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가치의 부재, 쏠림 현상 등에 대해서

아이루다 2014. 2. 9. 11:15

 

80년대 후반쯤에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이라는 개그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일명 시사 풍자 개그의 일종인데 그 포맷이나 강도가 그 당시로서는 꽤나 강한 편이어서 오랜 기간 동안 군사 정권 하에서 억눌리던 국민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었으며, 그 인기를 기반으로 정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상단 기간 장수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이 개그 프로그램은 그 후 노태우 정권쯤 해서 수명을 다하게 된다. 일명 문민 정부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김영삼 대통령 시대를 거쳐 이 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 연속적으로 오면서 우리나라에는 군사 정권의 잔재가 많이 사라졌고 그로 인해 정치나 기득권에 대한 풍자가 그리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은 듯 이후로는 딱히 눈에 띄는 이런 종류의 시사 풍자 개그가 나타나질 않았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요즘은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우리는 어떤 이슈 사항이 아주 빠르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파되고 있음을 너무도 분명하게 느끼고 있다. 과거 90년대 후반 인터넷 발달을 도왔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을 만큼 유명했던 O양과 B양 비디오 사건이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퍼진 가장 최초의 광범위한 정보였을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요즘은 연예인들의 사소한 뉴스거리 등이 주요 포탈에서 늘 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현상과 그리 다르지 않다.

 

또한 각종 문화 상품들이 상황에 따라서 매우 놀라울 정도로 높은 흥행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많은데, 특히나 영화 부분에 있어서 이런 변화는 정말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 이다. 과거 흥행작이라고 알려진 쉬리나 JSA 등과 같은 영화는 겨우 몇 백만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 후 흥행이 된다 싶으면 천만이 넘는 영화가 매년 하나 이상은 등장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 흥행 영화들을 보게 되면 정말로 그럴 만 했는지가 갸우뚱 해지는 경우가 흔한데, 내 개인적인 시점에서 보면 이런 천만 관객 영화들은 꽤나 잘 만들어 지긴 했지만, 보통 개봉 시점과 당시 사회적 분위기 등을 타면서 당시 경쟁 작이 거의 없거나 어떤 이유로 사람들 입 소문이 잘 나게 되어서 천만 관객 영화의 반열에 오르는 경우라고 판단 되곤 했다.

 

도서 관련 분야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래도 영화와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 문화가 워낙 수준 이하여서 영화처럼 천만 권 판매는 아니지만 여기에서도 가끔 백 만권 판매 현상이 일어나곤 한다. 그런데 이런 책들도 실제로 그 책의 내용이 그럴만했는지에 대해서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것은 실제로 영화보다도 더 심한데 그것은 바로 출판사들의 '베스트셀러 만들기' 전략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이런 현상이 존재하는데 IMF 당시 미국에서 활약 중인 박찬호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으로부터 출발해서 요즘은 김연아라는 선수까지 이어져 온 긴 흐름이기도 있다. 이들 역시도 그 주제가 영화, 책에서 대한민국 핏줄을 받은 선수라는 차이점만 존재하지 특정 선수에 대한 쏠림 현상은 역시나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이런 몇 가지 사회 현상을 가지고 신빙성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간단한 추론 하나를 해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어떤 주제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이 쏟아질 때 과연 그것은 무엇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나는 개그프로, 영화, , 스포츠 스타 등등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이런 주제들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바로 이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가치들을 우리가 그 당시 시점에서 매우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풀어서 적용하면엄격한 군사 시절 하에서 숨죽이고 살아가던 사람들의 답답함이 비록 개그 프로그램이지만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기득권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이끌어 낸 것이고,  IMF를 맞아 온 국민이 경제적 어려움과 절망에 빠졌을 때 이것을 채워 줄 민족적 희망이 필요했었고, 물질적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가 되어 갈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뭔가 마음을 붙이고 살 만한 것들이 사라져가는 시대가 되면서 우린 과거보다 훨씬 외적에서 가치를 찾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충분히 자유를 느끼는 사회에서 자유를 위한 풍자는 아무런 재미가 없는 것이고다들 희망차게 잘 살고 있는 사회라면 특정한 스포츠 스타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없을 것이며, 사회 구성원들이 집중하고 가치를 느끼는 것들이 충분히 다양한 사회라면 몇몇의 주제를 배경으로 한 특정한 작품이 그리 심한 쏠림 현상을 만들어 내긴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슬프지만 사회 전반적인 쏠림 현상 자체가 의미하는 숨겨진 본질엔 바로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 개인별이 가지고 있는 가치 부재 상황이 숨겨져 있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비 자발적인 것이긴 하지만 과거 유명 연예인 비디오 유출 사건도 요즘으로 따지면 과거의 그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을지 싶다. 요즘처럼 섹스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언제 어디서건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에 누가 그런 질 떨어지는 화질을 가진 작품을 구하기 위해 과거의 노력을 할 것이며 이것이 그리 높은 국민적 관심이 될 수 있었겠는가. 이 역시 풍족함을 기반으로 할 땐 그저 화질 나쁜 동영상 한편일 뿐이리라.

 

특히나 문화 상품은 상업적인 영역이고 스포츠 분야 역시도 상업적인 영역에서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 관련 사업을 주도하는 사람들 역시도 사람들의 폭발적 관심이 바로 절대적 수치의 이득이 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 선수 당사자들과 그 사람을 중심으로 한 매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게 된다.

 

이 결과로 인해 어떤 사회적 쏠림 현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일명 '이슈' 현상을 야기 시키다.  이것의 효과를 지난 경험을 통해서 아는 이익 관계자들은 특정 선수들의 기사를 거의 매일 노출을 시켜 대중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하고, 결국 이것은 결국 우리가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뺏어 간 후 이제 남은 획일화 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정보 편식 현상을 야기 시킨다.

