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행복의 종류

 

 

자, 당신은 이제 행복이 무엇인지, 그 정체에 대해서 어느 정도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어요. 추가적으로 행복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지금보다 좀 더 자세히 알 수도 있지만, 그건 그다지 필요 없어요.

 

왜냐고요? 행복의 정체를 아는 것과 행복한 것은 사실 별 관련이 없거든요. 물론 지적 욕구가 많은 분들에겐 도움이 되실 거에요. 뭔가를 아는 것이 행복한 분들이니 당연하죠. 그런데 나머지 분들에게는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것보다 자신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죠.

 

그래서 우리는 이제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것이에요.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과연 행복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봐야 해요.

 

적어도 행복이 어떤 것들이 있는 지 알고, 그것을 이해한 후,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행복이 무엇인지, 과연 어떤 행복을 추구해야 자신에게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 자주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하니까요.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한데, 많은 분들이 이 과정을 생략해요. 운전을 할 때도 네비게이션으로 가는 길을 찾은 후 출발하는데, 그 중요한 행복을 위한 길을 가는데도 전혀 가는 길을 검색해보지 않아요. 그리고는 주변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려고만 하죠.

 

그로 인해서 사람들은 자신이 진짜로 행복한 것과, 자신이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것의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요.

 

그러다 보니 어떨 때는 사실은 행복하지도 않은데, 행복하다고 믿고 계속 그것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그런 경우는 주로 주변의 반응 때문에 그래요. 남들이 박수를 쳐주니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어요. 그런데 그러다가 남들이 관심이 줄어들면 자신도 그것이 싫증이 나요.

 

이런 행복 착각은 당신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매우 난해한 주제에요.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 주로 주변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되어서 그래요. 즉, 당신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과거에 누군가 당신에게 그것을 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알려줬다는 뜻이죠.

 

기업이 매일 하는 일이 그것이에요. 기업은 자기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사면 행복하다, 쓰면 행복하다, 가지고 있으면 당신이 좀 더 나은 존재가 된다고 설명해요.

 

그것을 우리는 '광고' 라고 부르죠. 많은 돈을 써서 예쁘고 잘 생긴 배우들을 데려다가 그렇게 말하게 시켜요.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죠. 당신이 그 제품을 사면 당신도 그 사람들처럼 행복할 듯 그렇게 굴어요. 그래서 당신은 마음이 혹하게 되죠.

 

그런데 기업만 그런 것도 아니에요.  일반 사람들도 그래요. 자신이 경험한 행복에 대해서 자꾸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요. 자신이 해보니 너무 좋다고, 너도 해보라고 해요.

 

이것이 언뜻 보기엔 좋은 의도 같죠?  행복을 권유해줬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그 심리를 들여다보면 좀 슬퍼요. 사람들이 자신이 경험한 행복을 남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자신이 경험한 행복에 대한 정당성을 가지고 싶은 욕구 때문에 그래요. 이 말은 즉, 자신이 경험한 행복에 대해서 그 자신도 확신이 없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추천을 하는 것이에요. 여러 사람이 하는 것일수록 옳은 것일 가능성이 크거든요.

 

결국 자꾸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 남에게 추천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 행복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행복일 가능성을 의미할 뿐이에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자꾸 남들에게 행복에 대해서 추천하니, 그것이 주변으로 퍼져나가요. 이것이 우리가 주변에서 행복을 제안 받는 가장 큰 이유에요.

 

원래 진짜로 행복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 추천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아요. 자신이 진짜로 행복하면 그냥 표정에 나타나고, 행동으로 드러나요. 그리고 오히려 숨겨요. 너무 혼자만 행복하면 혹시 질투를 받을까봐 그래요. 그런데 그렇게 말을 안 해도 주변에서는 다 알아요. 그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을요.

 

아마도 당신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에요. 진짜로 행복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 행복한 사람에게 '머가 그리도 행복하냐' 라고 물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것을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대장금에 나온 어린 장금이처럼 그냥 홍시 맛이 나니 홍시 맛이 났다고 말한 것이거든요. 사랑에 빠진 남녀에게 상대를 왜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죠. 그냥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은데 그것을 어떻게 설명을 해요.

 

그러니 우리가 접하는 많은 행복에 대한 조언들은 광고이거나 자기 확신 부족으로 인해 나온 조언에 불과해요. 하지만 슬프게도 당신 역시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죠. 들으면 혹하게 되어 있어요. 잘 포장하거든요.

