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들어서 급격히 발달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20세기의 폭발적 성장기를 거쳐 현재 21세기 초입에 우리 인간이 이뤄낸 기술문명은 정말 대단한 수준이라고 스스로 자부해도 될 만큼 충분히 대단했다. 그리고 이 기술의 발전 속도는 그 전 과거의 인간이 수천년간 이룩한 것에 비해 정말 대단한 것이란 것도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후 21세기를 거쳐 22세기에 들어서면 어떤 것들이 또 우리를 위해 존재하게 될까? 그리고 그것들 중에 어떤 제품이나 결과가 우리를 가장 만족시켜줄까? 나는 여기에서 개인적인 의견으로 현재 한창 개발이 진행중인 '로봇'을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로봇은 일종의 인공지능이며 인간과 유사한, 그래서 인간이 할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기계를 말한다. 쉽게 우리와 로봇의 차이를 말하자면 우린 세포로 이루어진 유기체이고 각종 먹거리를 영양분 삼아서 동작하는 개체라면 로봇은 우리와 결과는 비슷할지는 모르지만 그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는 보통 전기나 어떤 화석연료 일 것이고 그 내부 역시 세포가 아닌 각종 부품과 현재 컴퓨터를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는 초정밀도 집적도를 가진 반도체 칩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100년 후 나오게 될 로봇은 과거 유명했던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그 로봇같은 모습을 가졌을지도 모르고 또 다른 로봇이 나오는 아이로봇이란 영화에 나오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모든것을 다 벗어난 어떤 목적에 - 예를 들어 집안일을 하기 위한 전용적으로 맞춰진 특이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 인간이 집안일을 하기 위해 최적화 된 모습은 아니니까 말이다.
이런식으로 로봇에 대한 기술 발전이 점점 더 심화될 때 어느순간 우린 우리와 로봇의 경계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을 갖게 되는데 그 역시 몇몇 영화에서 다뤄지기도 했었다. 과연 우리와 우리의 외모를 완전히 똑같이 만들어 놓아서 구분이 안될 정도로 잘 만들어진 로봇과의 차이는 무엇이 될까? 철학적인 질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내 생각은 아마도 우리가 로봇을 사람과 구분이 전혀 안될 정도로 정밀하게 만든다면 사람은 로봇을 더이상 로봇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상상된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런 로봇에 대해 끝없이 경계하고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이들이 인간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 무척 심한 반감을 갖게 될지 모르지만, 생갹해보면 지금 현재에도 어떤 사람들은 '리얼 돌' 이라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무척 예쁘게 생긴 섹스인형을 비싼 가격에 사서 집에 두고 마치 자신의 애인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으니 여기에 더해서 움직이고 말하고 느끼고 반응하는 로봇이라면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것에 대해 무턱대로 반감을 느끼겠는가?
실제로 인간이 인간을 상대하는 일은 매우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또다른 면에서는 매우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힘든 일을 거부하는 사람들 중이나 혹은 하고 싶어도 자주 실패하는 이들이 그들의 정서적인 만족을 어디에서 얻으려 하겠는가? 자기 중심적이고 상대를 이용해먹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 보다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어떤 기계가 있다면 그것이 과연 단순히 공장에서 만들어졌다고 해서 거부될 상황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현대인 다수가 키우는 반려동물과 비슷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 로봇의 존재는 분명히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다양한 반응을 나타나게 할 것인데 크게는 반감을 가진 그룹과 또다른 그룹인 적극적으로 거의 인간 수준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로 나뉘게 될 것이며 이 두개의 그룹사이에서 적당히 로봇과의 관계를 모색하는 이들도 다수 존재하게 될 것 같다.
아무튼 미래에 나오게 될 로봇은 매우 유용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것은 지구에서 각종 복합구조 분자를 이용해서 생명체를 만들고 진화해 온 우리 인간이란 동물이 가진 가장 취약한 단점, 즉 매우 약하고 환경에 심하게 종속적이라는 문제를 해결 해 줄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산소가 없으면 2분도 채 되지 않아 목숨을 잃고 물속으로 조금만 내려가도 수압때문에 죽음을 맞이하며 외부에서 조금만 심한 충격이 전달되어면 부서지고 피가 튀며 심지어 사망에 이르른다. 또한 한번 잘려나간 부위는 특별한 일이 없고는 그 상태로 다시는 복구되지 않으며 의도하지 않은 수없이 많은 병에 걸릴 가능성도 있고 전체 삶의 반 정도는 거의 쓸모없는 상태로 여겨지는 어린 시절과 늙은 시절로 채우고 있다.
