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에서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중 가장 독특하며 또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물론 이 부부라고 정의한 용어는 반드시 법적인 부부나 혹은 결혼식을 올린, 다른 이들이 인정하는 부부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부부라고 표현한 관계는 성별조차도 꼭 남녀일 필요가 없다. 즉 남남, 남녀, 여여에 상관없이 그들 스스로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느낀다면 모두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부라는 대상이 된다.
과거에 쓴 글 중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중 부부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표현 했던 적이 있다. 그것은 그만큼 부부는 그 자체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오직 정신적으로만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물리적인 접촉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고 이를 위해서는 친구의 우정보다는 부부간의 관계가 훨씬 좋다.
가장 먼저 부부의 특징을 살펴보면 일단 참 독특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그것 중 하나가 바로 두 사람 사이가 그 어떤것으로도 전혀 얽혀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것은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혈연적 얽매임이 없다는 뜻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피가 섞인 부모나 형제들 보다도 훨씬 강하고 밀접한 관계성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거기에 보통 부부라면 최대한 혈연적 연관을 멀리하는 것이 세계 공통적인 특성인데 이것은 유전적 형질이 가까울수록 그 자녀들에게 유전자적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유전자의 존재도 몰랐던 옛사람들은 어떻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싶다.
오늘 이글에는 부부의 실제적인 관계의 종류에 대해 써보기로 하겠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동업자 관계와 동반자 관계 두가지이다. 물론 여기에 더해 무관심의 관계, 남남의 관계, 집을 같이 쓰는 동거인의 관계, 별거중인 관계 등의 틀어진 관계들이 더 존재하지만 이 글에서는 이런 무늬만 부부인 관계는 대상으로 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일단 동업자와 동반자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자. 도대체 동업자는 뭐고 동반자는 무엇일까?
동업자는 어떤 일을 하는데 같이 해 나가는 동료를 말한다. 물론 이렇게 설명을 했다고 해서 이것이 꼭 경제활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그런 종류의 일 중 하나이며 경제생활을 통해 공동생활을 꾸미는 것도 이런 일이다. 우리 인간은 같이 하면 할수록 효율성이 좋아지는 동물이다. 즉 1 + 1 = 2 가 아닌 10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혼자 하는 것보다는 둘이 하는 것이 많이 좋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우린 보통 가능하다면 협력을 하는 편이다. 여기에서 부부는 양육이라는 반드시 공통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게 됨으로 실제로 모든 부부 기본적으로 모두 동업자 관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부사이에서 동업자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 일단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여기에서 보통 남자는 경제적인 책임을 맡고 여자는 아이를 돌보는 책임을 진다. 이 둘의 관계가 잘 어울릴 때 부부는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게 된다. 두번째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다. 집을 깨끗히 하고 먹을 것을 마련하며 주거환경을 안정시키는 것과 외부에 나가 그들이 먹고 살 것을 구하는 경제활동 역시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며 이것 역시 서로의 일이 된다. 이것들은 단순히 보이지만 또한 매우 중요한 삶의 절차이기 때문에 누구나 이런식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부부관계의 또 다른 종류인 동반자는 어떤 의미가 될까? 이것을 설명하기 보다는 몇가지 예를 통해 부부가 동업자인지 동반자인지를 생각해보기로 하자.
1. 배우자의 단점이나 문제를 느낄 때 그것을 고치려 하는가? 아니면 이해하려 하는가?
2. 배우자가 자신의 문제나 단점에 곤란해할 때 이것을 스스로 고치려 하는가? 아니면 상대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3. 가끔은 두시간, 세시간 이상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행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가?
4. 일년에 나눈 대화에서 집안이야기, 아이이야기를 뺀 온전히 둘만의 대화가 전체의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가?
5. 만약 배우자가 죽게 된다면 평생 마음에 묻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6. 상대로 인해 어떤 좋지 않은 위기가 닥친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는가? 아니면 그 일은 상대가 벌린 일이므로 그가 모두 수습하길 바라는가? 혹은 도움은 주지만 그 상처는 마음속에 담아두겠는가?
7. 배우자를 100% 믿는가?
이쯤에서 글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아주 단순히 동업자와 동반자의 차이를 말하자면 동업자는 잘 될때만 유지되는 관계이고 동반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유지되는 관계라고 표현할 수 있다. 즉 동업자는 그들이 공동으로 추구하는 일이 제대로 잘 유지될 때 계속 갈 수 있는데 어떤 위기상황이 닥치면 잠시는 회복을 기대하기에 버티지만 위기가 계속 지속될 경우 오래지 않아 어떤 식으로든 좋지 않은 결말이 난다. 일반 사업장과 달리 부부는 분리하는 것이(이혼) 그리 쉽지 않아서 앞에서 말한 예처럼 무늬만 부부로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이 벌어진다. 즉 무늬만 부부인 사람들은 동업자 관계의 부부에서 위기극복에 실패한 예로 보면 된다.
그렇다면 동반자관계는 동일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을 할까? 일단 어떤 종류이 일이든지 동반자라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나 배우자에게 일어난 일을 모두 자신의 일로 판단한다. 즉 좋은 일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일도 공유한다. 물론 여기에서 동업자도 동일한 행동을 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마음이 다르다. 동업자라면 공동의 이득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한다면 동반자라면 바로 그 일이 내일과 같기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버티는 수준이 다르다.
