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인간의 계산 능력

아이루다 2014. 11. 10. 07:58

 
인간은 일반적으로 다른 인간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혹시 만약에 이 세상을 등지고 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상상을 한다면, 무엇이 가장 힘들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외로움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나 '나는 전설이다' 등의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배구공에 얼굴을 그려 놓거나 혹은 키우는 개를 통해 이 외로움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장면을 연기 했었다.
 
하지만 인간이 혼자 산다는 것은 단지 이런 감상적인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혼자 일 때보다 사회에 소속되어 살 때 훨씬 쉽게 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산 속에 들어가 혼자 사는 사람일지라도 아주 가끔은 세상으로 나와서 먹거리나 기타 필요한 것들과 자신이 팔 수 있는 것을 교환해야 한다. 즉, 우리는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물건을 돈을 받고 팔거나 사는 명시적인 교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가 사는 모습을 잘 살펴보면, 우리는 암시적으로 들어나지 않게 수 많은 교류를 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것은 숨겨져 있기 때문에 우린 이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또한 우리는 이것을 계산하면서도 그것을 이득을 위한 계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 땐 정말로 순순한 의미에서 그것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에게 줄 생일 선물을 살 때, 우린 순수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람이 선물 받으면 가장 좋아할 가치가 있는 것을 고르려고 애쓴다. 이것은 부부 사이나, 부모와 자식 사이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가 만약 어떤 선물을 한다면 우리가 가장 우선시 여기는 것은 바로 받는 사람의 만족도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 만족도를 그리고 중요하게 여길까?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선물을 받은 사람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들 마음 속에 숨겨진 진심은 바로, 자신이 돈이나 기타 다른 자원을 소비해서 준비한 선물에 대해 상대가 가장 극대화된 가치를 느끼길 바라는 심정에서 그렇다.

 

생일 선물 고르는 취향 중 최악은 받을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우린 이것이 순수한 의도라고 믿는다. 상대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상대를 기분 좋게 해줌으로써 상대가 자신을 좀 더 나은 존재라고 평가해주길 바라고 있다. 즉, 우리는 아는 이들에게 선물을 사줌으로써 그에게 추가적인 호감을 얻고, 그로 인해서 자신의 가치가 높아진 것에 대해서 스스로도 만족한다. 그래서 이 세상엔 그리 많은 선물을 오고 간다.
 
또한 이것은 그 순간의 만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우리 자신이 선물을 받아야 할 때 상대 역시도 똑같은 심정으로 선물을 고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정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가치 기대가 된다.
 
실제로 선물을 주고 받을 때 이런 과정이 늘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이것을 명시적으로 계산하지는 못한다. 아니, 우리 자신이 이런 주고 받음에 대한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 선물을 하지 않는다. 설령 그 사람이 그 선물을 받고 매우 좋아할 것이 뻔한 상태라고 해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은 나중에 나에게 어떤 이득을 줄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물론 더 전략적으로 선물을 계속 반복해서 하여 호감을 높이는 방법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관계가 아닌, 사업적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런 이유로 인해서 우리는 보통 모르는 사람에게 선물을 받게 되면 매우 부담스러워 한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미래에 다시 선물을 되돌려 받을 생각이 아니라면 도대체 그 선물에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심지어는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처럼 진심으로 선물을 주는 행복을 추구한다면, 누구나에게 아무런 기대 없이 선물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길이 없다고 해도 그냥 돈만 줘도 많은 이들이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득과는 먼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끝없이 계산을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수학 공식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우린 처음부터 우리의 진심을 스스로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정답이 나올 수 없다. 이 계산법은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시기에 따라, 자신의 현재 형편에 따라 모두 다르게 계산이 된다. 그것도 주고 받는 양쪽 모두 입장까지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돼지 저금통을 깬 아이가 사온 만 원짜리 선물과 월 수입이 1억이 넘는 이가 준 10만원짜리 상품권의 의미는 단지 돈의 액수만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물론 객관적으로 우리는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선호 할 것이다. 하지만 선물을 받을 때 반드시 그렇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의 계산법은 이렇듯 관계와 상황에 따라 매우 복잡하게 얽힌다.
 
