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매력과 거래

아이루다 2013. 5. 1. 08:40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란 말은 이제 너무도 익숙할 만큼 흔한 정보 중 하나이다. 이것은 자신을 잠시만 되돌아보더라도 내가 과연 내가 아는 이들, 나와 함께 일하는 이들, 더 좁은 범위로 보면 가족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있을지 혹은 앞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쉽게 결론이 난다.

 

그리고 이 사회성 덕분에 우린 서로를 늘 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주고 받는 일종의 거래가 생겨난다. 이 거래는 눈에 보이는 것일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 아무튼 보이든 안보이든 거래는 늘 일어난다. 이 거래가 없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실로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아무리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더라도(심지어 깊게 사랑하는 연인이나 부모님의 사랑까지도) 거래는 늘 존재한다. 단지 그 거래가 이익을 정확히 목적으로 하는 거래에 비해 조금 덜 절실하고 또 기대치가 낮을 뿐이다.

 

거래는 늘 손해와 이득을 수반한다. 물론 좋은 거래는 양쪽 모두 좋은 경우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불가능하며 만약 둘 모두 이득으로 작용했다면 손해를 보는 제 삼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물론 둘만 보면 이득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한 거래 당사자들의 능력을 따져보면, 언제나 거래에 능한자와 거래에 서투른자가 있으며 또한 거래에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한자와 그렇지 못한자가 있다. 나는 오늘 여기에서 후자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즉 거래에 있어서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것이 가진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작정이다.

 

 

경제활동을 위한 일반 거래든, 지인과의 친밀한 거래든 연인과의 깊은 거래든 간에 거래에 앞서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항목은 바로 그 거래가 이루어지는 조건이다. 즉 적어도 거래를 하고 싶어야 하는 것이고 또한 상대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있을 때 거래가 성사된다. 물론 나 역시 상대가 가지고 싶어하는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우린 상대로부터 무엇을 원하고 상대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경제적인 이유로 일어나는 거래는 매우 깔끔하다. 물건을 주고 돈을 받거나 물건과 물건을 서로 맞교환 하거나 하는 행위이므로 그냥 넘어간다. 내가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계산하기 힘든, 일명 순수한 목적의 거래이다.

 

고등학교 시절이나 혹은 직장에 다닐때도 가끔 매우 괜찮아 보이는 친구나 이성이 있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은 한 두명 정도의 다소 괜찮아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관계가 잘 이루어지면 동성이냐 이성이냐에 따라 좋은 친구를 사귀거나 혹은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를 구할 기회까지 이어진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난 왜 그들에게 호감을 느꼈을까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내가 그때 한 눈에 보이지 않는 거래는?

 

사람이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과정을 간단한 예로 보자. 남자는 여자에게 보통 아름다운 얼굴이나 좋은 몸매를 통해 호감을 느낀다. 물론 성적 취향에 따라 커다란 엉덩이나 깨끗한 피부, 맑고 커다란 눈도 그런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신체적 특성 이외에도 어느날 문득 발견한 모성애적 표현, 우연히 얻어먹은 손수 만든 맛있는 음식, 많지는 않지만 전문적인 일 능력, 참한 성격 등등 보통 남자들은 이 정도 선에서 이성에 대한 호감을 많이 느낀다. 여자 역시 비슷하다. 잘생긴 외모, 커다란 키, 있어보이는 경제력, 지적인 말투, 잘빠진 몸매, 좋은 성격, 유머 센스, 묵직하고 믿음직한 성격 등등이 여자로 하여금 호감을 일으키게 해준다.

 

이런 점 말고도 특정 악기를 잘 다루는 능력, 뛰어난 운동신경, 자동차 운전능력, 다양햔 여행 경험, 센스있는 옷차림, 특이한 여가생활이나 취미생활 등등도 꽤나 인기 있는 호감요소 중 하나이다.

 

나는 이것을 모두 하나로 뭉쳐서 인간의 매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앞서 말한 거래의 입자에서 보면 매력이 많은 사람일 수록 일방적인 유리한 위치에 있기가 쉽다. 왜냐하면 매력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끄는 힘이고 그것으로 인해 거래의 상대자는 자발적으로 자신이 거래에 내놓을 것들을 추가하기 마련이다.

