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인간의 성격 - 헛똑똑이

아이루다 2013. 5. 13. 08:34

 

살아오면서 나름 사람에 대한 분류를 제법 해온 편이라고 생각해왔기에 꾸준히 틈나는대로 사람의 성격에 대한 특징을 정리해서 써볼 생각이다. 물론 이것은 오직 내 경험에서만 오는 것이니 진실도 아니고 증명할 수도 없는 그냥 그런 글이다. 한번 재미삼아 같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은 이 인간의 성격 시리즈의 첫번째로 '헛똑똑이' 를 골랐다. 평범한 성격은 아니지만 우연찮게 내 주변에 둘이나 있다.

 

내가 헛똑똑이라고 말을 붙였지만 이것은 정확히 어머니가 아버지를 칭해 부르는 단어이다. 물론 실제로 아버지는 꽤나 똑똑하신 분이다. 소위 말해 지능이 높은 사람인데 왜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렇게 칭하실까? 이제부터 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이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은 보통 주변에 비해 뛰어난 두뇌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점이다. 그리고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꽤나 열심히 집중을 하고 공부하여 그 둘의 시너지 효과로 인해(타고난 머리 + 노력) 그 결과로 그 지식의 깊이가 남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장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는 점이다.

 

가장 큰 단점이 시작되는 요소는 그 똑똑함이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 에 대해서만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 영역에서는 일반 사람보다도 못한 적응력을 보여주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원래 사람이란 동물은 사회 생활을 통해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어있다. 사람을 대하는 법, 먹을 것을 얻어먹는 법, 일을 해서 돈을 버는 법, 돈을 쓰는법, 문화생활을 즐기는 법, 사람들과 교류하는 법, 친구를 사귀는 법, 밥 먹을 때 예절, 힘들어하는 사람 안아주는 법 등등 책을 읽고 공부해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그런 것들이 무수하게 많다. 그런데 자신의 분야에만 깊이 빠져버린 사람들은?  당연히 이것에 서투르게 된다. 물론 아주 뛰어나면.. 이것도 인정이 된다. 마치 천재들처럼. 그런데 이 성격의 소유자는 그 단계를 가지 못한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예로 들면, 우린 대화를 할때 다양한 표정으로 대화내용에 맞춰서 상대와 공감을 하는데 이것이 서투르면 대화가 그르친다. 그리고 그 상태가 지속되면 점차 주변에 사람이 줄어드는데 그러면서 결국 외로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이 능력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것은 의도가 아닌 거의 본능적인 능력이다.

 

그런데 이 헛똑똑이 성격의 소유자는 이런 것에 그리 아쉬움이 없다. 즉 사람과의 교류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커다란 요소가 아닌 것이다. 아예 일반적 사람들이 원하는 그런 종류의 인간관계에 따른 이득이란 분야에 그리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이 성격의 소유자들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즉 내 존재가 매우 중요하고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매우 소중하고 그로 인해 나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든지 내가 옳고 내가 최선을 다했느냐가 누군가 나를 평가해서 너가 틀리고 너가 잘못했다 라는 판단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니 당연히 타인의 평가를 거의 무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고 결국 평가되지 않는 삶은 독불장군식으로 밖에 진행이 안된다.

 

물론 이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매우 열심히 산다. 남들보다 적게 자고, 자신이 관심 있는 일을 할때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제대로 해내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일이란 것은 커질수록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해진다. 독점적 지위에 있지 않는 한 더욱 그렇다. 그러니 커다랗게 벌린 일일수록 수습이 안되고 산으로 가게 된다. 결국 어떤 일을 위한 온갖 이론적 근거는 난무하지만 일을 실패하고 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절대 이일이 틀어진 것을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일이 틀어진 것은 일을 같이 한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기에 자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들이 일을 잘못한 것은 바로 자신과의 문제로 인해 그렇게 되었을 것이란 것을 상상도 못한다.

 

설령 그것을 알더라도 자신은 최선을 다해서 했기에 당연히 상대가 잘못한 것이다. 이렇게 되니.. 어떤 경험을 통해서도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다. 사람이 성장하는 가장 큰 조건, 즉 실패를 통한 성장이 멈추게 된 상황이 된다.

 

이렇게 커서 사회로 진출하고 직장을 잡고 일을 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일단 객관적으로는 매우 멋진 사람이다. 일을 하면 잘하고, 소신도 뚜렷하고 매력이 넘친다. 그런데 문제는 관심 영역이 너무 좁고 깊어서 공감하면서 살기가 너무 힘들다. 어머니가 평생 아버지와 사시면서 가진 불만 중 하나이다. 재미가 없는 사람.

