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야기

트로이 전쟁

아이루다 2017. 6. 28. 07:55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또 다른 학문 영역이 있다. , 꼭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많다. 그런데 다른 것들은 그나마 잘 몰라도 대충 넘어갈 수 있지만, 이것은 꼭 알아야 한다.

 

바로 '지리' 이다.

 

인간의 역사는 유랑의 기록이며, 더 넓은 땅을 서로 가지려고 싸운 기록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땅은 땅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생존이며 번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은 물 속에서 살 수 없기 때문에 그렇고, 땅은 먹을 것을 주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니 지리는 인간의 역사와 늘 함께 한다. 그래서 어떤 일의 제대로 된 배경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 일이 일어난 지역의 지형적 특징을 함께 알아야 한다.

 

트로이 전쟁에 관련된 역사적 사건도 그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트로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역사적 사건과 조금 다른 시점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한 위대한 시인이 트로이에서 일어난 전쟁을 너무도 멋지게 각색하여 대서사시로 남겨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나관중이 쓴 삼국지와 같다.

 

너무도 그럴 싸 하게 써서 진짜로 사실 같지만, 진실은 아닌 그런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 , 오 삼국에서 일어난 진짜 이야기보다 삼국지연의에서 나오는 어느 정도는 왜곡된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트로이에 관한 것도 그렇다.

 

그래서 트로이는 역사적 사실로써, 또 하나는 대서사시 '일리아드' 속의 이야기로써 서로 다르게 다뤄져야 한다. 그런데 역사적 사실은 매우 단순하며, 제대로 알기도 힘들다.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너무 오래 전 이야기이고, 진짜로 트로이 전쟁이 있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로이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일리아드 속에 나오는 영웅들의 이야기로 채워질 듯 하다. 사실 이것이 더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먼저 지금까지 학계에서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는 학설을 보자. 이것을 학설이라고 하는 이유는, 진짜로 증명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충 그럴 것 같다는 정도이다.

 

트로이 전쟁은 에게 해를 사이에 두고 좌측에 있는 아카이아(그리스) 연맹과 우측에 있는 트로이 혹은 일리온이란 이름을 가진 도시 국가가 벌인 전투이다. 그리고 그 전쟁이 일어난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다.

 

일단 해당 지역의 지형을 알아보자.

 

 

위의 지도를 보면, 다르다넬스 해협이라는 지명이 보인다. 이 해협은 지중해에서 흑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아주 좁은 해협인데, 가장 좁은 지역이 2km 도 안될 정도로 좁다. 현대 기술로 보면, 다리를 놔도 충분할 듯 한데, 구글 맵으로 확인해보니, 다리가 안 보인다.

 

아무튼 이 좁은 협곡은 흑해로 들어가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데, 너무 물살이 거세어서 당시 항해술로는 도저히 통과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트로이로 알려진 일리온이란 도시 국가가 이 지역 부근에 자리를 잡은 후에, 통행세를 받아 먹거나 혹은 거친 물살을 피해 육로로 이동하던 상인에게 도둑질을 하곤 했나 보다.

 

하지만 이것은 기록으로 정확히 남아 있는 역사가 아니라 추측일 뿐이다. 아무튼 그래서 그들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펠레폰네소스 반도에 자리 잡고 있던 그리스 연합군이 BC 1200년도 경에 다수의 배를 타고 에게 해를 거쳐서 트로이가 있던 지역으로 침략을 한 전쟁이 바로 트로이 전쟁이다.

 

 

, 과도한 통행세나 혹은 도둑질을 당한 일로 인해서 일어난 전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실 별 것 없다. 이 전쟁이 유명해진 진짜 이유는, 오히려 일리아드 때문이다.

 

그래서 일라아드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주 대단하다. 이제부터는 그것을 알아보자.

 

대서사시 일리아드에 나오는 이야기의 배경에서 트로이의 위치나 기타 정보들은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아주 중요한 존재들이 참여하고 있다. 바로 그리스의 신들이다.

 

트로이 전쟁의 시작은 세 명의 여신의 어이없는 다툼이다.

