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세상을 대하는 현명한 마음

아이루다 2012. 11. 25. 09:31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요즘 들어서 머리속을 맴도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두 스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억을 더듬어 써보는 것이니 원본과 좀 차이가 있겠지만 대충 맥락은 맞을 것이다.

 

두 스님이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앞에 비 때문에 불어나, 얕지만 건너기는 좀 까다로워 보이는 개울물이 보였다. 하지만 두 스님은 그런것은 별로 개의치 않기에 두 다리를 걷고 건너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앞에 젊은 처자 한 명이 이 개울을 건너지 못하고 앞에서 발을 둥둥 구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 스님은 모두 그 여인를 보았지만 출가한 몸으로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기에 그 중 한 명은 여인을 무시하고는 개울을 건너는데 그 사이 다른 한 명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여인을 업고 물을 건너 내려다 주었다. 여인은 스님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가던 길을 갔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스님은 속으로 저 스님이 여인을 멀리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긴것에 대해 적지않은 불만이 생겼다.

 

길을 한참 간 후 도저히 말을 하지 않고는 못견디게 된 스님은 다른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금욕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찌하고 젊은 처자를 업고 개울을 건너셨습니까?"

 

그 말을 듣자 다른 스님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빙그레 웃으며 답을 했다.

 

"나는 아까 저 개울에서 여인을 내려놓았는데 스님은 아직도 마음 속에 여인을 업고 계시는 군요"

 

이렇게 말한 스님은 가던길을 성큼 성큼 갔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참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정말 깊은 삶의 원칙이 담긴 일화이다. 실제 이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속에 담긴 여인이다.

 

최근에 가끔 읽어보는 혜민스님의 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상대와 싸우고나서 혹은 불쾌한 일을 당한 후 그것을 마음속에 담아주고 증폭시켜 자신을 스스로 힘들게 하지 말라는 뜻의 글이 있다. 일반적으로 남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으며 그런 까닭에 자신에게 더 집중하라는 말과 연결이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에서 차를 운전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을 보게된다. 운전은 순간 실수로 인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편리하지만 매우 위험한 도구이다. 시속 100km를 넘어 달리기 일수인 이 기계는 우리의 거리 한계를 많이 벗어나게 해주는 것임에도 그에 따른 위험도가 매우 높기에 운전을 하는 누구나 대부분 운전대를 잡은 그 순간 동안은 상당히 긴장을 하게 된다. 베테랑 운전자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그러다보니 운전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상황에 대해 사람들은 평소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많은데 그래서 운전하면 성격나온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나 역시 그 이론에 어느정도 공감한다. 사람들이 좀 싫어하는 운전 습관을 보면 급하게 끼어들기, 차뒤에 바짝 붙어 따라오기, 신호 안지키기, 과속하기 정도 일듯 하다. 뭐 따지면 훨씬 많다. 그래도 이정도가 내가 운전할 때 나를 위협하는 요소로서 의미를 가진 행동들일 것이다. 누구나 목숨이 소중하기에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대의 행동을 보면 사람들은 매우 화를 내게 되는 것이다. 그중에서 급하게 끼어들기를 하는 사람들은 주로 차량 흐름이 좀 답답할때 무리하게 앞서가기 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마치 메뚜기 뛰듯 한칸씩 한칸씩 앞서 나간다. 그런데 이런 사람으로 부터 앞에 급한 끼어듬을 당하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솔직히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다. 하지만 그 차는 곧 또 그런 행동을 하면서 점점 앞으로 더 나가 어느새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여기에서 부터가 문제이다. 그 차의 주인은 나를 인식할까? 혹은 자신으로 인해 타인들이 기분 나쁘거나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작은 손해를 입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서 살아갈까? 내 생각은 '절대 아니다' 이다. 그런 생각을 할 사람이라면 그런 행동을 처음부터 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피해를 준 사람은 아무런 생각없이 길을 가고 피해를 입은 사람은 마음속에서 분노가 터져나와 기분이 상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운전에만 이런 상황이 있을까? 아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정말 수 없이 이런 상황에 놓인다. 의도한 행동이든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든 간에 우린 서로 영향을 미치가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피해를 남에게 줄수도 있고 혹은 상대가 인식도 못하고 나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로부터 내가 화를 내거나 혹은 화를 내게 만든것을 다 마음속에 담을 필요가 있을까? 스님이 업고 간 여인처럼 말이다.

 

너무 단순한 결론인것 같지만 빨리 버리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누군가 나에게 입힌 작은 손해쯤은 그냥 쉽게 잊고 또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

 

타인이나 혹은 정말 친한 사람들 역시 시시때때로 나와의 관계에서 우연하게나 혹은 의도적으로 나에게 손해를 입히고 그것을 인식한 나는 나도 모르게 화를 내거나 마음속 한 구석에 이런 것을 담아두고 살게 되는 것이 절대 개개인에게 현명한 짓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화가 나면 기분이 상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화가나서 내가 유리한 점이 있는가?

 

화가 남에도 불구하고 관계성 때문에 담아두고 살아가서 스트레스 엄청 받아하는 사람들도 꽤 되고 반대로 성질이 나는대로 부려대는 사람들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후자가 더 낫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살다간 인간관계 다 끊긴다. 아무튼 어떤 성향의 사람이든 간에 제일 중요한 것은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는 정말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때문에 그 별것도 아닌 일에 대해 화를 내고 혹은 분노한 마음을 감추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는가?

 

물론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에 화를 안내고 살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화를 내고도 얼마나 빨리 그것을 극복해 내는냐이다. 앞에서 말한 두 스님의 예처럼 처자를 업고 건넌 스님은 개울이 건넘과 동시에 여인의 존재를 잊었고(극복했고) 다른 한 스님은 그것을 그후로도 한시간 이상 마음속에 담아둔 것이다.

 

그 한시간 동안 두 스님들 중 누가 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삶은 참 고단한 과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또한 삶은 매우 행복한 과정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후자가 강하기에 모두들 현재가 힘들어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굳이나 자신에게 불리한 생각과 자신을 덜 행복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는가? 조금만 생각을 고쳐먹으면 그냥 웃어넘기고 곧 잊어버릴 일들을 말이다.

 

연인이나 부부들 중 참 많이 싸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1년 정도 지나서 생각해보면 정말 한두건 정도 아니고는 대부분 왜 싸웠는지 그 이유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는 그것 때문에 헤어진다, 이혼한다 까지 말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 너무도 사소한 일이거나 심지어 기억에 남아 있지 않는 이유들이 있다.

 

우리는 현재의 감정이 최고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선권을 놓고 있을지 모르지만 살아간다는 길고 긴 여정에서 그 작은 요소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란 점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야 한다.

 

현명하게 산다는 것. 자신을 지극히 사랑하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소중하면 왜 나를 스스로 다치게 만드는 분노속으로 밀어넣는가.. 어쩔 수 없는 일은 있지만 우리가 삶을 살면서 느끼는 많은 갈등과 분노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그럼 당신이 최근에 기분이 나빠진 열가지 사건을 생각해보고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면 느껴질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아마 태반은 기억조차 못해서 한참 기억을 더듬었지만 결국 머리속에 지워진 사건들이 꽤 될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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