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진화론에서 본 성의 대결

아이루다 2012. 8. 22. 16:39

 

결혼을 하지 않고 아기를 낳아 홀로 기르는 여성을 우리는 ‘두리모(미혼모의 새 이름)’라고 한다는 기사를 봤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결국 낳은 아이의 한쪽 부모 중 특히 남자가 아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여성 스스로가 남자의 책임을 박탈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모든 생명체는 근본적으로 자신의 DNA를 후대에 남기려고 노력한다. 그렇고 수많은 시간을 지나왔지만 오늘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아직도 자기가 자신의 아이가 이뻐보이는 이유를 잘 모른다.

 

요즘 재미있게 읽는 책이 한권있다. '이기적 유전자' 이 책이 쓰여진지는 거의 40년 가까이 된듯 한데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래도 얼마전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본 기억이 나는 것을 보니 꽤 유명하긴 했었나보다. 나는 그냥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우린 원래 이기적 동물이다 라고 말하는 정도의 책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실제 이 책을 읽어보다 보니 상당히 전문적이고 어려운 책이다. 왜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유명세를 탔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요즘 이런 책을 읽을만한 한국인이 얼마나 있을까?

 

서론이 좀 길었다. 이 책은 너무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책을 다 읽고 내용을 정리해서 쓰는것이 좀 무리인듯 보이는데 어차피 그것은 다 읽고 난 후 이야기이고 지금은 책 읽는 도중 나온 진화론적으로 본 남성과 여성의 전략적 판단 부분을 얘기하고 싶다. 아마 이 부분을 이해하면 '두리모'에 대한 부분도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 않을까?

 

모든 생물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많은 동식물은 두개의 성으로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어떤 판단 기준으로 상대를 선택하며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로 남기는 작업을 한다. 물론 단성생물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단성생물이 훨씬 유전적으로는 완벽하다. 하지만 양성생물이 더 높은 수준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암컷과 수컷에서 각자 자식을 위해 지불되는 가격은 주로 암컷이 높다. 인간과 같은 포유류에서는 훨씬 심한데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정자를 보면 여성 같은 경우엔 평생 배출 가능한 난자의 수 자체가 제한되어 있는 반면 남성의 경우엔 거의 매일 방출이 가능하다. 즉 여자가 최초의 성세포 단계부터 지불해야 할 비용이 남자에 비해 월등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방어적이며 전략적이다. 또한 아이를 가진 후에도 여자는 아이를 10개월 이상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여자 개인적으로 보면 매우 불리한 전략이다. 몸이 불어 잘 뛰지도 못하고 또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아이가 나온 후에도 여자는 역시 손해를 본다. 계속 젖을 줘서 어린 아이를 키워야 한다. 그러면에서 여성이 가진 모성애란 남자가 절대 근접하지도 못할 감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새 역시 난자 격인 새알이 수컷새의 정자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든다. 따라서 새 역시도 인간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 단지 새는 수정 후 체외에서 키오게 되므로 수컷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수컷과 암컷이 어떤 성향에 의해 상대를 선택하는지 간단한 정의를 통해 알아보자.

 

암컷은 신중한 성격과 경솔한 성격 두가지가 있다고 하자. 수컷은 성실한 성격과 바람둥이 성격이 있다고 치자.

 

암컷의 경우 신중한 성격은 상대 수컷을 고르는데 절대 함부로 결정하지 않고 많은 시간을 들여 수컷을 테스트 한 후 교미를 허락한다. 왜냐면 당연히 이렇게 해야만 교미 후 임신이 되었을 때와 또 그 후 자식을 키우는데 있어서 매우 도움이 되는 수컷을 고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매우 현명한 전략이다. 반대로 경솔한 성격은 그다지 많은 고민없이 자신을 좋다고 하는 수컷에서 쉽게 교미를 허락하는데 이 경우 재수가 좋아 성실한 수컷을 만나면 좋지만 바람둥이 수컷을 만나면 참으로 힘든고 고된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수컷중 성실한 성격은 신중한 성격이든 경솔한 성격이든 자신을 허용해준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며 또한 양육에 있어서도 매우 도움이 되어준다. 반대로 바람둥이 수컷은 시간과 힘이 되는데로 많은 암컷에게 자신의 DNA를 심고 다니는 이득을 얻게 된다. 물론 바람둥이라고 해도 신중한 암컷에게는 통하지 않으므로 주로 경소한 암컷에게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그룹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시뮬레이션 해보자.

 

처음엔 신중한 암컷과 성실한 수컷만 있다고 치자. 매우 안정적이며 짝짓기에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 단점이 있지만 양육에 대한 양측의 전폭적인 협조에 의해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이 집단에 경솔한 암컷이 우연히 하나 끼어들었다. 그렇게 되면 이 경솔한 암컷은 아주 쉽게 성실한 수컷과 짝을 이루게 되어 시간이 소비되는 단점을 벗어나게 된다. 거기에 성실한 수컷이니 이후는 신중한 암컷과 동일한 해택을 받게 된다. 이렇게 몇대에 걸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 경솔한 암컷이 신중한 암컷에 비해 작은 비용으로 후대를 남겨서 결국 경솔한 암컷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다가 어느새 암컷은 모두 경솔한 암컷만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우라도 수컷은 계속 성실하기에 문제가 없다.