 

얼굴이 아름다운 매력을 가진 여자는 그렇지 못한 여자들 보다 남자들에게 밥을 얻어 먹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대다수의 남자들은 자신이 만족할 수준이거나 혹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단계의 외모적 매력을 가진 여성을 보게 되면 거의 미친듯이 돈을 쓴다. 남자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차를 끌고 데이트 장소에 나가 여자를 태우고 가까운 근교로 나가 맛난 식사를 사고 커피를 먹고 또 여자를 집에 데려다주기까지 들어간 거의 모든 비용을 즐거운 마음으로 낸다. 설령 중간에 여자가 커피값 정도는 내는 센스를 발휘했다고 쳐도 전체 비용에서 보면 새발의 피다. 즉 이 거래에서는 여자가 철저히 유리한 고지에 있다.

 

연인사이의 거래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면이 있는 반면 친구 사이엔 조금 더 균형적인데 왜냐면 연인은 최종적으로 가장 큰 거래인 결혼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결혼만 하면 서로 이익의 균형점에 도달할 수 있는 반면 친구는 그럴 최종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즉 친구는 그 신뢰에 따라 약간의 저울질은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늘 균형을 맞추는 입장으로 진행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에서도 미묘한 불균형이 나타난다. 어떤 매력이 많은 이는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들끌어 늘 사람들 만나기에 바쁜 반면 반대로 매력이 적은 이는 교류하는 사람이 적어서 소수의 몇 사람만을 만나며 살아가기에 만남 그 자체에 있어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결국 만남을 요청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어 만남 그 시작부터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작은 것이지만 전화를 먼저해야 하고 나의 시간보다는 상대의 시간에 맞춰 약속 시간을 정해야 하며, 또한 약속 장소 역시 나보다는 상대에 맞춰야 한다.

 

여기에서 이것이 싫으면 둘의 관계는 끝이 나는데 그럴 때 누가 더 큰 피해를 입을까? 친구가 100명 있는 이가 한명의 친구가 없어지는 경우와 친구가 세명 있는 이가 친구가 한명 없어지는 경우에서 말이다.

 

결국 친구가 적은 이는 많은 이와의 거래에서 늘 약간의 손해를 감수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넓히는데 눈에 불을 켠다. 단순히 말해서 내가 매력적이라서 많은 사람들을 사귀는 자연스러움을 상태를 넘어서 사람을 많이 알게 되면 이득이 많아진다는 그 결과론적 사실에 주목해서 평생을 사람 사귀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다.

 

여기에서 매력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첫번째 요구조건이 된다.

 

예를 들어 연예인들, 특히 잘생기고 아름다운 그들은 오늘도 수 많은 팬들이 선물한 비싸고 특별한 선물들을 받는다. 그들을 결혼과 같은 개인적 행사에도 광고의 목적으로 따라 붙은 기업들로 부터 찬조를 받아 거의 공짜로, 심지어는 이득을 보면서 그 행사를 치뤄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의 바탕엔 그 연예인이 가진 대중적인 매력이 숨어있다. 이 맹목적이고 충성스러운 대중들은 어떤 연예인이 가진 매력에 취해 자신이 가진 많은 패를 아무 조건없이 상대에게 넘겨주는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거래의 심각성은 상대는 나를 인식조차 못하는데서 오는 일방적인 이득 흐름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그 연예인이 가진 대중을 매혹시키는 매력이다. 물론 성형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본적인 외모는 뜯어 고칠 수 있으며 잘 고른 작품 하나에 무명에서 수퍼스타급으로 떠오르는 일명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직업군이기도 해서 그 편차가 심하긴 하지만 아무튼 외모나, 말투, 음성톤, 그나 그녀가 맡은 배역, 시청률이나 관객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거래에 있어서는 가장 최상의 거래를 할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즉 거의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들이다.

