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에 쓰는 나의 회고
고등학교 시절 어떤 계기로 인해 나는 나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계기를 구구절절 다 설명하긴 힘들지만 대충 이야기 하면 나는 그 당시 평범한 가정에서 그리 많은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입고 먹고 자고 공부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는데 고2 여름방학 보충수업때 친구가 만원이 없어서 보충수업을 받으로 오지 못하는 일이 생겼었다. 그때 나는 좀 많은 충격을 받았는데 솔직히 그 당시 나에게 돈 만원이 작은 돈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돈조차 없어서 여름 보충수업을 나오지 못할 것이란 상상은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친구가 그 당시 그 이유를 이야기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보통 어려운 일이 겪을 때 한단계씩 삶에 대한 인식이 변화될 가능성이 생긴다. 그냥 잘먹고 잘놀고 잘살면 그 자체가 행복하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내적인 성장은 잘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보면 좋은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가 나중에 평범하고 원만한 성격을 갖게 되어서 사회 생활도 적당히 잘하게 되는 편이다. 그러니 꼭 어려움을 겪고 사회에 불만을 갖고 또 방향이 잘못되어 끝없는 탐욕을 부리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아무튼 그 당시 나는 그 친구에게 약간의 차이를 느꼈다. 내가 사는 세계는 안정적이고 평온했다면 친구가 사는 세상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가 매우 철이 없다고 인식을 했으며 그 후 나는 내가 철이 있길 바라면서 나 자신의 변화를 꿈꾸었다.
하지만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거치면서 일명 개똥철학자가 되어갔다. 특히 내가 믿고 싶은 것은 바로 사람의 순수한 인식, 즉 순수성에 대한 믿음이었는데 사람의 의도가 순수하지 못한 것 자체를 매우 심하게 거부했다. 물론 지금도 그 믿음의 근간은 나에게 남아 있긴하다. 그렇지만 나 자신 역시 순수하지 못했고 이런 괴리감은 나를 끝없는 절망과 혹은 혼란스러움으로 밀어 붙였다. 부족하고 이론과 실제가 다른 나에게 세상은 정말 어떤 의미에서는 완전히 흩트러진 퍼즐 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나이를 점점 더 먹어가면서 내가 세상에 대해 알아간 것은 바로 인간의 이기심이다. 나에게 좋은 얼굴로 웃는 사람들 중 정말 순수하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고 대부분 나와의 관계성이나 혹은 나에게 뭔가를 얻으려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그것이 거의 맞았다. 특히 군대에 있는 동안 나는 인간이 어디까지 침몰할 수 있는지 또한 내가 어딘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선명하게 보았다. 그래서 나는 군대를 다녀온 후 일종의 인간 기피증과 매우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군대가 싫다.
확실하게 부정적 사고는 부정적 삶을 야기한다. 그 후 나의 삶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서로 충돌하면서 일종의 조울증처럼 서로 전투를 벌였고 나는 그 중에서 어떤 경우엔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어떤 경우엔 어둠속에 감춰진 모습으로 세상과 대했다. 하지만 근원적인 나의 모습은 원래 밝은 쪽이었다.
세월이 흘러 흘러 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행히 첨예한 대립을 하던 두개의 세계가 점차 서로를 인정하고 융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나는 양쪽 입장에 대해 많은 생각과 또 많은 정보를 얻어야 했다. 인간에 대한 인식과 나의 심리에 대한 분석, 그런것들을 도와주는 책들, 나의 성장을 방해하는 세상을 지배하는 것들로 부터 도피 등이 나를 좀 더 빠르게 그리고 깊게 변화시켜주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매년 매년이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나의 20대, 30대의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비록 나는 아직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지만 그런 것들은 시간이 해결 해줄것이고 믿기에 그것을 얻기 위해 그리 조급해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변한 것일까?
내가 느끼는 나의 변화는 아주 미세하다. 그런데도 내가 생각하고 내가 보는 세상은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 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너무도 막연하기도 하고 또 그 범위가 넓어서 설명하기가 매우 곤란한다. 하지만 내가 변했다는 사실만은 맞다.