 

이 상태에서 또다른 수컷의 성향, 즉 바람둥이 수컷이 하나 들어왔다고 치자. 그럼 이제 모든 경솔한 암컷은 이 바람둥이 수컷의 제물이 된다. 이 바람둥이 수컷에게 이 무리는 꿈의 구장이 된다. 그 수컷은 어느새 거의 모든 암컷과 교미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남긴다. 그리고 성실한 수컷은 짝을 이룰 기회를 박탈당하채 도태되어 간다. 하지만 이때 반대로 경솔한 암컷은 자신의 자식을 돌보지 않는 바람둥이 수컷을 아이의 아버지로 둔 덕분에 혼자서 양육을 해야만 하는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결국 이렇게 되면 신중한 암컷에 비해 얻던 이득이 양육에 대한 손해로 인해 훨씬 더 불리해지고 만다. 따라서 이때는 신중한 암컷이 더 유리해진다.

 

암컷들이 신중해지기 시작하면 바람둥이 수컷은 설자리가 없어진다. 왜냐면 암컷에게 구애를 하기 위해서는 오래시간 노력을 해야하는데 수컷에겐 그런 자질이 없다. 오직 빠른 암컷간의 이동만이 그 수컷들의 유일한 자질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성실한 수컷이 회복되어진다. 그리고 다시 처음 상태로 되돌아 간다.

 

이 과정을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보면 암컷의 경우 5/6 정도가 신중하고 나머지 1/6이 경솔한 암컷이 된다. 또한 수컷이 경우엔 5/8이 성실하며 3/8이 바람둥이 성향을 띨 때 그 그룹은 비로소 안정적인 모습이 된다. 비율을 잘 보았는가?

 

이 통계치는 인간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남자들중에 바람둥이가 많은 이유는 당연하다. 유전적으로 그렇게 결정되는 것이다. 여자들이 남자를 고를때 까다롭게 고르는 이유도 당연하다. 그래야 그 집단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 같은 경우를 보면 결혼을 할때 보통 남자는 집을 마련하고 여자는 집안의 살림을 마련하는데 집값이 너무 비싼 탓에 이 비용의 차이가 좀 기운다. 즉 남자가 더 많은 금전적 부담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결혼은 경제적으로만 보면 남자가 손해를 보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자연계에서도 흔하다. 우리가 새대가리라고 부르는 많은 새들도 나름 예쁜 집을 지어 암컷을 유인한다. 그 예쁜 집은 바로 수컷이 얼마나 성실하느냐를 재는 척도도 된다.

 

결혼을 한다고 하면서 집하나 준비하려 하지 않는 수컷에게 암컷이 어떻게 자신이 훨씬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양육을 함부로 맡길 수 있겠는가. 당연히 암컷은 신중하고도 또 신중하게 상대를 고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또 너무 수컷에게 모든것을 바라는 심리도 문제가 있다. 적어도 수컷이 어느정도 성실성만 보장된다면 딱히 남의 집과 비교해서 살 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마음에 드는 수컷을 골라 짝을 이루는 것도 좋다. 너무 고르고 고르면 고르는데 드는 비용도 절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결혼은 참 많은 문제를 양산한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짝을 찾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소수 여자들과 예쁜 여자만을 고르려 하는 남자들의 심리, 자식을 키운 후에도 독립시키지 못하고 계속 참견하는 부모세대와 자신을 키워준 부모세대로 부터 모든 것을 다 받고나면 그 존재에 대한 버거움만 남은 젊은 세대들. 아이의 양육비용은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인해 해가 갈수록 높아져만 가고 그런만큼 아이들은 경쟁속에 매몰되어진다.

 

우리의 DNA와 다른 동물들이 DNA는 거의 비슷하다. 우린 자신의 자식이라고 해서 엄청난 노력을 퍼붓지만 실제로 보면 부모와 자식간의 DNA 유사성은 50%이고 할아버지와 나는 25%이며 증조할어버지는 12.5% 고조할아버지는 6.2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한 5세대만 지나가도 그 사람과 나의 DNA 유사성은 그냥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가문이란 무슨 의미인가? 10대조 20대조 조상은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우리는 족보에 우리의 이름을 넣고 수십세대를 걸쳐 남겨온다. 거기에서 자신의 뿌리를 생각하고 모임을 가지며 단지 성(이름의 성)이 같다는 이유로 인해 그냥 모인다.

 

어쩌면 지구상의 생명체중에 유일하게 DNA에게 굴복하지 않을 수 있는 동물이 인간이 아닌가 싶다. 타 동물들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커다란 뇌 용량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렇다면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야 할까? 하지만 실제로 보면 보통 대부분의 인간의 행동은 동물의 그것과 전혀 다른점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렇게 산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두리모'는 경솔한 암컷과 바람둥이 수컷의 만남이 임신이라는 결과를 생산하고 나면 나타나는 현상이고 확률상 그리 낮지만은 않다. 그리고 그것을 오직 개개인의 문제로만 볼게 아니라 유전적 시스템 환경에서 이해하려고도 해야 한다. 왜 두리모가 되었는지를 따지기 보다는 우리의 사회가 반드시 경솔한 암컷과 바람둥이 수컷이 존재를 가지고 있다는 현상을 이해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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