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나는 어느 날 자동차 사고를 당해 인간으로써의 삶을 마감하고 죽게 되었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는 차를 운전하고 있다가 거대한 트럭이 자신을 향해 다가 온 후 갑자기 어디론가 순간적으로 이동하여 전혀 와 본적이 없는 공간에 오게 된 것이다.
그것은 마치 이상하게 편집된 영화의 장면 같지만, 나의 기억 속에는 트럭이 바로 눈 앞에 있던 그 순간과 현재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는 이 알 수 없는 공간의 모습 사이엔 아무것도 다른 기억이 존재하질 않았다. 마치 순간 이동을 한 듯 느껴졌고 그 생생한 사고의 기억이 혹시 꿈이 아닌가 하고 느껴질 정도였다.
놀랍게도 그곳은 살아 생전에 그토록 많이 들었던 저승세계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의 머리 속에는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곳이 만약 정말로 저승이라면 천국인지 혹은 지옥인지 궁금했다. 살아 생전에 신을 믿지도 않았지만 눈 앞에 이승의 삶 이후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마음 한 구석에 거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러면서도 가능하면 이곳이 천국 이길 바랬다. 그리고 그곳엔 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표정으로 서로를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어떤 존재가 아무런 기척도 없이 내 앞에 나타났다. 분명히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대상이지만 단 한번도 경험해 본적이 없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느낌을 주는 존재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입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조금 당황스럽겠지만 현재 여러분은 모두 인간으로써의 삶을 마감하고 이제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는 저승에 와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은 지금 있는 이곳이 그 저승 중에서 천국인지 지옥인지 알고 싶겠지만, 실제로 그것은 잘못 전달된 정보입니다"
나는 이 정체 모호한 존재는 도대체가 흐릿하게 보여서 그 모습이 확실하게 보여지지 않았지만 그가 하는 말은 참으로 또렷하게 이해가 된다고 느꼈다. 그리고 다시 그 존재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과거에 이곳은 분명히 천국과 지옥을 나누고 이승에서의 삶을 평가한 후 영원한 사후의 삶을 어느 곳에서 보낼지 결정을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또한 그 평가 방법의 공정성 문제가 여러 번 반복적으로 제기되었기에 현재는 천국과 지옥을 강제적으로 배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나는 이상한 안도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내가 무조건 지옥에 가게 될지 걱정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존재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아마도 여러분의 머리 속에는 그럼 어떻게 한다는 거야? 라는 의문이 들었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총 일곱 개의 공간을 방문하게 됩니다. 물론 그 중에는 분명히 천국도 있고 지옥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곳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여러분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 상태에서 여러분은 자신이 원하는 곳 중 한 곳을 정하게 됩니다"
존재는 손을 들어서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공간을 가리켰다. 아마도 그곳에 그 존재가 말한 일곱 개의 방이 있는 모양이다.
"또한 정해진 후에도 그곳이 지옥인지 천국인지 알려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있다가 보면 천국인지 지옥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튼 우리는 현재 과거의 강압적인 배정에서 개인 의지적인 선택 방식으로 매우 큰 변화를 선택했으니 여러분의 깊은 생각을 통해 자신이 영생을 머무를 공간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단, 시간은 지금부터 지구 시간 기준으로 24시간 내로 결정해야 합니다. 혹시 그것을 넘길 경우 여러분은 완전한 소멸이 됩니다. 물론 이것 역시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십시요. 이상입니다. 질문 있습니까?"
그 존재의 말은 끝났지만 나도 그랬고, 그 공간에 같이 있는 다른 사람들은 혼란스러움에 모두들 말문이 막힌 듯 했다. 도대체 천국과 지옥을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니.. 이것이 정말로 무슨 의미일까 나는 몹시 혼란스러웠다.
