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명상

아이루다 2013. 1. 14. 14:25

한 두어달 전부터 명상을 틈틈히 해보고 있다. 원래 명상엔 예전부터 관심이 좀 있었으나 혼자서 해보면 졸리기만 해서 몇차례 해보다가 포기를 했었다. 그런데 얼마전 우연히 본 책 소개에서 명상에 대한 소개가 있어서 구매를 했다. 그리고 이 책엔 명상을 위한 CD가 같이 있었다.

 

나는 이 CD를 mp3로 변환해 다양한 장소에 저장했다. 내 휴대폰에도 또 DivX, 컴퓨터, USB 메모리에도 저장했다. 틈나는 대로 들어보기 위해서이다. 그래봐야 총 5개짜리 파일들이다. 하나가 보통 10분 ~ 15분 정도 길이이다.

 

꾸준히 한것도 아니고 틈나는 대로 해왔기에 아직도 명상에 대한 구체적인 효과는 잘 모르겠다. 단지 처음보다는 조금 나아진 느낌인데 특히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한 20분 정도의 명상은 나에게 어느정도 영향을 준 듯 하다.

 

명상이 뭐라고 설명하기란 매우 힘들다. 나 역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따라 최대한 해보려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것이 제대로 되고 있는것인지 아니면 흉내만 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하고 났을때 느껴지는 어느 정도 평온한 마음은 도움이 되는 듯 하다.

 

내가 요즘 훈련하고 있는 명상은 내 오감, 생각등의 나를 자극하는 혹은 내가 느끼는 모든 것에 대한 자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즉 내가 다섯개의 감각기관으로부터 얻어진 정보를 딱히 뇌에서 해석하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보도록 하며 또한 생각 자체도 하나의 단위로 정의해 내 자신이 현재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내가 이 명상법에서 가장 크게 놀란 것이 바로 이점이다. 보통 명상을 할때 가장 큰 방해요소가 바로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잡생각들이고 또 이런 잡생각은 뇌의 연상기능으로 인해 쉬지 않고 머리속을 헤집기 때문에 도저히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에 집중할 수 없게끔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어떤 면에서 단순한 사고의 전환일 뿐이지만 매우 효과는 크다. 적어도 나는 현재 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는 생각들에 대해 무작정 지우려고 하거나 혹은 실패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냥 머리속에 어떤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어서 내가 생각자체로 빠져 완전히 삼천포로 가버리는 것을 방지해준다.

 

명상은 잘되는 날이 있고 안되는 날이 있다. 그 차이는 바로 이 생각의 흐름을 적절하게 끊을 수 있는가 혹은 완전히 생각 자체에 사로잡혀서 한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생각에 빠져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즉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나 혹은 감각기관으로 부터 얻어진 정보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 그날 명상은 쫑치는 것이고 뭔가 마음이 안정되어 내 감각기관 정보나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어느정도 성공한 날이다.

 

그렇다면 명상에 성공하면 어떤 상태일까? 나는 그것을 확실히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건 경험하고 있다. 한 20분 정도의 명상에 좀 제대로 집중하고 나면 그 후 한 두시간 정도는 몸에서 매우 좋은 느낌이 난다. 뭐랄까 몸이 게운하다고 할까? 보통 명상을 하고나면 머리가 맑아진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몸에서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다시 표현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과 내가 가진 걱정꺼리나 혹은 몸에서 느끼는 불편함등이 조금 수면아래로 내려가 좀 덜 걱정하고 좀 덜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내 착각일 수 있다.

 

아무튼 명상의 효과는 지금으로서 뭐라고 명확히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한계지점에 맞딱뜨린 나의 현지점에서 그나마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몇가지 안되는 방법 중 하나로 알고 있다. 그리고 난 명상이 만병통치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명상은 하루에 2시간정도라도 내 머리를 비워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그 가치성이 있다고 믿는다.

 

게으른 성격탓에 꾸준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포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명상이 좋은건 언제든 어디서든 하려고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하철을 탈때도 운동을 하기 위해 걸을때도 난 늘 시도를 한다. 예전엔 걷는동안 1시간 이상 명상에 집중해본적도 있다.

 

지금 내가 배운 명상법은 원래 환자 치료용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몸이 편해지는 것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중요한 점은 30년은 해야한다고 한다;; 30년이면 난 70대이다. 재수가 좋아 오래 살아도 무덤에 들어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난 명상에 대해 조금 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것이 어니냐. 세월이 지나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 있다는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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