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넘어, 나를 찾다

20. 채수련씨와의 상담 #1

아이루다 2017. 6. 17. 08:45

 

 

상담자 : 안녕하세요.

 

글쓴이 :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상담자 : ..

 

글쓴이 : 일단 간단한 자기 소개 좀 부탁 드릴게요. 저는 알긴 하는데, 다른 분들은 몰라서 그러니까, 부담갖지 말고 해주세요.

 

상담자 : , . 저는 보시다시피 여자이고요, 올해 한국 나이로는 39살이에요. 아직 결혼은 안 했고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 그리고 제 이름은 채수련이에요.

 

글쓴이이름이 예쁘시네요제가 그러면 상담 시간 동안에는 수련씨라고 부를게요.

 

상담자감사해요. 그리고 호칭은 편하게 하세요. 그런데 저는 뭐라고 불러야 하죠

 

글쓴이 : , 제가 나이가 좀 더 많으니까 그냥 선생님이라고 하세요. 그게 서로 편해요.

 

상담자 : , 그럴게요. 선생님.

 

글쓴이 : 그런데 혹시 결혼을 안 하셨으면 지금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계신가요?

 

상담자 : 아니요. 부모님 집으로부터 분가를 한지가 벌써 10년이 넘어요. 한참 혼자 살았죠.

 

글쓴이 : 그러시군요.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여자 혼자 사시려면 좀 불안하시겠어요.

 

상담자 : 그런 면이 좀 있죠. 그래도 익숙해져서 그런지, 제가 사는 동네에서만큼은 별로 겁이 안나요.

 

글쓴이 : 다행이네요. 아무튼 그러면 오늘 왜 상담을 받으러 나오셨는지 설명을 해주실래요? 시간은 충분하니까 편하게 하시고,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혹시나 빼먹은 것들도 다 나오게 되어 있으니까, 걱정 마시고 천천히 차분하게 말씀하세요.

 

상담자 :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좀 마음이 편해지네요. 사실 여기 오기까지 좀 떨었거든요. 무엇을 얘기할까에 대해서 좀 생각하다 보니,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남에게 해 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무엇을 어떤 식으로 이야기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글쓴이 : , 그거야 수련씨 말고도 다른 많은 분들이 그래요. 사람이 그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드물거든요.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 이야기를 많이 하죠.

 

상담자 : 그런 듯 해요. 제가 선생님이 쓰신 글을 쭉 읽어봤는데, 저 역시 그런 비슷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용기를 내어서 상담을 부탁 드렸죠.

 

글쓴이 : , 도움이 되실지 안되실지 모르지만, 우리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죠.

 

상담자 : .

 

글쓴이 : 그럼 편하게 이야기 하세요.

 

상담자 : ..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아무튼 저는 요즘 좀 불안해요. 제 생각에 39살이라는 나이가 주는 압박감 때문에 그런 것 같긴 한데, 꼭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아무튼 현재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이 원인 모를 불안감이에요.

 

글쓴이 : 불안하다면 어느 정도까지 불안하신가요? 예를 들어서, 가끔 불안함을 느낀다, 지속적으로 뭔가 불안하다, 잠을 자기 힘들 정도로 불안하다 로 나누면 어느 정도에요?

 

상담자 : , 딱 뭐라고 정의할 수는 없는데, 사실 요즘 잠을 좀 설치는 편이에요. 매일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잠을 잘 못 자기도 하고, 새벽에 눈이 떠진 후 출근시간까지 계속 잠을 자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제가 느끼는 불안함에서 현실적으로 잠 문제가 나름 심각해요. 잠을 잘 못 자니까 피곤하고, 피곤하니까 회사에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그러니까 요즘은 예전엔 안 하던 실수를 가끔 하게 되더라고요.

 

글쓴이 : 그러면 또 회사 일을 하는 것 자체에서 불안함이 생기겠군요.

 

상담자 : , 그래요. 그나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어느 정도는 전문적인 일이고 인정도 받고 있는 편이라서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실수가 잦게 되면 당연히 회사에서 다른 생각을 할 여지도 있거든요.

 

글쓴이 : 그건 좀 심각한 문제네요.

