을 하려고 하고, 누군가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보게 되면 열등감과 질투심에 사로 잡혀서 견딜 수가 없게 된다.

 

이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성격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화를 내고, 기분이 오락가락 하며, 쉼없이 사람들의 단점을 비난하거나 별 것도 아닌 일로 사람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서 살아간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생각보다 여기에 속한 사람들이 꽤나 많다.

 

세 번째 경우는 전체적으로 잘나게 태어난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경우는 어려서부터 꾸준히 에고의 상처를 받는다. 유치원에서부터 주목을 받지 못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더욱 더 그래진다. 그래서 어른이 되었을 때는 이미 대부분은 에고가 찌그러져 있다. 그리고 포기한 채 살아간다.

 

딱히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잘난 것이 없으니 언제 어디에서든 존재감도 없고 늘 구석에서 잘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 그 와중에서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 상관없지만 문제는 바로 자신의 에너지가 없다는 점이다.

 

원래 에고가 만들어 내는 에너지, 즉 잘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는 정말로 강하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위험한 산에 도전하게 하고, 며칠 밤을 새워서 목표로 한 것을 달성하도록 한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굶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하던 일을 포기하지 않게 해준다.

 

하지만 에고가 찌그러진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런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뭘 해도 반응이 비슷하다. 눈빛이 흐릿하고 목표 의식이 부족하다. 어려서부터 잘난 사람이 돼 본적이 없으니 잘난 사람이 되는 것을 아예 포기해서 그렇다. 그래야 에고가 받는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

 

하지만 이들이 잊은 것은 노력은 노력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는 점이다. 사실 삶의 만족도의 측면에서만 보면 최종 성공 여부는 실제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노력 그 자체가 중요하다.

 

사람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때 당당해지고, 자존감도 높아지고, 행복해진다. 에고의 행복에 관해서 만큼은 결과가 아닌 노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는 자신이 주어진 처지 때문에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 에너지를 그냥 허공에 날려버리고 있기에 그렇다.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이 살아진다. , 수동적으로 사는 것이다. 눈 뜨니 하루를 산다. 놀랍게도 여기에 속한 사람들도 꽤나 많다.


[다음 글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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