"자, 질문이 없다면 일단 이동해서 공간을 하나씩 방문한 후 그곳의 특징을 살펴보기로 하시죠"
존재는 말을 마친 후 성큼 걸음으로 조금 전 자신이 손으로 가리킨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니 그의 눈에는 그것이 걷는 것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정말 그것이 걷는 것인지 그는 정확히 단정할 수는 없었다. 물론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꿈의 공간'
"이곳은 말 그대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이곳을 이승의 방식으로 설명한다면 진정한 열정, 희망, 미래, 용기, 의지 등과 같은 것들이 함께 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곳을 선택하게 된다면 선택한 분들은 모두 끝없는 꿈을 향한 추구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진 후 또 다른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내 머리는 쉴 새 없이 계산되기 시작했다. 꿈의 공간.. 이곳은 분명히 천국일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영원한 꿈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묘하게 신경을 자극했다. 그리고 일단 일곱 개 중에서 단지 첫 번째 공간을 소개 받았을 뿐이다.
'믿음의 공간'
"이곳은 여러분들 중에서 살아 생전에 믿었던 종교가 있다면 이젠 이곳에서 같은 종교만을 믿는 사람들과 살아가게 되는 공간입니다. 물론 선택에 있어서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일단 선택이 된 후에는 영원히 그 종교를 믿고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이 믿는 신앙 속에서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선택 가능한 영생 중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승에서 딱히 신앙을 제대로 갖지 못한 사람이라면 선택하기가 힘들겠지만요"
무교였던 나는 이미 이 방은 지옥이라고 느껴졌다. 아니 혹시 이 공간이 천국이라고도 나에겐 지옥이 될 곳이었다.
'소비의 공간'
"이곳은 무한대의 돈을 쓸 수 있는 곳입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이승의 삶에서 경험했던 그 수 많은 인간이 만든 모든 제품을 사고 쓸 수 있습니다. 또한 또 다른 행성에서 만든 제품들도 경험할 수 있으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과 가장 좋아하는 장소와 가장 좋아하는 놀이를 하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장소를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도 없고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려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언제나 생각만하고 적기만 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집니다. 백화점에 가서 모든 제품을 하루 만에 다 살 수도 있습니다."
나는 갑자기 먹을 것을 매우 좋아하는 사랑하는 이가 생각났다. 그녀가 죽어서 이곳에 오면 이곳을 선택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비는 내 행복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일단 나는 이곳을 천국으로 분류를 했지만 나에겐 안 맞는 곳이라고 느꼈다.
"또한 소비는 음식이나 제품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곳을 선택하신 모든 분들은 드라마, 영화, 음악 콘서트, 연극, 여행 등등 그 모든 종류의 소비가 가능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소비랍니다"
존재는 말을 덧붙였다.
'본능의 공간'
"말 그대로 본능의 공간입니다. 아무런 도덕적 잣대나 인간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억눌러 놓은 모든 파괴적이거나 변태적인 사고와 행동이 가능합니다. 불을 질러도 되고 총으로 수 많은 사람들 쏴 죽이거나 생체 실험도 가능합니다. 무한대의 자유가 보장되는 곳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멋진 곳이 될 것입니다"
존재의 말일 멈춘 후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얼굴엔 처음으로 어떤 공통적인 흥분 감이 들어났다. 하고픈 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이곳은 천국일까?
"질문 있습니다"
살아 생전에 서양인으로 살았을 법한 노란 머리를 가진 키 큰 존재가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 분명히 영어나 다른 언어로 말했겠지만 영어 울렁증이 있는 나에게 이상하게 잘 이해가 되었다.
"네, 말씀 하시죠"
"혹시 내가 그런 일을 하고 산다면 나 역시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나요? 내가 인간을 사냥하고 산다면 나 역시 다른 존재의 사냥감이 되냐는 뜻입니다"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를 선택하는 분들은 모두 사냥을 하기만 합니다. 당하는 존재들의 입장이 될 필요가 없습니다"
노란 머리 서양인은 안도의 표정으로 의미 있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마도 그는 이곳을 선택할 작정인 듯 했다.