이런 생노병사의 운명을 가진 우리에 비해 로봇은 그야말로 대단한 장점을 가졌다. 일단 공장에서 만들어 내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고장나면 고칠 수 있고 그 재질에 따라 아주 강한 능력을 가지며 호흡과 같은 불필요한 동작도 필요가 없다. 내부에 꽂힌 반도체의 종류에 따라 인간의 지식을 훨씬 뛰어넘는 용량을 저장할 수 있으며 아주 빠른 연산과 검색을 통해 우리가 상상도 못할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래서 만약 우주개발 시대라면 우리는 우수꽝스럽고 불편한 우주복을 뒤집어 쓴 채 화상에서, 달에서 걸어다녀야겠지만 로봇은 마치 그곳이 지구인것 처럼 자연스럽고 전혀 불편함이 없이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최악의 경우, 이 기계가 어느날 의식을 갖게 되어 우리를 극복하려 할때는 마치 터미네이터 같은 영황의 장면이 펼쳐지겠지만 아시모프 박사의 로봇 삼원칙만 제대로 운영이 되어도 로봇은 안정적으로 우리의 좋은 동료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로봇과 우리의 경계는 아주 오랫동안 철학적 관점에서 논의될 것이 분명하지만 실제로 별 생각없이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그런 로봇에 대해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로봇이나 현재 집에서 쓰고 있는 냉장고나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이 로봇을 인간의 대용품, 즉 감성이나 가족으로서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이것을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끊이지않는 분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주 일부분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도 이것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과 개를 자식처럼 키우는 사람간에 나타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생각해야 할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로봇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생각과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느끼고 판단한다면 과연 이 로봇을 인간과 같은 존재로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서 거꾸로 묻고 싶다. 로봇이 우리와 그렇게 유사하다면 우린 왜 로봇이 아닌가에 대한 질문이다.
정말로 왜 우린 로봇이 아닌가? 우린 왜 로봇과 다른가에 대한 생각이다.
우리 인간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 자신을 매우 뛰어나고 독창적인 존재로 믿어왔다. 그 증거로 심지어 우주를 만든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따 우리를 창조했다는 종교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그 안하무인적 사고를 해 온 것이다. 우린 자연을 극복하고 지구라는 생태계에서 최고의 포식자 지위를 장시간 누림으로서 인간의 가치를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그나마 현대 과학이 우리의 실제 모습을 많이 규명해줌으로서 우리는 조금 더 겸손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우린 그래서 이런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우리를 위협하는 다른 종을 죽이고 말살시키는 일을 서슴치 않았으며 우리가 지금 시점에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도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일 뿐 정말로 지구를 걱정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란 존재가 스스로의 의식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는 우리를 그리 고려하고 있을도 않을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정말 단 하루만에도 우릴 멸종시킬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런 의식이 몇천년을 걸쳐 쌓이다보니 우리의 망상은 이제 극에 달해서 마치 우리 스스로가 뭔가 대단한 그리고 매우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아서 도대체 다시 원래의 우리의 모습을 짐작도 못할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그래서 우린 우리 스스로를 매우 이성적으로 보기도 하고 우리가 지구상에 있는 다른 유기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라고 착각하고 살아간다.
물론 인간이 매우 뛰어난 존재라는 점은 나 역시 인정한다. 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절대적으로 뛰어난 것인가? 만약 로봇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해 우리가 상상하기도 힘든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며 또한 하드웨어 역시 우리가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강한 힘과 속도를 지녔다면 과연 우리가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로봇을 만든 것은 우리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보다 더 우월하다는 객관적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
아마도 우리가 우리 스스로 만든 문명으로 인해 멸종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근거없는 인간의 자만심일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만일 이렇게 계속 스스로를 높고도 또 높은 위치로 올려 마치 현재의 우리가 신이라고 믿는 존재만큼이나 높게 스스로를 위치시킨다면 그것으로 인해 우리가 가진 정말 취약하고 어리석은 본질을 잊어먹고 감당할 수 없는 짓을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재에도 이미 진행중이다. 왜냐하면 우린 이미 우리를 수천번 멸종시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점이 아마도 인간의 어리석음의 전형을 보여주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내 나이로 보아 아마 나는 내가 쓴 글에 나오는 로봇이 일반사람들에게까지 쓰이는 시대는 경험하지 못하고 죽을 것 같다. 그래서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도 더 미래의 사람들이 고민할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좀 더 겸손해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말 어느 순간 스스로 자멸시킬 멍청한 짓을 할지도 모른다.
이시점에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할 것은 우린 로봇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우린 스스로 만들어졌고 로봇은 우리가 만든 차이만 있다. 우린 머리는 좋으나 하나하나로 보면 그리 쓸모가 많은 로봇이 아니다. 우리는 모이고 또 모여야 그 힘을 발휘하는 군집형 로봇인 셈이다.
아마도 미래를 위해서 로봇에 대한 경계를 한다면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로봇들이 단체로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의 집단지능을 통해서 이것의 위대한 힘을 경험해왔다. 그리고 만약 로봇이 이것을 해낼 수 있다면 정말 우린 어느순간에 그들로 부터 멸종을 당할지도 모른다.
뭐 그러다고 해서 그것이 그리 나쁘다는 생각은 안든다. 우리도 그랬듯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다. 우리도 강했기에 현재의 문명을 이룩하고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금칠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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