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

 

어떤 일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그리고 어떠한 오점 없이 해내는 사람, 아마도 이것이 완벽주의자라는 말의 정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완벽주의자가 되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능력적 조건으로 보인다. 일단 능력이 되질 않는데 뭔가를 완벽하게 하는 것은 시도부터 불가능하다. 즉, 그 능력이 남다르게 머리가 좋거나, 힘이 좋거나, 손재주가 좋거나, 감각이 좋거나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그것을 반드시 해내야 할 자신만의 이유가 필요해 보인다. 사실 대충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그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반대가 되는 완벽한 것은 스트레스를 받을 뿐더러 몹시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 그러니 스스로 힘든 길을 가는 이유에는 그만한 이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완벽을 추구하는 이유는 꽤나 다양한 편이라서 단순히 정의할 수만은 없다. 그나마 대충 정리해보면, 신경성 강박증, 자기증명 욕구, 성과에 따른 보상, 어떤 이유에 의한 집착, 반드시 해야 할 필수성, 세뇌, 믿음, 신념 등이 있을 것이다.

 

불을 끄기 위해서 출동하는 소방수나 스카이다이빙을 하려는 다이버가 자신이 쓸 장비의 안정성을 완벽하게 점검하려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필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의 소설을 쓰거나,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자신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사람들이라면 자기증명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경로를 통해 믿게 된 것을 지키려는 것은 세뇌, 믿음, 신념 등에 해당 될 것이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하지 못하면 불안함을 느끼는 일종의 강박증이나 집착이 될 수 있다. 돈이나 명예 그리고 권력과 같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 완벽해지고 하는 것은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조건은 바로 운이다. 즉, 아무리 완벽 하려고 노력했다고 해도 결국 운과 때가 맞지 못하면 실패하고 만다. 어떤 면에서 완벽한 결과는 운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타고난 능력, 자신만의 이유, 적절한 운이 잘 어우러지면 결국 어떤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돈이나 함께 할 사람 등과 같은 선택적 요소를 추가하면 아마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완벽하게 처리된 일들은 대충한 것들에 비해서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돈이든 명예이든 평판이든 품질이든 간에 말이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완벽함을 추구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대충 처리할까? 그리고 실제로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우보다는 대부분은 대충 하는 것을 더 선호할까?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아봄으로써 인간이 가진 본질적 한계 역시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일단 완벽주의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나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 기본적으로는 어떤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그렇지 못한 것보다 당연히 더 낫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하기 보다는 대충하고 말까?

 

이유는 단순하다. 완벽하게 하려면 많이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완벽 하려고 하면 할수록 실패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최고의 도자기를 굽고자 하는 도공은 당연히 일반 수준의 도자기를 굽는 도공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이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능력과 의지가 같아도 결국 운과 때가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대충 할 때는 운과 때가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여기저기 문제가 많아서 문제 하나가 추가적으로 더해지는 것은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치명적인 문제만 아니라면 대충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완벽하려면 아주 작은 실수도 그 어떤 상황보다도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든다. 뭔가를 대충하는 사람들은 원래 그런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사실 어떤 일을 대충하는 사람도 원래는 자신이 맡은 일을 아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욕구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욕구는 완벽하게 하는 동안 받아야 할 스트레스나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노력과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기 때문에 결국 쉽게 포기되고 만다.

 

즉, 어떤 것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자신의 손익 계산에 잘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완벽한 결과가 가진 가치가 다른 것들에 비해서 뒤떨어지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능력부족으로 인해서 노력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다른 뛰어난 존재들이 만들어 낸 결과에 비교해 한참 모자랄 수 밖에 없는 한계로 인해서 그럴 수 있다.

 

만약 모든 사람이 약간의 노력만으로 완벽한 결과를 낼 수 있다면,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완벽주의가 될 것이다. 즉, 기본적으로 그 누구도 자신이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떤 사람에게 완벽주의자 성향이 나타난다면 가장 첫 번째 이유가 그럴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완벽주의자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대충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는 것을 왜 저렇게 대충하고 마는지 도대체가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놓치고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은, 그 자신이 더 작은 노력으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타고난 면이 있다는 점이다.

 

즉, 공부를 아주 잘하는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혀를 차는 것과 같다. 하지만 정작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모르는 것은, 공부를 안하고 노는 아이들이 원래부터 공부를 안하려고 한 것은 아니란 점이다. 그들은 공부를 해도 안되니까 포기하게 된 것임을 모른다.

 

결국 단지 할 수가 없어서 못할 뿐이란 점을 평생 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만다. 왜냐하면 그 자신이 완벽하고자 하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어떤 사람이 완벽하고자 하는 성향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에 공통적으로 깔려있는 유일한 근본 원인은 동일하다.

 

그것은 바로 두려움이다. 강박증, 집착, 성과물에 대한 욕망, 자기증명 욕구, 그 모두 같은 이유이다.