 

여기에서 우린 수 많은 종류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볼 수 있다. 작게는 전화 한 통, 크게는 큰 액수의 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관계속에서 은연중 주고 받는 거래는 정말 대단히 많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 말했듯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그가 속한 사회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가장 기본적인 생존 능력은 나를 유용하게 혹은 나에게 호감을 갖는 이들의 숫자로 결정된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당연히 내가 가진 외모적인, 성격적인, 인간적인 매력이 깔려있다.

 

불행하기도 매력은 보통 타고난다. 특히 타고난 매력일 수록 더 사람들의 호감을 얻어내는 경우가 많다. 외모는 거의 그런 편이고 그나마 노력을 해서 얻어지는 학벌이나 경제적 능력 역시 기본적으로는 어느정도는 그 머리를 타고 나야 한다. 그래서 세상은 근본적으로 불평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매력은 또한 만들어지기도 하며 이것에 더 많은 점수를 주는 이들도 있다. 많지는 않지만.

 

책을 많이 읽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유식함은 대화 중 사람을 꽤나 매력있게 해준다. 열심히 운동한 이들의 탄탄한 몸매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곳을 여행한 사람들이 말하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그럴 수 있으며, 남몰래 주말마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그런 것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보통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해서는 그 매력이 개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하는 것을 아무생각 없이 살긴 좋다.

 

주중엔 일하고 주말엔 집에서 하루종일 뒹굴거리면서 TV에 게임에 인터넷 서핑을 하는 남자에게 느낄 매력이 무엇일까?

 

같은 패턴으로 주중엔 일하고 주말엔 친구를 만나거나 소개팅 하거나 영화보고 쇼핑하는 여자들에게서 느낄 매력이 무엇일까?

 

무섭도록 비슷한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보통 타고난 매력만 존재할 뿐이다. 단지 그것을 잘 타고 난 사람들은 그러저럭 살아가는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은 꽤나 힘들거나 우울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또 그렇기 때문에 더욱 머리를 단순하게 만들려고 TV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무거운 자기의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자신을 위해 약간의 시간을 투자 할 의지가 있다면 사람은 천천히 변해 갈 수 있다. 즉 매력이 점차 생겨날 수 있다는 뜻이다.

 

매력은 인간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거래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하지만 것이 매우 숨겨진 효과적인 이득 획득 수단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얻어진 이득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행복하세 해주어 삶을 즐겁고 활기차게 만들어 준다.

 

반대로 늘 손해보는 사람은 삶이 어렵고 처져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반문을 하게 된다. 난 왜이렇게 바보처럼 살아갈까? 나는 왜 이렇게 손해를 보게 될까? 왜 사람들은 나를 늘 이용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으로 인해 우울해지면 결국 또 그 생각 자체를 잊기 위해 아니면 그 손해봄을 참을 수 없기에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시켜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어버린다. 그러다가 결국 못 참을 지경이 되면 이젠 일방적인 대상과의 교류에 나선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늘 접하는 TV 나 요즘은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공간이 이제 사람과 사람관계를 대신한다. 적어도 거기는 나를 이용해 먹으려 하지 않으니까 마음은 편하다. 하지만 정말 이것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현실을 한쪽 구석에 몰아두고 머리를 모래속에 박고 있는 어느 새처럼 피하면 없어지는 것일까?

 

만약 스스로 생각해서 삶이 좀 아쉬운 면이 있다면, 머리속에서 늘 모호하게 개념을 잡고 혹은 막역한 긍정적인 자신에 대한 평가에 대해 스스로 좀 더 비판적일 필요가 있다. 그 스스로가 많은 이들과 교류하지 못함은 어쩌면 성격이 아닌 매력 부재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그러니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보려고 하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후천적인 자신만의 매력을 개발해 볼 필요가 있다. 악기를 배우는 것이나, 운동을 해보는 것이나, 책을 많이 읽거나, 주말 봉사활동을 다니거나, 흔하지 않는 취미를 즐기거나, 글을 써보거나, 특이한 여행을 해보는 등등 좀 흔하지 않는 행동을 통해서 타인과 나를 구분해내고 그 구분을 볼 줄 아는 이들에게 매력을 발산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보는건 어떨까?

