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른 존재들과 살아가기

아이루다 2012. 8. 16. 19:30

 

아주 어렸을때 였다. 초등학교때였는지 아니면 중학교 다닐때였는지 확실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어느날 '이상한 존' 이란 소설을 읽었다. 그당시 나는 꽤 많은 종류의 소설을 읽었는데 SF로 분류된 내가 제일 좋아했던 분야의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꽤 특이한 내용과 특이한 삽화가 인상이 깊다. 특히 커다랗게 그려진 주인공 '존'의 두눈은 공포스럽기까지했다. 오랜된 소설이라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이왕 소개한 것 간단히 설명을 해야겠다.

 

이 소설의 화자는 주인공 존이 태어난 집의 옆집에 살았던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존이 태어나고 자라고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모두 보고 기술하고 있다.

 

존은 어느날 태어난다. 하지만 이 아이는 좀 특이하게 다른 아이와 다른 성장을 보인다.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일종의 저능아같은 느낌인데 잘 걷지 못한다든가 말을 못하는 그런 상태였다. 부모는 많은 걱정을 하지만 이 아이는 3살이 넘어서도 소리만 지를뿐 인간의 언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정확한 수치는 무시하기 바람)

 

그러던 어느날 기적과 같이 아이는 말을 하기 시작하고 순식간에 너무도 유창한 말을 한다. 이에 부모는 기뻐하면서도 약간의 공포감을 느낀다. 그리고 아이는 금새 자라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가 된다. 주인공 존은 아무튼 뭔가 이상한 아이이다. 그 나이 또래가 보이는 행동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또다른 옆집에 살며 존을 괴롭히던 어떤 학생이 어느날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존을 피하는 일도 일어난다.

 

이후로는 정말 잘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존은 어느새 자라 몇몇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 이야기 화자 역시 동행을 한다. 그리고 그가 만난 사람들 중 하나는 늙은 노파와 젊은 여인이었다. 둘은 모녀관계였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젊은 쪽이 엄마였으며 늙은 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늙은 딸이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 젊은 엄마가 나이에 비해 젊은것이 문제였다. 둘은 잠시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곧 도저히 해석 불가능 한 언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화자는 그들이 간 후 존에게 도대체 어느나라 말로 대화를 한 것인지 묻자 존이 '영어를 뒤집어서 발음한 것' 이라고 답한다. 자신도 처음엔 당황했으니 곧 이해하고 대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존은 이후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서 어느 외진 섬에 가 그들만의 세계를 만든다. 그 사람들은 모두 EPS라고 불리는 일종의 초능력자들이었는데 존가 그 일행은 스스로를 현생 인류와 다른 존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섬에 근접했다가 존의 의해 기억이 삭제된 사람들에 대한 보고가 계속 되면서 정부에서 군함을 파견하고 결국 군함내의 모든 군인들까지 정신을 뒤집어 놓은 존과 일행은 그들을 보내도 계속 뭔가가 섬의 평화를 방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불을 태워 스스로를 파괴시켜 버린다.

 

존은 그를 원래 집으로 데려가려 설득을 하기위해 도착한 화자와 마지막 만남에서 인류의 잔인성과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진화하지 못한 구 인류를 마음껏 비웃어준다.

 

소설을 대충 이렇게 끝이난다.

 

비슷한 외모를 가진 덜 진화한 사람들과 살아가는 존의 마음은 도대체 어땠을까? 마치 우리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보듯 했을까? 밥을 주면 꼬리를 흔들고 나갔다오면 뛰어나와 반가움을 표시하는 귀여운 강아지?

 

책의 흐름으로 보아서는 존의 마음은 하급동물로 여겨지는 현생인류의 파괴적인 습성과 동족마져 이익을 위해서 잔인하게 죽여버리는 무한대의 이기주의에 크나큰 실망을 느끼고 처음에 그 스스스로 그들과 다르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고통받다가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동족을 만나 그 스스로 혼자가 아님을 깨닳고 커다란 자유와 함께 근본적으로 현생 인류를 미개한 족속으로 보는 시선이 생겼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뭐 꼭 그런 흐름이 아닐지라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내 스스로 부정하고 싶은 종류의 생명체가 바로 내가 소속된 종족이란 생각에서 오는 깊은 절망감에서 어느날 자신이 그들과 다른 어떤 존재란 것을 깨달을 때 느껴지는 자유란 정말 얼마나 대단할까? 마치 그건 미운 오리새끼 같을 것이다. 다른 오리들에게 늘 천덕꾸리기였던 오리가 어느날 자신이 우아한 백조란 것을 알아된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랄까?

 

가끔은 정말 인간이란 동물의 한계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오래된 책 하나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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