나의 변화에 있어서 도움을 준 분들은 꽤 많다. 내가 읽은 많은 책들에서 영감을 준 분들부터 해서 나를 아는 지인들, 인간을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사회,경제,문화,과학,예술 등등 인간이 이룩한 거의 모든 문명에 관련된 것들까지 해서 모두 나에게 영감을 주고 나에게 다른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렇게 쓰니 매우 거창해보이지만 실제로 내가 인식한 영역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아무튼 나를 변화시키려는 욕구와 그를 위한 적당한 불쏘시게가 20년 이상이 시간동안 꺼지지 않는 불꽃을 피워주어서 1mm의 변화라도 생겼다. 다른 말로 하면 사람이 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준다. 실제로 고등학교 시절 나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면 좀 표현이 우아해졌을 뿐 근원적으로 그리 다르지 않다.
그나마 내가 생각하는 두 시절간의 가장 큰 차이는 고등학교 당시 나는 변화만을 원했고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방향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 지금 시점엔 역시 동일하게 변화를 원하고 있긴 하지만 그 목적지를 어느정도 감을 잡았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목표를 잡는데만 25년이 시간이 흐른 셈이다.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이 과연 내가 노력을 해서 얻어낸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흐르고 내가 나이를 먹었기에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점은 확실하지 않긴 하다.
나는 이후 나의 미래가 많이 궁금하고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길을 찾기 위해 20여년을 보냈다면 이젠 그 길로 걸어가기 위해 나머지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재밌고 기대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길을 같이 걸어가 줄 몇몇의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도 나에게 커다란 행운임이 분명하다.
지금 이순간 누군가 자신에 대한 변화를 꿈꾼다면 이런 조언을 해주고 싶다.
첫번째 변화는 절대 순간에 이루어지지 못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반드시 임계점이 있으며 그 임계점까지 자신을 유도하지 못하면 결국 폭발하지 못하는 화산처럼 외부에서는 그 변화 자체를 인식할 수 없다.
두번째 스스로 부정하거나 옳다고 믿는 것들은 실제로 그런 모습이 아니다. 그건 모두 자신의 머리속에서 정의되고 있을 뿐이다.
세번째 많은 경험은 매우 좋은 스승이다. 사람들로 부터 책으로 부터 배워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로 부터 배움이 자신에 대한 합리화로 작용하면 안되며 책으로 배운 것을 진리로 여기고 이론가가 되어선 안된다. 인생은 말 그대로 현실이다.
네번째 자신을 잘못 판단하면 안된다. 스스로 도덕적이라고 믿거나 혹은 스스로 자신이 받는 대우에 비해 더 많은 잘남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순간 우린 끝없는 나락에 빠진다. 우린 모두 이기적인 동물이며 그것을 자신의 의지로 겨우겨우 틀어막고 있다. 그것은 세상의 그 모든 위인들 이나 철학자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가진 운명의 족쇄는 생명체 본연의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고정되는 순간 우린 퇴보한다. 소크라테스가 언급한 '너 자신을 알라' 는 그냥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자신이 믿고 또 신념으로 까지 발전한 것이라고 해도 늘 의심해야 한다. 우린 사랑, 우정, 정의, 도덕, 애국심 과 같은 듣기 좋은 단어들이 품은 의미를 절대로 그냥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그것들의 가치가 절대적으로 되는 순간 우린 편협한 사고를 가진 퇴보하는 인간이 되어갈 뿐이다.
여섯째 비록 우리 모두가 이기적이고 탐욕이 있는 인간일지라도 그 본성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이 말은 내가 그리고 당신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부정적이어서만은 안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들의 삶을 인정할 때 우리가 가야할 길이 보인다.
일곱째 우린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으면 안된다. 우리가 돈을 벌때도 연인과 데이트를 할때도 영화를 볼때도 맛난 음식을 먹을때도 우린 오직 단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바로 행복이다. 그러니 행복 자체를 부정하는 만행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관점을 확대하면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로 발전된다. 사람이 하기 싫은 일을 하면 (다른 말로 하면 하면서 불행한 일을 하면) 매우 불행하거나 혹은 도망치거나 심지어는 자살까지 한다.
여덟째 적어도 한명 정도는 자신의 생각을 나눌 지인을 찾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평생을 걸쳐 노력해야 할 일이다.
아홉째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 나를 자극하는 많은 것들, TV, 인터넷, 스마트폰, 스포츠 등에서 조금 멀어지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하루에 일정시간 운동은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열번째 쓸게 없지만 그냥 열번째를 채워보는것이 좋아보여서 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그리고 누구나 갖는 어리석은 칸 채우기 본능이다. 이래야 변화를 꿈꾸는 이가 해야할 열가지 어쩌고 타이틀이 될만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