 

상담자 : 더해서,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아직 결혼을 안 했어요. 나이가 나이인지라, 사실 안 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못했다고 해야 맞을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부담도 꽤나 있어요. 혼자 살아야 하니 가능하면 오랫동안 직장을 다녀야 하거든요. 그래서 직장 내에서 생기는 문제는 저에겐 좀 치명적일 수도 있어요.

 

글쓴이 : 그러시군요. 그런데 실례가 안 된다면, 왜 결혼을 안 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상담자 : , 남자가 없어서 못했죠. ㅎㅎ

 

글쓴이 : ㅎㅎ 정답이네요. 그리고?

 

상담자 : 30대 초반에 한 5년 사귄 남자 친구가 있었어요. 그 당시만 해도 결혼을 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인데, 좋지 않게 끝나면서 그 후로는 계속 혼자 지냈죠.

 

글쓴이 : , 그러면 그분과 헤어지고 난 후, 남자를 아예 안 만나신 것인가요?

 

상담자 : 아녀, 만나긴 했어요. 그런데 뭔가 잘 안되더라고요. 소개도 몇 번 받았고, 집에서 난리를 쳐서 선을 본 적도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딱 한 번 괜찮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쪽에서 마음에 안 들었나 봐요. 그래서 결국 몇 번 만나보다가 말았죠.

 

글쓴이 : 그럼 이제는 결혼은 포기하신 것인가요?

 

상담자 : 포기까지는 아닌데, 아마도 2년 정도 내에 뭔가 답이 안 나오면 자연스럽게 포기가 되겠죠. 여자 나이가 40대에 들어서면 사실 거의 끝이잖아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글쓴이 : 그런 면이 좀 있죠. 그러면 결혼을 하지 못한 것도 수련씨가 느끼는 불안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상담자 : , 전혀 없다고는 말을 하지 못하겠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좀 더 실제적인 것들, 그러니까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것, 돈을 모으는 것, 은퇴 후 삶을 사는 것, 노후 문제 들이 좀 더 신경이 많이 쓰여요.

 

글쓴이 : 사실 다들 그렇죠. 그리고 원래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그것을 고민하는 나이인 것 같아요. 제가 아는 많은 분들도 그렇더라고요.

 

상담자 : 맞아요. 제 친구들도 저랑 비슷해요. , 시집 잘 간 친구들은 안 그렇지만, 저처럼 아직 결혼 안 한 친구가 두 명 더 있거든요.

 

글쓴이 : 그분들이랑 절친이겠어요.

 

상담자 : , 같이 늙어가는 처지니까요. ㅎㅎ

 

글쓴이 : 그래도 그런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상담자 : 그래서 서로 혹시라도 남자 만나는지 감시해요. 방해하려고요. ㅎㅎ

 

글쓴이 : 그럴 수도 있겠네요. ㅎㅎ

 

상담자 : 아무튼 저는 지금 제가 느끼는 이 불안함으로부터 좀 벗어나고 싶어요.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것이 그리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글쓴이 : 혹시 회사 생활은 어때요? 재미있어요?

 

상담자 : , 예전에는 꽤나 재미가 있었어요. 제가 하는 일이 영업 자료 분석을 하는 일인데, 이것이 나름대로 흥미로운 일이라서 꽤나 의욕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꽤나 잘하는 편이었고. 그래서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네요. 그냥 월급 주니까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다고 해서 막 지겨운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재미있는 것도 아닌 상태? 그 정도겠네요.

 

글쓴이 : 그럼 취미 생활이나 뭐, 다른 것 하는 것 있어요?

 

상담자 : 최근에는 기타를 배우러 다녀요.

 

글쓴이 : 재미있어요?

 

상담자 : , 배우는 재미가 있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엄청 꽂히거나 한건 아니에요.

 

글쓴이 : 그럼 뭔가 많이 흥미롭거나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

 

상담자 : 아니요. 그게 없어요. 1년에 한 번 정도 친구들이랑 가는 해외여행 정도? 그것은 좋죠. 그리고 가끔 TV에서 하는 재미난 드라마 보는 것 정도? 말하면서 생각해보니 요즘 제가 참 무미 건조하게 살고 있네요.

 

글쓴이 : , 꼭 그런 것은 아니고요 ㅎㅎ. 아무튼 그런데 수련씨 생각에는 지금 느끼는 불안함의 진짜 원인이 무엇일 것 같아요?