 

그래서 결국 당신은 타인의 행복을 복사한 후, 그것을 하면서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고 싶어해요. 뭐, 그래도 여기까지도 괜찮아요. 덜 행복한 것이지,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요. 진짜 문제는 바로 비용이에요.

 

기업이 왜 돈을 들여서 광고를 하겠어요.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는 돈을 써서 자기 회사 제품을 사라는 것이죠. 그리고 사람들이 주변에 홍보하는 행복들 역시도 대부분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에요.

 

누가 집에서 콩나물 국을 끓어서 먹었더니 행복하니 너도 먹으라고 조언하겠어요. 어딘가 멀리 떨어진 비싸지만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먹은 파스타가 정말로 맛있다고 조언하죠.

 

누가 동네 뒷산에 갔더니 행복하다고 너도 가보라고 하겠어요. 적어도 설악산이나 지리산은 되어야 그런 조언을 하죠.

 

그런 대상들은 일단 듣기만 해도 행복해 보이고, 나름대로 의미와 가치도 있고, 실제로 하면 행복하기도 해요. 문제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행복을 즐기려면 상대적으로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점이죠. 파스타는 콩나물 국에 비해서, 지리산은 동네 뒷산에 비해서 그것을 경험하려면 돈도 시간도 노력도 훨씬 더 들어요. 그 점만 빼면 완벽해요.

 

제가 지난 글에서 행복은 최대한 자주 경험하는 편이 좋다고 설명했었죠?

 

그런 면에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해외여행은 잘 맞지 않아요. 물론 돈과 시간이 충분히 여유로운 분들에게는 좋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일년에 한 번이나 가볼까 말까 한 큰 행사죠. 들인 시간과 비용에 비해서 행복 경험 횟수가 너무 적어요.

 

결국 행복하고 싶다면 당신은 그런 것들 중에서 본인의 사정에 가장 잘 맞는 행복을 골라야 해요.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지금부터 행복에는 과연 어떤 종류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할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에 행복하다고 알려진 그 모든 것을 다루는 것은 아니에요. 사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에요.

 

그것은 바로 행복을 얻는 방법에 따란 분류에요.

 

행복을 얻는 방법에 따라 나눠보면, 행복은 크게 감정의 행복, 감성의 행복, 판단의 행복, 재미의 행복,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이것들은 각각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난이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즉,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필요하기에 누구나 그것을 누릴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 반대로 앞쪽에 위치한 행복일수록 쉽고 간단하고 경험할 수 있는 행복이죠.

 

첫 번째인 감정의 행복은 말 그대로 감각기관으로부터 오는 행복이에요. 쉽죠. 먹고. 자고, 싸고, 섹스하는 행복이죠. 그래서 본능적 행복이라고도 부를 수도 있어요. 이 행복은 주로 오감을 거쳐 감각 정보를 얻어 낸 후 그것을 뇌에서 해석한 감정적 결과로부터 발생해요.

 

좋은 냄새의 행복, 아름다운 여자나 잘생긴 남자를 본 행복, 따뜻한 이불 속의 행복,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행복이죠.

 

덕분에 이 행복은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어요. 몸이 건강하고 감각기관에 큰 문제가 없다면 정말로 누구에게나 공평한 행복 중 하나죠. 그리고 돈도 별로 안 들어요.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매일 반복되어도 별로 지겨워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어제 먹었다고 해서 오늘 밥이 지겨워지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같은 것만 계속 먹으면 질리죠. 어제 잤다고 해서 오늘 자지 않을 수 없죠. 어제 섹스를 했다고 해서 오늘은 쉬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체력적 능력만 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그래요. 이 감정의 행복은 일상 속에서 매일 반복되어요.

 

그러니 당신이 최소의 비용을 자주 행복을 경험하고 싶다면 바로 이 감정의 행복이 가장 좋은 대상이 될 것이에요. 만약 운이 좋게 그것을 즐길 수 있다면, 당신의 남은 삶은 쉽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에요.

 

원래 인간은 시각을 통해 외부의 정보를 80% 이상 얻어요. 즉, 그만큼 시각적으로 얻는 정보가 많다는 뜻이죠.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서 특히 그래요.