 

그리고 엎친대 덮친 격으로 이런 모든 현상을 더욱 공고화 시키는 데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삶이란 긴 흐름 속에서 단 한번의 실수나 실패가 가져오는 고통과 그것을 복구하는 것이 매우 힘든 대한민국 사회에서 우리는 극도의 성공에 대한 집착에 사로 잡힐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나 심지어 개인적인 삶을 살아가는 상황에서도 우린 늘 성공적인 선택을 하길 원한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어떤 종류의 문화 상품을 선택하려고 하는 순간 자신의 판단을 잘 믿지 못하고 타인의 의견을 상대적으로 많이 인용하게 되는 현상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실패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조바심과 초조함으로 이어진다.

 

이 조바심은 선택에 있어서 실패를 용납하지 않기에 우리는 단지 그냥 자신이 소비 할 모든 상업적 대상을 대할 수는 없다이득을 원하는 사람들의 의도와 실패를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사람들의 성향 조합은 결국 획일화된 가치, 전 국민적인 쏠림 현상으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하는 것을 자신이 행복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거나 기존에 정해진 규칙대로 하지 않으면 바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면서 '그래 잘 되나 보자' 라는 식으로 바라보고 은연 중 실패를 바란다. 그리고 실패하면 이구동성으로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라고 말하고 혹시나 성공하면 '대단한 사람이다' 라고 말하면서 범접하기 힘든 영웅으로 만들어 버리고는 거기에 막무가내 식 쏠림 현상을 보여 준다.

 

이 전체적인 사회 현상을 다른 말로 반복해서 설명하자면, 이렇게 가진 두 가지 문제점, 하나는 바로 각 주제들이 가진 것들이 현재 우리들 스스로 가지지 못한 것을 채워 준다고 느끼게 해주는 대리 만족감과, 둘째는 자신이 가진 시간을 늘 최고의 용도로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묶이면서 이렇게 획일화된 삶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 느낌인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가 점점 더 발달 할 수록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잇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아마도 우리의 정신적 가치 부재 현상으로 인해 그런 듯 싶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인해 우리는 이제 늘 이렇게 대규모이면서 어느 정도 믿을 만 하다고 생각되는 상업적 결과물만을 소비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비단 이런 문화 상품만의 영역이 아니다. 기업도, 마트도, 빵집도, 커피 가게도, 은행도 모두 그런 보이지 않는 신뢰를 쌓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대형화 되고 체인점 화 되고 있다. 그럼으로써 우린 어떤 것을 소비할 때도 단지 그 브랜드만을 보고서도 그 속에 있는 제품에 대한 믿음직한 신뢰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습지만 이런 전체적인 현상들은 우리가 스스로의 행복 부재 현상을 알려주는 근거가 된다. 우리가 늘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이라면 우리가 왜 조바심을 갖고 살며 대리 만족을 위해 돈을 내겠는가?  현상이 알려주는 가장 강력한 우리의 문제점은 바로 우리가 현재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에 행복하고 싶어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그것이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매우 두려워 할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물에 빠진 사람만이 산소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고, 아픈 사람이 건강의 중요함을 알게 된다. 이것은 우리는 결국 우리가 가진 것들의 부재를 통해서 그것들의 가치를 느끼게 되는 존재들이란 의미인데, 실제로 우리 사회에 전체적인 유행을 불러일으키는 그 모든 것들은 바로 우리가 그것들을 갖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다 가치 사회에 대한 기능성에 대해서 배웠다. 이것은 정말로 단순히 말 뿐만이 아니라 개개인이 최대한 많은 종류의 가치 기준을 가져야 사회가 건강하게 되는 다는 점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에서 개개인의 행복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그렇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 어떤 경우에도 이런 사회 전반적인 획일화된 쏠림 현상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의 미래에 자유가 억압되면 국민적인 인기를 끄는 시사 개그가 유행할 것이고, 2 IMF 같은 사태가 벌어져서 우리 민족적 자긍심에 심한 손상이 일어날 때 어떤 업종이든 간에 국제적으로 유명해지는 누군가가 나타나면 그 사람의 이야기가 영웅화 되고 기사화 될 것이다. 또한 현재의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거의 모든 문화 상품에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 될 것이며, 정말 작은 구멍가게, 작은 서점, 동네 빵집, 독립 영화, 소규모 극단 등등의 작고 독특한 시도들은 모두 사라져 가게 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엔 두 개의 영화 신드롬 현상이 있었다. 하나는 작년에 개봉한 변호인, 다른 하나는 최근에 정말 자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겨울왕국 이라는 애니메이션이다. 두 작품은 제작사나 주제의식 등이 완전히 딴판인데도 두 영화 모두 대단한 흥행을 거두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이들 영화에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변호인이라면 현 시대엔 보이지 않는 정의로움에 대한 가치일 것이고 겨울왕국이라면 물질적 가치가 최고의 것으로 지배되는 세상에 그래도 세상은 사랑이 최고의 가치가 되고 결국엔 아름답다고 믿고 싶은 가치 정도 일까? 하지만 이 작품 자체가 월트 디즈니의 물질 가치를 충족 시키기 만들어 졌다는 것은 누구나 그리 인식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를 외부에서 찾으려고만 한다면 이것은 우리의 암울한 미래가 될 것이다.

 

 

'인간과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두가지 관점  (0) 2014.02.23
존재감의 본질  (0) 2014.02.23
철학의 잘못  (0) 2014.01.21
질문 하나, 당신의 삶은 의미 있나요?  (0) 2014.01.17
인간의 능력 구분 - 후기  (0) 201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