  

즉, 사람들은 두렵기 때문에 완벽해지려고 한다. 그런데 왜 두려우면 완벽해지려고 하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두려움 그 자체가 불완전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불완전하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점점 더 불안함을 느낀다. 어쩔 수 없다. 불완전하다는 것은 뭔가 부족하다는 뜻이고, 이것은 결국 어떤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생존할 확률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즉, 완벽하다는 것은 그만큼 더욱 생존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며, 이것은 각자 내면에 존재하는 두려움의 크기를 줄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불완전하기에 두려움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완전해지고 싶은 것, 이것이 바로 모든 사람들이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가장 근원적이고 명백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자칭 완벽주의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은 완벽한 것의 가치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믿는다. 결코 그것이 두려움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아니, 알아도 부정한다.

 

하지만 이 믿음은 매우 단순한 한가지 사실로 인해 깨질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완벽하다는 말 자체가 가진 의미 때문에 그렇다.

 

완벽한 영화, 완벽한 소설, 완벽한 연기, 완벽한 그림, 완벽한 결과, 완벽한 승리, 완벽한 디자인, 완벽한 기능 등이 의미하는 완벽함이란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할까?

 

100M 달리기 세계 기록을 세운 어떤 육상선수의 질주를 완벽한 레이스라고 한다면, 도대체 그 완벽함은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겨우 그 옆에서 같이 뛴 다른 육상선수들을 기준으로 할 뿐이다. 만약 그 옆에 엄청나게 빨리 달리는 치타가 있었다면 이 선수의 완벽함은 금세 별 것 아닌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다른 모든 완벽한 것도 다 마찬가지다. 즉, 완벽하다는 것은 완벽히 상대적이다. 즉 어떤 것도 자기 혼자는 완벽할 수는 없다. 거기엔 반드시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한다. 도대체 홀로 있는 것이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러니 완벽하다는 말 자체는 그 시작부터 존재할 수 없는 허상이며 신기루이다.

 

완벽하다는 말은 여럿 중에서 홀로 삐죽 솟는 것을 의미한다. 남들과 다른 무엇인가가 바로 완벽함이란 말의 진정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다른 존재들과 달리 차원이 다른 어떤 상태가 되고 싶을까? 결국 이 이유도 마찬가지다. 두렵기 때문이다.

 

남다르다는 것은 대체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평범하다는 것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이것은 근본적인 두려움이다. 원래 자신의 자리가 언제든 뺏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두려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를 가지고 싶어한다. 이것이 바로 남다르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완벽해지려는 이유가 된다.

 

그런데 이것을 안다고 해서 뭔가 달라질 수 있을까? 있다.

 

완벽하려는 욕구가 두려움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면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완벽하려고 하는 것은 오직 한가지 해결 방법 밖에 없지만, 두려움을 줄이는 것에는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흔한 방법은 바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즉,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두려움은 줄어든다. 행복하다는 말 자체가 가진 의미도 그것이다. 두려움이 최소화 된 상태가 바로 최고로 행복해진 상태이다.

 

두 번째 해결책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좀 더 단단히 맺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훨씬 더 효과가 좋다. 회사에서 아주 열심히 일을 해서 완벽하게 일을 처리했지만 가족과의 관계가 틀어진 사람보다, 오히려 일은 좀 대충 하더라도 집에 빨리 가서 가족과 함께 좋은 관계를 맺는 사람이 훨씬 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세 번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것을 최대한 덜 두려워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효과가 좋지만, 그만큼이나 힘든 일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똑바로 바라보는 일은 정말로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두려움은 그 두려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알게 될 때 정말로 두려워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완벽해지려고 노력하기 보다 더 많은 다양한 경험을 쌓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원래 두려움은 경험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생 한 직장만 다닌 사람은 회사에서 잘리는 것이나 회사를 옮겨 새로운 조직에서 적응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두렵다고 느낀다. 하지만 직장을 여러 번 옮겨 본 사람은 이미 몇 번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생각보다 두렵지 않음을 알고 있다.

 

어떤 면에서 두려움에 대항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 바로 다양한 경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안 해봐서 두려운 것인 경우가 아주 많으니까 그렇다.

 

그것이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줄일 수만 있다면 아마도 좀 덜 완벽해지려고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그런 완벽주의자들의 집착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남게 하긴 하지만, 완벽주의자의 삶을 구원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완벽주의자의 삶은 불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과다한 스트레스 속에 오랫동안 노출되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틀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행복하게 살기가 힘들다.

 

그러니 만약 자신의 완벽주의적 성향으로 인해서 현재의 삶이 많이 흔들린다고 느낀다면,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내면에 오랫동안 존재해 온 두려움의 존재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이 무엇인가를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이유가 그 어떤 가치도, 의미도, 해야 할 이유도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그저 두렵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다.

 

그나마 어떤 완벽함을 추구할 때 스스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면 해볼만 하다. 최고의 사진을 얻기 위해서 전쟁터를 누비는 어느 종군 기자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완벽함이 집착이나 강박증이나 자기 증명욕구로 인해서 나타나고 있다면, 그것은 가능하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