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상품 혹은 어떤것의 적정가

아이루다 2012. 8. 15. 15:59

 

인간이 화폐를 사용한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서구문명에서 보면 로마시대부터 아마도 그 이전부터 물물교환 대신 화폐를 통한 가치교환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예측해본다. 아마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로부터 몇 천년의 시간이 흐른 후 현대 사회에서 화폐는 말 그대로 신용이다. 금과 같은 실제적 가치가 있는 물건이 아닌 종이에 인쇄된 숫자를 가지고 그보다 훨씬 더 값있게 취급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한민국 기준 10원짜리는 원가가 더 비싼 상황도 벌어졌다. 지폐가 신용이란 의미는 그 지폐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휴지가 된다는 의미이다.

 

현대사회에 들어와 우린 정말 다양한 종류의 또 엄청난 분량의 상품속에 살고 있다. 대형 마트에 가보면 그 넓은 공간에 참으로 많은 물건들이 빼곡하고 자리잡고 있지만 뭔가 사고싶을때 거기서도 없는 물건이 많다. 여기보다 더 엄청난 곳은 바로 인터넷 쇼핑몰이다. 대한민국 기준으로도 옥션같은 사이트는 정말 없는 물건은 사람시체밖에 없는 듯 하다. 전혀 사기 힘들어보이는 물건들도 거기서 카드 결제를 하면 며칠내로 배달이 된다.

 

우린 늘 뭔가를 지불하며 산다. 그리고 끝없이 내가 사는 물건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더 좋은 가치를 더 낮은 가격에 사기위해 노력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물건의 적정가는 도대체 어떻게 결정이 될까? 정말로 우리가 사는 가격이 그리고 우리가 사고나서 잘 샀다고 생각되면 그것이 적정가일까?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내가 50만월 주고 산 최신 스마트폰이 있다. 나는 그 폰 사용을 거의 하루마다 4시간 이상 사용하며 그 시간중에는 전화도 받고 음악도 듣고 채팅도 하고 메일도 확인하고 인터넷 기사도 보고 게임도 한다. 출퇴근 시간엔 너무도 중요한 필수품이며 아마도 이것이 없이는 하루도 살아가기 힘들어보인다. 또다른 물건이 하나 있다. 역시 50만원을 주고 산 물건인데 바로 집에서 쓰는 컴퓨터이다. 구매한지 2달이 되었는데 스마트폰 때문에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가끔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문서를 작성할땐 유용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0만원을 주고 산 에이콘이 있다. 하지만 전기세 부담이 되어서 1년에 하루나 이틀정도 사용한다. 문제는 이 에어콘은 이사할때 마다 설치를 다시해야 해서 10만원 이상 돈이 든다.

 

스마트폰, PC, 에어콘 세가지 예를 들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어느정도 가정이라면 대부분 갖추었을 제품이다. 가격도 모두 50만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물건을 제가격에 샀다고 말할 수 있나?

 

아마도 세개 제품 모두 제가격에 샀을 것이다. 왜냐면 선택의 폭이 거의 없었던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제조사는 많아야 5개를 넘지 않고 가격대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그냥 어떤 회사제품인가 아니면 얼마나 최신품인가 정도만 고려헀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사용빈도수를 기준으로 보면 에어콘은 스마트 폰에 비해 정말 조족지혈이다. 여기에서 우린 뭔가 차이를 발견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이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아마도 스마트폰 살때 돈이 아까웠듯 에어콘 살때도 비슷하게 돈이 아까웠을 것이다. 그렇다가 올해처럼 엄청 더운 여름이 오면 에에콘에 대한 가격지불이 매우 합리적이였음을 인식할지도 모른다.

 

커피의 예를 들어보자. 커피의 원가는 내 생각에 노동력을 빼고나면 한잔에 많이 잡아야 400원을 넘지 못한다. 여기에 가게 임대료, 주인의 노동력이 더해지면 얼마나 많은 가치를 갖게 될까? 또 다른 예로 냉면을 떠올려 보자. 냉면 역시 원가가 500원 정도 되는 식품이다. 여기에 다른 음식들은 어떤가?

