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글은 며칠에 걸쳐서 쓸 예정이었는데 이번주 사정이 생겨 영월 방문을 포기하게 되면서 토요일을 온전히 쉴 수 있게 되어 간만에 시간이 제법 많이 남아 아침에 이어 저녁에 추가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지난 글은 환율전쟁에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이야기와 이명박 정부 내내 열심히 조작해온 고환율 정책의 숨겨진 진실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그럼 오늘은 미국의 환율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제일 먼저 환율이란 용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환율을 화폐단위가 다른 두개의 나라의 돈을 서로 교환할때 교환해주는 비율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달러환율에만 관심이 있지만 실제로 엔화, 유로화, 위안화에 대한 환율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환율은 크게 두가지 형태로 운영되는데 하나는 고정환율제이고 다른 하나는 변동환율제이다. 전자는 보통 경제력이 약한 나라에서 폐쇄적으로 금융정책을 유지하면서 자국내의 화폐에 대한 제어를 명확하게 하는 것인데 우리도 예전에 그랬었고 현재는 중국이 이 제도를 쓰고 있다. 즉 중국은 정부에서 환율을 정한다. 후자인 변동환율제는 바로 우리나라처럼 외한거래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시장가격으로 결정되는 환율제를 말한다. 즉 수요와 공급이라는 극히 일반적인 거래방식으로 결정되어 하루에도 몇번이고 바뀌는 것이다.
환율중 우리나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환율이 바로 달러당 환율인데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것이 아니다. 세계에서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달러 환율에 민감하다. 왜냐고? 그것은 바로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기축통화가 뭐냐고 묻는다면 잠시 장황한 설명을 하겠다.
현대 국제 사회는 매일매일 어마어마한 물품을 서로 사고 판다. 즉 무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역은 어떤 지방에서 싼 물건을 다른 지방에가서 더 비싸게 파는 상업방법 중 하나이다. 이것이 국가간 거래가 이루어질때 이것을 무역이란 용어로 칭한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만든 물건을 미국에서 팔 때 도대체 어떤 돈을 받아야 할까? 미국 사람이 한국돈인 원화를 가졌을리도 없다. 그러니 그냥 나는 달러로 받아와야 한다. 이건 좀 쉽다. 그럼 미국 사람이 한국에 와서 물건을 팔고 돈을 받아갈때 우리나라 돈을 준다면?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난감해할 수 있다. 미국내에서 한국돈을 미국돈으로 바꿀 장소가 많이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은행에서 한국돈을 달러로 바꿀 수 있다. 그러면 미국 상인은 처음부터 달러로 달라고 하지 않을까?
이것도 쉽다. 문제는 이제 우리가 사우디 아라비아에 가서 석유를 살 때 생긴다. 도대체 거긴 한국돈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사우디 내에서 한국돈을 자신들의 돈 단위로 바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용도가 높은 화폐로 달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현재는 달러이고 이런 화폐를 기축통화라고 부른다.
* 이부분에 대해서 잠시 돈의 속성을 얘기하자면 돈은 매우 가치있지만 실제로는 신용을 의미할 뿐 돈 그자체는 그냥 종이 쪼가리다. 우리나라 화폐들은 우리나가가 망해서 없어지는 순간 땔감에나 쓸 종이의 역할만 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어떤 돈이든 그 돈을 발행하는 주체의 신용도가 중요하다.
20세기도 그랬지만 21세기 역시 세계는 미국의 힘으로 지탱되고 있다. 달러는 가장 안전한 화폐로서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으며 우리는 오늘도 환율의 영향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화폐를 가진 미국이란 나라의 경제가 휘청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대적으로 커다란 국제 경제문제를 일으켰다. 미국은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총력을 다했는데 여기서 미국의 대처는 어쩌면 매우 일반적이지만 어쩌면 매우 당혹스러운 결정을 한다.
그것은 바로 화폐를 찍어내는 것이다.
미국은 FRB라고 부르는 연방은행에서 화폐를 찍어낸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이 권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은행들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통화권 조절이다. 즉 화폐의 발행량을 조정해서 물가상승이나 이자율등을 조정한다. 아마도 대부분 한번쯤은 최근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했다느니 올렸다느니 내렸다느니 하는 뉴스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한국은행은 돈을 찍어 고시한 금리로 은행에 돈을 빌려준다. 그럼 은행은 다시 이것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면서 거기에 이자수익을 올리는 개념이다.
미국 FRB도 거의 같다. 차이는 우리 한국은행은 국책은행, 즉 나라가 소유한 은행이지만 FRB는 민간은행이다. 즉 미국의 화폐 발행에 대한 총책임은 미국 대통령에 있는것이 아니라 FRB 의장에 있다. 아마도 그리스펀이나 버냉키란 이름도 한번쯤 들어봤을텐데 그리스펀은 과거, 버냉키는 현재의 FRB 의장이다. 미국의 경제력은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이들의 권한과 의도역시 미국내에서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를 상대로 영향을 미친다.
