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말한 것들을 정리해 놓은 책을 산지도 벌써 한달이 넘어섰습니다. 책 이름은 '완전한 자유' 이고, 분류는 '선집' 이란 용어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선집이란 단어가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선' 자가 신선을 말할 때 쓰는 선자 같기도 한데.. 뭔가 세상을 초월한 존재에 대한 경의가 담긴 의미일까요? 아하! 방금 구글을 통해 검색해보니 제가 오해를 했군요. 아마도 여기서 '선'자는 선별을 하다는 의미를 가진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니까 결국 선별해서 모아 놓은 책이란 뜻이 되겠네요.
물론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책속에서 당신은 늘 이야기 하고 있지요. 형식과 이미 정의된 것들은 모두 과거이며 과거는 죽은 것이다 라고 늘 말씀 하시지요.
한달간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겨우 책 1/3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일단 책을 읽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핑게를 댈 수 있겠네요. 아마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했다면 이미 벌써 다 읽었을지 모르지만 요즘은 거의 걸어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 탓에.
그런데 책을 늦게 읽는다는 조바심은 없다는 것이 다행이긴 합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책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놀라운 경이로움은 늘 나에게 책에 대한 깊은 집중력을 갖도록 해주지요. 또한 그덕분에 책 한페이지 넘기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어차피 말이 기록되고 그 기록이 또다시 번역되어 원래 말하려고 했던 진정한 의도가 왜곡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늘 한자락의 말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기에 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겠지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정말 책속에서 나오는 그런 수준의 정신세계를 경험한다면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라고 말이죠. 세상을 보는 방식 자체가 지금과는 너무나 다르고 또 인식 방법도 지금의 나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놀라움이 있죠. 그래서 아직도 완전히 믿지는 못하지만.. 그것에 대한 꾸준한 갈증은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네요. 이것을 욕구나 욕망이 아닌 갈증이란 단어로 표현한 것은 어쩐지 이런것을 인간이 가진 그리 좋지 않는 욕심쪽으로 끌고 가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만약 정말로 책에 나오는대로 그 깨달이 일순간에 일어날 수 있다면.. 정말로 누구나 그것을 얻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많은 의구심이 듭니다. 내가 수십년간 살아온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완전히 다른 생각과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당신은 늘 그런것들은 훈련이나 시간으로서 얻어질 수 있는것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각성이란 순간에 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지요. 물론 저도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내가 별똥별을 보면서 소원을 빌고 싶다면 그 순간에 지나갈 별똥별을 보는 것보다도 언제든 그 순간에 그 소원을 기억해 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민하는 겁니다.
제가 언제든 얻고 싶은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늘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어야만 순간의 깨달음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내 살을 찢고 수백일을 굶으면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하는 그런 비이성적 욕구가 문제가 있고 또한 제가 그럴 자신이 없기에 그것에 대한 그런 무리한 추구는 옳지 않은 방법이란 것을 저 역시 믿고 싶어하긴 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그런 것이 준비와 노력에 의해 얻어질 수 없다는 당신이 말이 매우 고무적으로 들리긴 합니다.
아직도 그런 점에서 저의 믿음이 많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물론 두려움도 있습니다. 사고의 급격한 전환이 일어날 때 과연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내가 살아가는 많은 이유들을에 대한 것들이 모두 다른 의미로 전환이 되어버린다면 과연 나는 어떤 것을 내 삶의 새로운 이유로 삼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이죠. 물론 이것이 기우라는 것도 책을 통해 설명을 해주었으나 마치 이것은 커다란 수술을 앞둔 환자가 의사의 안심하라는 말에도 완전히 신뢰를 하지 못하고 걱정을 하는 마냥 그런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런 별로 진보되지 못한 제가 좀 답답하긴 합니다만.. 딴건 몰라도 당신의 책을 읽으면 마음이 매우 평온해지는 것은 분명히 느낍니다. 그리고 그동안 고민하고 갈등하고 결국 어떤 방향을 정했던 것들이 적어도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안도감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것만 해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되는 셈이죠.
아마도 평생 당신이 말한 완전한 자유에 대한 경험이 불가능할 것이란 생각도 합니다. 내 성격, 내 삶, 내 주변사람들.. 이런 것들이 아마도 나를 그렇게 붙잡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큰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평화로워지고, 욕심도 줄이고, 사는 것 자체를 보는 눈이 생기고, 진지하게 살 수 있게 된다면 그저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런 삶을 살다간 당신이 좀 부럽긴 한데.. 뭐 모두 개인의 운명일지도 모르죠. 당신은 그것들을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태어나 자랐고, 또한 그런 정신세계를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겠죠. 그런면에서 저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적어도 먹고 사는 문제도 제대로 해결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마저도 걱정을 느끼는 형편이지요. 적어도 그런 문제에 매달리게 되면 어쩔수없는 근본적인 갈등이 시작되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시대를 거슬러 나보다 적어도 100년을 먼저 살다간 당신이 남긴 글을 읽을 수 있음이 좋습니다. 그리고 설령 당신이 느낀 그 모든 것이 완전한 자유가 아닌 완벽한 착각일지라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 인식 그 자체가 뇌가 잘못한 착각의 일부일테니까 말이죠.
당신은 저의 두번째 친구가 될 것 같습니다. 뭐 그 순위가 중요하겠습니까 만은 첫번째는 제가 작년 초에 만난 쇼펜하우어 선생입니다. 물론 두분이야 제가 안중에도 없겠지만 저는 그냥 두 분을 친구로 생각하기로 했답니다.
그럼.. 담에 또 연락을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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