 

상담자 : 진짜 원인이요?

 

글쓴이 : , 나이, 결혼, 직장 그런 문제들은 사실 일종의 표피적인 문제일 수도 있거든요.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그러니까 현재 상태에 대한 문제는 아까 수련씨 스스로 말했다시피,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니거든요. 결혼 안하는 사람들 많고요, 그정도 직장이면 정년은 못 채워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듯 하고요, 은퇴나 노후는 사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 요소이죠.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그것들을 문제로 느끼는 것이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고요. , 이 것에 대해서는 좀 있다가 더 자세히 말하기로 하고, 아무튼 지금 수련씨가 생각하는 이 모든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상담자 : .. 그건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뭐라고 해야 할까요? 두려움? , 그런 것 아닐까요?

 

글쓴이 : , 뭐 두려움도 원인일 수 있죠. 딱히 생각나시는 것이 없으신 것 같으니, 제 생각을 말씀 드려볼까요?

 

상담자 : , 그래 주세요.

 


글쓴이 : 저는 그 원인을 좌절감으로 보거든요.

 

상담자 : 좌절감 때문이라고요?

 

글쓴이 : 네, 좌절감이요. 아마도 수련씨는 어린 시절에 지금과 비슷함 감정을 경험한 적이 있었을 것이에요.

 

상담자 : 그런데 좌절감은 원래 살면서 가끔 느끼는 것 아닌가요? 저는 요즘도 가끔 그것을 느끼는 것 같은데요. 그러니 좌절감을 특별히 시기적으로 그것을 느낀다는 것은 좀 이해가 안가네요.

  

글쓴이 : 그렇기는 해요. 그런데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 경험하는 좌절감과 지금 수련씨가 느끼고 있는 좌절감은 조금 그 성격이 달라요. 제가 아까 말한 어린 시절에 경험했다고 했던 좌절감도 그렇고요.

 

상담자 : 그 말은 제가 어린 시절에 깊은 좌절감을 경험했다는 설명이신가요? 별로 그랬던 기억이 나질 않는데요?

 

글쓴이 : , 그것을 깊은 좌절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좌절감과는 차이가 좀 있죠. 사실 일상적인 좌절감은 낭패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에요. 뭔가 뜻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곤란한 상황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테니까요. 그리고 삶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좌절감들은 보통 임시적이에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감정이죠.

 

상담자 : 하긴 듣고보니 그렇긴 하네요.

 

글쓴이 : 그런데 좌절감은 생각보다 무서운 감정이에요. 무엇인가에 대해서 실망해서 무너질 정도로 흔들리는 상태니까요. 그나마 수련씨나 저나 어린 시절에 겪은 좌절감은 보통 부모님을 통해서 경험한 것이 많기 때문에 큰 상처 없이 넘어온 것이지만, 지금의 좌절감은 수준이 달라요. 지금은 수련씨 본인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라서 훨씬 더 힘든 것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상담자 : ,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은, 제가 현재 어떤 좌절감을 느끼고, 그것 때문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신가요? 그런데 그렇다면 제가 왜 좌절감을 느끼고 있어야 하죠? 저는 요즘 딱히 그렇게 좌절할만한 것이 없는데요?

 

글쓴이 : , 그 원인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복잡할 수도 있지만, 아주 단순화 시켜서 설명하자면, 바로 수련씨의 나이 때문에 그래요. 지금 수련씨의 나이가 보통 두 번째 좌절감이 진행되는 시기이거든요.

 

상담자 : ? 그래요?

 

글쓴이 : 우리가 겪는 어린 시절의 좌절감은, 원한다고 해서 다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계기가 돼요. 아주 어릴 때는 부모님의 관심을 독차지 하기 때문에, 울기만 하면 뭐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부모님의 태도는 서서히 변하죠. 동생이 생기면 좀 더 빠르게 진행되고요. 그리고 우리는 평생 동안 더 이상 그 시절과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없답니다.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는 없어요. 결국 생애 첫 좌절을 경험하게 되죠. 하지만 어린 시절에 겪은 좌절은 나쁜 쪽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아요. 이것은 또 다른 자극이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최초에 무엇인가를 얻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게 돼요. 그래서 어린 시절의 좌절은 잘만 극복하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아요. 단지 너무 심하게 겪으면 무엇인가 심하게 집착하는 성격이 되거나, 아예 처음부터 포기를 하고는 어떤 것에도 의욕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죠. 수련씨는 다행이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상담자 : 그때는 그렇다고 치고, 그럼 두 번째 겪는 좌절감은 왜 생기죠?