 

하지만 감정의 행복에 관해서 만큼은 오히려 촉각이 훨씬 더 중요해요. 즉,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을 통해 더 많은 행복을 경험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뜻이죠.

 

몸 컨디션이 좋으면 아주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요.  따뜻한 욕탕에 잠겨 있을 때도 행복해요.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있거나, 안고 있을 때 행복해요. 이것들은 모두 촉감에 해당되는 행복이에요.

 

먹을 때도 그래요. 우리가 흔히 식감이라고 말하는 행복이 바로 촉감에서 나와요. 씹는 느낌이거든요. 특히 섹스에 관해서는 촉감이 거의 대부분의 쾌락을 담당하죠.

 

당신이 어린아이 시절에는 엄마의 품이, 즉 엄마의 피부에서 전달되어 오는 그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당신을 한없이 편안하게 해줬을 것이에요. 아이들은 다른 감각보다 촉각이 가장 먼저 발달해요. 다른 감각들은 해석을 해야 하지만, 촉각은 그냥 느껴지거든요.

 

그러니 당신은 당신의 몸을 최대한 활성화 시켜놓을 필요가 있어요. 몸이 활성화 되어야 모든 감각기관이 최대한 예민해지고, 특히 촉감이 발달해요. 그로 인해서 당신은 최대한의 감정적 행복을 경험할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당신이 운동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에요. 즉, 이 행복을 다 많이 얻고 싶으면 가장 먼저 건강해지세요. 그러면 당신의 삶은 뭔가 달라질 것이에요.

 

두 번째 감성의 행복이에요.

 

감정의 행복은 감정의 행복과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감정의 행복은 외부에서 입력된 자극을 가지고 느끼는 행복인 반면, 감성의 행복은 외부의 자극에 의해 영향을 받고 그것으로 인해 내부로부터 반응하는 행복이에요. 즉, 자극으로 인해 활성화 된 기억으로 인해 발생하는 행복이죠.

 

설명이 좀 애매한데, 그 과정을 보고 좀 더 이해해 보도록 하죠.

 

일단 당신은 어떤 종류이든 감정의 행복을 경험해요. 그리고 그 중에서 어떤 것들은 너무도 행복해서 당신의 기억 속에 깊게 새겨지죠. 우리는 보통 그런 기억들을 추억이라고 따로 이름지어요.

 

그래서 이런 추억들은 보통 그것에 관련된 감각적 기억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청각, 시각, 후각 등이 주요 대상이에요.

 

그 상태에서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우연히 동일한 감각적 자극이 들어오면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추억이 갑자기 생각나면서 그때 느꼈던 행복했던 그 순간이 떠올라요. 이 과정은 아주 놀랍고 빠르죠. 그리고 당신은 그때 느꼈었던 행복과 비슷한 기분을 느껴요.

 

그 덕분에 당신은 예전에 첫사랑과 첫 만남 때 들었던 음악을, 20년이 지난 후에 우연히 들어도 갑자기 당시 기분이 떠오르면서 그때의 묘한 기분을 다시 경험 할 수 있어요.

 

어떤 노래를 듣다가, 어떤 냄새를 맞자마자 어떤 사물을 보자마자 당신은 순식간에 수십 년 전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게 돼요.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는 이유에요. 사진은 그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자극되거든요.

 

그리고 이것은 재미있게도 반드시 직접 경험할 필요도 없어요. 당신이 과거에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이나 본 영화로부터도 생겨나요. 그래서 직접 보진 못했지만, 별이 반짝이는 밤에 반딧불을 보는 감성을 만들어 낼 수 있죠.

 

그래서 이 행복을 자주 경험하려면 가능하면 많은 행복 경험을 해놔야 해요. 그러니 시간이 될 때마다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다양한 창작물들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아요.

 

단지 이런 조건이 필요하기에 감성의 행복은 감정의 행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아요.

 

대신 그것을 경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면, 결혼하기 전 아내와 자주 갔었던 찻집에서 들었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올 때, 밖에서 가을 바람이 손을 스쳐가는 것을 느낄 때, 바알간 모닥불을 보고 있을 때,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 있는 것을 볼 때, 길을 지나다가 어느 식당에서 맛난 김치찌개 냄새를 맡을 때,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바라볼 때마다 행복을 경험할 수 있어요.