 

타고난 외모와 같은 선천적 매력이 꽝이라면 후천적인 매력 개발을 열심히 해야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자기계발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매우 좁은 범위의 매력개발이다. 삶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 사는 것이 아니니 행복하기 위해서 즐겁게 살기 위해서 그 모든 거래에서 적어도 손해는 안보고 살아야 우울해지지 않으니 그런 노력은 어쩌면 삶에 대한 매우 기본적인 노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또한 반대로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삶이 풍요로운 이들 역시 그들이 느끼는 즐거움과 자기만족을 통한 행복이 그 스스로 느끼는 만큼 순수한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바로 그것이 자신이 보이지 않는 거래에서 늘 약간의 이득을 보고 있다는 잠재적 계산에 의해 느끼는 행복임을 알고 자신과의 거래로 부터 늘 손해를 보는 이들에게 감사해 할 줄 알아야 한다. 마치 그것이 모두 자신의 능력인냥 혹은 자신의 축복인냥 착각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냥 단순히 거래에서 우연히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태어난 것 뿐이다.

 

매력을 통한 서로간의 주고받기 게임은 본질적으로 불합리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매력이란 힘은 현재의 관계가 미래의 발전되거나 혹은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끼기에 현재의 손해를 감수하는 원칙 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자들이 아름다운 여자를 위해 많은 정성을 쏟는 것은 미래에 이여자와 어떤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란 뜻이다. 하지만 과연 그 남자들 중 최종적으로 그 여자를 아내로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결국 그래서 매력이나 호감에 의한 투자는 대부분 망하기 마련이지만 우리 두뇌가 가진 계산 능력은 아직 거기까지 자세한 손익을 분별해 낼 능력이 없다.

 

매력을 지닌 이들은 의식적이지는 않더라도 아무튼 이런 인간 두뇌가 가진 헛점을 제대로 공략한다. 즉 혹시나 하는 확률적 가능성을 살짝 열어둠으로서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보통 싫든 좋든간에 타인들에게 최대한 웃음으로 대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가능성을 열어두는 비밀의 열쇠가 된다. 결국 잘 생각해보면 매력을 많이 가진 이들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제대로 이용하는 매우 기회주의자적인 모습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더 자중하고 더 겸손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린 우리의 삶을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은연 중 믿고 살아간다. 그래서 다들 적어도 내가 살아갈 이유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냉정히 말해 우리가 살아갈 이유는 없다. 내가 가족을 이유로 삼았다고 해서 내 가족이 살아갈 이유는 없다. 가족과 나는 생존을 위해 서로 필요로 하는 관계일 뿐인 것이다. 우리는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수많은 좋은 감정들 역시 그 바탕엔 매우 단순한 논리가 숨겨져 있다. 그냥 생명체로서 생존 연장, 거래에서 이득보기를 통한 생존 가능성 높이기, 자신의 유전자 남기기 등등이 거의 다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욕구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고등생물의 착각속에 숨겨져서 그 본질을 못보게 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또 그 본질을 보려고 나의 거품을 다 걷어낸 순간 삶의 기본적인 방향과 필요조건을 만날 수 있음도 우숩기도 하다. 냉정하게 봐야한다. 우린 모두 나이를 먹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늙는 다는 것이고 그것은 신체적 매력을 잃어가는 과정이다. 이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일어나는 매력 파괴과정이다. 우린 흔히 늙기 싫어하지만 실제로는 늙어서 잃어가는 매력이 아쉬운 것이고 또한 그 매력이 사라짐으로서 내가 누리던 이득을 더이상 얻지 못해서 슬픈것이다. 착각하지 말자. 만약 외모가 아닌 지식적 매력을 충분히 갖췄다면 늙는 것에 대해 그리 연연해 하지 않는다. 차라리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깊어가는 자신의 지식수준 때문에 늙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인간의 착각에서 벗어나 생명체 본질적 의미로 다가갈 때 우린 좀 더 행복해지는 법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답이 없는 인생에 있어서 유일한 해답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