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긴 여정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물론 지난 목요일 영월을 향해 출발해 어제 밤에 왔으니 2박 3일간의 짧은 여행은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매일 앉았던 이 자리와 컴퓨터 화면의 낯선 느낌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그것뿐만이 아니다. 내 오래된 삶의 기억도 낯설고 또 내가 그리도 힘들고 고민했던 문제들도 갑자기 별 문제가 아닌듯 느껴지기도 한다. 도대체 나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영월에서의 고요한 시간이 나에준 잠시간의 착각일까?
아니면 이 모든것이 요즘 내가 읽고 있는 한권의 책으로 부터 기인하는 것일까?
'완벽한 자유'.. 크리슈나무르티. 최근에 읽고 있는 그 한권의 책의 제목이다. 나는 그 책에서 진정한 삶을 보았다. 물론 약간의 이해만 가능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내겐 매우 커다란 울림이 되고 있다.
내 삶을 그 근원적인 것부터 바꿀 수 있는 어쩌면 내가 그동안 쉼없이 찾아헤매던 내가 살아가는 하는 길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가르키고 있는 방향에 목적지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 또한 그 모든 느낌 자체가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두렵거나.. 망설이고 싶지가 않다.
난 이제 조용히 내 삶을 살아갈 이유와 생각과 목적과 방향과 결론이 생겼다.
산다는 것은 그저 사는 것이다. 그 과정엔 어떤 특별한 목적도 의미도 없다. 만약 그것을 믿는다면 우린 아직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누군가 만들어 놓은 생각의 틀안에 갖혀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우리가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리게 될 것이며 우리를 퇴보시켜버릴 것이다.
산다는 것은 열심히 매시간, 매일, 매주, 매달, 매년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사는 것이 사는 것이며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은 그져 존재하며 살아지는 것이다. 그것은 인식과 비인식의 차이며, 존재와 비존재의 차이이며, 우리 스스로 규정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지점이다.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내가 잘살기 위해,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내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두 목적성을 가진 행위이고 또한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을 규정되고 가능성을 잃어버리며 발전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우리는 그저 열심히 살아갈 뿐 그 어떤 목적도 방향도 없다. 내가 목표를 갖는 순간 나는 방향성이 정해지고 그 방향성은 절대로 나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닌 누군가의 조언이나 어떤 이들이 만들어 놓은 틀이 된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낀다면 타인들이 규정한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자신의 순수한 의지와 열정을 채워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자기를 사랑하는 과정인 셈이다.
우리는 그 어떤것이 없이도 극도의 행복감을 누릴 수 있으며 세상은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우리는 늘 타인을 보며 자신과의 비교를 통해 이 충만할 수 있는 행복을 스스로 버리고 자기를 비하시킨다.
이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며 또한 스스로에게도 몹쓸짓이다.
살아가고 싶다면 매일 매순간 자신을 인식하고 매 순간을 각인하면서 또한 정형화시키지 말고 기억을 통해 정의하지 말아야 한다. 매일 매일 사고를 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임을 거부하지 않으려 해야하고 내 낡은 기억을 지우는데 일점의 망설임도 없어야 한다. 결국 나는,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매일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이것은 그냥 하는 말장난이 아니다.
현실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다르다고 느낀다면.. 역시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과거 수십년간 놓쳐온 것이며 쉽게 보이지 않는 영역이기도 하다. 세상을 사는 것은 그냥 사는 것이다. 욕심내고 싸우고 행복해하고 만족하며 사는 것이다. 감정의 영역은 늘 변화무쌍하며 예측 불가능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모든 감정은 동일한 상태이다. 그것은 그저 나의 다른 표현일 뿐이며 다른 감정이 다른 나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나의 감정 변화에 집착하지 말고 나에 대해 생각하면 될 뿐이다. 내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내 감정 역시 변화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변화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이젠 약속한 시간이 되어 나는 씻고 산책을 나간다. 나는 또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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