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거운 진실과 가벼운 거짓말

아이루다 2013. 12. 14. 08:17

 

MBC에서 '무한도전' 이라는 리얼리티를 표방한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가 벌써 7년 정도 된 듯 하다. 몇몇 사내들이 나와서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도전을 필사적으로 하는 모습이 꽤나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은 듯 이 프로그램은 얼마 후 공중파 방송 3사를 모두 거의 비슷한 포맷을 가진 아류 작품의 전성시대를 만들어 냈고 그 후로도 지금껏 방송가의 키워드는 '리얼리티'가 되고 있다.

 

KBS는 '1박 2일'이란 프로로 SBS는 아마 '페밀리가 떴다' 라는 프로를 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세 종류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거의 보지 않았다. 아무튼 이후로도 이 프로그램들은 계속 진화해서 남자의 자격인가? 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던 듯 하고 김병만이 나온다고 하는 오지를 배경을 한 프로와 최근엔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프로도 있는 듯 하다.

 

출연진이 다르고 포맷도 조금씩 다르며 진행 방식 역시도 어느 정도 구분이 되는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통털어서 리얼리티 쇼 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외국쪽 사례를 보면 정말로 그 리얼리즘이 대단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프로그램들도 어느정도 그럴 수 있겠지만 예전부터 대본 유출에 대한 몇 번의 스캔들을 보면 생각만큼 리얼한 것은 아닌 듯 하다.

 

물론 기본적으로 방송이 되는 프로그램에서 리얼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수운 일인데도 보는 이들은 꽤나 그것을 믿고 보는 모양이다. 그래서 가끔 유출된 대본이나 조작한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잡힐 땐 온라인 게시판들이 꽤나 시끌시끌하다.

 

그런데 이것이 진정한 리얼리즘이냐 혹은 조작이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정말 단순하게 결정이 된다. 그것은 어떤 방송도 완벽한 리얼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된다. 그것은 실제로 너무도 위험하기도 하고 또한 그랬다간 잘못하면 너무도 재미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TV에서 방송되는 거의 유일한 리얼리즘이 적용되는 분야는 역시나 스포츠 뿐이다. 그리고 드라마, 일반 쇼프로, 토크 프로그램이나 이런 리얼리티 쇼 모두 방송 용으로 적합하게 적절히 조작된 결과물이다.

 

그 정체가 뭐든 간에 스포츠 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프로그램은 가벼운 거짓말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것이 무거우면 나중에 커다란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는 수준 내에서 일종의 조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사실과 약간의 조작을 한 후 그 결과는 거의 리얼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로 그리 사실과 틀린 것은 아니다.

 

요즘은 케이블 TV에서 시청률을 위해 좀 위험한 수준의 조작을 하는 일명 무거운 거짓말도 시도하는 듯 보이는데 이럴 땐 좀 강력한 규제가 필요해 보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일에 매우 관대한 성향을 보인다.

 

아무튼 TV는 한마디로 가벼운 거짓말의 세상이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TV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속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가치관을 기준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자신이 거짓말을 안할 것 같다면 TV 속의 사람들도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에 그것을 진짜로 믿는 것이다. 즉, 방송의 내용을 믿는다는 뜻은 그 사람이 그만큼 순진하다는 뜻도 된다. 이런 사람의 속성은 만화영화에 빠진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이와는 별도로 우리가 접하는 정보 중에는 꽤나 무거운 진실이 있다. 이것들은 보통은 뉴스를 통해, 기사를 통해 접하며 어떤 경우엔 아예 정보 자체가 대중에게 노출이 안되면서 수면 아래에 잠들어 있는 것들도 있다. 이런 것들은 보통 집권 세력, 기업 등의 소위 힘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좋지 않는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으며 그래서 결국 제 삼의 소규모 언론사들을 통하거나 혹은 그냥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보통의 무거운 진실들은 신경써서 알아보지 않으면 접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할 진실은 그곳에 많이 있다는 아이러니 함이 존재한다. 이것은 마치 증권가에 도는 투자에 대한 고급 정보와 비슷하다. 증권가 고급 정보는 소위 능력 있는 자들을 위한 한정된 정보로서 일반인은 거의 알 방법이 없다. 하지만 증권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런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우린 결국 늘 이 정보들이 증권 시장에 반영된 후 결과만을 TV나 경제지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런 고급 정보를 접했을 때 그 정보는 이미 고급 정보로서 기능을 다한, 이젠 누구나 알아도 될 가치가 상실된 정보가 된 후이다. 즉, 이 말은 이미 그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어 주식이 오르거나 내린 후란 말이다. 그러니 이때 이런 정보를 접하고 해당 주식을 매매하는 소위 말하는 개미들은 그만큼 돈을 벌기가 어렵다는 뜻이 된다.

