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존재증명을 위한 치열함

아이루다 2013. 2. 20. 12:00

 

꽤 오랫동안 인간의 행동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서 인간 그 자신에 대한 필요성, 즉 존재증명을 생각해왔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손꼽아 보면 타인들로 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을 때가 매우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한번쯤 모두 생각해보시라. 내가 언제 행복해 하는지를.

 

학교에서 1등을 해서 머리가 좋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때, 체육시간에 남들보다 더 빨리 달려서 신체적 우월성을 인정받을때, 노래를 잘할때, 직장에서 일을 잘한다고 상을 받을때, 내 친구목록이 매우 많아서 내가 사회적으로 매우 필요한 존재임을 증명받을때도, 혹은 누군가의 비밀이야가를 들음으로서 내가 그 친구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임이 각인될때도 마찬가지다.

 

이 증명받음은 사안마다 다르긴 하지만 결국 단 하나의 가치로 연결이 된다. 그것은 바로 개인적 '이득' 이다.

 

공부,예체능과 같은 것을 탁월하게 잘하면 이것은 거의 100% 성공과 연결이 된다. 탁월한 외모 역시 연예인과 같은 직업을 통해 이득과 연결된다. 탁월하게 잘하진 못해도 어느정도 잘하는 능력도 역시 개개인의 장점으로 작용하여 매력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실제로 이런 강한 장점들은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매우 큰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다.

 

글을 장황하게 썼지만 결국 우리는 존재증명을 통해 이득을 얻고 그 얻은 이득을 통해 앞으로 더 살아갈 가능성이 높어졌으며 부가적으로 자신의 유전자의 반쪽을 가진 아이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터전을 마련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기도 한다. 물론 짝을 이루는 것 그 자체도 더 나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충분조건을 갖추게 되는데 있어서 존재증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나이를 어느정도 먹은 이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알 수 있다. 우리가 실제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봐도 매력으로 느끼는 이 요소가 바로 존재증명의 지극히 당연한 표식이다.

 

그런데 뭐하러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쓰는가 싶겠다. 그런데 내 생각엔 이것은 꼭 집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린 살아가면서 실제로 이 존재감 증명의 부재에서 오는 고통을 꽤 자주 느낀다. 사람들에게 느끼는 서운함, 조직내에서 느끼는 소외감, 성공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난 왜 할줄 아는게 이리 없을까 라고 느끼는 실망감 등등.

 

어딸땐 이것이 잘 느껴져 우월감이 들기도 하다가 어떤때 반대로 지극히 쪼그라들어서 한없는 열등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런 우월감과 열등감이 교차되면서 우린 매우 크게 힘듬을 경험을 하게 되는 즐거움과 고통의 세상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았을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사는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이 열등감,우월감이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게 되어있다. 그것은 자연의 불면의 법칙이고 진화의 필수적 과정이다. 수억년간 우린 이렇게 진화해 왔고 그래서 단세포에서 출발한 우리의 조상이 오랜 시간이라는 자원을 소비하면서 지금 이런 지성적인 존재까지 진회해온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진화의 역사를 보면 우린 풍요로운 시대에 진화혁명을 겪은게 아니고 부족하고 생존의 갈림길에 섰을때 과감한 발전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즉  생존이 걸린 피튀기는 경쟁이야 말로 진화의 핵심요소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지구상의 자연계에서 보면 먹을 것을 위한 경쟁, 좋은 집터를 위한 경쟁, 짝짓기를 위한 경쟁이 아마도 대다수의 개체들의 경쟁 종류일 것이다.

 

그들과 다름이 없는 우리 인간도 역시 이런 기본적인 경쟁의식은 가졌다. 그런데 적당히 먹을 것을 먹을 수 있고 살만한 집이 있으며 결혼에 대한 욕구가 아예 없는 사람이라면 자연적으로 갖는 기본적 경쟁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앞서 말한 일반 개체의 경쟁요소를 제거한 것이다)

 

물론 아닐것이다. 경쟁이 그것만이 다가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여기에서 우린 조금 깊은 생각을 해볼 주제가 있다. 우리가 그리도 갈망하는 존재감 증명이 과연 정말 온전히 우리가 가져야 할 특성인지를. 자연계에서 기본적으로 경쟁해야 할 것들을 모두 갖은 상태에서도 왜 우린 경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대한민국은 진정한 전쟁터이다. 인력이 자산이라는 개념으로 우린 엄청난 인구를 불렸으며 대도시엔 사람들로 그득그득하다. 그러니 우린 경쟁속에서 태어나 경쟁속에서 자라서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 경쟁은 늘 우리에게 존재감 증명을 요구하는 특징이 있다. 그것이 바로 경쟁의 결과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정말로 단순히 표현하면 존재감을 남들보다 더 잘 증명받았다는 말이 된다. 시험에서 1등한 것도, 좋은 회사에 들어간 것도, 회사에서 더 빠르게 진급을 한것도, 남들보다 더 돈을 많이 번것도 모두 내가 더 잘났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온 것이다. 즉 나의 존재감이 타인의 그것을 넘어 섰기에 내가 이긴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성공하길 원한다. 그리고 이 성공 역시 존재감 증명으로 그 유무가 판별된다. 경쟁에서 이긴다든가, 성공한다든가 이런건 실제로는 기준점이 없다. 그냥 본인이 타인들의 반응을 보고 판단했을때 이 정도면 내가 충분히 인정을 받았다고 느끼면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시 우리나라를 보면 지극하게 심한 경쟁사회라는 의미가 바로 우리 모두가 각자 심한 존재감 증명에 매달려 살고 있다는 말로 변환된다. 결국 경쟁은 우리 개개인을 더욱더 존재감 증명의 나락으로 몰아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경쟁이 심하니 존재감 증명이 삶의 가치 중에서 더욱 더 중요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우린 결국 이 불필요하게 요구되는 존재감 증명이라는 것에 끝없이 허덕이면서 매일매일 열등감과 우월감의 파도속에서 허우적대는 것이다.

