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이야기

별사진 위한 몇 가지 목표

아이루다 2014. 7. 7. 08:00

 

별 보기 취미,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별 사진 찍기 취미를 하기로 마음 먹은 지가 벌써 5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이 취미는 변덕스러운 하늘처럼 때론 마구 불타오르다가 어떤 땐 사그라져서 재처럼 변하기도 하면서 지난 시간을 보냈다.

 

물론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는 수십 년을 해 온 고수 분들도 즐비하다. 그러니 나는 아직도 초보 수준이다. 거기에다가 게으르고 머리의 지적 능력이 부족하여 이 분야의 그 많은 정보들을 모두 이해하기가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 이 취미는 너무도 많은 분야의 전문 지식을 요구한다.

 

일단 광학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 렌즈의 재질, 구성 제조 방식 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간다. 그리고 천문학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는 알아야 한다.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별의 움직임과 추적 등에 대한 개념을 잡을 수 있으며 스타 호핑법과 같은 노하우를 이해할 수 있다.

 

이것에 더해서 전자적인 지식도 요구된다. 그것은 촬영 장비가 전자 장비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컴퓨터도 다뤄야 하기에 컴퓨터에 대한 상식도 필요하다. (그나마 나는 이것은 좀 잘한다) 추가로 포토샵과 같은 그래픽 툴에 대한 지식 역시도 꽤나 깊은 수준의 이해가 필요하다.

 

사진을 찍으려면 플랫, 바이어스, 다크 등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전자적 지식과 카메라에 대한 이해와 이미지 프로세싱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요구한다. 무엇 하나 그리 만만하게 없다.

 

이것뿐이 아니다. 기계적 장비를 다뤄야 하기에 기계적 이해도 많이 필요하다. 전기 모터나 그 모터가 가진 문제, 즉 백 래쉬와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서 실제로 자신만 필요한 어떤 부품을 제작하기도 해야 하는데 그를 위해서는 선반 가공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추가로 국내 제품이 가격이 너무 비싼 탓에 외국에서 직수입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주문, 통관 절차에 대한 간단한 지식도 요구된다. 거기다가 그들과 의사를 교환하려면 간단한 영문 메일 정도는 작성할 줄 알아야 한다.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용어들과 밤 하늘을 찍어야 하기에 밤에만 할 수 있는 취미라는 점과 사람이 많은 곳을 벗어나야만 좋은 하늘이 있기에 멀리 떠나야 한다는 점 등등 어떤 의미에서 가장 최악의 난이도를 가진 취미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런지 이 분야에 오래 활동하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느 정도 되면 경제적으로도 나름 여유가 있는 분들이 된다. 물론 열정 하나로 모든 것을 이겨내는 분들도 있는데 가끔은 그리 열심히 활동하던 분들이 몇 년 만에 사그라지는 모습을 보는 일도 있다. 이해는 간다.

 

나 역시도 많은 활동은 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하고픈 일이 많긴 한데 조금씩 처음 느꼈던 강한 끌림은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뭐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젠 조금은 객관적으로 이 상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고민 중이다.

 

아마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현재의 장비를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라고 본다. 물론 현재 장비가 아주 나쁜 것은 아닌, 어떤 이들에게는 정말로 갖고 싶은 장비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장비 수준이 중하위 가격대와 성능을 가진 것이라서 요즘 들어서 한계가 많이 느껴진다.

 

제일 첫 번째 바꾸고 싶은 것은 바로 가대이다. 현재 사용 중인 EQ6 는 처음 입문용으로는 좋으나 한계가 좀 많다. 그래서 좀 더 정밀하고 제대로 만들어진 가대라 필요하다. 가대는 원래 지구 자전에 따른 추적 용도로 쓰기에 정말로 정밀도가 중요하다. 사진의 질이 거의 가대의 능력으로 가늠되는 경우도 많다.

 

중 고급 수준의 가대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나름 종류가 있고 요즘 한참 조사 중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사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5년 목표이다.

 

망원경도 바꿔야 한다. 지금은 90mm 굴절 망원경을 사용 중인데 이 자체도 바꿔야 하고 이후 주력 망원경은 반사 망원경을 쓸 생각이다. 적어도 12인치 이상. 이것은 가대가 지탱해주는 무게와도 관련이 있는데 그래서 가대는 최소 30kg 이상의 무게를 지탱해줘야 한다.

 

12인치면 현재 망원경보다 최소 9배 이상 집광력이 강하다. 쉽게 말하면 현재 망원경으로 10분을 노출해야 나올 사진이 1분 남짓만 해도 나온다는 뜻이다. 대신 부피가 커서 버겁다. 그리고 12인치 정도의 망원경이라면 최소 300만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 중이다.

 

그리고 가이드 망원경과 가이드 카메라 역시도 모두 교체해야 한다. 현재 시스템은 너무 싼 것으로 구성되어 있고 감도도 약하다. 그나마 이것들은 가격이 싸서 100만원 정도면 처리 가능할 것이다.

 

추가로 굴절 망원경도 하나 더 구입할 생각이다. 현재 쓰고 있는 90mm가 그리 나쁜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어서 해결을 못하고 있다. 중고로 팔든 아니면 누군가에게 주든 그거야 나중에 결정할 일이고 아무튼 나는 이보다는 좀 더 기계적으로나 광학적으로 안정적인 제품을 구할 생각이다. 이 역시도 300만원 이상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촬영용 카메라도 하나 더 구할 생각이다. 아마도 현재 내 장비 중 그나마 중급 이상이 되는 것이 바로 카메라인데 현재 카메라는 모노여서 성운을 촬영하는 데는 좋으나 은하나 성단을 찍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원샷 컬러가 되는 컬러 카메라를 구해야겠다. 이것의 가격도 300만원 수준이다.

 

총 예산은 2천만원으로 잡고 있다. 그리고 최대 기간은 10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최대 10년 동안 내 용돈을 모으고 또 모아서 2천만원 정도의 돈을 마련한 후 원하는 장비를 살 생각이다. 물론 꼭 한꺼번에 살 생각은 아니고 돈이 모여서 하나의 장비를 살 정도 되면 사야겠다. 아마도 가장 첫 번째는 가대가 될 것이니 최소 천 만원의 돈이 필요하다.

 

1년에 용돈을 모아 2백만원의 돈을 모으는 것은 그리 쉽지 않는 일이다. 작년과 올해 2년 째 진행 중인데 이제 겨우 2백만원을 모았다. 예상치 못한 돈이 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래도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이 모든 것이 그리 의미 없는 짓일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 단지 이것은 '왜'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의 문제이다.

 

취미로 하기엔 너무 많이 돈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가끔은 이것을 내가 왜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또한 정말로 이럴만한 가치가 이는지에 대해서 고민도 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내가 또 어떤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기란 너무 힘들다.

 

그래서 지금은 그것을 왜 하는지를 따지기 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하는지에 집중하려고 한다. 현재 내 인생에 대한 나의 주요 판단은 바로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왜 사는지는 도저히 답을 찾지 못해서 택한 차선이다.

 

* 지금보다는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절대 거짓이 아니다. 내가 많이 알수록 이것은 나에게 좀 더 의미를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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