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일상 - 출근편

아이루다 2012. 4. 30. 10:39

 

어제 유난히 일찍 잠이든 탓에 아침 6시쯤 눈이 떠진다. 요즘은 속병때문에 아침을 먹기에 보통때처럼 이불속에서 뒹굴거리지 않고 일어났다. 월요일은 원래 10시까지 출근인지라 출근까지 무려 4시간이나 남은 시간이다.

 

뭐했는지는 모르지만 7시가 되고 나는 쌀을 씻어 앉쳤다. 그리고 보글보글..

 

밥이 되는 동안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들을 잠시 살펴보았다. 시간은 금새 흐르고 밥은 어느새 물이 다 흡수된 채 뜸들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불을 줄이고 뜸을 들인다.

 

정식으로 먹는 아침이 아닌지라 죽으로 만든다. 궤양약을 먹으려고 먹는 아침이니 죽이 좋다. 밥이 다된 후 밥은 덜어서 놓고 남은 누룽지에 물을 부은 후 냉장고에서 잘라놓은 당근,양파,양송이버섯을 꺼내어 한숫가락씩 넣고 한조각 남은 맛살을 잘게 잘라서 넣어준다. 나만의 맛살죽이다.

 

누룽지가 죽이 되려면 적어도 20분 이상은 끓여야 한다. 죽이 끓는 동안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시간을 죽인다.

 

죽이 다 만들어지고 김치와 함께 호호 불어가면서 먹는다. 죽은 유난히도 뜨겁다. 오직 소금간만 하기때문에 짠맛이 거의 대부분이지만 내 죽은 얼마전 본죽에서 먹은 8천원짜리 게살죽만큼 맛있다. 아니 게살죽이 맛이 없는것이고 내 죽도 비슷하다.

 

죽이지만 천천히 씹어서 먹는다. 그렇게 20분 정도 밥을 먹은 듯 하다.

 

설겆이를 하고 이를 닦고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난 후 양말를 꺼내 신고 어제 입었던 노란난방을 걸친 후 바지를 갈아 입는다. 출근 준비끝이다. 지난 금요일 전해주지 못한 작은 노트북을 챙겨 가방에 넣으니 묵직한 느낌이 어깨에 전해온다.

 

아파트 문을 열고 나오는데 상쾌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느껴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입구로 내려와 자건거 번호열쇠를 열고 출발한다.

 

내 출근로인 성내천은 요즘 온통 꽃밭이다. 연상홍이 붉은색, 분홍색, 흰색, 자주색으로 너무도 이쁘게 많이 피어있다. 그리고 이름모를 작은 꽃들도 길가를 수놓고 있다.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는 내가 오래동안 듣고 있는 음악들이 하나씩 플레이된다. 나도 모르게 내 입가엔 미소가 걸린다.

 

내 착각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기분좋게 출근하는 날에 내 입가에 미소가 걸리면 지나던 사람들이 가끔 유심히 나를 바라본다. 워낙 굳어있는 표정에만 익숙한 사람들인지라 혼자서 미소를 머금고 자전거를 타고가는 40대 아저씨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요즘 성내천 물속엔 커다란 잉어들이 잔뜩이다. 한강에서 올라온 것인지 풀어놓은 것인지 확인은 못했지만 새끼까지 낳아서 아주 바글바글하다. 물고기들은 군데군데 모여서 다들 자신의 생업에 열중하고 있다.

 

겨울내내 성내천을 지켰던 오리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하얗고 이쁜 목을 가진 백로와 연한 회색의 깃털을 가진 왕새가 오늘도 물고기 낚시를 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사진찍을땐 그리 멀리 있더니 오늘은 코앞까지 와서 있다. 얄미운 놈들;

 

겨울동안은 출근내내 본 사람이 수십명도 안되는데 요즘은 수백은 되는듯 길이 복잡하다. 날씨가 좋으니 다들 나와서 산책을 한다. 키우던 강아지도 산책을 하고 강아지와 함께 나온 사람들도 산책을 한다.

 

길한쪽 구석에 볕이 잘드는 돌위에서 검은색 고양이 한마리가 앉아 털을 다듬고 있다. 햇빛을 즐기며 몸단장하고 있는것 같다. 카메라가 있었다면 꼭 담고 싶은 모습인데 나에겐 카메라가 없다!

 

어느새 자전거는 한강과 합류되는 지점까지 왔다. 넓어진 길가엔 유채꽃이 노랗게 하늘거리며 예쁘게 피어있다. 사람들은 주변에서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즐긴다. 나는 내리막길이라서 급하게 통과하고 자전거 엘리베이터를 타고 잠실철교로 올라간다. 여기서 부터는 한강 횡단이다. 그리고  자전거 여행의 끝이다.

 

오늘은 월요일이라서 매주 뚝섬 사무실을 찾는 날이니 자전거를 강변역에 묶어두고 지하철을 탄다. 처음 탄 지하철은 성수행이란다. 탔다가 다시 내렸다. 얼마 후 다음 열차를 탔는에 운좋게 자리 하나가 비었다. 천천히 걸어가서 앉아서 주변을 살폈다.

 

예전에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끊으려고 주변을 인식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어느날 보니 다들 스마트폰에 빠져 타인들에게 관심들이 없어서 이젠 내가 타인들의 모습을 본다. 자는 사람 10% 스마트폰으로 뭔가 하는사람 50% 책보는 사람 5% 같이가는 사람과 대화중인 사람 5% 나처럼 멍하게 있는사람 10%이다. 나머지는 기타이다.

 

잠시 영국드라마 셜록을 흉내낸다. 내 옆에 앉은 여자의 손을 바라보며 그녀가 어떤 직업을 가졌을지 상상해본다. 손톱을 그리 다듬지 않았다. 서비스업보다는 좀 더 사무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인가보다. 그런데 옆사람 얼굴을 보긴 좀 힘들다. 그래서 가방을 봤다. 어떤 상표의 가방인지 알고자 했지만 여기서 나는 셜록과 큰 차이를 보인다. 아무리 쳐다봐도 어느회사 제품인지 알수 없다. 탐정놀이는 금새 끝난다.

 

머리속에는 오늘 출근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재미난 생각을 하다가 뚝섬을 지나버렸다. 결국 한양대에서 내려 다시 한구간 돌아왔다. 내리는데 어떤 아저씨가 내리기도 전에 막 드리밀고 탄다.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막으면서 못들어오게 하고는 작은 소리로 '내리고 타세요' , '내리고 타세요' 를 말해준다. 정말 무매너가 참 많다.

 

5분정도 걸어서 사무실 입구에 도착하여 지문감식기에 대고 나를 확인해준다. 문이 열리고 나의 2012년 4월 30일 월요일 출근이 끝이난다.

 

내일은 노동절이다. 나도 노동자니 쉰다. 오늘 하루 월요일치고는 기분좋게 시작한다.

 

지금 옆에서 종운이 커피를 갈아서 내리고 있다. 커피를 먹지 말라는 의사의 말때문에 묽게 마실것이다.

 

다시는 다시 오지않을 2012년의 4월의 마지막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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