'이승의 공간'
"이곳은 말 그대로 모두 여러분들이 살았던 이승과 완전히 같은 세상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인간으로써의 삶을 시작했던 때와는 달리 모든 것이 선택 가능한 채 시작됩니다. 나이, 성별, 외모, 두뇌 능력 등등 자신이 원하는 존재를 결정한 후 아이로 태어나도 되고 성인으로 태어나도 됩니다. 이곳의 삶은 이승의 삶과 완전히 동일하므로 살아 생전에 느꼈던 모든 것을 동일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에는 사랑, 행복, 용기 등과 같은 좋은 것도 있지만 이별, 슬픔, 좌절 등과 같은 나쁜 것도 있습니다. 단지 이곳에 없는 것은 단 하나, 죽음뿐입니다"
나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죽음이 제거된 인간으로써의 삶이라.. 도대체 그것은 어떤 삶일까? 말 그대로 우리 인간이 평생 동경한 영원한 삶의 진정한 모습이 아닌가?
"아 그리고 여러분들이 원할 경우 살아 있을 때 소중히 여겼던 그 모든 사람들도 같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내, 아이, 부모, 개, 고양이까지 모든 사랑했던 존재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지요. 거기에 더해서 언제든 삶을 재설계 할 수 있습니다. 즉 수 많은 다양한 형태의 삶을 모두 경험 가능하지요. 거기에 더해서 자동 선택도 가능합니다. 즉 여러분들은 영원함이 주는 장점을 통해 세상 모든 이들의 삶을 모두 경험 가능하게 됩니다."
이 추가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이곳이 적어도 지옥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한 천국일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도 하나의 후보로써는 둘만 했다. 적어도 지금 내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 있는 내가 사랑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지는 않는가?
'행복의 공간'
"이곳은 여러분들이 살아 생전에 느꼈던 모든 종류의 행복만을 끊임없이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말 그대로 행복의 공간이지요. 물론 늘 행복하기만 하면 그것도 조금 지루할 수 있으니 원한다면 버튼을 눌러 잠시 멈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해도 되고 그리 행복하지 않는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또한 언제든 행복하고 싶다면 느끼고 싶은 행복을 선택한 후 버튼만 누르면 여러분들의 몸과 마음은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 그건 가짜 행복감이 아닌가요?"
누군가 물었다. 실제로 나 역시도 궁금한 것이었다. 만약 말 그대로 마약을 끝없이 주입 받고 있어서 행복하다면 그것이 정말로 행복인 것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여러분들은 그 차이는 못 느끼게 됩니다. 일단 행복감을 느끼게 되면 전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혹시나 그것에 불만이 있으면 잠시 멈추면 됩니다. 그리고 좀 더 높은 차원의 행복감을 선택해서 느낄 수도 있지요."
질문을 던졌던 나와 비슷한 체형의 남자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곳은 지옥인가.. 천국인가 나는 정말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절대 쾌락의 공간'
"이제 마지막 공간입니다. 이곳은 앞에서 설명한 행복의 공간과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일단 이곳을 선택해서 들어서게 되는 순간 자신이 느낄 수 있는 단 한가지 종류의 최고의 쾌락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영원히 지속됩니다. 그 쾌락의 느낌은 절대로 변질되거나 익숙해지거나 지루해지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절대 쾌락인 것입니다. 단지 단점이라면 그로 인해서 여러분들은 이제 더 이상 생각이라는 것이 불필요합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인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도 사라집니다. 그저 여러분들은 영원한 쾌락만을 느끼는 존재로써만 유지되게 됩니다. 물론 그것이 정말 단점인지는 좀 더 생각해보셔야 할 겁니다"
"아니, 행복을 느끼는 내가 사라지는데 무슨 쾌락을.."