 

글쓴이 : 방금 전 제가 어린 시절의 좌절감을 겪은 후, 원하고 싶은 것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생겨난다고 했죠?

 

상담자 : .

 

글쓴이 : 그래서 아이들은 욕구가 강해져요. 그래서 뭔가 대단한 존재가 되고 싶어해요. 그것도 일종의 욕망이죠. 그래서 십대, 이십 대를 거쳐 삼십대로 오죠. 이 과정에서 욕망이나 욕구는 점점 현실적으로 바뀌죠. 사실 이 시기도 일종의 좌절이에요. 하지만 거의 단발성이고 그리고 아직은 젊고 희망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넘어가져요. 그래서 아이들의 꿈은 대통령에서 성공한 사람으로, 성공한 사람에서 공무원으로 바뀌게 된답니다.

 

상담자 : 그렇긴 하죠.

 

글쓴이 : 이것은 나쁜 것은 아니에요. 현실적으로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갑자기 뭔가 더 희망을 품을 수 없는 나이가 되고 말아요. , 그때가 바로 아까 제가 말씀 드린 삼십 후반부터 사십 중반까지 에요삼 십대 중반을 넘어 사십대로 가면 갈수록 자신의 삶이 사실상 고정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죠지금까지 살아 온 삼십 몇 년의 삶이 자신의 나머지 삶을 모두 고정시켜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거든요. 그래서 수련씨 나이 정도가 되면 새로운 삶을 도전할 기회는 거의 없어요.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이 그런 도전을 하죠.

 

상담자 : 맞아요. 저도 가끔 지금의 삶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기도 한데, 사실 엄두도 안 나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글쓴이 : , 현실은 현실이니까요. 그래서 두 번째 좌절이 시작돼요. 모든 것이 고정되었기에 그래요. 수련씨 같은 경우엔, 결혼을 못한 것도, 직장 문제도, 나이를 먹었다는 것도 좌절의 원인이 되죠. 심지어 이젠 삶이 하락세인 점도 좌절감을 크게 느끼게 한답니다. 삼십 대 후반부터 노화 증상이 꽤나 눈에 띄게 나타나거든요. 흰머리가 하나씩 늘고, 노안이 오는 경우도 있고, 몸이 예전같이 않아서, 밤을 새거나 하면 많이 피곤해요. 술도 먹기 힘들고, 젊은 시절엔 좋아서 했던 것들이 귀찮거나 관심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상담자 : 선생님 말씀 듣고 지금 생각해보니, 저도 그렇군요. 그래서 조금 무섭네요.

 

글쓴이 : 수련씨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고요. 만약 직장도 애매하고, 경력도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먹고 사는 것에 문제가 있으면 좌절감을 통한 불안함과 본질적 두려움이 합쳐져서 아주 폭발을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삶이 몹시 불안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죠. 몸은 늙고, 해 놓은 것은 없고, 미래는 불투명한 상태, 이런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죠.

 

상담자 : 그러네요. 선생님 말씀처럼 저는 그나마 오래 다닐 직장이라도 있네요.

 

글쓴이 : 아무튼 수련씨도 지금 두 번째 좌절감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에요. 그리고 제 예상으로는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요. 지금 겪는 좌절은 어린 시절과 달라요. 미래의 희망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에요. 그저 인정하는 수 밖에 없어요.

 

상담자 : 정말로 그것이 가능할까요? 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요.

 

글쓴이 : 일단 좌절감으로부터 시작된 불안감을 해소하고 원래대로 되돌아 가고 싶어한다면 거의 불가능 하죠. 말 그대로 젊어지고 싶다는 욕구니까요. 혹시나 현재 수련씨가 느끼고 있는 좌절감을 준 대상들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할 수는 있어요.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죠. 대신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낸 후, 성공하고나 실패할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제가 아는 한, 대부분 실패해요. 대신 성공하면, 어느 잡지에 기사로 멋지게 실릴지도 모르죠.

 

상담자 : ..

