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여정의 끝 - 2 [이전 페이지에서 계속] 무슨 의도인지 모르지만 그 후로 잊자는 플라테네스의 질문들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 플라테네스는 답답한 마음에 잊자를 볼 때마다 끝없이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그저 맑은 미소로 답을 할 뿐이었다. 그렇게 며칠 또 시간이 흘렀다. "오늘은 긴히 할 얘기가 .. 소설, 에세이 2018.11.22
13. 여정의 끝 - 1 "그럼 여기에 있는 동안 저는 무엇을 하고 지내면 될까요?" 하루가 지난 후 플라테네스가 물었다. "그냥 여기에 있는 동안은 내 농사일이나 도우려무나." "농사일이요? 그게 뭔데요?" 플라테네스의 질문에 잊자는 빙그레 웃었다. "해보면 안다.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냥 봄이 오면 씨.. 소설, 에세이 2018.11.22
12. 잊자 "저기 나비씨, 혹시 근처에 빛이 나는 검은색으로 돌로 지어진 집 본 적이 있어요?" 플라테네스는 마침 근처를 지나가는 호랑나비에게 물었다. 그렇지만 호랑나비는 그저 고개를 가로저으며 지나갈 뿐이었다. 벌써 일주일째였다. 처음부터 깊은 숲 속이라는 명확하지 않는 장소에 대한 정.. 소설, 에세이 2018.11.19
11. 새로운 봄 "그.. 그래. 가족, 가족 말이야." "그런데 가족이 뭔데?" 플라테네스가 질문하자 이름없는 개미의 얼굴엔 황당하다는 표정이 가득했고 잠시 후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대답을 했다. "두 개미가 같이 사는 것, 그리고 아이를 낳고 사는 것, 그것이 가족이야." "그래? 그럼 이곳에서 나랑 나랑 계.. 소설, 에세이 2018.11.15
10. 정체성 그는 이름도 없고, 이상하게 혼자 살고 있고, 늘 퉁명스러운 말투를 쓰고, 뭔가 불만도 많아 보이는 개미였지만, 그래도 아픈 플라테네스를 보살피는 일만큼은 열심히 했다. 그래서 때가 되면 빼먹지 않고 먹을 것을 가져다 주었고, 몸이 잘 회복되고 있는지 자주 살펴봐주었다. 혼자 오래.. 소설, 에세이 2018.11.11
9. Winter is coming "길을 잃은 거니?" 갑자기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린 것은 늙은 병정개미와 헤어지고 난 후 시간이 한참 흘러서 그의 부러진 앞턱이 왼쪽이었는지 아니면 오른쪽이었는지를 기억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던 때였다. 플라테네스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는 주변을 바라봤다. 하지만 어디에서 .. 소설, 에세이 2018.11.08
8. 옛날 이야기 "이 과일 처음 먹어 보는데 정말 맛있네요." "그렇지? 그런데 내가 처음으로 이 과일의 맛을 본 때는 바로 세 번째 전투에 참가 했을 때였단다. 그 당시 나는 적의 기습으로 인해 내가 속해있던 부대와 헤어져서는 삼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숲을 헤매고 있었는데..." 점심 식사 이후 .. 소설, 에세이 2018.11.04
7. 용병 개미단 머리 속은 풀리지 않는 의문들로 가득했지만, 가을이 도착한 산과 들은 그 의문들을 가끔은 잊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아름다웠다. 특히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을이란 계절을 경험하고 있는 플라테네스의 입장에서 초록빛으로 무성하던 산과, 그 초록빛의 근원이 되는 나무들이 매일.. 소설, 에세이 2018.10.31
6.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 "정말로 말을 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금방이라도 뭔가 말할 듯 굴었던 매국이 다시 입을 연 것은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흐른 후였다. 그 사이 플라테네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기다리기만 했다.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 전에 매국이 보여준 격렬한 감정 반응을 생.. 소설, 에세이 2018.10.27
5. 홀로 보내는 밤 플라테네스는 바네사의 대화 후 생겨난 새로운 문제에 사로 잡혀서 새벽녘 무렵까지 잠이 들지를 못했지만,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편안한 잠자리로 인해서 짧은 시간만 자고 일어났어도 그다지 피곤하지는 않았다. 그는 무엇인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고 나서 한참 후에야 자신.. 소설, 에세이 2018.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