 

제우스 아내였던 헤라, 지혜의 여신이었던 아테나, 미의 여신이었던 아프로디테, 이 세 명의 여신이 황금 사과를 누가 가질 것인가를 두고 싸움이 난다. 그리고 이 싸움이 일어나게 만든 존재는 또 다른 여신인 에레스였는데, 그녀는 불화의 여신 알려져 있다. 과연 이름값을 했다.

 


아무튼 이 세 명의 여신은 서로 황금 사과를 가지려고 다투다가 답이 안 나오니 그 결정을 인간에게 맡기기로 합의한다. 그런데 그 인간이 바로 문제아인 트로이의 파리스이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기도 한 인물이다.

 

그리고 여신들은 자신이 황금 사과를 차지하기 위해서 각자 파리스에게 무엇인가를 약속한다. 헤라는 권력을, 아테나는 지혜를,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운 여인을 약속한다.

 

한 왕국의 왕자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원래 여자를 밝히는 인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파리스는 아름다운 여자에 혹해서 결국 아프로디테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아프로디테는 약속대로 아름다운 여자를 그와 맺어준다. 여기까지는 뭐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하필이면 아프로디테가 소개시켜 준 그 여자가 스파르타의 왕인 메넬라오스의 아내라는 점이었다. , 여신은 왕의 부인인 유부녀를 파리스에게 소개시켜 준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이 바로 헬레네이다.

 

그래서 파리스와 헬레네, 이 둘이 트로이 전쟁의 발화점이다.


<영화, 트로이 중 한 장면. 파리스와 헬레네의 좋았던 시절. 두 사람  사이에 헥토르가 보인다>

 

사실 이때쯤에서 그만뒀어야 할 것이다. 하기야 그랬으면 일리아드 라는 대서사시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자세한 과정은 잘 모르지만, 파리스와 헬레네는 눈이 맞아서 함께 트로이 왕국으로 도망을 치게 된다.

 

원래 남자는 자기 여자를 뺐기는 것을 단순한 여자 문제로 보지 않는다. 순한 초식동물 수컷들도 짝짓기시절이 되면, 암컷과 맺어지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인간 역시도 그리 다르지 않다. 자신의 여자를 뺏긴다는 것은 생존에 관한 문제가 된다. 그로 인해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게 되는 것이다.

 

더해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더욱 더 크게 분노하게 된다. 그런데 그 남자가 한 나라의 왕이라면? 이것은 뭐 말할 것도 없다. 개인간의 주먹다짐 수준을 벗어나 전쟁으로 번지게 된다.

 

그래서 트로이 10년 전쟁이 시작이 되고 만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자 그리스 신들도 각자 자신의 입장에 따라서 양 진영의 편을 드는데, 그리스 편을 든 신들은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헤파이스토스, 테티스 이고, 트로이의 편을 든 신은 아프로디테, 아레스, 아폴론, 아르테미스, 헤르메스이다.

 

이 신들 중에서 이름이 생소하긴 하지만 테티스라는 이름을 가진 여신을 유심히 봐야 하는데, 그녀가 바로 트로이 전쟁 최고의 영웅, '아킬레우스' 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위대한 영웅은 10년 전쟁 동안 수 많은 이야기를 남긴다.

 

<영화, 트로이 중 한 장면. 아킬레우스가 전장 속에서 칼을 높게 든다>

참고로 아킬레우스는 인간이지만, 신과 비슷한 수준의 신체를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여신의 아들이었던 그는 태어나자 마자 신비한 스틱스 강에 몸을 담가서 그렇다고 한다. 이 강에 몸을 담그면 온 몸이 강철과 같이 변해서 창으로도 뚫을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몸을 담그기 위해서는 아기를 거꾸로 들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인간의 발목 뒤쪽을 잡을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그 부위는 물에 닿지 않게 된다. 그래서 결국 아킬레우스는 발 뒤꿈치 쪽은 신체 중에서 유일하게 상처를 입을 수 있는 부위가 되고 만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아킬레스 건' 이라고 부르는 근육 부분이다. 이 근육이 손상입게 되면, 사람은 걸을 수 없다.

