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인간의 착각 그리고 교만함

아이루다 2012. 9. 17. 10:33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는 45억년 정도의 시간으로 계산된다. 지나간 과거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으니 현재 기술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정밀도로 계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기독교인들은 이것을 부정한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생명체의 탄생은 비교적 초창기에 이루어졌다. 내가 본 다큐에 나왔던 내용으로 봐서는 38억년 전 형성된 바위속에도 유기체로 보여지는 화석이 남아 있었다. 그러니 40억년 정도 전에 이 땅에 생명체가 탄생해 있지 않았을까?

 

그 후 지구는 몇번의 극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폭발적으로 생명체가 진화하기 시작했다. 지구 전체가 하얀 눈으로 뒤덮힌 대빙하기와 일부 극지방을 제외한 거의 모든 땅에 식물이 번성하던 온난화기를 거쳐 이 놀라운 창조물은 끝없이 스스로를 실험하면서 수천만종에 이르는 종류로 발전해 온 것이다. 정말 한마디로 경이로운 시간이다. 그리고 이 땅에 인간이라는 고등 생명체 즉 지능이 유별나게 뛰어난 생명체가 나타난건 아주 최근이었다. 아무리 길게 잡아봐야 우리의 원시 조상은 천만년 내에 나타났으며 그나마 우리의 직계조상으로 알려진 호모 사피엔스는 4만전 전 쯤 나타난 것으로 화석은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 폰이란 기계로 매일 통신을 하며 세계 각지에서 들어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제작한 동영상을 보며 미국에서 발표된 어떤 책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런 급격한 기술이 발전된 것은 기껏해야 200년 정도의 시간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45억년 역사속에 40억년의 생명체의 시간 속에 천만년의 인간 종의 기간에 나타는 4만년의 호모 사피엔스가 겨우 200년 만에 이룩한 문명이 우리를 달에 보내고 손바닥만한 아주 뛰어난 컴퓨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발전시켜 준 것이다.

 

결국 현재의 인간은 적어도 생태계에서는 절대 군림을 하고 있다. 단일 품종을 넓은 공간에서 제배하는 농업 기법과 물고기나 일반 육지동물을 특별한 목적으로 양식하는 기술이 발달하여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의 증가가 가져오는 필연적 식량난을 해결해 내고 있다. 내가 알기로 현재 세계의 식량 생산량은 지구의 모든 인간을 충분히 먹이고 남을 만큼 충분하다고 한다. 물론 분배의 불균형에 의해 어디선가는 많이 먹고 다이어트를 하고 어디선가는 굶어죽고 있다.

 

그렇다면 우린 선택받은 존재들인가? 다시 말하면 지구상에 살아가는 그 어떤 생명체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인가 하는 질문이다.

 

여기에서 종교를 가진 이들은 당연히 선택받은 존재라고 말할 것이다. 특히 기독교는 교리에서 그렇게 주장하고 있으며 그나마 달라보이는 불교 역시 윤회설을 말하며 우리 인간을 일종의 완성형으로 보고 있다. 물론 그 다음 해탈이라는 과정이 있긴 하지만 결국 인간이 되어야 해탈에 이르는 기회라도 생기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린 정말 다른 생명체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인가?

 

나의 결론은 '아니다' 이다. 우리는 그냥 좀 더 머리 좋은 동물일 뿐이다 라는 것이 나의 최종 결론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나에게 질문을 한다.

 

'우리가 머리 좋은 동물일 뿐이라고 해서 그리고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 그냥 살아가면 되지'

 

맞는 말이다. 내가 동물이라고 스스로 인정한다고 해서 어느날 갑자기 생고기를 뜯어먹으며 포효를 할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 좀 생각해보자. 우리는 우리를 특별히 여기기 때문에 우리 인간을 위해 자연의 희생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 들이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질문 말이다.

 

나는 프라이드 치킨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그 가격에 닭을 먹기 위해서 닭은 태어남과 동시에 좁은 닭장에 갖혀 수개월을 보내며 밤이고 낮이고 알을 낳다가 병에 걸리거나 어느정도 크기로 자라면 죽어서 내게 배달이 되어진다. 나는 얼마전 닭의 수명이 50년에 달한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랐었다. 우린 50년을 살 수 있는 존재를 먹기 위해 수개월만 키워서 먹고 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이기심인가?

 

닭만 그럴까? 아니다 잡초들을 우리가 먹는 식량을 재배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제초제에 의해 일방적으로 죽어간다. 그리고 이에 따라 그속에 살아가던 생태계는 파괴되고 또 그 영향은 우리에게 다가온다. 즉 우리가 먹는 식량에 치명적인 제초제 성분이 미량으로 섞여서 오는 것이다. 우린 몸이 아프고 그러면 또 병원에 간다. 건강하게 오래사는게 아니라 골골거리면서 오래 살아간다.

