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온라인 게임내의 삶

아이루다 2012. 3. 29. 13:48

 

꽤 오래전에 우리나라에 WOW(와우) 라는 이름을 가진 온라인 게임이 들어왔다. 정식 명칭은 World of Warcraft 로 미국의 블리자드라는 회사가 만든 게임이다. 참고로 이 게임의 배경이 되는 시나리오는 WarCraft 1,2,3 씨리즈에 의해 이미 많이 완성이 되었고 많은 이들이 즐겼던 패키지 게임이기도 하다. 아마도 게임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스타크래프트 라는 게임은 들어봤을 것이고 이 게임을 이 회사가 만들었다는 것 정도는 아실 것이다.

 

나는 게임을 나름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 와우라는 게임을 오픈 베타부터 참여하여 거의 5년 이상을 즐겼다. 말이 5년이지 정말 오래 했던 게임 중 하나이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 상 게임상에서 사람들과 연결되고 인간관계도 맺어지며 실제로 만나 얼굴을 보기도 했다. 뭐 지금은 그 중 연락을 하는 사람은 딱 한명 뿐이지만 실제로 몇사람 정도는 언제든 연락해서 만날 만큼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나는 게임상에서 마법사라는 직업을 가진 여자 캐릭터를 키웠는데 내 캐릭터 (내가 온라인 상에서 키우는 나의 분신 같은 존재)는 참 대단하다. 불을 공으로 만들어 상대를 공격하는 화염구나 얼음를 화살처럼 발사하는 얼음화살 같은 기술로 적을 죽이고 그 시체에서 돈이나 가죽 같은 것을 챙기기도 한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물과 빵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특정지역으로 순간 이동도 가능하고 풀을 캐어 팔거나 풀로부터 연금술을 이용해 각종 비약들을 만들어 낸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왜 현실은 온라인 게임속의 세상처럼 살지 못하는가?

 

게임속 세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우숩지만 한번 해보자.

 

1. 집 : 게임상에서는 집이 필요가 없다. 그냥 여관에 넣어두고 접속 종료를 하면 끝이다. 하지만 현실은 오랜 시간 돈을 모아서 집을 빌리거나 사야 하며 집에도 종류가 많아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2. 음식 : 게임상에서 음식은 먹어도 그만 안먹어도 그만이다. 물론 먹으면 도움을 주지만 생존의 필수요소는 아니다. 현실은 음식이란 반드시 섭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음식 역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3. 옷 : 게임상에서 옷은 아주 중요하다. 왜냐하면 옷 자체가 능력을 향상시켜 주기 때문인데 스탯이라고 부르는 수치가 그것을 조절한다. 그리고 좋은 스탯을 가진 옷은 사람들에게 소유욕을 불러 일으킨다. 어떤 의미에서 좋은 옷은 게임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옷은 음식과 비슷한다. 물론 음식처럼 하루에 꼭 몇끼씩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과 가격차이는 천차만별이다.

 

4. 직업 : 게임상에서 직업은 어떤 능력을 가졌느냐를 결정한다. 이문제는 이미 어떤 캐릭터를 만들때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와우에서는 약 10가지의 직업 중 선택이 가능했다. 그리고 직업은 역할의 의미를 갖게 되면서 공동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커다란 요소로 작용한다. 현실에서 직업은 생계를 유지시키는 수단으로 돈을 벌게 해준다. 또한 직업적 성과에 대한 만족감으로 인해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실현 목표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 부분은 게임도 어느정도 비슷하다. 게임내에서도 자신의 직업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더 많은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5. 생계수단 : 게임에서 생산활동은 몬스터를 잡아 시체로 부터 얻거나 풀이나 광석등을 캐어 경매장같은 시장에 팔 수 있다. 풀이나 광석은 그것을 캔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거의 비슷한 위치에 다시 생기게 되므로 시간만 투자하면 많은 재료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 원재료를 가공하여 더 많은 이득을 남기기도 하며 좋은 아이템을 얻어서 팔거나 그런 것을 얻는 모임에 참석해서 참가비를 받기도 한다. 화폐 단위는 골드이며 나중에 현금화도 시킬 수 있다. 현실에서 생계수단은 주로 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을 의미한다.