그래서 사람들마다 이 계산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 능력은 지능이나 신체 조건과 같이 타고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특별한 훈련에 의해서 얻어질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정말로 잘하는 사람들은 보통 타고난 사람들이다.
 
사람간의 관계를 조절하는 능력은 매우 미세한 두뇌 할동이다. 사람의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눈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정밀하고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우리는 보통 이것을 잘 못하기에 대부분의 계산을 얼버무리다시피 한다.
 
그렇지만 이런 계산 능력의 특징과 다르게 우리는 누구나 계산 능력을 가지고 싶어하며, 자신이 꽤나 이것을 잘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 증거는 바로 우리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인맥을 맺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이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손해 보다는 이득을 더 얻을 것이라고 믿기에 관계를 넓힌다.
 
그런데 만약 사람을 사귀면 사귈수록 손해만 더 보는 듯 느껴진다면 누가 사람을 사귀려고 하겠는가? 이런 사람들은 보통 산으로 들어가 혼자 살려고 한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사람을 만날 때마다 손해보고 힘들고 갈등만 생긴다면 도대체 누가 관계를 맺고 싶어 하겠는가?
 
또한 어떤 사람들은 이런 관계 맺기를 잘 못하거나,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아하기 때문에 세상에 벽을 친다. 그리고는 자신과 같은 성향의 몇몇의 사람들과의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시키면서 세상을 산다.
 
그렇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꽤나 자신만만하다. 누구를 만나도 손해를 보지 않고 이득을 볼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는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계산을 한다. 밥을 한 번 사면, 상대도 언제 밥을 사는지 계산한다. 기억해보니 10번 샀는데 상대가 5번 샀다면, 이 친구는 경계를 해야 할 대상이며 감점이 된다.
 
하지만 5번임에도 불구하고 먹었던 가격이 비쌌거나 자신이 아주 만족스러웠다면 점수가 다시 복구된다. 이 원리에서 계산법에 대한 유용한 힌트가 나온다.
 
우리는 단지 돈의 액수나 횟수만을 가지고 손해와 이득을 평가하지 않는다. 실제로 최종 계산은 얼마나 행복했느냐를 따진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계산을 하는 진정한 이유가 바로 이득을 얻고, 그것을 통해 행복하고 싶어서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분명히 늘 금전적 손해를 보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연인 사이에 흔히 있는 일이다. 행복하기 때문에 관계에서 일어난 손해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우엔 보통 주변에서 난리가 난다. 왜 그렇게 손해 보는 관계를 유지하냐고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조언해주는 사람의 말도 잘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 돈을 쓰고 충분히 행복하다면 왜 그것을 말리는 것일까? 어차피 우리 관계란 것은 모두 이것과 다를 바 없는데 말이다. 이런 경우엔 그냥 단지 그 무게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운 것 뿐이다. 그럼에도 얻는 행복으로 충분히 상쇄가 된다면 이런 관계라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말린다. 왜냐하면 원래 그 사람이 그렇게 쓰고 있는 돈의 일부를 연인에게가 아닌 그 자신에게 썼으면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바로 지금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자신과 관계가 계속 유지되기에 언젠가 그 사람이 덜 쓴 돈이 자신에게 이득으로 올 수 있다는 점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를 생각해서 헤어지라고 조언하지만, 실제로 이것은 일종의 거짓말이다. 우리는 우리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쓰든 별로 관심이 없다. 있다고 해도 그것은 그냥 매우 일반적인 수준의 관심이다. 다른 이의 최신형 스마트 폰의 액정이 깨지는 장면을 봤을 때 느낄 수 있는 정도의 감정인 것이다. 이것은 안타까움과 아까움을 느끼지만, 거기서 끝이다.
 
아무튼 우리는 만족도나 그 내용에 충분히 만족 했다면 그것을 위해 들어간 돈을 포함한 시간과 노력 등의 총량만을 고려해서 판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가 정말로 좋아하는 음식 종류의 맛 집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밥을 한 번 살 때 다른 이들보다 훨씬 큰 이득을 얻는다.
 
반대로 아무리 비싼 돈을 들여서 간 식당이라고 해도 영 맛이 없었다면, 이때 이 밥을 산 사람은 돈은 많이 썼지만 결국 사용한 돈의 성과는 거의 없었던 것이 되어 버린다. 이때 보통 돈을 낼 사람은 크게 화를 낸다.
 