 

글쓴이 : 그렇다고 벌써 실망하지 마세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상담자 : 어떤 방법이 있죠? 아까 말씀하신 대로, 인정하면 되나요?

 

글쓴이 : 비슷해요. 인정하는 것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자신의 그런 상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련씨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해져요.

 

상담자 : 방금 말씀은 좀 이상한데요? 저의 좌절감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에요? 행복하고 싶으니까 그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글쓴이 :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이 그래요. 행복하고 싶어요? 그럼 받아들여야죠. 포기는 하지 말고요.

 

상담자 : 포기는 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글쓴이 : ,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나쁜 것들에 대해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삶이 고정되어서 너무 뻔해지는 것도, 몸에 노화 현상이 일어날 나이가 되었다는 것도,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수련씨의 경우엔 결혼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하죠. 그리고 그렇기에 노후를 혼자 보낼 수 밖에 없음도 받아들여야 하고요.

 

상담자 : 좀 비참한데요.

 

글쓴이 :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비참하죠. 수련씨의 머리 속에는 자신이 나이를 먹었을 때 어떤 모습이 되길 원하고 있어요. 그것이 머리 속에서 그다지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있긴 있어요.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다르죠. 수련씨가 상상하는 그런 모습이 아닌, 오히려 절대로 저런 모습으로 늙지는 말아야지 하는 모습이 되어가고 있죠. 그러니 그것을 느낄 때마다 비참할 수 밖에요. 어떻게 기분이 좋겠어요.

 

상담자 :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죠?

 

글쓴이 : 다른 이유는 없어요. 수련씨가 행복하고 싶으면 그래야 해요. , 지금처럼 불안함을 느끼면서 계속 살아도 되죠. 이것은 수련씨의 선택이에요. 그리고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이 모든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상담자 : 저도 알아요. 저도 백마 탄 왕자 같은 것은 안 믿어요. 그리고 로또도 안 사는데 돈이 갑자기 생길 리가 없죠.

 

글쓴이 : 사실 수련씨 본인 문제도 문제지만, 수련씨 부모님에 관련된 숨겨진 문제도 있어요. 그 분들은 이제 진짜로 나이를 먹었거든요. 그래서 점점 더 자주 아프고, 점점 더 힘들어지실 것이에요. 그래서 그 분들은 이제 곧 수련씨의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없게 돼요. 반대로 수련씨가 그 역할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죠. 이런 변화는 수련씨한테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에요. 그래서 무의식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추가적인 불안함도 느끼겠죠.

 

상담자 : 그건 맞아요. 요즘 부쩍 늙어 보이는 엄마, 아빠를 보면 마음이 그래요. 안타깝기도 하면서 두렵기도 해요. 저분들이 세상을 떠나시면 하나뿐인 오빠밖에 없는데, 제가 올케 언니랑 사이가 별로 안 좋아서 요즘은 얼굴도 거의 안보거든요. 결국 따지고 보면 저는 혼자 늙어서 혼자 죽겠네요.

 

글쓴이 : 지금으로써는 힘든 상황이네요. 그래도 희망은 있어요. 수련씨가 정말로 행복하고 싶다면 많은 것이 해결되거든요.

 

상담자 : 선생님 말씀은 여전히 이해가 잘 안돼요.

 

글쓴이 : , 이해해요.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이 상담의 최종 목적이 될 것이에요. 어린 시절의 좌절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극복할 수 있었지만, 현재의 좌절은 그런 식으로는 극복할 수 없어요. 삶이 상승기가 아니라, 하락기거든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 쉬울 수도 있어요. 원래 올라가는 것이 무척 힘들어요. 다행히 희망이 있기에 참을 수 있죠. 대신 내려가는 길은 가만히만 있어도 자동으로 움직여져요. 이것을 다시 표현하면, 현재의 자신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지금 경험하는 좌절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럴 수만 있다면 수련씨는 한 단계 더 올라 설 수 있어요. 그리고 그런 변화를 통해서 행복이 가진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겠죠.

 

상담자 : .. 그런데 말이 좀 어렵네요.

