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 22

[단편] 변두리 삶 #2

* * * 나는 온 몸이 밧줄로 의자에 묶인 채 어두운 공간에 갇힌 채 정신이 들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히 잠들기 전에는 병원에 있었는데, 잠을 깨고 보니 이런 이상한 장소에 와 있다. 더군다나 나는 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비록 밧줄에 묶여 있긴 하지만, 사지에서 감각이 확실히 전달되어 왔다. 손을 꼼지락거리고, 발을 살짝 돌리고, 고개도 돌릴 수 있었다. 눈도 뜰 수 있어서 바깥세상도 보였다. 하지만 내 머리 바로 위에 켜 있는 조명이 너무 밝아서 주변 것들이 잘 보이지가 않았다. 코끝으로 곰팡이 냄새와 희미한 비린내가 섞여서 났다. 피부에는 축축한 느낌이 올라왔다. 잘 모르겠지만, 어떤 창고인 듯 했다. 대충만 둘러봐도 낡고 더러운 곳이 분명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나는 지금 이곳에 있는 ..

소설, 에세이 2021.03.20

안전함과 불안함 사이에서

사람들은 매일 움직인다. 집 앞의 가게를 가기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도 있고, 직장에 가기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 좀 더 멀리 출장을 가는 사람도 있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민을 가는 사람도 있고, 아예 이 순간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수 많은 떠남이 있지만, 그 떠남마다 동반하는 불안함의 강도는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바로 얼마나 쉽게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올 수 있는가?' 정도로 인해 결정된다. 즉, 쉽게 돌아올 수 있을수록 떠남으로 인해 생기는 불안함의 강도는 작다. 집 앞의 가게에서는 금세 다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죽음으로 떠났다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앞 집 가게를 가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고 죽음이 가장 불..

나의 이야기 2020.08.03

사람들의 계산법 - 2

::지루함을 처리하는 법:: 만약에 이 세상이 두려움만 해결하면 끝이었다면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참 행복할지도 모른다. 당장 눈 앞에 닥친 일들만 처리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그냥 마음 편히 놀면 된다. 문제는 '편히 노는 것'이 안 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편히 노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난이도로만 보면 최상급의 일이다. 그래서 한 사람을 어딘가에 가두어 놓고 하루 세끼 다 주고, 잠잘 곳을 줘도 당사자가 그 안에서 한 달을 버티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뭔가 어려워? 나는 쉽게 할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라. 그러려면 뭔가 시간을 소모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TV나..

인간과철학 2019.11.20

사람들의 계산법 - 1

제목으로 쓰여진 『사람들의 계산법』이라는 표현은, 사람들이 각자마다 이 세상 속을 살아갈 때 '어떻게 하면 나에게 좀 더 이득이 될 수 있을까'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만약 얻고 싶은 이득이 단순히 돈과 같은 것이라면 계산법 자체가 비교적 쉽겠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진짜 이득은 돈 이상의 것이기에 매우 복잡하게 나타나게 된다.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이득은 바로 자신의 행복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계산법이란 표현은 실제로 각자마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 수 있을까를 판단하는 방법이라고 다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큰 혼란스러움을 가져오기도 한다. 만약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면 나름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어떤 행동이 돈을 벌..

인간과철학 201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