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전형적인 삶

아이루다 2012. 4. 6. 14:40

완전히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겠지만 일단 대학 졸업을 했다고 치고 첫 취업에 성공했다고 가정해보자.

 

보통 남자의 나이는 군대를 다녀왔다면 그리고 학창시절 1년 정도의 휴학이나 연수 혹은 취업 재수를 경험했다면 27살 이상이 되었을 것이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20대는 금방 지나가고 가장 몸값이 좋은 나이인 30대가 다가온다.

 

보통 일반기업에서는 30초반에 대리의 직급을 갖게된다. 아마 직장생활에서 보통 처음으로 갖는 직위이기 때문에 가장 기분좋은 직급이기도 하다. 그리고 보통 대리는 일을 잘하는 그리고 일을 좀 하는 나이대와 직급이다. 그위로 있는 과장이나 부장과는 다르게 책임보다는 실무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몸값이 낮은 반면 생산성은 훨씬 좋을 수 있다. 그래서 30대 초중반 나이에 취업시장에서 가장 잘 팔린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지만 이 나이에 보통은 어떤 환상같은 것들이 있다. 일종의 대박에 대한 꿈인데 지극히 현실적인 분들은 취업하자마자 꾸준하게 적금을 들고 돈을 최대한 적게 쓰려고 하여 돈을 모으지만 보통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재미있게 살긴 하지만 실제로 모아놓은 재산은 연봉이 특별히 높은 직장이 아니고서는 대한민국에서 작은 아파트 전세하나 얻기도 심각하게 불가능하다.

 

30대 초반은 또한 결혼할 상대자를 찾는 나이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그리고 삶의 목표가 나름 뚜렸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20대보다는 훨씬 정밀하게 상대를 탐색하게 된다. 모아놓은 재산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모을 수 있는 재산도 중요하며 그 대상 하나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세밀하게 살핀다. 평생을 살아야 할 사람인데 그 정도는 어느정도 당연한 것 같다.

 

여기에서 크게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결혼을 한 사람과 결혼을 하지 못한 사람.

 

결혼을 한 경우라면 보통 경제에 관념이 저절로 생긴다. 집을 얻으로 다니다 보면 엄청난 집값에 놀라고 집에서 해주던 밥먹다가 실제 시장을 봐서 밥을 해먹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보면 살인적인 물가에 심각성을 느끼게 되므로 절약과 저축이란 단어를 많이 떠올린다. 결혼 전보다 훨씬 씀씀이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반대로 결혼을 못한 경우라면 특별히 미래를 준비하는 성격이 아니라면 계속 그런 패턴으로 살아간다. 솔직히 말해서 돈을 모아야 할 이유도 크게 없고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질 어떤 행운에 대한 기대치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30대 초반이 지나고 중반을 지나 후반이 다가오면 뭔가 변화가 생긴다.

 

결혼을 한 경우라면 애가 하나 둘 생겨서 애 키우는 재미와 직장내에서의 서열문화 혹은 줄타기 문화에 적당히 어울려가며 살아간다. 결혼을 못 한 경우라면 아직도 결혼에 대한 욕구는 살아있어서 시도는 하지만 영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기 힘들다.

 

30대말 40대초가 다가오면 보통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질 가능성이 높은 행운에 대한 기대치가 무참하게 깨진다. 특히 30대를 어떻게 보냈는냐에 따라 혹은 어떤 직종이나 직장을 선택했었냐에 따라 몸값도 천차만별이고 하는 일이나 어울리는 계층도 달라진다. 이때 친구간의 관계가 많이 틀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사회적 관계도 맺어진다. 30대는 사람을 가장 크게 변화시키는 시기이다.

 

가장 좋은 예는 결혼을 하고 애도 한 둘 있고 직장이 있으며 안정적이고 적당히 높은 연봉을 받고 있으며 정년도 보장되는 회사이다. 이런 계층을 우린 중산층이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에서 상위 10%정도가 누리는 삶이다.

 

만약 결혼을 하지 안했거나 못했거나 집안 사정이나 부모님의 빚 등에 시달려 돈을 제대로 못모은 남자들은 경쟁에서 뒤쳐져 결혼을 하지 못하고 살아갈 경우 이 나이가 이제 어떤 심각한 문제점을 일으키는 나이가 된다.

 

직장은 안정적이지 못하고 나이는 먹고 같이 살아갈 배우자도 없으며 당연히 아이도 없다. 거기에 모아놓은 재산도 없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살던 부모님은 점차 노쇠해져가 죽음을 앞두고 있고 주변 친구들 중에 남은 애들은 보통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다. 친했던 이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집과 자신의 회사에 집중해서 살아간다.

 

갑자기 두려워지는 시기가 온다. 잘해야 10년이나 더 직장생활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고 50대에 은퇴를 하고 나면 남은 수십년의 세월을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 독거노인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가 않은 시기인 것이다.

 

여기에서 결혼을 했더라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도 많고 심지어는 이혼을 해서 더 안좋은 처지의 사람들도 있으니 실제로 이런 사람들의 비율은 전체 20%정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미혼자 10% , 이혼자 10%)

 

특별한 행운이 없는 한 이 계층의 사람들은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게 될 것이다. 취미생활이나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다른 노력을 할 수는 있겠지만 특별한 것은 없다. 직장에서는 하루하루 더 나이을 먹는 사람일 뿐이고 그렇다고 해서 딱히 목표가 생기지도 않는다. 무엇을 위해 돈을 모으며 살아간단 말인가?

 

결혼을 한 사람의 경우엔 정년퇴직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더 크다. 자식은 이제 겨우 중/고등학교 다닐 나이가 되었으니 대학에도 가야하고 또 결혼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 실제로 어느정도 중산층에 살고 있다고 쳐도 모아놓은 재산은 아직도 빚을 갚고 있는 대출금이 남은 아파트 한채정도 이다. 물론 이 아파트 처분하면 돈이 좀 될 것 같지만 2012년 이후 아파트는 그리 재미가 많아 보이질 않는다.

 

그들 중에는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후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10%도 성공을 못하고 퇴직금이나 집담보 대출 받은 투자금만 날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과연 그럼 국민연금 하나 믿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50대가 아마도 가장 힘든 시기인가 싶다. 국민연금을 받을 나이도 안되었고 좀 일찍 퇴직한 사람은 10년 이상을 수입이 없이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그나마 그자리도 무척 적다.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죽는 순간까지 경쟁일 뿐이다.

 

60대가 되면 자신에 대한 어떤 기대치가 심하게 줄어든다. 그래서 거들떠도 안보던 월 백만원짜리 일도 중요하다. 자신의 노동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 이것이 딱 지금 순간의 우리나라 60대의 모습이다.  그래도 65세 이상이 되면 국민연금이라도 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못받는 사람도 꽤 된다. 그러니 이제 지난 30년간의 세월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의 노후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이후 나이는 이제 늙기 시작한다. 그리고 죽음을 향해 간다.

 

 

우린 평생을 어떻게 살면서 또 어떤 생각과 어떤 걱정 그리고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일까?

전형적인 삶이란 별로 행복해 보이지않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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