더 쉽게 말하면 동반자는 동업자와 달리 상대의 운명을 100% 내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이런 관계는 마치 나의 존재가 하나 더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추가로 설명을 하자면 나의 배우자가 나와 완전히 연결되어 있다고 믿을 수 있다면 내 운명이 바로 배우자의 운명이며 반대로 배우자의 운명이 바로 내 운명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엔 기본적으로 7번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즉 상대를 100%믿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100%의 믿음은 결코 쉽지 않지만 이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 부부는 동반자의 길을 가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는 이런 믿음이 있다고 스스로 의심치 않더라도 한쪽의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잔 같은 불안정함도 존재한다.
아주 운이 좋은 사람들 소수를 빼고는 대다수의 사람은 살아가면서 한번쯤 인생이 뒤흔들리 정도의 위기를 맞이하는 경우가 있다.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직장에서 짤리거나 하는 등의 위기가 닥쳐왔을 때 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통 동반자로 살아왔는지 동업자로 살아왔는지가 결정이 된다. 만약 동업자라면 설령 이 위기를 힘들게 극복을 하더라도 각자의 마음에 서로에 대한 원망이 쌓이게 된다. 즉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자신에게 계속 원망을 늘어놓는 상대에 대한 서운함이 남고, 반대로 자기가 불러온 위기가 아닌데 상대때문에 고난을 당하게 되는 상황이 싫어서 같이 극복하려고 하긴 하지만 끝없이 불만이 쌓이고 그것을 상대에게 늘어놓은 사람 역시 마음 한구석에 그런 생각이 생채기처럼 남는다.
하지만 동반자라면 이것에 대해 아주 다른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긍정적이고 혹시나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를 미워하고 비난하는 마음보다는 이해하고 같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상대의 운명이 바로 내 운명이니까 그런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는 매우 관대하기 때문에 이렇게 된다.
동반자들에게서 주변 여건은 부수적이다. 그것은 마치 내 자신과 내 주변상황과 같은 문제이다. 내가 좁고 좋지 않은 집에 산다고 해서 내 자신이 좁고 좋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만약 내 삶을 내가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솔직히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것을 먹고 사는 것에 대해 별로 미련이 없다. 우린 결국 행복 하기 위해 살기 때문에 행복을 위한 조건은 그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이 같이 살때 그들의 조건은 어느정도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 둘의 관계 이상 중요해질 수 없다. 반대로 동업자는 이 부분에서도 명확히 차이를 보인다.
동업자에게 좋은 환경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더 좋은 환경을 얻고 싶어서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공동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이윤을 얻지 못하면 왜 같이 하겠는가와 같은 문제이다. 동업자에서 부부의 각자 역할은 보통 남자는 경제력을 여자는 가정을 꾸리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맺어진 계약이기 때문에 이것이 잘 충족되지 못하면 이것은 깨진 관계로 가게 되는 것이다. 운이 좋아 평생 이것이 지켜진다면 둘은 동업자로서 평생을 잘 살고 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삶이 그리 평탄지 않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보통 부부는 큰 위기를 겪은 후 동업자에서 동반자로 변해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부터 동반자를 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인데 그것에 대한 가장 큰 예는 바로 결혼 적령기에 놓인 남녀의 상대에 대한 요구사항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이것을 다른 말로 조건이라고 말하는데 이 조건은 매우 객관적인 정보이다. 그래서 우린 끝없이 객관적인 자료를 이용해서 남들과 우리를 비교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득율이 얼마인지 따지는, 이익을 목표로 하는 회사와 완전히 닮았다.
이렇게 시작한 관계도 운 좋게도 서로의 믿음을 확신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해 동반자가 되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평생을 동업자나 그보다도 못한 남남의 관계로 머무르는 사람들도 많다.
결혼은 꽤나 물리기가 힘든 일이다. 일반 사람들은 보통 많아야 두번 정도의 결혼을 할 수 있다. 혹은 가끔 세번도 있긴 한데 이것은 매우 드문일이다. 그래서 한 두번의 시도를 통해 자신과 함께 할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이것이 참 힘들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바로 내자신이 누군가와 동반자가 될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오직 이득과 손해만을 계산하게 되면 우린 그 누구와도 동반자의 관계로 진행될 수 없다.
물론 누군가는 뭐하러 동반자라 되려 하는가? 그냥 동업자로 애나 키우고 마음 편하게 평생 즐기면서 살면 되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인정한다. 그것도 하나의 삶이니.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들의 충족되지 못하고 불완전한 삶이 안타깝긴 하다. 뭐 물론 이것은 내 입장이지만.
사람들은 지금도 각종 조건들은 현실인데 어떻게 그것을 부정하고 사람만을 보고 사느냐고 되물을 것이다. 그럼 난 이런 이야기를 하나 해줄 것이다. 우리가 보통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꼭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단어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돈' 이다. 물론 돈의 중요성을 나는 절대로 부정하고 싶지 않다.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돈이란 존재의 문제는 바로 만족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린 적당하게 그 선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린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한다. 이것은 평생을 거쳐 너무도 오래 훈련된 결과인데, 결국 이 문제가 행복과 충돌을 하게 된다.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과 같이 때문이다. 둘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지금 살고 있는 곳보다 더 싸고 넓은 곳으로 이사가면 되고, 백화점을 동네 시장으로 바꾸면 되고, 해외여행 갈것을 국내 여행으로 가면 되고, 스테이크 먹을 것을 돼지갈비로 먹으면 되고, 좋은 교육환경이라는 근거도 없는 믿음에서 벗어나 그 가족이 모두 더 행복할 수 있는 곳에서 살면 된다.
우리는 지금 근거 없이 주어진 자기의 조건을 마치 원래 자기가 그런 조건을 갖추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냥 혹은 이 정도는 해야 일반적인 삶이 아닌가 하면서 현재의 삶을 유지하고자 자신이 가진 좋은 것들을 너무도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잃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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