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행동의 이유

아이루다 2018. 8. 28. 08:04

 

사람들은 매일같이 생각하고 행동한다. 아침에 눈을 뜸과 동시에 그리고 저녁에 잠들기 직전까지 그렇다.

 

아침에 눈을 뜨면 누군가는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하고, 누군가는 씻는다. 누군가는 스마트폰을 켜고 보기 시작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더 자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력하지만 결국 포기하고는 일어나고 만다.

 

이런 식으로 생각은 아침부터 밀려오기 시작하지만 대부분의 생각들은 그저 허공 속으로 사라지고 몇몇 중요하거나 혹은 현실적인 것들만 남아서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렇게 남아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생각들은 허공 속으로 사라지는 것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다르게 표현하면사람들을 행동 하게 만드는 생각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개별적으로 따지면 무척 다양하겠지만, 크게 묶으면 네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 사람이 행동하는 네 가지 이유이다.

 

첫 번째는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느끼는 욕망이라고도 할 수도 있지만, 욕망이라기 보다는 욕구라고 하는 편이 좀 더 맞다이것은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인 동기라고도 할 수 있다.

 

맛난 음식을 보면 먹고 싶은 것이며, 예쁜 옷을 보면 사고 싶은 것이며, 깨끗하고 잘 정리된 곳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거기엔 별다른 의도도의지도방향성도 없다. 단지 그것에 관여되는 것은 태어날 때 타고난 기질과 살아오면서 쌓인 지식과 경험으로 인해 형성된 성향의 결과로 인해서 생겨난다.

 

그래서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예쁜 여자와 잘 생긴 남자를 볼 때 느끼는 호감 역시 여기에 속하는데, 호감 자체는 비슷하지만 사람마다 예쁘다, 잘 생겼다 의 기분은 다르다. 그래서 서로 다른 상황에서 그런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두 번째는 해야만 해서 하는 경우이다. 일종의 책임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판단에 근거해서 의지적으로 생겨나는 이유이다.

 

보통 책임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마다 크게 차이가 난다. 그래서 누군가는 책임감에 눌려 사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거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하면서 살아간다. 심지어 자신의 인생 조차 말이다.

 

책임감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이다. , 책임을 진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행복한 것은 아니란 뜻이다. 그럼에도 책임을 제대로 지고 나면 안정감이란 행복을 경험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그 과정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상황만 괜찮다면 될 수 있는 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세 번째는 할 수 밖에 없어서 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꼴등을 하는 것이 두려워서 공부를 하는 학생의 일이다. 냄새 나는 음식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일이다. 정말로 가고 싶지 않은 직장에 출근하는 일이다.

 

책임감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책임감은 그나마 그 책임을 다 했을 때 자기 만족감이라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해도 그다지 편치 않다. 스트레스 정도는 훨씬 더 크고 하고 나서도 만족감보다는 잠시 조금 마음이 편해진 수준에 머문다. 그리고 만약 너무 하기 싫어서 하지 않고 둔다면 그것은 점점 쌓여서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버리지 않아서 집안에 매일 늘어나는 음식 쓰레기를 상상해보면 될 것이다.

 

네 번째는 그 과정은 해야 할 것이지만 그 결과는 하고 싶은 경우이다. , 쉽게 말해서 욕망이다.

 

높은 산을 오르는 과정이 그렇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출세를 하는 것이 그렇다. 힘들게 운동을 해서 근육질 몸매나 혹은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는 것이 그렇다.

 

그 과정은 그다지 쉽지 않지만 그리고 오히려 힘든 경우가 더 많지만, 아무튼 제대로 해내고 나서 그 결과물을 받아 들 때 느끼는 만족감에 의한 행복은 매우 크다.

 

이 네 가지 이유가 사람들이 행동하게 되는 대부분의 이유이다. 전부가 아니고 대부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소수의 다른 이유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그냥 심심해서 하는 경우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누가 시켜서 하는 경우도 있다. 이성적으로 합당해서 하는 경우도 있고, 단순히 할 수 있으니 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이 행동을 하게 되는 네 가지 이유는 서로 다양한 조합을 이루면서 모든 사람들의 삶을 결정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삶은 이 네 가지가 서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를 뿐, 누구나 가지고 있는 행동의 이유가 된다.

 

, 그러면 이것을 행복의 관점에서 한번 보도록 하자. 사람들이 행동하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나눈다고 해도 결국엔 최종 목적은 행복일 테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 네 가지를 조합하고 살아간다. ,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하고 싶지만 해야 할 일, 하기 싫지만 해야 할 일이 삶을 구성하고 있다.

 

당연히 행복한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이 행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불행한 사람은 하기 싫지만 해야 할 일이 삶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을 것이다.

 


,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첫 번째 하고 싶은 일 >> 네 번째 욕망으로 인해 해야 할 일 > 두 번째 책임감으로 인해 해야 할 일 >> 하기 싫지만 해야 할 일로 순위가 메겨질 수 있다.

 

그러니 만약에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의 삶이 얼마나 하기 싫은 것이 많은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만약에 매일 대부분의 시간이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으로 채워지고 있다면 뭔가 근원적인 변화를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평생 행복할 기회를 찾지 못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바로 같은 행동이라고 해도 어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에 속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하기 싫은 일에 속한다는 점이다. , 모든 행동이 사람마다 동일한 이유에 속하지 않는다.