 

꼭 이렇게 흔히 감성적인 것만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비 오는 생각나는 파전의 추억, 친구들과 너무도 재미있었던 놀이 공원의 추억, 친구들과 우산을 가지고 둥글게 만들어서 그 안에서 키득거리던 추억 등도 모두 그런 것들이죠. 그래서 동창회에 가면 그 감성이 되살아나니 기분이 좋아지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 감성의 행복은 행복에 필요한 비용 세 가지, 즉 돈과 시간과 노력 중에서 돈에 대해서 만큼은 가장 싸게 얻을 수 있는 행복 중 하나에요. 그냥 노래만 들어도, 그냥 냄새만 맡아도, 그냥 사진만 봐도 되거든요.

 

세 번째는 판단의 행복인데, 어쩌면 난이도로만 따지면 가장 높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필요한 조건으로 따지면 네 번째인 재미의 행복이 더 힘들긴 하지만요.

 

판단의 행복은 다른 말로 하면 가치의 행복이에요. 그리고 이 행복은 그 자체가 행복하기 보다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추구하는 행복이죠. 그리고 과정은 오히려 고통스러울 수 있어요.

 

이것은 당연한데, 원래 가치는 행복한 경험이 아닌, 고통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기 쉽거든요. 물론 너무 행복해도 오히려 가치가 있어 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정도의 행복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죠. 그래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힘든 과정을 통해서 가치를 만드는 것에 훨씬 익숙해요.

 

이것의 흔한 예가 험하고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이에요. 그런 산을 오르면 몸은 죽을 것 같다고 신호를 보내죠. 숨도 가쁘고, 다리도 아프고, 땀은 비 오듯이 흘러요. 그런데도 산의 정상에 올랐다는 만족감을 얻고 싶으니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올라요.

 

그리고 힘들게 오르고 나면 몸도 편해지고, 뭔가 해냈다는 기분이 들면서 상쾌하고 행복해요. 그래서 가치가 발생하죠. 높고 험하고 힘든 산일수록 더욱 더 그래요. 그래서 이 기분을 크게 느끼고 싶은 사람은 결국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게 되죠.

 

힘들게 노력을 해서 뭔가를 이루고 그 결과에 만족하는 것으로 얻는 행복이 바로 가치의 행복이에요.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거나, 많은 노력을 해서 좋은 글을 쓰거나, 엄청난 고통속에서 뛰어난 예술적 작품을 만들거나, 수년 간 피나는 노력을 해서 남들이 인정할만한 업적을 이루면 얻을 수 있는 행복이죠.

 

그런데 이 행복은 두려움보다는 지루함과 관련이 깊어요. 즉, 그래서 그것을 꼭 해야 되는 일이라기 보다는, 하면 좋은 일일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오히려 가치가 원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필요하니 스스로 만든다고 하는 것이 더 옳아요.

 

원래 그냥 행복한 일은 행복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요. 배가 고파서 먹는 일에 따로 가치를 따질 필요가 있을까요? 물론 가치로 따지면 엄청나죠. 먹어야 생존하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먹는 것을 가치 있다고 하지는 않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요.

 

하지만 어떤 것을 하기로 선택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져요. 그때는 반드시 가치가 필요해요. 즉, 본인이 모두 당장 행복한 것도 아니고, 반드시 해야 할 것도 아닌 것이 여러 개 있을 때, 그 중에서 자신이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있어서 가치의 여부는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거든요.

 

은퇴 후 산에 오르거나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갈 때, 어떤 것을 선택하냐는 본인의 취향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최종 결정은 결국 본인이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된 것이에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잘 생각해보면, 삶은 원래 무엇인가를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복잡한 것이에요.

 

선택이 없는 삶은 아주 단순하게 흘러가겠죠. 그저 매일 해야 할 것들을 하면 되니까요. 회사를 다니는 삶이 그래요. 매일 매일 회사는 가야 하니 머리는 단순해요. 대신 행복하기가 힘들뿐이죠.

 

하지만 당신은 언젠가는 선택을 해야 해요. 쉬는 주말이 있으며, 휴가도 가야 하고, 은퇴도 하니까요.

 

그리고 선택을 해야 하기에,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는지 걱정을 하고, 하고 나서도 결과가 별로 좋지 않으면 후회를 해요. 만약 처음부터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면 걱정도 후회도 훨씬 적게 느껴지게 되겠죠.