 

아무튼 분노로 인해 전쟁을 마음 먹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자신의 친형인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과 함께 수 많은 영웅들과 병사들을 이끌고 트로이로 향한다. 이때 약 10만명의 병사가 동원되었다고 하는데, 고대의 전투치고는 대단한 규모이다. 사실 그래서 오히려 신빙성이 떨어진다. 10만 명이 먹을 식량을 10년간 보급하는 것이 과연 가능했을까? 아마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전쟁이 끝나기까지 10년이나 걸린 이유는 트로이에도 아킬레우스에 뒤쳐지지 않는 영웅이 한 명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바로 파리스 왕자의 형, 영웅 헥토르이다그는 철없는 동생인 파리스와 달리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고,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며, 명예를 알고 인간의 가치를 추종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그의 사촌이자 또 다른 영웅이었던 아이네이아스도 있었다. 그는 아프로디테의 아들이기도 했다.

 

아무튼 이 양쪽 진영의 대표적 영웅인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는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되는데, 이 둘의 겉으로 드러나는 영웅적 모습은 비슷할지라도 그 내면을 구성하는 특징은 완전히 반대의 모습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킬레우스는 원래 겁이 없는 사람이었다. 자유롭고, 감정적이며, 적 앞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 영웅이었다. 반대로 헥토르는 절제력이 강했고, 이성적이었으며,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물러나지 않아야 할 곳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 용기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아킬레우스에 비해서 헥토르가 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인물로 평가될 수 있다. 두려움을 알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용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의 수레바퀴는 이 두 영웅의 대결로 굴러가기 시작한다. ,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는 결국 일대 일 대결을 벌이게 되고, 최종적으로 아킬레우스의 승리로 끝이 난다.

 

<영화, 트로이 중 한 장면. 아킬레우스에 의한 헥토르의 최후>

 

사실 이 이야기들을 소설로써 본다면, 이 장면이 트로이 전쟁의 가장 클라이맥스였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로이는 버틴다. 거대한 성벽이 그들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 연합군은 꾀를 낸다. 그리고 거대한 나무로 만든 말 상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말 상이 다 완성되자, 그들은 해안가에 그것을 놔둔 채, 배를 타고 철수한다.

 

이 말이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 이다.

 

이 말 내부에서는 특수 부대, 즉 트로이 성 안에 들어가서 성문을 열 용맹한 전사들이 타고 있었는데, 결국 그들의 의도대로 흘러간다.

 

트로이의 사람들은 그리스 인들이 거대한 나무 말 상을 남기고 떠나자, 승리를 했다고 좋아하면서 목상을 성 내로 끌어 들이는 우를 범하게 된다.

 

<영화, 트로이 중 한 장면. 자신들의 최후임을 모르는 트로이인들의 환호>

 

그리고 밤이 되자, 그 말 뱃속에서 나온 이들이 성문을 열고, 떠난 듯 하다가 다시 되돌아 온 그리스 군에 의해서 결국 트로이는 멸망하게 된다.

 

이렇게 10년 간의 전쟁이 끝나게 된다.

 

트로이 전쟁은, 특히 일리아드 속 트로이 전쟁은 당시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으며,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기록이다.

 

하지만 BC 1200년경에 일어난 전쟁을 400년 정도가 지난 이후 기록한, 그것도 구전으로 전해 온 내용들을 각색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신빙성을 보장받긴 힘들다. 다만 이미 말했듯이, 최고의 영웅으로 표현되는 두 사람, 즉 아킬레우스의 자유와 헥토르의 헌신을 통해서 당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자 했는지 정도를 유추해볼 수는 있다.

 

그리고 이 두 영웅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도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인간이었고, 현대인들도 역시 인간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이렇듯 결국 인간의 기록이다.

 


'역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펠로폰네소스 전쟁  (0) 2017.07.05
페르시아 전쟁  (0) 2017.07.03
민주주의의 태동  (0) 2017.07.01
그리스 문명의 시작  (0) 2017.06.26
역사에 대한 흥미  (0) 2017.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