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사계절.. 도심에서는 못느끼는 변화

아이루다 2013. 3. 21. 10:21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 바로 엊그제같은데 벌써 낮기온이 20도를 넘나드는 봄이 오고있다. 아니 또 오는듯 하더니 어제 오늘은 영하의 날씨로 돌변해 가을 끝무렵 넣어두었던 얇은 겉옷을 입고 단 하루를 출근한 나에게 호된 추위를 느끼게 해준다.

 

어린시절부터 오랜 도심지 생활에 익숙한 나에게 계절의 변화는 그져 옷의 두께, 더위와 추위, 모기의 성가심과 눈의 감성 정도로만 여겨지는 대상이었다. 날씨가 춥든, 덥든간에 도로는 늘 차가다니고 대중교통은 일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으며 출근길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좀 우숩지만 영월에 집을 지은 후로는 계절에 변화에 매우 민감해졌다. 우선 그중에서 겨울이 가장 준비를 많이 해야하는 계절이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추위때문이었다. 그곳에 늘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나마 덜 준비한 것들인데 작년에 내가 겨울나기를 위해 준비한 것들은 참나무장작, 기름보일러 탱크 가득채우기, 제설장비, 외곽 수도 보온처리, 지하수펌프 보온처리를 위한 단열제 시공, 수도관이 안얼게 하기 위해 타이머 작동식 온풍기 배치, 차량을 위한 스노우 체인 구입 정도이다.

 

생각해보면 추위는 사람들이 삶에 매우 치명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난 원래 겨울과 눈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도심에서의 겨울은 늘 기다려지는 대상이었지만 실제로 시골에서 겨울을 나보니 겨울엔 참 이래저래 돈도 많이 깨지고 또한 각종 동파사고에 대한 걱정도 많이 되었다. 다행이 작년 그 혹한의 추위에 큰 문제없이 잘 견뎌준 집이 고맙다. 생명을 가진 존재는 아니지만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

 

힘든 겨울을 나고 봄이 천천히 오고 있다. 아니 급하게 오는것 같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영월은 아침마다 얼음이 얼었는데 (아마 오늘도 추워서 얼었을듯 하다) 이젠 오후의 햇살은 짧은 반바지, 반팔만 입고 돌아다녀도 그리 춥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만큼 온도가 올라간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봄을 준비한다.

 

봄은 생동의 계절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이 집의 첫봄을 위해 채소 가꾸기를 준비하고 있다. 내가 심고 싶은 것들은 상추, 고추, 고구마, 옥수수 등등이다. 뭐 더 많은 욕심을 내고 싶긴하지만.. 아무래도 초보 농부가 하기엔 좀 힘들다. 그냥 이정도 수준에서 첫해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은 텃밭이지만 제법 노동력도 필요하다. 지난주 첫번째 상추밭을 만들고 거의 5일 가까이를 온몸의 근육통속에 보내야했고 괭이질을 한 손을 퉁퉁부어서 구부리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젠 그래도 어느정도 회복이 되었으나 토요일 또다시 고구마밭을 만들기 위해 밭을 갈아야 한다.

 

이렇게 봄을 보내면 또 더운 여름이 올 것이다. 영월의 여름은 이제 두번쨰가 된다. 작년 7월 정도부터 그곳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꼬박 1년을 지낸셈이다. 그리고 나는 그집의 첫번째 사계절을 보내게 된다.

 

여름이 되면 아마 무수한 벌레들의 세상의 될 것이다. 작년에도 그 엄청난 벌레들, 개구리, 말벌집까지;; 그래도 한해 경험도 했고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어서 크게 걱정은 안된다. 말벌집은 조금 귀찮지만 생기면 없애면 될 뿐.

 

올해는 혹시나 가능하면 작은 야외 풀장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더운 여름에 반바지만 입고 들어가서 시원하게 보낼 그런 곳.

 

그리고 또 가을이 올 것이다. 이렇게 세월이 나도 모르게 지나가고 또 너무도 뚜렷히 느껴지게 될 것이다.

 

영월의 봄은 또 어떤 시간이 될까? 나는 크지 않는 기대를 하면서 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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