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

아주 심플한 다리 없는 화장대

아이루다 2013. 11. 5. 16:38

 

영월집에 오셨던 어머니는 내가 만들어 놓은 작은 소품들이 마음에 남으셨나보다. 그래서 어느날 나에게 화장대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하셨다. 주문 받은지가 한달도 넘었는데 겨우 오늘 작업을 했다. 이것에는 나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화장대에 필요한 부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경험이 미천하고 이쪽으로 많은 일을 해보지 않은터라 소위 말해서 견적이 안나온다. 이것은 실제로 어떤 일을 할 때 꽤나 중요한데 견적이 안나오면 겁이 나게 되어있다. 그것은 바로 엉뚱한 착각이나 혹은 부품을 실수로 잘못 구입하는 문제등이 분명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요리를 처음 해보는 사람은 김치찌게 끓이는 것도 매우 힘들다. 실제로 재료가 다 있어도 돼지고기를 몇 그램이나 넣어야 할지 김치는 얼마나 넣고 얼마나 끓여야 할지 모든 것이 불안하다. 현실적으로 타고난 눈썰미가 없는 사람인 경우 처음에 돼지고리를 한근 넣는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김치찌게 2인분을 끓이게 되면 이건 돼지국이 된다. 그리고 냄새가 너무 심해서 먹기도 힘들다. 부위도 선택을 잘못해서 무조건 비싼 고기, 즉 삽겹살을 넣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나 역시 화장대는 전혀 견적이 안나왔다. 특히 인터넷을 참고하였지만 거기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는 유압소바는 대충 어떤 것인지 짐작만 할 뿐 실제로 어떤 느낌일지 감이 안왔다. 그래도 용감하게 진행하는 것이 내가 가진 그나마 좋은 점이니 일단 옥션에서 주문부터 했다. 하지만 역시나 일자 유압소바를 보는 순간 내가 실수를 했다는 점을 금새 알 수 있었다. 일단 기능성을 둘째치고 너무 디자인이 구렸다. 산업체에서나 사용할듯 한 회색빛.. 도저히 그래도 이쁘게 만들어야 하는 화장대 소품으로 쓰기엔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참고한 사이트와 똑같이 생긴 일자가 아닌 굽혀지는 소바를 찾아서 주문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역시 내가 원하던 바가 아니다. 나는 이것이 내려오면서 힘을 받아주길 바랬는데 내가 산 것은 처음에 접을 때 힘을 받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서 그냥 장착을 했다. 소바를 쓴 가장 큰 이유는 화장대를 열었을 때 뚜껑이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니까. 그래야 거기에 거울을 달아서 볼 수가 있다.

 

일단 만들어 봤는데 거울을 구하지 못해서 완성은 못했다. 그리고 아직 칠도 못했다. 그래도 이번엔 이미 칠을 되어 있는 삼나무를 써서 딱히 칠을 안해도 될 듯 하기도 하다.

 

1. 옆면으로 사용할 사각형 형태의 나무이다. 나무가 애매하게 남아서 어쩔수 없이 앞 뒷면은  가로방향으로 절단을 해야 했다. 그래도 좀 두꺼워서 다행이다. 그리고 화장대가 원래 힘을 받는 물건은 아니니 올라가지만 않으면 괜찮을 듯 하다.

 

 

2. 밑면과 옆면을 결합한 모습.

 

3. 손잡이 달고 경첩을 단 모습. 크기는 높이 150mm 가로 세로 400mm 이다. 그런데 측면을 밑면위로 올려서 내부는 16mm 씩 줄어들었다. 대신 높이는 유지된다. 화장대는 화장품을 넣어야 해서 높이가 높은게 좋다고 하는데 어머니가 쓰시는 유형이 너무 높으면 안될듯 하다. 그냥 대충 결정했다.

 

4. 뚜껑을 연 모습. 양쪽에 접이식 소바를 달았는데 원래 목적은 닫히기 직전에 힘을 받도록 해서 열거나 닫을때 충견을 완화시키고자 했지만 내가 구입한 소바는 이런 기능이 아니였다. 원래 그래서 뚜껑 밑으로 자석 붙이개를 단 후 언제라도 열면 거의 자동으로 열리도록 하려고 했었는데 물건너 갔다.

 

 

5. 손잡이를 나무로 그냥 한번 사봤는데 제법 어울린다.

 

6. 내부에 격자로 가림막을 만들었다. 그냥 끼워넣기만 해서 언제든지 제거 가능하다.

 

지난번에도 그랬는데 거울 구하는 것이 정말 일이다. 그래도 이번엔 작은 거울이 필요해서 정 안되면 기성품을 사다가 테두리를 없애고 써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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