 

요리를 하는 것을 매우 즐겁고 행복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고, 아이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로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사람도 있고, 별로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운전도 그렇고, 술도 그렇고, 돈을 버는 일도 그렇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 노래를 하는 것도 그렇고, 운동을 하는 것도 그렇고, 영화를 보는 것도 그렇고, 여행을 하는 것도 그렇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과 하기 싫은 일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행동으로, 삶으로 나타나게 된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답은 단순하다.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을 가능하면 책임감에 의한 해야 할 일로, 더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로, 결국엔 가능하다면 하고 싶은 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체념하고 받아들인 채 그것을 하고는 다른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그것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떠나는 방법이다.

 

만약 직장 생활을 하는데 너무 회사에 가기 싫다면 회사를 옮기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 만약 회사 생활에서 일도 잘 못하고 사람들과 관계도 힘들다면 그것은 자신의 능력 탓이기보다는 오히려 잘못된 자리에 앉아서 잘 맞지 않는 업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육체적으로 약한 사람이 소방관이나 경찰을 하는 것이나, 머리가 그리 좋지 못한 사람이 기획이나 분석 업무를 하는 것은 스스로를 잘못된 자리에 놓은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신체적 조건과 지능적 조건을 잘 따져서 일을 골라야 한다.

 

더해서 세밀하게 보면 계산 능력이 뛰어난 지, 추리 능력이 뛰어난 지, 분석 능력이 뛰어 난 지, 기억력이 좋은 지,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잘 친해지는 편인 지, 엉덩이가 무거워서 한 자리에서 꾸준히 뭔가를 하는 편인 지, 반복 작업을 지루해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지, 책임감이 강한 지, 임기응변이 뛰어난 지, 스스로가 타고난 장점을 잘 살펴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도저히 옮길 방법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버텨야 한다. 그리고 번 돈으로 자신이 행복한 것에 쓰는 방법을 써야 한다. 직장 스트레스를 버텨내려면 많이 행복한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많이 행복해야 돈을 벌 이유가 생기고, 그래야 직장의 힘듦을 버텨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행복이든 뭐든 시작할 수 있기에 돈을 버는 것을 해결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서 일단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이 되었다면 나머지 모든 것들은 선택 가능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정확히 말해서 먹고 사는 일 이외에 해야 할 일은 어떤 것도 없다. 그리고 먹고 산다는 말의 의미는 정말로 단순히 밥을 굶지 않는 삶을 의미한다. 먹고 살면 죽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매일 밥을 먹을 수 있고, 잠을 잘 집이 있고, 입고 나갈 옷이 있다면, 즉 기본적으로 의식주가 해결이 되었다면 그 후로 일어나는 모든 행동의 이유는 선택적이다. , 해야 할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네 번째에 해당되는 자기 증명을 하기 위해서 뭔가 힘들게 도전을 하거나, 두 번째에 해당되는 엄마로써, 아빠로써, 자녀로써 역할도 역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아니란 뜻이다.

 

물론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 너무 힘들다면 딱히 그것을 함으로써 삶을 불행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대신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단순하고 쉽고 즉시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단지 그런 것들을 찾을 때 조심해야 할 점은 현재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그것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지루해서 뭔가를 하고 있다.

 

요즘 스마트폰의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다. 그것이 재미가 있기 보다는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고, 집에 있어도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그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순간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이유가 지루함일 수 있는 가능성은 높다. 아니, 그럴 수록 더욱 더 높다.

 

하루 종일 TV를 보는 사람도 그렇다. 사실 예전에 TV가 했던 일을 지금은 스마트폰이 하고 있을 뿐이다.

 

머리를 너무 장시간 자극적인 것에 노출시키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찾을 때는 가능하면 먹고 사는 일과는 반대의 것을 하는 것이 좋다. , 머리를 쓰는 일을 한다면 재미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고, 육체적인 일을 한다면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산책이나 가벼운 여행을 하는 것은 정말로 좋다. 적당히 몸도 쓰고 적당히 머리도 쓰니까 말이다.

 

물론 처음엔 어떤 변화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왔기에 하기 싫은 것을 해왔으며, 욕망에 사로 잡혀서 끝없는 감정 기복을 겪었으며, 심각한 책임감에 억눌려왔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변화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이 너무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되어서 변화된다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 달라진다.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이유들이 변하고, 삶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나 해야 할 것들이 아닌, 하고 싶은 것들로 채워질 것이다.

 

행복하지 않다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시간이다. 이런 변화는 최소 몇 년 단위로 일어난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부단히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다니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꽤나 힘든 과정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유일하게 해야 할 일이다. 정말로 행복하고 싶다면 말이다.

 

하기 싫은 일을 줄이고, 해야 할 일도 줄이고, 최대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하기 싫은 일조차도 하고 싶도록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을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삶은 무엇이든 선택 가능할 때 가장 행복해진다.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들이 늘어날 때, 설령 그것이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해도 삶은 점점 좁아지고 위험해질 수 밖에 없다.


만약에 죽음조차도 선택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행복한 삶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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