아무튼 금융위기 후 미국의 FRB는 제로금리 정책을 편다. 즉 돈을 찍어서 무상으로 은행에 빌려주는 것이다. 거기다 더해서 QE라고 불리는 달러 찍어내기 정책을 편다. 이것이 그 유명한 양적완화이며 벌써 세번째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미국 증시는 엄청난 상승을 보인다. 바로 돈의 힘이다.
예전에 쓴 글에(팍스 아메리카나) 미국내 화폐발행 남발이 다른 나라에 비해 왜 문제가 되지 않는지 설명했었다. 그래서 그부분은 건너뛰도록 하겠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결론적으로 달러의 가치하락, 즉 우리가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판단 했을때 우리 기준으로 화율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노무현 정부 말기에 환율이 대략 900원 선이었는데 미국의 화폐 추가발행으로 인해 결론적으로 800원 이하 700원까지 떨어졌어야 한다. 우리 화폐는 그대로인데 우리랑 바꿀 달러의 총량이 많아졌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데 최종 결과는?
여기에서 지난 정부가 얼마나 많은 환율조작질을 했는지 극명하게 들어난다. 실제로 700원에 가까워야 할 환율이 지금도 1,100원이다. 우린 매일 천원을 쓸때마다 400원을 손해보고 있다. 이 얼마나 우수운 현실인가? 기름값을 따지면 지금 석유값이 리터당 1500원 해야한다. 아니 가격에 따라 세금도 더 붙으니 실제로는 더 낮을 수 있다.
미국의 화폐발행에 의한 화폐가치 하락 정책은 두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돈을 풀어서 경제를 살리는 이른바 경제부흥 정책이고 또 하나는 바로 자국내 화폐가치를 떨어뜨려서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살려내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우리나라 정책과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미국은 아무리 화폐를 많이 발행해도 버텨내는 것이고 우리는 그랬다간 수퍼 인플레이션이 찾아와 나라가 망한다.(이 부분도 팍스 아메리카나 라는 제목을 가진 글에 적었다)
하지만 미국 역시 끊임없는 통화팽창만을 고집할 순 없다. 그랬다간 정말로 망해버릴 것이 분명하기에. 그래서 미국은 끊임없이 출구전략을 이야기 한다. 이것은 결국 통화팽창의 마무리를 말하는 것이며 이것이 시작되면서 금리가 상승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금리 상승은 우리에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결국 지난 5년간의 노력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이렇게 회복이 되는 기미가 보이고 있지만 내 판단에는 그냥 착시 현상으로 보인다. 풀린돈은 미국내 깡통주택을 사드리는데 투자되고 있어서 대형 렌트 업체들이 돈을 꿔서 저가로 집을 구입한 후 렌트를 놓고 있다. 이렇게 서프프라임 모기지론으로 부터 발생한 수많은 빚덩이 집들이 해결되어 가면서 부동산이 안정적으로 변모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단지 그것은 거기까지이다.
과거 5년전 위기를 어느정도 극복하는 듯 보였던 착시현상 중 그나마 현실적인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미국발 위기가 시작되자 모두들 중국을 바라봤고 중국은 이때 지난 경제발전으로 쌓아둔 엄청난 나라 곳간을 풀어 자국내 개발을 시작했다. 물론 중국은 그 역할로 인해 이제 G2의 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무리한 투자 거품으로 인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아무튼 돈의 관점만 보자면 믿었던 달러가 흔들리자 세계는 이제 경제 대국 2위였던 일본으로 눈을 돌린다. 물론 지금은 중국이지만 중국은 아직 믿음이 부족하다. 아직도 1당 독재체제인 공산국가이고 고정환율제를 사용하는 나라인지라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대신하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설령 GDP가 미국을 뛰어넘는 날이 와도 이런 인식은 쉽게 안바뀔 것이다. 아무튼 달러의 불안이 야기한 세계에서는 엔화가 그 역할을 부분적으로 대신하면서 엔고 시대를 열어버린다. 이 말의 의미는 일본돈인 엔화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말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이로인해 이미 그로기 상태인 일본경제는 엔고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으면서 거의 피를 토할 지경이 되었고 그틈을 노린 우리나라 제조업 회사들은 재빨리 일본과의 경쟁에서 가격적인 장점을 앞세워 일본이 점유한 세계 시장을 조금씩 파고든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현대와 삼성이다. (엔고 현상으로 생긴 다른 이면은 일본 관광객 증가이다)
엔고의 직격탄을 맞은 많은 일본기업들은 이제 외국보다는 일본내 내수에 집중을 하는 결정을 한다. 실제로 일본은 총인구가 1억의 시장이라서 그리 허접한 시장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본내 기업의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기도 했다. 즉 많은 분야에서 특히 IT 분야에서 그들은 국제 표준을 무시하는 우를 범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일본내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외국으로 나올 경우 호환성 이라는 커다란 벽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외국 시장을 포기한 많은 일본기업은 내수에서 피터지는 경쟁을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샤프, 소니, 코닥 같은 회사들은 이렇게 망해갔다. 또한 우리나라의 어떤 기업도 일본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겼다. 왜냐면 이미 일본은 자국내 기업의 처절한 내수 경쟁인 상태라서 외국 기업이 살아남기가 너무 힘든 시장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리 잘나가는 LG와 삼성 가전제품도 일본에서는 완전 망했고 현대차 역시 일본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하지만 일본의 저력은 아직도 우리와는 게임이 안된다. 그들은 엄청난 엔고를 버텨냈고 그렇게 다져진 경제체력은 아베의 엔저 정책에 발맞춰 기지개를 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본내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고난의 시간동안 충분히 웅크리면서 힘을 길러온 것은 사실이다.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는 통화팽창은 일본 정보의 설명으로는 물가 끌어올리기 작전이라고 한다. 즉 물가 상승률을 2%대로 올리기 위한 목표인데 그것은 여러가지 상황을 의미한다. 일단 디플레이션에 빠진 경제를 살리고자 인플레이션을 의도적으로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물가 상승을 불러온다. 이것은 어쩌면 하나의 실험이 될수도 있다. 일본은 살아나든지 아니면 잠깐 반짝하다가 더 꼬꾸라질 수도 있다.