 

우리 인간의 보존을 위해 희생되는 수 많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 가죽이 좋다는 이유로 이미 멸종당한 고양이과 동물들이나 알면서도 죽어가고 있는 북극 곰 이야기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우리 자신의 행복을 위해 꺼리낌없이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를 한다. 여기서 끊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소중해지니 이제는 같은 인간에게 이런 짓꺼리를 하는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죽고 죽이고, 전쟁을 일으켜 파괴하고, 성폭력, 자살, 각종 흉악스러운 범죄들이 일어난다. 심지어 인육을 얻기 위해 살인을 하고 그것이 몸에 좋고 맛있다는 이유로 유통이 되고 있다.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장기가 밀매되고 그 장기를 얻기위해 누군가 실종되어 장기가 적출된 채 아무도 모르는 죽음을 맞는다. 그래도 누군가는 자신이 살기 위해 혹은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 장기의 출처가 어딘지 또 어떤 경로로 나에게 전달되었는지 따지지 않고 장기를 이식하여 새로운 생명을 얻어낸다. 내 스스로 직접 하지 않았기에 내가 살아났기에 그리고 돈을 지불하였기에 나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의 목숨은 떳떳하다.

 

극단적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정말 잘 생각해보자. 내가 내 목숨보다 아끼는 이의 죽음을 보는 것과 잠시 돈으로 출처를 모를 장기를 사서 살아가는 것에서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것이 그리 어렵지 않고 자신이 감당한 수준의 돈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누군가 얘기해준다면 말이다.

 

우린 어떤 의미에서 정말 끔찍할 정도로 잔인한 동물이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 사냥을 하여 동물을 죽이며 보기 싫다는 이유로 벌레를 아주 쉽게 잡아 죽인다. 이런 예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렇게 살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린 먹어야하고 먹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로 부터 영양분을 얻을 수 밖에 없다. 식물을 재배해서 먹고 동물을 죽어여 먹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좀 생각하자는 말이다.

 

우리가 그들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지구 생태계의 커다란 사이클이다. 우린 죽어서 썩어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 평생을 다른 존재들을 먹어서 만들어 온 육체를 미생물에게 썩힘을 당함으로서 식물들에게 흡수되는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살아갈때 좀 더 겸손하게 살아가자.

 

내가 오늘 먹는 음식들은 모두 빌려온 것이다. 언젠간 자연에게 되돌려야 줘야 하는 빌려온 에너지이다. 나는 이것을 최대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써야 하며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같이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아주 커다란 착각을 한다. 우리가 강해서 우리가 최고라서 우리가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그래서 우리의 지배를 벗어나려는 존재들은 무조건 말살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생명체로서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일부이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뛰어난 존재가 아니라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들보다 조금 머리가 좋은 지능이 약간 나은 존재이다. 과연 우리가 이 지구의 생태계를 지배할 권한을 누가 준 것인가? 그냥 우린 스스로 노력해서 조금 나아진 것 뿐이다.

 

지구상에서 40억년 동안 일어난 진화는 매우 우연한 사건이다. 우린 이렇게 만들여지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 많은 시행착오와 환경적 여건에 적응하는 그 시기마다의 행운이 우리 인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기간 중에 몇가지 중요한 사건만 빠져도 우린 아예 존재조차 못한 생명체이다. 그리고 우린 또 엄청난 정자들의 경쟁을 통해 생명체가 되고 또 거기에서 수 많은 우연들이 거쳐 나를 만들어 낸다. 내 지능, 운동능력, 언어능력 등등 그런것들은 우연히 교차된 DNA 조합에 의해 결정되어으며 또 내가 자라란 환경과 부모의 재력, 인품, 국가, 지방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어졌다.

 

내가 절대적으로 맛있다고 믿는 신김치나 된장국은 오직 대한민국이란 공간에서만 유효하며 내가 가진 지능적 한계는 나의 부모님의 한계속에 포함된다. 나의 현재 직업역시 나의 의지가 아닌 내가 가진 환경이 만들어 준 것이다. 내가 만약 50년 전에 태어났다면 프로그래머란 직업을 가질 수나 있었겠는가?

 

우리는 그냥 우연히 또 우연히 태어나 또 다른 우연들이 끊임없이 겹쳐지며 형성된 존재이다. 우리 스스로에게 절대성이라 운명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운이 따라서 지금까지 살아 있을 뿐이며 또 이렇게 누리며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겸손해져야 한다. 내가 누리고 내가 가진 그 능력들은 단지 내가 운이 좋았을 뿐이다. 타인이 가지지 못한 능력이나 돈은 그 사람이 조금 운이 나빴을 뿐이다. 그것을 자랑하지 말고 그것을 비하하지 말고 내가 운이 좋음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물론 신에게 할 필요는 없다.

 

그런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미래에 어느날 우리보다 수백년 혹은 수만년 앞선 문명을 가진 존재들이 지구를 방문했을 때 그들이 우리를 개보듯 쳐다볼 때 우린 뭐라고 하면서 그들에게 대항을 하겠는가? 우리가 아무리 떠들고 설득해도 그들에게 우리는 그냥 시끄럽게 짖는 개같은 존재일 뿐인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땐 우리가 반려동물이라고 말하는 개들은 그 방문자들에게 열심히 꼬리를 흔들고 인간을 사냥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또한 소는 그들을 위해 우유를 생산하고 닭은 그들을 위해 알을 낳을 것이다. 어쩌면 고양이 만이 유일하게 인간 편을 들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는 원래 우리 인간에게도 고분고분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