 

지금 시장에서 통용되는 제품의 가격들은 모두 소비자와 판매자가 어느정도 선에서 서로의 이득을 최대한으로 맞춘 가격이다. 일종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절된 시장논리에 의해서 그렇다. 우리가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각종 문화상품, 즉 오페라나 유명가수 콘서트 등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먹기위해, 보기위해, 즐기기위해, 사용하기 위해 제품이나 문화상품 등에 가격을 지불한다. 같은 제품이나 문화상품이라도 지불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 그나마 범용적인 제품들, 일명 생활 필수품들은 많은 생산자와 많은 소비자간의 줄다리기에 의해 적정가격이 매겨져있으나 골동품, 미술작품 등과 같은 특별한 종류의 상품들은 말그대도 부르는게 값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적정가격을 지불했다고 믿는 또는 조금이라도 싸게 샀다고 해서 기분좋아지는 근거는 무엇인가?

 

택시를 탔다고 치자. 택시는 정확히 20분을 달려 요금이 7천원이 나왔는데 손님 입장에서는 기사가 총 두번에 걸쳐 더 느린 길로 오는 바람에 500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7천원을 내려니 조금 기분이 좋지 않다. 그전에 몇차례 경험으로 보아 이 길은 6500원이 적정가이다. 아무튼 그것으로 찌질하게 따질수는 없지만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다.

 

평소에 매우 좋아하던 가수의 콘서트를 보러갔다. 좋은 자리는 약 10만원 정도를 했다. 조금 부담가는 금액이지만 좋아하는 가수이니 지불하고 재미있게 놀다왔다. 그런데 오는길에 보니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서 홍보로 그 콘서트를 50%할인 받을 수 있는 티켓을 나누어주는 것이었다. 단지 그 사이트에 가입만 하면 주는 조건이었다. 자신과 자신의 애인것까지 하면 10만원의 이득을 볼 기회를 잃었다. 잠시 기분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떤 제품의 가격의 심리적 저항선에 관한 문제이다. 어떤 가수의 공연 티켓이 10만원이고 제작비가 2천억원이 투자되었다는 미국 헐리우드에서 만든 불록버스터 영화가 만원인 것에서 우린 영화가 싸다고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두 문화상품이 나에게 동일한 감정과 동일한 만족감을 주었다고 해도 영화가 싸다는 느낌은 절대 들지 않는다. 하지만 가수의 콘서트가 만원에도 볼 수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수의 공연이 무척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소비자가 제일 만족스럽게 물건을 사는 것은 그와 비슷한 정도의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없을때이다. 이때 실제 가격이 높고 낮음은 의미가 없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명품 가방의 가격이 오백만원이든 천만원든 그 가게가 일주일 뒤 반값으로 가격을 내리지만 않는다면 그것을 사는데 크게 돈이 아깝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여기엔 개인 가치관이 크게 개입되긴 한다. 누군가에겐 미친짓으로 보이기도 한다.

 

현재 세계에서 유명한 두 종류의 스마트 폰은 바로 IOS를 사용하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삼성전자와 기타회사의 제품군으로 양분되어 있다. 그리고 현시점에서는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들이 훨씬 많은 시장 점유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안에서 실행되는 유용한 앱의 판매를 보면 IOS쪽이 훨씬 크다. 점유율과는 전혀 다른 효과이다. 왜냐하면 IOS는 불법 제품을 설치하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로 '탈옥'이란 과정을 거쳐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인데 안드로이드는 그 과정이 훨씬 가볍게 적용된다. 따라서 불법 소프트웨서 사용이 상대적으로 쉬우니 사람들이 굳이나 돈을 내고 제품을 구매하려 하지 않는다. 물론 제품의 가격이 천원, 이천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공짜로 쓸 수 있는데도 불고하고 돈을 내는 것이 아까운 것이다.

 

우린 어떤 제품을 사기 위해서 사람에 따라 또는 제품의 가격에 따라 하루나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조사에 시간을 보낸다. 다양한 경쟁사 제품의 기능과 누군가 사용한 신뢰할만한 사용기, 회사에 대한 신뢰 그리고 가격까지 따져서 제품을 산다. 심한 경우엔 직접 매장에 가면 만원 더 싸다는 말에 매장에 직접 가기도 한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더 싸게 좋은 제품을 샀을 때 기분이 매우 좋다. 물론 남자의 경우이다. 여자의 경우라면 다르다.

 

그후 이 제품을 처음에 언급한 스마트폰 처럼 매우 자주 유용하게 쓰느냐 아니면 에어콘처럼 일년에 한두번 쓸까말까 하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이 물건이 필요해서 샀고 또 매우 싸게 샀기에 현명한 소비를 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며칠 후 그 제품을 반값 세일을 하는 곳이 나오기 전까지만 느끼는 만족감이긴 하다.