이것은 정보력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사과 한 조각과 배부른 사람에 사과 한 조각은 단순한 차이가 아니다. 목마른 자에게 물과 이미 충분히 물을 마신 자에게 물 역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상대가 현재 원하는 것을 정확히 계산해 내어 그것을 적재적소에 제공할 수 있을 때 상대로부터 큰 점수를 딸 수 있다.
 
그 중에서 밥과 같은 것은 쉽다. 맛있으면 된다. 그리고 우린 하루 세끼를 먹기에 대충 때가 되면 배가 고파서, 식사 시간에 맞춰 밥을 사게 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닌 경우엔 힘들다. 1년에 한 번 오는 생일에 대한 선물을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센스 있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선물을 받은 당사자는 그 어떤 다른 선물보다 그 선물을 고마워하게 된다. 이때 그 선물을 가져온 사람은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무척 힘들기에 보통 사람들은 돈으로 해결한다. 즉, 보통은 비싼 선물이 가장 큰 효과를 낸다.
 
가장 똑똑한 계산 능력자는 자신이 가진 것이 아닌, 서로 모르는 관계를 연결시켜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말 그대로 손도 안대고 코를 푼다. 뛰어난 의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 병원에 가야 하는 친구를 소개시켜 주는 경우이다. 그리고 이런 능력에는 반드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지인들이 필요하며, 그를 위해서는 보통 그 자신도 그런 사람 중 하나여야 한다.
 
똑똑하고 공부를 잘한 사람들이 가진 진정한 능력은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른다. 이들은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다른 이들에게 돈이 전혀 안 드는 선물을 준다. 아들의 심장병 수술을 해야 할 사람에게 국내 심장병 수술 최고 권위자와의 인맥은 정말로 계산될 수 없는 선물이다.
 
만약 중동의 왕자와 아는 사이라든가, 세계 굴지의 기업의 후계자와의 인연이라든가 하는 이런 인맥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 재벌들이 후계자들을 미국에 보내 유학시키는 것은 그들이 공부를 잘하길 바래서 그런 것이 아니다. 가서 뛰어난 인맥을 만들어 오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현상은 이젠 어린이 집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래서 명문 어린이 집, 명문 유치원, 초등학교, 사립 중학교, 사립 고등학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대학교부터는 거의 완성이 된다.
 
아무튼 인간에게 있어서 계산 능력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이것은 실제로 뛰어난 두뇌나 운동 능력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 능력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소위 말하는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로써 작동한다.
 
물론 성공과 실패에는 개인의 지능적, 신체적 능력도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소수만이 가능하면 더해서 성공한다고 해도 한계점이 있다. 하지만 그리 뛰어난 능력을 타고나지 않아도 계산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그런 사람들 못지않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 그리고는 서로 모자란 계산 능력으로 최선을 다해 도토리 키 재기 하듯 경쟁을 한다. 그리고 작은 이득을 얻었을 때 행복해 하고, 이득을 얻을 가능성을 느꼈을 때도 행복해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계산에 서투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한 우리는 자신이 그럴 수 있는 사람을 골라서 관계를 한정 짓기도 한다. 늘 손해만 보는 상대를 왜 만나려고 하겠는가? 그리고 늘 이득만 보는 상대를 왜 안 만나려고 하겠는가? 이것은 서로 상충이 되기 때문에 결국 관계가 단절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만 소수의 뛰어난 계산 능력자들은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이득을 얻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보통 사람들인 우리는 그것을 잘 알지 못하기에 그들을 부러워하거나 질투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사는 것이 인간적인 삶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인간적이란 말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우리는 모르고 있다. 인간은 원래 늘 이득을 추구하는 존재인데 말이다.
 
냉정히 말해서 우리가 인간적인 삶이라고 믿으면서, 현재의 자신에 만족하면서 살 수 이유는 바로 그 정도 수준의 능력을 가졌고, 그 정도로만 세상을 볼 수 있고, 자신이 아는 사람들은 그 정도 수준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해서 본능적으로 타고난 자기 합리화 능력과 최소한으로 생각에 투자하는 시간 등등이다.

 

물론 이렇게 사는 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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