 

행복 하려고 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 가진 의미가 바로 그것이에요.

 

일단 어떤 행복을 선택했다면 그 선택이 가능하면 옳아야 하기 때문에, 그 행복은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래서 가치의 행복은 그냥 때가 되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행복이나, 갑자기 우연히 외부 자극으로 통해 얻을 수 있는 감성의 행복과는 전혀 달라요.

 

판단의 행복의 이런 특징은 역설적으로 아주 큰 단점을 갖게 해요.

 

그것이 바로 '다른 사람들의 인정' 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에요. 즉, 이 행복은 혼자서 얻기가 힘들어요. 끝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동을 이야기 하고 인정받아야 해요. 그래서 가치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틈만 나면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해요. 당신 역시도 이미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그것에 대해 아주 많을 기회가 있었을 것이에요.

 

또한 이 행복은 나이가 많을수록, 몸이 좋지 않을 수록 더욱 더 중요해져요. 이것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감각기관이 쇠퇴하고 운동 능력을 잃어가니 감정의 행복이나 감성의 행복을 경험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래요. 그러니 대안으로 판단의 행복을 추구하죠.

 

추가적으로 또 하나의 단점이 더 있는데, 사실 위의 단점과 연관된 것이긴 해요. 그것은 바로 자신의 가치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다른 사람의 가치를 무시하게 된다는 점이에요. 즉,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이 타인이 추구하는 행복에 비해서 더 낫다고 여기고 싶어 해요. 이것은 본인이 안 하고 싶다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자신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상대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지니까요.

 

책을 읽는 사람은 마음 속 깊이 많이 읽어 지식을 채우는 것이 등산을 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여겨요.  반대로 등산을 하는 사람은 등산을 해서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판단의 행복에 해당되는 행복들은 그것이 무엇이든 마음 속에는 자신이 경험하고있는 행복이 더 낫다는 우월감이 있어요. 또 그러니 하는 것이에요. 누가 밥을 먹는 것을 우월하게 느끼겠어요. 비싼 밥을 먹는 것을 우월하게 느낄 뿐이죠. 그래서 비싼 밥을 먹고 행복을 느끼는 것은 판단의 행복, 즉 가치의 행복에 속해요.

 

네 번째는 재미의 행복이에요. 이 행복은 조건이 아주 까다로운데, 대신 느낄 수 있다면 가장 쉽기도 해요.

 

가끔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운동회에 참석하죠.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에 했었던 여러 가지 경기에 참가해요. 그때 어른들의 표정을 보면, 사실 아이와 그리 다를 바가 없어요. 오히려 더 행복해 보이죠.

 

뭔가를 던지고, 공을 굴리고, 서로 다리를 묶은 채 뛰어요. 그런 행위엔 무슨 의미나 가치가 있겠어요. 그저 재미죠. 물론 경기를 하기에 승패가 갈릴 수 있지만, 꼭 이겨야 할 필요도 없어요. 그럼에도 마냥 즐거워요.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가치가 있을 필요도 없어요. 그런데도 그렇게 행복해요.

 

이것이 바로 재미의 행복이 가진 특징이에요. 단지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많은 부정적인 부분, 즉 먹고 사는 문제, 미래의 문제, 여러 가지 나쁜 일들 모두 숨겨져 있어야 하죠.

 

이점이 문제에요. 그래서 이렇게나 좋은 행복임에도 불구하고 조건 난이도가 무척 높죠. 사실 아이들의 행복이 바로 이것이에요. 아이들은 부모가 대신 모든 걱정을 다해주기에 그저 신나게 재미있게 놀 수 있죠.

 

저는 만약 당신이 어느 행복이나 모두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당신은 감정의 행복과 재미의 행복을 고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겠어요.

 

이 행복들은 조건만 갖춰지면 특별한 노력이나 많은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이 그냥 행복하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다는 아니죠. 왜냐하면 지루함이라는 아주 불쾌한 존재가 찾아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것을 달래주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감성의 행복과 판단의 행복에도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해요. 감정과 재미의 행복에 너무 취해서 이것을 소홀하게 하면 당신은 '자존감 하락' 이라는 아주 넘기 힘든 고비를 마주하게 될 것이에요.