 

6. 이동수단 : 게임상에서 이동수단은 처음엔 걷기만 가능하고 중간에 말을 탈 수 있으며 나중에는 새를 타고 공중을 날수도 있다. 물론 버스와 비슷하게 각지역을 연결해주는 새를 탈 수도 있으며 약간의 비용을 지불한다. 그리고 포탈이라는 게념이 있어서 특정 장소까지 이동을 순식간에 할 수 있다. 대륙간의 이동은 대형 비행선이나 배를 타고 이동하며 공짜이다. 현실에서 이동수단은 대중교통과 개인 차가 있다. 또한 비행기와 같은 먼지역 이동수단도 있고 지하철이나 기차와 같은 형태도 있다. 자가용을 제외한 모든 교통수단을 탈때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자가용 역시 기름값과 감가삼각비가 계속 소요된다.

 

7. 죽음 : 게임상에서 죽음은 약간의 귀찮음이다. 약간의 수리비와 무덤으로 부터 죽은 장소까지 뛰어야 하는 귀찮음이 있다. 현실에서 죽음은 그냥 끝이다. 더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

 

더 많은 차이가 있지만 크게 기본적인 것들만 적어봤다. 그냥 봐도 우리가 왜 게임 속 세상처럼 살 수 없는지가 보인다.

 

게임속의 내 캐릭터는 늘 웃고 있다. 내가 따로 감정지시를 하지 않는 한 하품을 하거나 가만히 서있다. 내가 아무런 키보드와 마우스를 통해 아무런 동작 명령을 내리지 않는 한 아무런 동작을 취하지 않는다. 그녀는(내 캐릭터는) 완전히 수동적이다. 그녀는 배고프다고 말하지도 않고 좋은 집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돈을 달라고 하지도 않으며 타인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그녀가 행복해 보이고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게임은 현실일 수가 없다. 우린 먹어야 하고 잘곳이 있어야 하며 돈을 가지고 원하는 물건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돈도 벌어야 한다. 게임속 내 캐릭터는 따로 직업 훈련을 받지 않아도 경험이 쌓임에 따라 자동으로 기술을 습득하여 동일한 레벨을 가진 같은 직업군이 가진 모든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물론 그 기술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좋은 아이템을 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인스턴스 던전이나 레이드를 통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해도 된다. 그냥 누더기 같은 옷을 입더라도 새를 타고 세상 구경을 할 수 있으며 무제한으로 생겨나는 풀이나 광석을 채취해 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면 배고플 일이 없으며 집을 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임은 분명히 현실과 다르다. 하지만 우린 게임속에서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집이 있지 않다고 해서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게임을 즐기는데 큰 지장이 없다. 물론 좋은 아이템이나 경험은 나를 더 넓은 세계로 갈 수 있도록 하지만 안해도 된다. 그냥 나는 동네 주민이 시킨 늑대를 잡는다든가 악어의 뼈를 모아서 가주면 주는 적절한 보상을 받고 살 수 있다.

 

게임 안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이 걸친 아이템을 자랑하고 운좋기 얻은 아이템을 비싼 가격에 팔아 이윤을 남기기도 한다. 어떤 시절엔 무척 비쌌던 아이템이 새로운 버전이 업데이트가 되면서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현실세계에서 우리가 그 가치를 부여하는 것들은 어떤가? 그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그것들의 값어치는 끝없이 변경된다. 아이폰3S가 처음 한국에 출시되었을 때와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을 비교해보자.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가?

