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씨의 인문학개론

마지막, 강의 후기

아이루다 2017. 3. 4. 09:06

 


이제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이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때로부터요.

 

처음엔 그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쓰고 싶은지,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도 전혀 모른 채, 매일 생각이 떠오르는 것들, 비판적인 것들, 뭔가 잘 이해가 안 되는 것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분석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기록을 했어요.

 

단일 주제들이나 혹은 복잡하게 얽힌 심리적 문제들, 사회 문제삶의 구조적 문제 등등 수 많은 주제들을 아무런 연관이 없이 다뤘죠.

 

그러다 보니 이 블로그에 쓰여진 글들은 다뤄지는 내용도 다양했고개수도 참 많아요. 그래서 읽기에 길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죠.

 

좀 더 쉽게 쓰고 싶으나, 능력 부족으로 인해서 글이 건조하고 길어지더라고요.

 

그럼에도 도움은 되었어요. 적어도 저한테는.

 

그리고 어느 날 생각해 보니, 제가 쓴 모든 글은 그 누구도 아닌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란 것을 깨달았죠.

 

그전까지 저는 분석자의 입장이었어요. ,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 삼자의 입장에서 그것을 지켜보고, 이해하고설명하고, 비판하는 입장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어느 날 생각해보니, 저는 제 삼자가 아니라 그들 중 하나였죠. 그것도 아주 전형적인.

 

그래서 결국 저는 자기 분석, 자기 비판,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더 떠올랐죠.

 

그것은 바로 '우리는 모두 그렇다' 라는 것이죠. 저뿐만이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사람도 그리고 내가 모르는 모든 사람도,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았었던 사람들도, 살아갈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란 생각이죠.

 

그러면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럴까?' 라는 질문이 생겨나요.

 

그 후로 한 동안 그것에 대해서도 많은 글을 썼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어떤 목적이 생겨나고, 지향점이 생겼어요. , 결론으로 도달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죠.

 

그래서 이 모든 글을 정리할 필요가 있음을 머리 속에 떠올렸죠. 그런데 잘 실천이 안되더라고요. 이 많은 내용을 짧게 함축시키는 글을 쓰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언젠가 우연히 저에게 어디에서가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도대체 어떻게 그 강의를 채울 것인가를 생각해봤어요. 하도 심심하니까 그런 생각도 들었던 것이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나온 글이 바로 이번에 쓴  '빙고씨의 인문학강의' 에요.

 


이 강의는 지난 5년간 글의 정리이며, 천 개가 넘는 글들의 나름대로 압축한 결과에요.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고 사는지 설명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정리이기도 해요. , 그럼에도 여전히 길고, 여전히 읽기가 쉽지 않겠지만요.

 

, 별 상관없어요. 결국 냉정히 판단해보면, 이 글 역시도 저를 위한 것이니까요. 물론 누군가 잘 읽어주고 칭찬을 해주면 저의 자아가 매우 기뻐하긴 할 것이에요.

 

그리고 이 글을 통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결론은 더 이상 이런 종류의 글을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에요. 물론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모두 다르기에 이것이 끝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더 이상 이 블로그를 채웠던 글들과 연관된 내용들을 다루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그래서 아마도 이후 블로그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은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기존의 글들과는 뭔가 좀 차이가 있을 것이에요.

 

이제는 사람에 대한 분석이나 비판보다는 그저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최대한 채울 생각이에요. 아마도 그것은 바로 저의 행복에 관한 내용들이겠죠.

 

물론 그 역시도 저의 자아가 시키는 일이긴 한데, 그래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긴 하지만, 사실 제가 가진 한계는 인정해야죠. 그리고 적당히 타협을 하긴 해야죠.

 

마지막으로 한달 넘게 저의 대리인으로써 블로그에 좋은 내용의 글을 남겨주신 '고양이 빙고' 씨에게 감사를 드리며 후기를 마칠게요.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빙고씨가 전해달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