 

우린 제품을 살때 가격을 매우 중요한 선택요소로 놓는다. 그래서 당연히 회사에서 제품에 대한 판매정책을 펼때 '세일'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1년에 한두번의 세일에 많은 소비자가 엄청난 제품을 사는 것도 바로 그 이유이다. 하지만 이 제품을 일년에 20번 세일하면 사람들은 세일할때만 사고 나머지 기간엔 사지 않는다. 그 제품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낮아진 것이다.

 

어떤 제품의 심리적 저항선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내가 신발을 살때 매번 5만원 이하의 제품을 샀다면 나는 어떤 종류의 신발에 대해서는 5만원 넘으면 고가의 신발이 된다. 머리를 깍을때 비용도 점심을 먹는 비용도 마찬가지다. 실제 그것이 그만한 값어치를 하느냐 보다는 내가 그것을 하는데 얼마까지가 기분나쁘지 않고 허용될까가 중요하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격에 대한 측정 능력이 없다. 특히 고급 제품일 경우 더한데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오디오 제품이나 수십만원짜리 클래식 연주회, 수억원 하는 미술작품 등은 그 값어치를 헤아리는 것이 전문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이 아닌 소위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제품의 가치를 매긴다. 이 점도 역시 회사가 제품을 팔아먹을 떄 자주 이용하는 부분이다. 광고에 쓰는 모델은 이런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하지만 이제품이 좋다고 우기는 광고속 여자의 머리가 나보다 그런 판단을 잘 할 수있는 사람인가?

 

사람들의 또다른 특징 하나는 이미 구매하고 특별히 배신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자신이 산 제품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고 타인에게 추천도 많이 한다. 왜냐면 자신의 한 판단이 옳고 타인도 그런 판단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있다. 특별히 하자가 없다면 좋은 제품이고 그만한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가?

 

가격이 높은 고급제품을 갈 수록 그 제품의 고급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드물다. 하지만 내가 돈이 많다면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면 더 고가의 제품을 선택한다. 왜냐면 그 제품을 쓰는 자신의 능력과 또한 막연히 더 비싼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거기에 어느대학교 교수라도 나와서 보증해주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가격을 높인 고급기능을 내가 쓸 능력이나 혹은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없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누군가를 만나 그것에 대해 말하고 또 너무 좋다를 연발해주면 주변 사람들도 자신을 따라 사거나 혹은 마구 부러워 할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이 웃기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평소 소비를 잘 살펴봐야 한다. 도대체 왜 그 상품을 사며 또 뭘 얼마나 더 싸게 사려고 얼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그 차이만큼 자신이 노력을 했을 시간이 아깝지 않는지. 그 차액만큼을 이득봐서 기분이 좋은건지 아니면 단순히 다른 사람들보다 더 싸게 사서 기분이 좋은 것인지. 그 제품을 구매한 후 얼마나 많이 사용했고 또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이득이 되었는지.

 

우린 모두 멍청하기 그지없는 소비를 한다. 전자제품은 그 제품의 품질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끼칠 제품 안에 들어간 ic회로에 대한 이해를 못하기에 적정가에 대한 것은 그냥 평판이 좋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제품을 구매하며 옷은 명품가게에서 파는 옷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옆에 시장에서 파는 제품을 백화점에 옮기기만 해도 두배의 가격은 충분히 받아낸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하다못해 누군가 대 놓고 두개를 비교해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증명해줘도 백화점은 서비스가 좋고 환불이 편하다고 우기면서 계속해서 백화점으로 구매를 하러 다닌다. 그러면서도 타인의 구매한 제품에 대해서도 매우 자주 평가를 해댄다. 왜 그 물건을 샀느냐.. 다른 제품이 낫다.. 등등

 

상품의 적정가는 없다. 상품의 적정가는 회사의 마케팅 전략과 제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믿는 멍청한 소비자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오늘도 소비자는 자신의 매우 좋고 쓸만한 물건을 아주 저렴하게 구매하는 현명함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광고와 제품 후기와 각종 파워 블로거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공식적인 제품 평가서보다는 아는 혹은 전혀 모르는 이들의 제품 평가를 더 믿고 구매를 한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것들을 믿고 사는가?

 

어차피 눈감고 찍으나 1주일을 고민하고 알아본 제품이나 결과론적으로 보면 크게 다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제품을 사는 순간 혹은 그후로 부터 몇달은 제품의 가격이 제값을 하는지 혹은 자신이 최선의 선택을 했는지 궁금해하고 평가할 것이지만 1년이 지나면 그 제품에 대한  그러한 기대들은 이미 희미해져서 언제 어떻게 버릴지 고민을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더 새로운 모델로 관심이 옮겨졌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