 

게임이라고 해도 아무것도 안하고 즐기긴 힘들다. 게임내에서 퀘스트를 해서 돈을 벌든 아니면 재미를 느끼든 그건 개인의 차이이다. 새를 타고 멀리 여행도 할 수 있고 낚시나 요리 숙련을 올려 음식을 마련할 수도 있다. 와우는 나름 많은 개인적 취향에 따른 재미요소를 마련해놨다. 현실은 이에 비하면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있다. 우리는 책을 읽을 수도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있고 낚시를 하거나 여행을 할 수 있다. 돈이 많이 드는 요소도 있고 거의 들지 않는 요소도 있다.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 즐기는 빙벽타기 같은 요소도 있고 대부분이 사람들이 즐기는 자전거 타기와 같은 것들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린 그 많은 가능성을 선택하지 못하고 만다. 그저 누군가에 의해 혹은 수동적으로 주어진 것들을 즐긴다. TV에서 하는 드라마를 즐기고 영화나 스포츠를 즐기는 수준이 전부이다. 아이를 키우면 아이의 삶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기도 하고 돈을 벌겠다는 의지에 가득차 돈만 보고 달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 보편화된 생각은 사회를 지배한다. 이를 따르지 못한 사람은 실패한 사람이 되고 이를 잘 이용하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으로 타인들에 의해 평가된다.

 

우린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것들을 하고 사는가? 우리가 가치를 느끼는 그런것들이 접속 종료하면 끝나버리는 게임속 그것들과 다를것이 무엇인가? 인생은 로그오프가 되는 시점이 있다. 바로 죽음이다. 그리고 다시는 로그인 하지 못한다.

 

작은 온라인 게임내에서도 각 캐릭터들의 삶이 있다. 그것을 조종하는 것은 마우스와 키보드를 통해 명령어를 내리는 사람이지만 그안에서는 서로 캐릭터로 만난다. 서로의 아이템을 자랑하고 부러워하고 다양한 재미꺼리나 새로운 놀꺼리 정보를 공유한다. 두근거리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기도 하고 너무나 익숙해져서 졸면서도 해낼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집도 먹을 것도 필요없는 사이버 세계이지만 실제로 인간 세상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많은 것을 이루기도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실제로 계정에 대한 지불을 끊는 즉시 그 캐릭터들은 오직 데이터로만 존재하게 된다. 설령 난 평생을 끊지 않겠다고 마음 먹더라도 서비스를 하는 회사에서 중지하면 어쩔 수가 없다. 언젠가 그 캐릭터들은 마치 그 많은 세월을 아무것도 아닌양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동안 재밌었으니까 슬퍼하지마 라고 말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언젠간 죽음이란 종말이 다가온다. 내가 의지하든 아니든 상관없다. 예고없이 찾아오며 그 순간 난 아무것도 아닌 썩어갈 육체일 뿐이다. 나의 뇌는 그 기능을 다하여 멈추고 난 생각이란 것을 영원히 다시 할 수 없게된다. 그럼 난 재밌었으까 슬퍼하지마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왜 좀 더 재미있게 보내지 못했을 까 라고 후회를 할까?

 

가치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타인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는 모래성같은 것이다. 이름을 날리고 싶은가? 높은 벼슬을 하고 싶은가? 돈을 많이 벌어 수백억의 자산을 소유하고자 하는가? 그럼 그런 가치들에 대한 기준은 누가 마련한 것인가?

 

자신이 가진 그리고 자신이 갖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 좀 더 깊은 사고를 해보자. 오늘 당장 얻지 못해 안달하는 가치가 1년 2년 혹은 죽는 그순간까지 영원할 것 같은가? 자신의 것이 아닌 것들은 로그오프 되거나 서비스가 중단된 온라인 게임처럼 의지에 상관없이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무가치해질 수 있다.

 

삶이란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 길을 가는 자만이 온전히 자신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물론 그것들 조차 완전히 자기 것이 아니다. 그래도 타인에 의해 부여된 가치보다는 더 오래 그리고 더 의미있게 본질적으로 가질 수 있는 자신만의 가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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