요즘 우리나라 신문들은 일본 엔저정책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는 걱정많은 기사들을 써댄다. 이것은 정부로 하여금 자신들의 주요 고객사인 기업의 이익을 위해 또다시 고환율 정책을 펴라는 대놓고 해대는 압박이다. 정말 쓰레기 언론이라고 욕을 안할 수가 없다.
이명박 정보동안 환율을 그대로 놔뒀으면 우린 그동안 조금 힘들었겠지만 버티고 버티면서 우리도 일본의 기업처럼 체력을 충분히 비축했을 것이다. 그리고 전기세, 기름값, 가스비, 버스비, 택시비 같은 것도 다 지금처럼 안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천문장비도;;
하지만 우린 이미 우릴 바보로 만들어 놓았다. 감기에 안걸리게 하려고 일년 동안 무균실에만 둔 것이다. 이제 밖에 나가야 하는데 몸속에 나를 지켜줄 면역이 부족하다. 결국 이젠 살아갈려면 끊임없이 감기에 걸리거나 아니면 하루도 빠짐없이 감기약을 먹어대야 한다.
여기에 더해 얼마전 유럽도 통화팽창을 선언했다. 단순히 보자면 유로화, 달러, 엔화 모두 그들이 사용하는 화폐의 총량을 늘려대고 있는 것이다. 그럼 남은 중요화폐인 중국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중국은 매우 곤란한 형편인듯 보인다. 이미 달러를 1조달러나 가지고 있는 형편이니 앉은 자리에서 달러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보고 있고 그렇다고 해서 달러를 팔자니... 자신들이 달러를 팔기시작하면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고 거기에 자국내 경제가 거품 천지인데 여기에 화폐발행을 늘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는 내 지식 범위를 넘어가기에 잘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꼭 알아야한다. 올해 2013년은 세계 주요국의 보이지 않은 화폐 전쟁이 치뤄지고 있는 현장이다. 여기에서 우리나라가 화폐 발행을 하고 있지 않다면 정상적으로 원화는 높은 가격으로 가게 된다. 즉 저환율 시대로 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지가 의문이다.
물론 우리나라 화폐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안정성과 경제적 안정성과도 밀접하기에 반드시 우리나라 화폐가 절대적으로 그 가치가 유지된다고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우린 이미 세계 10위권 교역량, GDP 를 달성한 나라이다. 도대체 우리나라 화폐는 왜이렇게 허약할까? 금융위기만 오면 우리나라 환율은 하늘로 치솟는다. 왜 우린 이렇게 우리 스스로를 불안정하게 만들까?
이것이 모두 우리나라 구조적인 문제이다. 정치인들의 문제이며, 산업구조의 문제이며, 대기업 위주의 불투명하고 주먹구구식 경영에 더해 아마추어같은 정부 경제운영의 결과이다. 물론 그 뒤엔 미련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버티고 있지만. 오늘도 우린 이 모든 것을 다 자신과 관련없다고 여기면서 살아가고 관심도 안갖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요즘 미장원에서 받는 요금이나 내가 편의점에서 사는 과자 하나가 모두 이것과 관련이 직간접적으로 되어 있다.
도대체 얼마만큼의 관련이 있어야 그 연관을 느끼는지 나는 궁금하기도 하다. 꼭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환전을 할때 환율의 부당함을 느낄 것인가? 적어도 아침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면서 내가 왜 몇년 전보다 몇백원을 더 내야하는지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그러면서 전기요금 오르고 교통비 오르면 다들 입을 삐쭉내밀어 불만을 토하고 있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것이 인정되는 인간 사회이다. 심지어 국가는 우리가 살기 위해 타국의 국민을 죽이는 것을 애국심이라고 칭하면서 위대한 사람으로 인정한다. 이런 치열한 전쟁에서 우린 오늘도 무념무상의 경지에 올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통 관심이 없다. 물론 연예인들의 사생활이나 미국에 간 류현진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을 것을 보니 무념무상은 아닌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