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이야기

별보기는 절대 낭만이 아니다

아이루다 2012. 2. 13. 20:13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보면 예쁜 여친과 함께 별을 보며 낭만을 즐긴다.

 

아! 나도 낭만을 즐기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별보기는 하지마라. 별보기 취미는 내가 경험해본 취미 중 가장 극악스러운 취미다. 일단 모든 활동이 밤에 이루어지기에 여름엔 모기에 겨울엔 엄청난 추위에 시달린다.  기본적으로 어두운 곳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대도시에 산다면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고 기름값도 꽤 깨진다. 거기에 초기 장비에 들어가는 비용도 크고 별을 볼 수 있는 날도 참 많이 제한된다. 차례로 살펴보자.

 

(1) 초기 투자비용

 

자전거 명품 사면 백만원이 훌쩍 넘는다. 망원경은 중저가 사도 백만원이 넘는다. 거기에 차가 있는 것이 많이 좋다. 그래서 국내 천문인들은 대부분 30대를 넘긴 아저씨들이고 경제적 여유도 좀 있는 편이다.

 

(2) 관측 일의 제한

 

우리나라에서 별을 볼 수 있는 맑은 날이 얼마나 될까? 기상청에서 말하는 단순히 맑은건 안된다. 구름이 껴서도 안된다. 이것 저것 다 빼면 일년에 수십일이나 가능할까? 거기에 달은 훌륭한 관측대상이긴 하지만 달 이외의 것을 보고 싶을 때는 최대의 적이 된다. 보름달 주변 날짜 빼면.. 정말 즐길 날짜가 많이 줄어든다.

 

(3) 이동의 제한

 

서울은 잘해야 달포함 행성 정도나 관측 가능하다.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싶다면 시외로 나가야 하는데 적어도 서울에서 한시간 거리는 달려야 한다. 시간과 기름값의 압박이 온다.

 

(4) 시간의 제한

 

별보기는 밤에 즐기는 취미다. 대충 저녁 9시부터 해서 새벽 5시 정도까지. 밤 낚시랑 비슷하다. 가정에 평화가 깨질 수 있다.

 

(5) 더위,추위와의 싸움

 

여름에 별보기는 참 힘들다. 은하수가 멋지게 하늘을 장식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날씨의 고유 특성상 여름에는 렌즈에 엄청난 수분이 붙는다. 즉, 이슬이 내리는 것이다. 덥고 습한 날씨 덕이다. 거기다 모기도 앵앵거린다. 겨울은 별보기에 참 좋은 계절인데 일단 맑은 날이 많아서 좋다. 하지만 엄청 춥다. 추위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자신하지 말라. 영하 10도 이하에서 2시간 정도 있으면 온 몸이 꽁꽁 언다. 발도 무지 시럽다. 차 안에서 추위를 피해야 한다. 차 없으면 겨울에 별보기는 너무 힘들다.

 

(6) 무게와 이동의 제한

 

좋은 망원경 사면 무겁다. 들고 댕길라면 허리 휜다. 허리 다칠수도 있다. 취미 생활하다가 건강 상하면 안된다. 조심조심 해야 한다.

 

(7) 이동 수단의 제한

 

중/고/대학생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부분이다. 차가 없으면 참 하기 힘들다. 주변에 차를 가진 선배를 꼬시거나 동호회에서 잘 만나면 해결도 가능하다.

 

(8) 주변의 태클

 

가정을 가진사람은 집안 사람의 눈치를 안볼 수가 없다. 돈들고 밤새고.. 아무튼 집안 사람들과 잘 협정을 맺어야 한다.

 

이 엄청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왜 이 취미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냥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하늘을 보면 그리고 그 하늘을 카메라를 통해 담으면 어찌나 예쁜지..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다. 비록 모기에 뜯기는 낭만이고 쫄바지 입고 어그부츠 신은 뽀대 안다는 옷차림이지만 우주를 바라본다는 것은 참 행복하다. 장비병 걸린 사람들은 물론 좋은 장비가 좋아서 하겠지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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