 

사실 이것이 아이들이 결국 재미의 행복을 잃어버리는 이유에요. 그런 재미의 행복만 추구하고 살다가는 클수록 자존감이 하락하는 경험을 하거든요.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가치의 행복이에요. 가치의 행복은 당신을 좀 더 나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해줄 것이에요. 당연해요. 가치를 추구하면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생겨요. 뭔가 힘든 일을 했으니 자신의 삶이 좀 더 나아졌을 것이라고 믿어져요.

 

사실은 무의식의 착각이지만, 나름대로 플라시보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가치의 행복이 가진 단점, 즉 타인과의 비교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감성의 행복을 추구하면 돼요.

 

감성의 행복도 비슷한 면이 있거든요. 자신만의 고유한 추억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자신이 특별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고, 결국 자신이 특별하고 고유한 존재라고 여길 수 있어요. 그래서 결국 자존감이 높아져요. 적어도 특별해졌으니까요.

이 둘 모두 착각이긴 해도 꼭 필요해요. 이 두 종류의 행복을 경험할 때, 당신의 무의식은 안도를 하고 지루함이란 기분 나쁜 감정을 거둬들이기 때문이죠.

 

여기까지 행복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봤어요. 그래서 결론을 내자면, 당신은 감정의 행복과 재미의 행복을 추구하다가 가끔 가치의 행복이나 감성의 행복을 경험하면서 살면 돼요.

 

잘 먹고, 잘 자고, 사람들 만나서 흥겹게 대화하고, 재미있게 놀면서 살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어떤 가치를 만들기 위해 책을 읽거나, 문화 강좌를 듣거나, 남들이 잘 안 하는 그럴듯한 것 하나쯤 하고 살면 되죠.

 

저는 당신의 본질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대신 해줄 수 있지만, 당신의 진짜 현실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요. 그래서 당신이 지금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은지, 불행하지 않은지, 불행한지 모르죠. 그리고 얼마나 자주 행복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대충 예상만 할 뿐이죠.

 

그래서 저는 당신 앞에 행복의 종류만 나열할 수 있을뿐, 당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복을 추구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조언을 해줄 수 없네요. 단지 이 말씀은 드릴 수 있어요.

 

당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든 상관없이, 당신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저의 이런 말에 반발감이 느껴지실지도 몰라요. 혹은 어느 정도 행복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가끔 막연한 우울하거나 불안감이 엄습하는 중인지도 모르죠.

그래서 당신은 행복하기 위해서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해서 혼란스러울 것이에요.

그런데 막상 따져보면 당신이 딱히 불행할 만한 일은 없어요. 그래서 가끔 느껴지는 서늘한 불안감이 도대체 왜 느끼는지 알 방법이 없어서 답답하기도 할 것이에요.

도대체 왜 그러는지,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오는 것이죠.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당신이 인식하지 못했을 뿐, 그 이유는 분명히 존재해요.

당신의 의식은 그것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지만, 당신의 무의식은 아주 잘 알고 있거든요. 무의식이 당신의 우울함이나 불안감을 만들고 있는 주체니까 당연하죠.

그래서 당신은 당신의 내면을 좀 더 주의 깊게 바라봄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어요. 깊은 관찰을 통해 결국 무의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것을 해결해주든지 아니면 해결할 수 없으니 그냥 무시하고 한쪽에 치워버려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죠.

그런 후, 당신은 지금보다는 훨씬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에요.

 

이 이야기는 당신을 위로하거나 희망을 품게 하려고 억지로 하는 말이 아니에요. 

지금의 당신은 그것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를 뿐, 알게 되면 금세 해결할 지도 몰라요. 그러니 우선 그 방법을 아는 것에 많은 노력을 해야 해요. 당신이 행복한 삶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노력해야 한다면, 이것이 바로 정답이에요. 당신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것, 바로 그것이요.

 

그래서 저는 현재의 당신이 안타까워요. 당신은 원래대로라면 훨씬 더 밝고, 명랑하고, 많이 웃으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수 많은 상처들로 인해 강제로 변형되었고 더해서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따라 하다가 스스로 변형되고 말았어요.

그래서 당신은 지금 엉뚱한 행복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요.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바로 잡아야 해요. 그리고 당신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꼭 되찾아야 해요. 그것을 해낼 있는 시간은 아직도 충분히 남아 있어요. 죽지만 않았다면 기회는 있는 것이죠.

 

어떻게요?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가 다음 글의 주제가 될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