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토끼와 거북이

아이루다 2014. 2. 20. 14:09

 

하루는 심심한 토끼가 우연히 만난 거북이를 보고는 그 느려터진 동작에 어처구니 없다는 듯 비웃었어요.

 

그래서 당근 화가 난 거북이는 토끼에게 경주를 하자고 제안을 했지요.

 

그 느려터진 거북이의 제안을 듣고 토끼는 어이가 없었지만 놀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 들였고, 결국 그래서 둘은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둘은 출발선을 긋고는 뛰기 시작했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거북이는 토끼의 상대가 되질 못했어요. 거북이는 최선을 다해서 달렸으나 토끼의 움직임에 비하면 너무도 느렸지요. 토끼는 잠시 열심히 달린 후 이미 뒤로 한참 쳐져서 보이지도 않는 거북이를 비웃으면서 잠시 주변에 있는 풀을 뜯어 먹었어요.

 

그리고 한참 있다 보니 거북이가 아주 멀리서 낑낑거리면서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토끼는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차면서 주변 나무를 꺾어 자신이 가고 있는 방향을 거북이 알 수 있게 한 후 다시 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토끼는 앞서 가고 거북이는 뒤에서 꾸준히 토끼가 표시하고 간 나뭇가지를 보면서 토끼와의 경쟁을 계속 했지요.

 

하지만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탓에 둘의 경주는 끝이 나질 않았어요.

 

그리고 시간이 훌쩍 흘렀지요. 어느새 10년이란 시간이 흘러 버렸고 둘은 계속 경주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토끼는 자신의 몸이 예전의 몸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도 지난 10년간 열심히 경주를 통해 운동을 한 탓에 건강은 또래 토끼에 비해 건강한 편이었지만 확실히 이젠 그 자신의 생명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10년 간의 달리기 끝에 토끼는 많이 지쳐서 어느 날 해안가에 도착한 후 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되었답니다. 도대체 이 세상에 태어나 무엇을 위해 살아온 것인지를요.

 

그리고 갑자기 자신은 이 세상에서 다른 토끼들과 맺은 인연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물론 자신을 낳아준 부모는 있지만 이미 세상을 떴을 것이고 같이 자란 형제 자매들은 너무 오래 안 봐서 이미 그를 잊었을 거예요. 거기다가 일반적인 토끼 수명을 생각하면 그들은 이미 세상을 떴을 가능성도 높지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울적해지고 공허해지고 있을 무렵, 멀리 10년간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 경주를 같이 해 온 거북이가 힘들게 걸어오는 것이 보였어요. 물론 거북이는 걷는 게 아니라 달리고 있다고 믿었지만요.

 

그 순간 토끼는 무엇인가 자신의 뒤통수를 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것은 바로 그 자신이 가치가 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그와 10년 째 경주를 계속 하고 있는 저 느린 거북이 밖에 없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그런 마음을 먹자 그 동안 왜 저 거북이와 그리 오래 경주를 해왔는지 스스로가 이해가 되질 않았어요.

 

수준에도 안 맞는 경쟁자였던 그 거북이는 그의 친구이며 동반자이며 그를 의미 있게 해주는 유일한 존재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거기에다가 그는 그가 평생 해 온 달리기를 해서 이긴다는 목표를 가치 있게 해주는 오직 한 존재였던 것이죠.

 

그런 생각이 들자 경주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거북이가 자기의 위치까지 오기까지 기다렸다가 말을 걸었어요.

 

이제 나는 늙어서 곧 이 세상을 떠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느리다고 비웃었던 네가 나에게 남은 유일한 의미 있는 존재이다. 10년 전 너를 비웃은 내가 많이 잘못했다용서해 다오. 그리고 지금에 와서 나의 존재를 기억해줄 수 있는 것은 네가 유일하다고 말했어요.

 

거북이는 토끼의 갑작스러운 말에 놀랬으나 곧 토끼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거북이 역시 생각해보니 그 자신의 존재를 의미 있게 만들어 줬던 것은 바로 그가 10년째 이기려고 달려왔던 저 얄미운 토끼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그날, 토끼는 거북이에게 자신의 마지막 말로서 자기를 잊지 말라고 부탁하면서 거북이 품에서 세상을 떠났어요. 거북이는 토끼보다 훨씬 오래 사니 토끼는 아마 오랫동안 거북의 머리 속에서 살아있을 거예요. 적어도 토끼는 그렇게 믿고 떠났어요.

 

거북이는 갑작스러운 토끼의 죽음으로 인해 10년간 계속된 경기가 갑자기 끝나자, 무엇을 해야 할 지 심한 혼란을 느꼈어요그렇게 불현듯 찾아온 무력감은 그를 멍하게 있을 수 밖에 없게 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조금 떨어진 한 숲 속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거북이를 어떤 한 무리가 보고 있었답니다.

 

거북이에겐 불행하게도 그들은 한달 째 제대로 먹지 못한 하이에나 가족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경계심이 완전히 무너진 거북이를 재빨리 포위해서 잡은 후 온 가족이 정말 오랜만에 포식을 했어요. 그리고 덤으로 늙어 죽은 토끼 고기도 맛보았지요.

 

그래서 그날 하이에나 가족은 행복한 꿈을 꾸면서 잘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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