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3

이제 10년

얼마 전 화장실 샤워기 꼭지 부분이 망가졌다. 바닥에 떨어지면서 그 충격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낡아서 그런 것인지, 혹은 그 둘의 우연한 조합으로 인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물이 나오는 부분과 수도와 연결된 부위에 있던 부속이 깨지면서 꼭지와 호수가 그 오랜 인연을 마감한 것이다. 사실 나는 그 샤워기를 거의 쓰지 않는다. 위에서 떨어지는 방식의 별도로 부착된 천정형 샤워기를 쓰는 것이 훨씬 더 좋아서 그렇다. 하지만 나와 달리 아내는 오직 그 샤워기만 쓴다. 낮에 일어난 사건이니 아내는 퇴근 후에나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아내가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려고 한 순간에 말이다. 낮에 일어났지만 나는 이미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기 때문에 씻으러 가는 아내에게 딱히 언급하지 않았고..

나의 이야기 2021.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