옆에서 누군가 조그맣게 중얼거리다가 자신의 목소리에 놀랬지 황급히 맘을 멈췄다. 워낙 조용한 공간이다 보니 그 소리는 같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들렸다. 나 역시 그와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절대 쾌락을 느끼지만 마치 아메바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니.. 도대체 이곳은 지옥인가?
"다른 분들과 의견을 교환해도 됩니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이승의 언어는 불필요하니까요. 아무튼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23시간 정도 입니다. 중대한 선택인 만큼 충분히 숙고하신 후 결정하시고 해당 공간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이상입니다"
존재는 더 이상 질문 할 틈을 주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나는 앞으로 23시간내로 내가 살아갈 영원한 삶을 결정해야 했다. 정말로 난감한 문제였다. 물론 적어도 믿음의 방은 선택하지 않겠지만 도대체 어떤 공간을 골라야 후회하지 않을지 걱정스러웠다.
정말로 고르기 힘든 문제였다. 어쩌면 과거처럼 그냥 이들이 우리를 평가해서 천국과 지옥을 배정해주는 방식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만약 생각과 달라서 그곳이 지옥으로 느껴진다고 해도 적어도 선택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
그 생각과 함께 나는 갑자기 어떤 힌트가 떠올랐다. 결국 후회하지 않을 두려움이라면 적어도 그것을 해결해주는 공간이 하나는 있지 않은가? 그곳이 지옥이든 천국이든 상관없이 내 사고 자체가 멈추고 내 존재에 대한 인식이 끝난 곳이라면 나는 그저 절대 쾌락만을 누리면서 영원한 삶을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나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새 한 시간이 넘게 지나가 버렸다.
"아! 죄송합니다."
나의 고민 시간은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의해 중단되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아까 사라졌던 그 존재가 다시 모습을 들어냈다.
"착오가 있었습니다. 이번 회부터 기존 일곱 개의 공간에 하나가 더 추가 되었는데 제가 그 소개를 하지 않고 넘어 갔습니다. 대신 여러분들에게는 그것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추가 공간에 대한 소개와 함께 결정의 시간을 한 시간 더 연장시켜드리겠습니다"
'반복의 공간'
"이 추가된 공간은 제목 그대로 입니다. 여러분은 살아 생전 가장 행복했던 하루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첫 데이트, 중요한 시험의 합격, 사랑하는 이로부터 프로포즈 받던 날, 첫 아이가 태어나던 날 등등 그것은 여러분의 기억속에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하루가 무한히 반복됩니다. 그로 인해 매일매일 같은 일을 하지만 본인은 그 하루가 매일 반복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없지요. 어쩌면 무한한 시간이 주어지는 영생이란 관점에서 보면 가장 잘 맞는 삶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만약 살아온 삶에서 딱히 선택할 만한 하루가 없다면 그것을 만들어 드리기도 합니다"
여덟 번째로 추가된 공간. 나는 이 공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급격히 이 공간으로 마음이 이동하고 있음을 느꼈다. 물론 아주 바보같은 선택이 될 수 있었다. 행복한 날이 무한히 반복된다니.. 이것을 지옥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천국일까?
"자, 설명은 끝났으니 저는 다시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추가된 한 시간을 더해서 여러분들의 결정 할 수 있는 시간은 다시 23시간입니다. 그럼 후회없는 선택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존재는 금새 다시 사라졌고 결정을 위해 남은 사람들은 다시금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때 금발의 사내는 벌떡 일어나 본능의 공간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 들어가기 바로 전 우리를 바라보고는 씩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웃음을 보면서 악마를 떠올리며 소름이 돋았다. 모든 것을 하고픈 대로 할 수 있는 본능의 공간이라.. 이것은 어쩌면 악마에게 만큼은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반대로 천사에게는 그곳이 지옥이 될까? 나는 잠시 실없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나는 어떤 곳을 선택해야 할 지 아마도 내 삶에서 가장 긴 23시간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