 

반대로 경쟁이 줄어들다면? 당연히 내가 딱히 나를 그렇듯 미친듯이 증명할 필요가 없다. 진지하게 말하면 실제로 우리 생명체는 태어남과 동시에 유일하면서 가치있는 존재란 것이 진실이다. 누가 나를 대신할것이며 누가 나와 같을 것인가? 그것은 누구에게 증명받을 필요조차 없는 절대적 진리다.

 

인간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해도 개개인 그 스스로가 충분히 존재감 있는 하나의 완성체이다. 그런데 우린 여기에 경쟁이란 요소를 더해 실제로 자신이 가진 충분한 가치에 대해 까먹는다. 결국 자신이 가진 좋은 것을 보지 못하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만 바라보고 동경하면서 살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서 불행이 시작된다.

 

이것은 당연히 경쟁이 심한 사회일수록 더 심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나는 과거엔 이런 성향이 어느나라나 어느사회나 동일하게 나타나는 공동현상으로 인식했었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경쟁구조를 가진 사회에서 훨씬 더 심각하게 발생하는 문제란 확신이 생긴다.

 

결국 줄세우기에 너무도 능숙한 우리나라 사회는 그 조직원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너무도 어리석은 짓을 해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향과는 반대로 우린 늘 행복하길 꿈꾼다.

 

어릴시절부터 경쟁에 익숙해진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심한 불필요한 경쟁의식속에 살고 있는지조차 잘 인식하지 못한다. 어떤 경쟁이든 간에 이겨야 한다는 그리고 경쟁에서 이기는 즐거움만이 있는 줄 알고 사는 이들도 매우 많다. 내가 왜 경쟁을 해야하며 왜 남들을 이길때 즐거운지 그 이유조차 생각치 않기 때문에 그 잘못된 경쟁심이 우리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는 것에 둔감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힐링을하고 자기치유, 종교생활, 전원생활 등을 하면서 조금씩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긴 쉽지 않다.

 

경쟁은 행복하기 위해서하는데 경쟁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경쟁은 우리가 스스로 가진 그 고유의 존재가치를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여기게 만들어 더 다른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무한 경쟁의 세계속으로 우리를 몰아대고 있다.

 

물론 승리한 소수는 경쟁에서 이긴 즐거움과 그로 부터 얻어진 이득으로 인해 더 많은 행복을 느끼겠지만 실제로 우리 전체 사회구성원 중 이런 사람들의 비율이 얼마나 될 것이며 이겼다고 해서 즐거워하는 이들 역시 또 얼마나 행복할까?

 

오늘 내가 느낀 경쟁심, 타인에 대한 부러움, 시기, 질투, 내가 행복에 대한 욕구, 남을 이겨야 한다는 절실함 등등 나의 머리속을 가득채운 이런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생각들로 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려 애써보는건 어떨까? 조금만 정성을 쏟아 생각해보면 내가 느낀 경쟁에 관한 생각이 절대 나를 더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어느정도껏 느낄 수 있다. 또한 내가 가질 수 없는 능력이나 노력대비 효율이 극도로 떨어지는 것들에 대해 왜 그렇게 불필요한 욕심을 내어 스스로 불행하게 하는가 하는 스스로의 자문도 들법하다.

 

조금 욕심을 줄이고 조금 덜 이기려 하고 조금만 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자. 그리고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내 본연의 모습 그 자체가 매우 놀랍고 멋진 존재란 것을 생각해 보는건 어떤가? 실제로 이 세상에 그 누가 나를 대신하겠는가? 우리의 존재 하나하나는 마치 우리가 매일 숨쉬는 공기와 같다. 우린 평소에는 그 존재를 인식조차 못하지만 우린 그 존재가 없으면 단 2분도 숨쉬지 못하고 그 어느것보다도 소중한 생명이란 것을 잃게 된다. 그래서 그 소중함은 세상의 모든 돈을 다 줘도 바꿀 수 없다.

 

우린 모두 그 소중한 산소같은 존재인 것을.. 스스로 빛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란 것을 마음속 한켠에는 꼭 불씨처럼 가지고 살았으면 한다.

 

이글을 읽은 당신도, 쓰고 있는 나도 모두 그렇게 살아갈 자격이 있는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