 

이정도만 해도 괜찮다. 정작 큰 문제는 이제부터 일어난다. 그리고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헛똑똑이가 되는 순간이 온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속에 우리가 뭘 배우는 걸까? 물론 공감능력, 소통능력.. 많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성인이 되면서 배우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담긴 진심이나 혹은 거짓을 판별하는 능력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능력인데 진심은 그렇다치고 만약 거짓을 읽어내지 못하면.. 소위 쉽게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된다.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하는 상대의 본심을 꿰뚫지 못하면 그렇다.

 

그런에 이 헛똑똑이가 되는 길이 바로 이 사기에 넘어가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노후를 위해 주식을 하셨는데 참 원칙적으로 하셨다. 기업이 이익, 미래 등을 보고 투자를 하셨는데.. 그것이 원칙적으로 맞긴하다. 문제는 아버지가 겪은 최악의 상황, 911 테러, 중국 사스관련 충격과 같은 대형 악재가 터졌을 때 적응을 제대로 못해서 돈을 다 날려먹으신 것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인해 그 원칙은 매우 좋지 않게 작용한다. 사람이 때가 아니면 그냥 움츠러들어 있어야 하는데도 원칙적으로 옳으니 계속 투자를 하는 것이다.

 

전쟁터에서 총알이 머리위를 쉼없이 스쳐지나갈 때라도 원칙적으로는 머리를 들고 적을 보고 총을 쏘는 것이 맞지만 그랬다간 죽을 확률이 너무 높으니 그냥 비겁하게 움추리고 있어야 한다. 언젠가 아군의 지원이 오고 적군의 총알이 떨어지면 그때 사격하면 되는 것이다. 왜 폭풍우가 온 날 우산을 들고 나가려고 하는가?

 

이것은 그냥 지혜다. 그것은 그리고 책으로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성격이 강하고 아집이 쎈 이런 성격의 소유자는 이런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실제로 그 스스로 정말 모두 방어논리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그것이 타인에 의해 지적질되고 스스로 인정하더라도 그냥 그 순간만 그렇다. 얼마 후 자신이 믿는 신념과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해 금새 잊혀져 버린다.

 

일단 모든 문제를 차지하고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나쁜짓은 안한다. 그래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나쁜짓을 하지 않는다. 물론 하지도 못한다. 사기는 아무나 치나. 하지만 의도와 다르게 상황이 꼬이면서 선한 의도를 가진 일조차 차라리 나쁜 의도를 가진 일보다도 못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물론 상황논리이긴 한데.. 정말 상황논리면 모든 것이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일까?

 

그래서 나쁜 사람은 아닌데 같이 살면 참 괴로운 구석이 많다. 예를 들어 집안일 같은 경우는 매우 복합적 사고를 통해 진행되는 일이다. 물론 청소는 그나마 단순하지만 요리, 빨래, 집안 정리와 같은 일은 단순하면서도 꽤나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일을 하기엔 너무 단순하고 직선적인 성격을 가진 탓에 뭘 해도 사고를 친다. 실제로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일을 거의 안시킨다. 해바야 결국 어머니가 나중에 다시 해야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관심, 자신의 옳음, 자신의 가고자 하는 길 이외의 세상의 거의 모든 것에 그리 관심이 없는 성격인지라 대인관계도, 집안 일도, 가족간의 화목도 참 제대로 못한다. 그리고 밖에서 정작 중요한 일들은 못해내고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때를 가리지 않고 나가는 믿음 탓에 외골수적이고 이것으로 인해 주변에 피해도 많이 준다.

 

물론 인간이 자신의 존재감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은 틀리지 않은 것이다. 나도 그렇고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적당히 조절이 되어야 하며 또한 본질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린 누군가에서 잘했다거나, 훌륭하다거나 하는 평가를 받으려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그것을 깨닳지 못하면 평생을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 나는 내가 나이기에 존재하는 것이지 누군가 너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주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평생 깨치지 못하면 도서관에 있는 책 전체를 다 읽고 외운다고 쳐도 그 삶은 그냥 지식만 가득찬 삶이 될 뿐이다. 결국 삶이란 것은 지혜로움에 의해 결정이 되는 것이지 머리를 가득채운 남들이 한 말(책)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 역시 이런 어리석은 존재의 희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더 노력하려고 한다. 내가 진실로 내가 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