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훈남과 훈녀의 비밀

아이루다 2014. 2. 5. 20:26

 

엄친아 라는 말이 있다. '엄마 친구 아들' 아마도 이 말의 준말일 것인데, 이 말이 유행하게 된 이유에는 우리 한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모가 지인의 자녀와 자신의 자녀를 비교하게 됨으로써 알게 모르게 한두 마디씩 혹은 아예 대 놓고 지인의 자녀를 부러워 하는 부모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리 잘나지 못한 자녀의 심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우리나라에 상당히 일상적 대화에 많이 등장하는사람과 사람을 비교하는 의미를 가진 것들에 대한 대화는 그 비교 당사자들을 꽤나 스트레스 받게 한다. 그리고 그나마 이 비교법의 유일한 장점인 어떤 자극 역시도 이렇게 비교를 당해서 스스로 뭐가 부족한지 인식을 한다고 해도, 솔직히 말해서 거의 그것을 해결 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현실이다. 누군가와 비교를 당해 자극을 받고 해결할 문제였다면 이미 스스로 해결했어야 맞다.

 

보통 부모가 친구의 자식을 부러워 한다면 공부를 잘한다거나. 잘생기고 예쁘다거나, 착하고 말을 잘 듣는다거나 하는 것들인데 이것은 바꿀 수 있으면 정말 그 당사자부터 바꾸고 싶은 항목들이다.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두뇌적 능력이나 성격과 외모가 거의 고정되어 버린 아이들에게 이것을 주구장창 얘기해 봐야 스트레스만 주게 될 뿐이다.

 

하지만 이 엄친아에는 재미있는 면도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엄친아의 당사자가 되는 자녀의 입장이다. 아마도 엄친아 정도 취급을 받으려면 아이는 이미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좋고, 부모 말도 잘 듣는 그런 아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부러운 것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서 사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성적도 안 나오고, 거기다 말도 잘 안 듣고, 고집도 센 자신이 아이를 보면 속이 상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이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엄친아의 부모는 가만히 있어도 늘 누군가가 부럽다는 말을 해주니, 아이의 얼굴만 봐도 행복하고 웃음이 난다. 그리고 아이는 그런 부모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듯 늘 언제나 그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 아이가 원래 정말로 착하고 성격이 좋은 아이였다면 이것은 매우 좋은 행운이다. 문제는 실제로 그런 아이들이 일종의 '모범생 증후군'에 걸려 있을 수 있다는 확률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증후군은 자신의 본질과 상관없이 부모가 자신에게 거는 어떤 무형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발생하는데 어려서는 큰 문제가 없다가 성인이 될 수록 심각성이 더해지는 특징이 있다.

 

* 모범생 증후군은 착한 사람 증후군과 매우 유사하다. 착하면 착한 걸로 끝나야 하는데 착하게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착한 사람 흉내는 내지만 속으로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사람이라면 착하게 사는 것, 그만 둬야 한다. 착하게 살아도 그리 안 알아주고 안 착하게 살아도 그리 큰 문제 없다.

 

이것은 실제로 이 증후군이 미약하게 나타나느냐 혹은 강하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인간이 가진 공통적 특징 중 하나이긴 하다. 왜냐하면 이 증후군이 나타나는 원인이 우리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보상 시스템에 의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알게 모르게 부모가 한 말을 듣고 그것을 이행할 때 칭찬을 듣게 된다. 기억도 안 나지만 첫 걸음을 걸을 때, 숟가락으로 혼자 밥을 먹을 때, 기저귀를 벗고 배변을 스스로 해결 할 때 등등 부모는 이런 자녀의 변화를 칭찬하고 어떤 보상을 주기도 한다.

 

결국 우린 이것에 매우 익숙하게 교육이 되는데, 그래서 살아가는 동안 늘 어떤 행동을 하고 이것에 대한 어떤 보상을 기대하는 것을 일반화 된 우리 인간의 특징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착하다, 공부 잘한다 라는 등의 말을 반복적으로 듣게 되면, 그것이 실제로 자신의 본질적 모습과는 상관없이 그런 사람들의 칭찬에 부흥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애쓰게 된다.

 

이것은 좀 스트레스 받는 일이긴 하다. 왜냐하면 시작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나 주변에서 가장 자신에게 거는 큰 기대치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생 시절엔 이것이 그리 큰 문제가 안 되는데 그 시절엔 공부를 잘하거나 조금 나은 외모만 가지고 있어도 스스로 꽤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는 것은 성인이 된 나이가 될 무렵이다. 이때쯤 되면 이제 부모는 자녀에게 그리 바라는 것이 없다. 있다면 취직 잘하고 결혼하고 애를 낳는 것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이제 스스로 원한다고 해서 모두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 좀 큰 덩어리 들이다. 어린 시절의 세상은 온통 배울 것이고 그럼으로 부모가 기대하는 것들은 굳이 찾지 않아도 넘치고 넘쳤지만 성인이 되면 이제 부모 역시도 같은 성인으로서 자녀에게 소소한 기대는 거의 없다.

