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멸치/땅콩 볶음

아이루다 2017. 3. 10. 07:02

 

지난 설날에 멸치가 선물로 들어왔다. 개인적으로는 왜 멸치를 선물하는지 잘 이해는 안가지만, 아무튼 들어왔다. 그리고 작년 추석때 들어 온 것도 있다.

 

멸치는 원래 크게 국물용 멸치와 볶음용 멸치가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나는 그 중에서 국물용 멸치만 쓴다. 멸치 볶음을 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멸치 선물에는 이 둘이 모두 섞여 있다. 결국 국물용은 다 썼지만, 볶음용은 그대로 있다. 그래서 처리할 방법이 없다.

 

한참을 냉동실에 넣어놨는데, 지난번에 어머니 댁에 들렸다가 생각이 나서 어머니에게 멸치 볶음을 하는 요리법을 물어봤었다.

 

어머니는 간단히 설명을 해주셨는데, 또 다른 우연함을 계기로 직접 하시는 것을 옆에서 보게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요리 강습을 받았다.

 

사실 어머니는 요리를 잘하신다. 꽤나 잘하신다. 어디가서 어머니 요리만큼 맛난 음식을 먹는 경험을 하기도 힘들 정도로 잘하신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왔다.

 

또 언제 배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비록 요리법이라고 말하기엔 아주 단순한 요리이지만 말이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들이다. 올리고당 (물엿 대신), 선물로 받은 크고작은 멸치들. 추가로 사진엔 빠졌지만 조림용 간장과 통깨가 필요하다.


동네 시장에서 산 생땅콩이다. 어머니는 국산이 맛있다고 하시는데, 너무 이른 아침에 시장에 갔더니 땅콩을 파는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아서, 그냥 중국산으로 샀다.


처음엔 물만 끓이다가, 물이 끓으면 생땅콩을 넣어 준다. 익히는 것이다. 익힘의 여부는 먹어 봐야 한다고 하시는데, 먹어봐도 잘 모르겠다. 요리가 힘든 이유다.


땅콩이 다 익으면 찬물로 씻어준다.


멸치를 냄비에 넣고 볶아 준다. 약간 노릇한 느낌이 날 때까지 볶아야 한다고 하신다. 멸치의 수분을 빼고 씹히는 식감을 좋게 해주는 과정으로 보인다. 다 볶고 나면 꼭 채로 옮겨야 하는데, 이때 가루가 밑으로 빠진다. 그것을 꼭 버려줘야 한다고 하신다.


아까 삶은 땅콘을 다시 불에 볶는다. 그리고 간장을 넣어준다. 얼만큼이냐면, 적당히이다. 역시 요리가 어려운 이유이다. 먹어보고 약간 짭조름한 맛이 날 정도 넣어 주면 될 듯 하다. 멸치는 기본적으로 짠맛이 있기 때문에, 오직 땅콩에만 간장 간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사용한 간장은 샘표인데, 501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신다. 이 간장이 제일 맛있단다. 가격은 좀 비싸다고 알려 주셨다. 그 위로는 701도 있는데, 더 맛있지만 더 비싸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간장이 맛있다는 말이나 고춧가루가 좋다는 말은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 도대체 내가 느끼지 못하는 그 미묘한 차이는 무엇일까? 경험의 지식이란, 참으로 얻기 어렵다.


간장 간이 땅콩에 어느 정도 배여들면, 멸치를 넣고 올리고당도 부어주는데, 거의 반통을 부은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통깨도 넣어 준다.

완성품이다. 양이 너무 많아서 한달은 먹을 듯 하다.

올해는 김장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