 

그나마 증권 정보는 돈을 벌게 해주는 가치가 있으니 일반 사람들이 그것을 알려고 무던히 노력을 하지만 성격이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종류인 우리가 무관심한 사회에 대한 무거운 진실은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 아니면서 거기에 더해 알면 알수록 마음만 더 불편한 경우가 허다해 사람들은 이런 정보를 굳이나 찾아서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아니 찾아서 보여줘도 실제로 회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현상은 결국 우리 자신이 언론사에 길들여지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우리 스스로 정보를 접한 것이 아니라서 누군가의 의도대로 교묘하게 편집된 결과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증권가 고급 정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증권사 고급 정보를 알게되는 순간엔 이미 그 정보는 더 많은 이득을 노리는 무리들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

 

아무튼 무거운 진실을 접하는 것은 방법론에서도 어렵고 또한 알고 난 후에도 우릴 절대로 행복하게 해주질 않는다는 점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보통 이런 정보들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세상을 살아가기 더 어렵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또한 이런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들에게 약간의 기부 행위까지 하도록 유도해 실제로 경제적 손실까지 유발시킨다.

 

이런 상황이니 누가 무거운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가? 실제로 리모콘 버튼만 하나 누르면 쉴 새 없이 방송을 하는 가벼운 거짓말들이 우리를 늘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세상인데 무슨 꼬인 심정으로 그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조금이라도 더 금전적 손해를 보는 쪽으로 가도록 하겠느냔 말이다.

 

물론 미래를 걱정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진실을 알려고 하고 그것을 전파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가벼운 거짓말에 웃음짓는 삶을 더 선호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에 비난하기도 그것을 억지로 고칠 수도 없다. 단지 우리가 이렇게 웃고 즐기는 사이에 숨겨진 무거운 진실은 결국 언젠간 우리의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발생 한다는 점이 우려스러울 뿐.

 

하지만 이것 역시도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실제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해도 그것이 과거의 어떤 무거운 진실을 외면한 결과인지를 연결하기란 정말로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 많은 이들은 이런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냥 재수가 없어서 당한 것이라고 여기고 만다. 이것을 구조적인 문제로 생각해서 끌어가기 시작하면 그 후로는 결코 쉽게 가벼운 거짓말에 웃으면서 살기기 힘들기 때문에 재빨리 잊는게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좀 더 나아지려면 무거운 진실과 가벼운 거짓말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것이 너무 한쪽으로 쏠리면 무거운 사회가 되거나 너무 가벼운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외국인 평가 중에는 너무 가볍다는 평이 있다. 즉 우리는 보이는 것, 보여 주는 것에 너무 집착하여 실제로 우리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이란 기능을 통해서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것을 좀 더 전문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철학의 부재시대라든가 사유의 종말시대 쯤으로 표현 할 수 있겠는데, 보통 사람과 달리 좀 더 사고가 깨어 있는 사람들은 이런 사회적 모습을 보면서 걱정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들이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어느 순간 갑자기 적절한 중심을 잡을 것 같지는 않다.

 

돈이 모든 비교 판단 기준은 아니지만 단순하게 생각해서 연간 수입이 50억은 될 법한 여느 TV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상황극에 따라 천원짜리 빵 하나를 두고 서로 심각한 수준의 언쟁과 쪼잔함 그리고 배신과 복수에 더해 무리짓고 왕따시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숨겨진 진실은 연봉 1억도 벌기 힘든 우리가 정해진 규칙 안에서 사서 고생하는 그 모습을 보며 인간적인 감동을 느끼고 있다는 묘한 대비이다.

 

그로인해 영하 20도의 날씨에서 괜히 텐트를 치고 힘들게 자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실제로 그런 훈련을 하고 있는 군인들조차도 그런 그들의 모습을 안타까워 하면서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연출된다. 하지만 같은 고생을 했더라도 TV 속에서 하루 밤을 보낸 해당 프로그램 출연자는 천 만원의 돈을 벌고 비 선택적으로 고생을 한 군인은 동일한 노동에 있어서 천 원을 받는 세상인 것이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 통용되고 있는 단 하나의 원칙은 바로 가벼운 거짓말은 보는 이를 재미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뭐 이것도 우리는 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라는 대 원칙에 적용하면 그리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면 정말 자신의 목숨까지도 담보로 하는 존재가 아닌가?

 

하지만 이런 우리의 속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안타까운 면은 지금 사회가 가벼운 거짓말로 너무 많이 쏠려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무거운 진실을 외면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무조건 최대한 가볍게만 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니 이미 그런 삶에 너무도 익숙해서 이젠 과연 복합적 사고라는 것이 가능한지 조차 의문이 드는 존재들로 살아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래의 사회는 더 그렇게 변할 것 같다는 점이다. 부모를 따라 배우는 아이들은 사고를 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오늘도 남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기느냐 혹은 뒤쳐지지 않을 것이냐만 걱정하고 살아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경쟁에 참가 중 일때는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심각하게 지치고 그 결과로 불행해졌다는 점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자각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것을 어떻게든 풀어 내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것은 우리의 의도가 아닌 자연스러운 몸의 자기 보호과정이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경쟁 스트레스가 기본으로 깔린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냥 평소에 사는 것 자체가 힘들고 지쳐서 무거운 진실을 알아도 애써 외면하거나 혹은 자기 합리화를 통해 그것을 무시하려고 할 것이고 그 무거운 진실이 사라진 공간엔 역시나 가벼운 거짓말들이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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