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공감, 심리치료의 마법사

아이루다 2012. 4. 14. 08:55

2008년인가? 광우병 소고기 수입문제로 인해 광화문이 촛불로 물들었던 날 나도 그자리에 있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그자리에서 촛불에 불을 밝혔지만 나는 조금 다른 이유였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좀 쪽팔려서 였다. 당시 우리나라 대통령이란 사람은 미국의 부시 별장에 가기 위해 그리고 운전대 핸들 한번 잡을려고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대한민국의 권리를 그냥 넘겼다. 뭐 실제로 내부를 쳐다보면 더 많은 거래가 있었으리라 짐작은 하지만 실제로 피상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그것이 다였다. 카트 한번 몰겠다고 한 나라의 먹거리 주권을 넘긴것이다.

 

일종의 불법 집회였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해 넘어가서 신고안하고 집회하면 다 불법이니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오니 경찰을 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며 일명 '명박산성'을 만들었다. 시민들의 분노는 서울의 한복판을 온통 촛불로 가득 채웠다.

 

일명 '조중동'이라고 일컬어지는 잡지만도 못한 신문들은 늘 촛불을 물어뜯었고 우리는 그리 무겁지 않지만 오랜 지속에 의해 한계를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그때였다. '정의사회구현 사제단' 에서 신분님들이 집회에 참가했고 짧은 미사를 진행했다. 물론 나는 천주교고 기독교도 전혀 믿지 않기에 종교의식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날 마음 한구석에서 울컥 울음이 터져나옴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위로였다. 그리고 공감이었다.

 

우리가 각각 가진 그 어떤 모습을 다 떠나 '그래 여러분들이 옳아. 틀리지 않아. 그리고 고생하고 있어' 라고 말해주는 위로였다.

 

조금 다른 얘기인데 작년에 '나는 가수다' 라는 노래부르기 예능 프로가 있었다. 지금은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거기에 가장 많은 화제를 몰고 온 가수가 내 생각엔 '임재범' 이었다. 한때 우리나라 대표적 리드싱어로 활동하다가 성격적 문제로 인해 오랜 시간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난 후 그 삶의 무게를 남김없이 짊어지고 있는 듯한 그의 모습과 쇳소리가 나는듯한 그의 보이스는 그가 부른 단 몇곡에서 아주 깊은 감동을 줬었다. 특히 '여러분' 이란 노래를 들을 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런 경험을 한 듯 했다.

 

특별히 설명할 상황은 아니다. 그냥 그때는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공감된 것이다.

 

최근에는 올해 초 우연히 읽은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을 읽고 혼자 밥을 먹다가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냥 내가 나를 위로하는 눈물이었다. 오랜 시간 내 삶에 대해 나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나 자신을 밀어붙이던 내안에 있는 나에 대해 '이제 그만, 그만 힘들어 해' 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나의 눈물을 끌어냈다. 행복을 느끼려 노력하기 보다는 내가 살아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자신을 꾸짖으며 끊임없는 자기비판이 나를 많이 힘들게 했었던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도 그리 크게 다르지 않는 상황이지만 나는 그날 이후 내 삶이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로 작은 결심을 했다.

 

이 불로그의 글도 그날 이후로 많이 쓰기 시작했다.

 

삶에서 타인과의 공감, 혹은 책,영화,음악,미술 등등 우리가 접하는 많은 문화적 식견에 대한 공감은 우리를 얼마나 위로해주는가. 인간이 실제로 타인과의 대화를 즐기는 커다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공감이다. 직원들끼리 마음에 안드는 상사를 씹을때 느끼는 공감이나 친구들끼리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정치에 대한 견해를 교환하면서 느끼는 공감도 크다. 또한 우리가 즐겁게 노는 수 많은 놀이문화 역시 공감이 일종이다. 공감이 없는 놀이나 대화는 재미가 없기 쉽다.

 

공감은 우리를 치료해준다. 내가 받은 상처나 내가 가진 아픔을 위로해주고 나 또한 타인의 아픔이나 상처를 치료해준다. 우린 늘 공감을 원하고 그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교류하면서 살아간다. 실제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좋은 사람들과 많이 어울려 사는 사람이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흐름에 맞춰 그냥 살아간다. 그들은 너무나 뻔한 삶을 살아가며 머리속에 많은 생각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늘 그들은 오락꺼리를 찾으려 애쓴다. 물론 나역시 이 범주에 벗어나질 못한다. 그래도 난 가끔은 세상에 대해 그리고 그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처럼 아프고 나처럼 멍청하게 사는 사람이 어딘가 또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건 교류를 하고 그래서 서로 치료해주고 공감할 수 있으리라 믿는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가면 그런분들을 우연히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평생 그리워하며 살다가 죽게될 것인가.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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