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 과거에게

아이루다 2012. 10. 27. 09:59

일명 와우라고 불리는 온라인 게임 중 기억에 남는 퀘스트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미래의 나를 만나는 것과 과거의 나를 만나는 것이다. 게임이다 보니 미래의 나는 렙이 더 높아진 미래의 나이고 과거의 나는 현재의 렙보다 낮은 과거의 나이다.  미래의 나를 만난 자리에서 미래의 나는 나에게 진지한 충고를 한다. 열심히 해서 좋은 아이템을 맞추라고.. 웃겼다. 현실로 따지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스펙을 갖추라고 하는것이라고 할까?

 

내가 지금 과거로 돌아가 고등학교 2학년쯤 다니고 있는 나를 만나면 뭐라고 해줄까?

 

아마도 나는 그때 나를 보면 좀 더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가 생각하고 너가 가고자하는 그 막연한 길이 결코 환상속의 길도 아니고 또한 의미없지는 않다고 말이다. 누군가 말한 치기어린 어린시절의 헛된 망상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또한 그 길을 절대로 형식적으로 가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좀 더 깊은 고민과 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그래야 방황의 시절을 또한 회의적인 시기를 좀 더 덜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대학교에 다니던 나를 보면 또 뭐라고 할까?

 

너의 가치는 그 좁은 환경에서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가 속한 대학교나 그속에 속한 작은 하나의 과의 인맥정도로 너를 정의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리고 너는 좀 더 가치있어 질것이니 너무 좁게 보고 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꼭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고 또한 너를 정말로 제대로 인정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가 지금 못하는건 너가 못하는 것이라고. 어떤 것들은 할 수 없으며 또한 할 수 없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이다.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질 것을 주문하고 싶다. 그 허영끼 풍부했던 시절의 나에게 말이다.

 

첫 직장에 들어간 나에겐 이렇게 말해지고 싶다.

 

직장은 돈을 버는 곳이니 돈을 버는 목적에 충실하라고.. 그리고 너가 진정으로 하고픈 일은 그 안정된 직장에서 나오는 수입과 시간에서 하면 된다고 말이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 하는 삶을 너무 싫어하지만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그건 선택이고 꼭 어떤 길을 가야하는 건 아니라고 추가적으로 조언해주고 싶다.

 

지금 여자친구를 처음 만나던 그 시절의 나를 보면 이렇게 말해주겠다.

 

너는 지금 너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니 정말 그것을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녀에게 더 잘해주라고 그리고 또 그녀를 더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의 생각만을 고집하지말고 그녀가 원하고 하고픈 일을 하도록 더 노력하라고 말이다.

 

시간은 단방향으로만 흐른다. 과거로 갈 수 있는 타임머쉰은 발명되지 못한다. 만약 되었다면 미래의 누군가 이미 여기에 왔어야 한다. 하지만 한번도 그러지 않았으니 타임머쉰이 미래에 발명되지 않음은 확실하다. 그러니 나는 과거의 나를 만날 가능성은 0%이다. 0.0000000000000000000000000001%가 아닌 그냥 0%이다. 아무런 가능성이 없으니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난다는 가정은 불가능한 목표이다. 그래서 과거의 나를 위한 조언은 현재의 나의 바램일 뿐이다.

 

그래도 상관이 없다. 그냥 어느날 문득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서 안쓰러움을 느끼길 바란다.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그리고 또 진지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내가 50대가 되어 또 40대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하게될 지 모르겠다. 수고했다고 말해줄 지 또는 부끄러워 하라고 말할지 아니면 아예 그 나이대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꼭 병이 아니라도 사고로 죽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내 존재는 분해되어 또 다른 우주의 구성물이 되어갈 테니까 말이다.

 

현 시점에 생각해보면 미래의 나는 지금 이순간의 나를 좀 좋아하 할것 같다. 내 인생에 있어서 요즘이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며 내 얼굴은 찡그림보다는 미소가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나는 아침마다 저녁마다 출퇴근 할 때 나혼자 자전거를 타거나 걸을때 미소가 생긴다. 생각과 또 생각이 겹치고 또 섞이지만 그 순간에 나는 불안해하거나 불만스러워하지 않는다. 나는 그져 웃는다. 이빨을 들어내고 웃으면 사람들이 너무 쳐다보기에 최대한 미소가 안보이게 웃는다. 그래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지나간다.

 

나는 자유를 느낀다.

 

나의 미래는.. 40대의 나에게 미소를 보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