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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 - 11, 부제 : 어라연 가는 길

아이루다 2014. 10. 10. 06:23

 

징검다리 연휴에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영월에 왔다. 수요일 밤에 출발해서, 오늘이 금요일이다. 이번 방문 기간엔 지난 주에 어머니와 함께 왔다가 3시간이 이상이 걸린다는 어라연 트랙킹 코스에 대한 설명으로 인해 포기했던 그 구간을 유진이와 둘이서 가기로 했었다.

 

그리고 어제 새벽같이 출발해서 오후까지 길게 다녀왔다. 간략하게 여정을 정리해본다.

 

아침 6시쯤 눈을 떠서, 김밥을 쌌다. 소풍 기분을 내고 싶은 욕심이라고 할까? 아직도 어두운 밖을 보면서 잠시 어린 시절의 추억에 빠졌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는 날이면 졸린 눈을 비비면서 어머니가 싸주시는 김밥 꼬다리를 하나씩 낼름 받아 먹던 기억이 났다. 갑자기 어쩌면 그 시간이 나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였나 싶다. 오늘은 유진이가 그런 모습으로 내가 싼 김밥을 먹고 있다.

 

대충 씻고 준비를 마치니, 8시쯤 되어 있었다. 차를 타고 한 20km 정도 가야 하는 거리라서, 새벽 안개를 뚫고 목적지인 어라연을 향했다. 그 흔한 차도 잘 보이지 않는 공간은 고요함과 뭔지 모를 신비한 느낌이 났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작은 물병 두 개를 산 후, 멋진 동강를 끼고는 달려서 어라연 길목에 도착했다. 그리고 배낭을 메고선 목적지를 향했다. 설명을 보니, 내가 가려는 코스는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되어 있다.

 

 

 

위의 지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경로인 A 코스를 다녀 온 것이다.

 

출발 후 길은 한참을 차가 다닐 만한 길로 나 있었다. 실제로 차도 다녔다. 입구엔 차량 통행 금지라고 되어 있는데, 어느 정도 까지는 차를 타고 들어와도 되나보다. 우린 이미 차를 밑에 주차하고 왔기 때문에, 그냥 계속 걸어서 올라갔다. 경사는 완만하고 공기는 한없이 맑았다.

 

가다 보니, 중간에 마을이 하나 나왔다. 전혀 인적이 없을 것 같은 곳에 마을이 있으니 좀 신기하긴 했다. 대충 봐서 한 다섯 가구나 살 듯한 마을. 이곳은 전쟁이 나도 모를 것 같았다.

 

그 마을부터 실제로 등산로가 시작되었다. 즉, 이젠 차가 더이상 다닐 수 없은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고 그래서 길도 훨씬 좋아졌다. 아무래도, 차가 다니는 길은 편하긴 한데,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등산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만난 붉은 가지를 가진 나무.

>> 버섯, 이름은 모르지만 유진이가 정성스럽게 찍었다.

>> 올라가는 코스 중에서 조금 힘든 경사로. 계단이 제법 되었다.

>> 위의 다리가 만들어지기 전에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예전의 다리.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다.

 

올라가는 여정은 크게 힘든 구간은 없었다. 말 그대로 트랙킹 코스였다. 중간에 계단을 오르는 코스부터 약간 힘들긴 했는데, 체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닌 유진이도 그리 힘들지 않고 올랐다. 그리고 그 구간을 지나고 얼마 후 우린 드디어 능선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쯤에 안개가 거치고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 안개가 산을 감싸고 있다. 그리고 그것도 산이 겹치면서 희미하게 분리가 된다.

>> 가을이 가득한 나뭇잎.

>> 싸리나무도 노랗게 물들었다.

>> 능선을 따라 가다가 만난 전망대에서 한 컷. 멀리 어라연과 바위가 보인다.

 

능선을 걷기 시작하면서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멀리 간간히 보이는 동강의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단지 어디선가 온 듯한 산악회 사람들이 산의 정적을 깼다. 그것이 조금 아쉬웠으나, 최대한 그들과 섞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걸었다.

 

한참을 걸은 후 잣봉에 도착했다. 거기엔 이미 온 산악회 사람들이 잔뜩이라서 그냥 통과하고는 조금 더 내려와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아침에 싼 김밥과 오렌지를 까서 먹었다. 그 맛이란..

 

식사와 함께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이젠 내려가는 코스에 접어 들었다. 그런데 내려가는 코스가 꽤나 급경사이고 한참을 계속되었다. 오르는 구간은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이 내려가는 구간은 상당히 난코스였다. 우린 급격히 말 수가 줄었다.

 

힘들게 한참을 내려 온 후 어라연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 잣봉 정상. 해발 500M 정도의 나즈막한 산이었다.

>> 햇살이 반짝이는 동강. 눈으로 보는 느낌는 표현할 길이 없지만 억지로 찍었다.

>> 어라연 근처의 거북바위라고 불리우는 바위이다. 커다란 바위 위에 나무가 자라는 것이 신기하다.

>> 거북바위 근처의 흐르는 물에 반사된 햇살을 담았다.

>> 거북바위 위에 자라는 소나무. 

 

전망대를 거쳐 잠시 내려오니, 이젠 완전히 동강과 같이 걷는 코스가 나온다. 돌이 좀 많아서 걷긴 힘들었지만 강을 따라 내려오는 여정이 제법 좋았다. 그리고 그 강엔 때늦은 레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되었다. 낚시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햇살은 끝없이 강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정오를 향해 가면서, 해가 무척 따가워졌다. 그늘이 간간히 있긴 했지만, 어떤 구간은 온전히 해를 받으면서 걸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서서히 지쳐갔다. 그리고 이 구간이 꽤나 길어서, 출발 입구로 도착할 무렵엔 거의 기진맥진 하다 싶이했다.

 

 >>햇살을 가득 담은 단풍잎.

>> 강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 찍은 동강의 절경.

>> 급류구간이다. 레프팅을 하는 분들은 여기에서 비명을 지른다. 그런데 가끔 남자들만 탄 배는 고요하다.

>> 입구쯤에 있는 페션의 개. 여정의 끝이었다.

 

차로 돌아오자, 거의 출발한지 5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남들은 세시간 반 걸린다는데 우리는 한참을 더 걸렸다. 아무튼 힘든 몸이지만, 다시 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아무리 힘들어도 오는 길에 삽겹살을 조금 사서 해진 후 마당에서 구워먹는 것은 절대로 빼먹지 않았다.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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