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넘어, 나를 찾다

1. 서른을 넘어, 나를 찾다.

아이루다 2017. 5. 28. 06:05

 

 

몇 달 전부터 독서 모임을 나가고 있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우연히도 그 모임엔 저를 제외한 모든 분들이 여성분들로 채워져 있네요.

 

전체적으로 나이는 30대 중반부터 40대 초 중반까지 그리고 60을 넘은 몇 분은 손주를 본 분도 계셨어요.

 

일단 독서모임이라서 매주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서로 그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어떤 패턴이 있습니다.

 

다를 책을 빗대어 이야기 하지만, 다들 자신들이 사는 이야기를 합니다. 아니, 살아온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느끼고 있는 문제를 이야기 합니다.

 

해답을 찾은 것에 대해서 말하기도 하고, 해답을 찾기 힘들어서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것들은 처음부터 해답이 없음을 알고도 그냥 풀어 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두 공통적으로 말합니다.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자신은 위로받고 있다고 말입니다.

 


무엇이 그분들에게 문제를 만들고, 무엇이 그분들을 위로하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독서 모임에 나가는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작년부터 일이 줄면서 남는 시간이 감당이 안돼서 그렇죠. 너무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삶의 활력을 얻고자 나갑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분들과 조금 입장이 다릅니다.

 

또한 하는 이야기도 다릅니다. 저의 이야기에는 현재형은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모두 과거를 이야기합니다그리고 저에 대한 이야기도 잘 하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사람들의 위로를 기대하지도 않고, 그다지 공감도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저의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이 어울리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나름대로 어울리긴 합니다. 그래서 저의 이야기는 마치 파스타를 먹고 속이 느끼해서 먹는 잘 익은 김치와 같습니다. 그 둘은 출신은 다르지만, 어쩐지 어울립니다.

 

하지만 문제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어떤 거리감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거리감의 원인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거리감을 명확하게 설명하긴 힘듭니다. 억지라도 그것을 설명하자면, 삶을 보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습니다.

 

독서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분들은 본인이 스스로 잘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모두들 자신을 찾기 위해서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미 내려오려고 애쓰는 중이네요. 이것이 아마도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원인이 될 것입니다.

 

사실 내려가려는 입장에서 보면 올라오려고 하는 분들이 이해가 가면서도 그 불필요하고 허무한 과정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심지어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분들이 찾으려고 하는 그 '자신'은 사실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러다 보니 이것을 설명해주고 이해시키고 싶다는 욕구를 느낍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결국 스스로 깨우쳐야 하기 때문이죠. 만약 다른 누군가로부터 그것을 배우게 되면, 그것은 절망이 될 수 있어요.

  

그럼에도 머리 속에 끝없이 많은 생각들이 스쳐갑니다. 괜찮은 것도 있고 착각인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것들은 아마도 영원히 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좀 아깝습니다. 그래서 생각이 나고 시간이 있을 때 그것을 정리해 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이 글들은 서른이 넘어 자신을 찾기 위한그리고 깊이 숨겨진 상처를 다시 돌보는 분들을 위한 작은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이 글들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밝고 환했던 젊은 시절을 뒤로 한 채, 이젠 한 명의 아내로써, 남편으로써, 아이의 엄마로써, 아빠로써 살아가야 하는 모든 분들이 자신의 삶을 재정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종의 매뉴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들은 따뜻한 위로가 되지 못하겠지만, 약간의 온기는 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들이 행복하고 싶은 모든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그리고 저를 위해서 말입니다.

 

 

 


'서른을 넘어, 나를 찾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남을 미워하는 나  (0) 2017.06.01
5. 확대 해석  (0) 2017.05.31
4. 상처와 덧남  (0) 2017.05.30
3. 당신의 진짜 이야기  (0) 2017.05.29
2. 당신의 이야기  (0) 2017.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