 

글쓴이 : 그렇죠? 그런데 좀 더 설명을 들어보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이에요. 제가 한 가지 질문을 드릴게요. 수련씨 친구 중 한 명이 남자 친구과 헤어지게 되었어요. 그것도 남자가 먼저 이별을 통보하고 떠났어요. 그리고 그 친구는 갑작스러운 이별에 마음 정리가 안돼서 몇 달을 정말로 힘들게 보내요. 매일 울고, 술먹고 그래요. 그래서 점점 폐인이 되어가는 듯 보여요. 수련씨도 처음엔 그 친구가 그러는 것이 이해도 가고, 공감도 갔는데, 너무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니까 뭔가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뭐라고 할래요?


상담자 : 음.. 좀 어려운 질문이네요. 일단 뭐, 어차피 지난 일이고, 그 남자는 이미 너를 잊었을 것이다. 그러니 너는 이제 너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남자는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뭐 이 정도요?


글쓴이 : 뭐, 대략 무난한 답이네요. 그런데 수련씨는 왜 그런 식으로 조언을 한 것이죠?


상담자 : 흠.. 딱히 다른 말을 해줄 수 없어서요? 사실 슬퍼하고 힘들어 한다고 해서 떠난 남자가 되돌아 오는 것도 아닌데, 혼자만 그렇게 힘들어 해봐야 자기 손해죠. 사람이란 존재가 슬퍼할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오랫 동안 그 감정에 사로잡혀 있어봐야 좋은 것은 아니죠.


글쓴이 : 그 말은, 어차피 남자와 헤어진 상황은 바뀌기 어려우니, 그것을 받아들이고 너의 삶을 살아라, 뭐 그정도 뜻인가요?


상담자 : 그렇죠. 떠난 남자가 운다고 해서 되돌아 올리도 없고, 그리고 세상 일이란 것은 어떻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더 멋진 남자를 만날 수도 있고요.


글쓴이 : 그 말이 맞아요. 어차리 정해져서 바꿀 수 없는 것을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거을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수련씨도 이미 잘 알고 있네요.


상담자 : 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뭐를 잘 알고 있어요?


글쓴이 : 방금 본인 입으로 그랬잖아요. 정해져서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고요. 이 말을 수련씨의 현재 상황에 적용시켜 보죠.


상담자 : 네..


글쓴이 : 결혼, 직장, 노후 등등 수련씨가 걱정하고 있는 많은 것들은 사실상 바꾸기 어려운 것들이에요. 갑자기 좋은 남자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늙지 않는 것도 아니고, 직장을 영원히 다닐 수도 없으니까요. 그럼 이것들은 대부분 고정된 것이라도 봐도 되죠?


상담자 : 네..


글쓴이 :  수련씨의 나이가 가장 밝았던 젊은 시절을 통과하고 이제 하락세로 접어 든 것도 사실이죠? 그러니 10년 전처럼 행복할 수 없음도 이미 알고 있잖아요. 그럼 그냥 이런 사실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낫지 않아요?


상담자 : 일단 그렇긴 하죠. 그런데 그것이 쉽나요. 저는 아직도 제가 젊은 사람 같은데요. 외모도 그렇게 꾸미고요.


글쓴이 : 맞아요. 제가 보이에도 삼십대 초반으로 보여요. 그런데 그것이 문제에요. 우리는 사실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서 답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 답을 받아들이기가 무척 힘들어 하죠. 그 답을 받아들이려면 무엇보다도 '인정' 이 필요한데, 그 인정을 하려면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나거든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은 결코 그런 모습이 아니어야 한다는 반발감이요.


상담자 : 그런 것 같아요.


글쓴이 : 그럼 한 가지만 묻죠. 수련씨는 왜 그런 모습이면 안되는 것이죠?


상담자 : 흠.. 곤란한 질문이네요. 뭐라고 답을 하기가 힘든데요.


글쓴이 : 그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고, 그 후에 이야기를 이어가보도록 해요. 오늘 상담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상담자 : 네.. 그럼 내일 뵈요.

 


'서른을 넘어, 나를 찾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 유인영씨와의 상담 #1  (0) 2017.06.22
21. 채수련씨와의 상담 #2  (0) 2017.06.19
20. 채수련씨와의 상담 #1  (0) 2017.06.17
19. 상처를 넘어 행복으로  (0) 2017.06.14
18. 두 개의 요구  (0) 2017.06.13
17. 잘못된 해결책들  (0) 2017.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