 

평생을 누군가의 기대에 대해 합당한 결과를 보여주는데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이 어느 날 그런 요구가 없어지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목표의 부재가 발생한다. 그래서 뭔가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헤맨다. 이젠 스스로 그 목표를 만들고 스스로 그 길을 향해 가야 하는데 해본 적이 없어서 쉽지도 않고 남들을 따라 해봐야 정말 그 자신이 그것을 원하는지 조차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런 내부적 문제와는 별도로 수 십 년간 훈련된 이런 삶의 태도는 성인이 된 후에도 꽤나 주변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게 된다. 공부를 잘했으니 당연히 머리는 좋은 편이고, 외모도 뛰어나진 못해도 호감을 주거나 어느 정도껏 생겼을 것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여러 가지 능력들 역시도 어느 정도는 될 것이다. 또한 칭찬을 많이 받고 질책을 거의 받지 않아 실제로 상처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성격이 순한 편이고 감정 기복도 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꽤나 인맥을 맺는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만약 이런 종류의 사람이 살아 생전에 정말 삶의 큰 위기에 놓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정말로 무난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아간다. 물론 모두가 엄친아는 아니었더라도 이런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의 큰 굴곡이 없었기에 그저 자신의 삶만 바라보고 살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하지는 않지만 이 굴곡이 되거나 혹은 큰 기복이 되는 일을 만나게 되면 심각성이 매우 커진다. 왜냐하면 실패나 절망, 주변 사람들의 경험하지 못한 시선을 겪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만약 이런 일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게 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당이 안 된다. 실제로 만약 이런 경험을 하게 되어 주변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게 된 엄친아는 완전히 좌절하고는 자취를 감추거나 자살로서 자신의 삶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나, 그녀가 살아 온 삶이 그 자신으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닌 타인의 기대치에서 출발하였기에 나이를 먹어가면서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한 족쇄에 대해 괴로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혼을 한 후 자신의 부모에 대한 응대를 두고 자신의 배우자와 심각한 상황의 갈등을 겪게 될 가능성도 생긴다. 그것은 그 자신의 결혼 후 계속되는 부모의 요구에 착한 아들이나 딸이 되고자 하지만 그의 배우자로서는 정말 안 맞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인의 요구에 맞춰 오랜 시간 살게 되었을 때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공허함을 갖게 된다. 물론 어떤 이들은 그 요구와 자신의 욕구가 잘 맞아 떨어져서 평생 별 갈등 없이 살아가기도 하지만 이것이 잘 안 맞는 이들은 도대체 하기는 하는데 그리 행복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그래서 가끔 보면 멀쩡한 사람의 사생활이 정말 상상도 못할 비밀이 있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외부에 보여주는 이미지와 실제로 그 존재의 본질이 원하는 것이 너무 달라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어떤 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단지 이것이 범죄적인 행동까지 진행되지 않길 바랄 뿐.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중에 '훈남', '훈녀' 등의 용어를 통해 대중은 외모를 기반으로 한 그들에 대한 기대하고 상상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기대한다. 그리고 그 당사자들은 당연히 외적 공간에서는 그 기대치에 충분히 부흥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게 되지만 결국 이 경우에도 엄친아 문제가 동일하게 발생한다.

 

물론 부모의 기대치와 팬들의 기대치는 그 무게가 달라서 실제로 연예인들의 경우엔 그저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이 팬들의 눈에 띄지 않길 바라게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것은 팬들 역시도 이 훈남, 훈녀들의 사생활에 대해 관대하게 응대해준다.

 

엄친아, 훈남, 훈녀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바로 공동체 삶에 대한 무관심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큰 삶의 굴곡이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이유로 인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그리 발달하지 못한다. 그것은 바로 밥을 굶어 본 사람이 그 통을 안다는 평범한 경험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이들의 당연히 그 자신의 어떤 밑바닥 인생이나 처절한 삶의 고통 속에도 견디면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서 도덕적인 면이거나 혹은 평범한 수준의 동정심은 가질 수 있으나 공감은 못하는 것이다.

 

결국 그래서 동정심을 가지고 도와주는 듯 하지만 그 자신에게 어떤 작은 문제라도 생길 것 같으면 바로 이것을 중단하게 된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자연스럽게 보수화 되는데, 말이 보수이고 실제로는 자기 이기주의나 가족 이기주의의 본질의 모습을 강하게 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멀쩡하고 착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생각을 듣고 있으면 사람간의 관계는 중요하게 여기지만 우리가 사회의 문제나 우리 공동체의 미래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로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무관심한 경우도 꽤나 흔하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 어떤 이기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이 남들로부터 크게 지적 질 당하지 않거나 혹은 남들이 모르는 것이라면 별다른 양심적 가책 없이 해내곤 한다.

 

산다는 것이 냉정하게 말하면 그 자신의 생명 이외에는 실제로 아무런 의미가 없긴 하다. 우린 이것에 대해 많은 착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행동과 우리의 감정은 철저하게 본능에 요구하는 대로 움직이며 그에 따른 뇌의 보상 시스템에 기대를 걸고 살아간다. 이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행복'이라고 한다.

 

그래서 엄친아나 훈남이나 훈녀 모두 역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단지 이들의 문제라고 하면 실제로 가진 그 가치 이상의 이득을 챙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 역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득을 조금씩 나눠주는 것을 받아가는 능력이 있어서 그런데 큰 그림에서 보면 이것은 꽤나 지능적이고 뛰어난 계산 능력이다.

 

이들은 이미 충분한 이득을 취하고 있으니 이제 이들과 비교해서 기분 나쁘기까지는 그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냥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이며 우리는 다른 것이지 우리가 서로 틀린 것은 아니다.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지 뭐 하러 그 속도 모르는 삶을 바라보면서 부러워 할 필요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