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이 없이 살기와 아이 있이 살기

아이루다 2012. 10. 3. 15:53

 

아마도 한 40년 전쯤에 길가는 누군가를 잡고 결혼을 할 것이냐? 아이를 낳을 것이냐? 라고 물었다면 90% 이상이 모두 "예" 라고 대답을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2012년도에 같은 질문을 하면 조금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아직도 결혼을 하겠다는 대답과 아이를 낳겠다는 대답이 많이 나올 것이지만 아마도 앞에 "상황이 되면" 이란 말이 붙을지 모르겠다.

 

40년 전 결혼은 아파트에서 시작할 필요가 없었다. 다들 월세로 시작해서 전세로 그리고 몇십년 만에 집을 마련하는 단계를 밟았으니까 말이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은 물론 시작이 달랐겠지만 그때는 못사는 것이 평균인 시대였다. 그리고 자녀도 역시 되는대로 낳았다. 피임 기술 자체도 문제가 있었고 또 아이는 많이 낳는 것이 좋은 시대였다. 그때 '둘만 낳아 잘기르자', '하나만 나아 잘 기르자' 하던 시절이었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요즘 우리나라 출산률이 1.2명 정도로 알고 있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뤄서 1.2명을 만들어내고는 죽음을 맞이한다. 즉 0.8명의 사람이 매년 사라져가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우리나라는 인구가 팽창중이다. 하지만 그것은 의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노년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이지 어린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40년 만에 이렇게 급격히 변했을까? 불과 40년전 둘만 낳자고 공익광고를 하던 정부가 출산 장려정책을 펴고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제 1위의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이다. 외국 어느 연구소에서 한국은 300년 후에 인구감소로 인해 자연소멸되는 첫번째 국가가 될것이란 결과물을 내 놓은적도 있다.

 

내가 혼자 살다보니 내 주변에 만나는 이들도 혼자 사는 이들이 대부분인다. 아무래도 결혼한 사람들과는 뭔가 공통 대화를 찾기가 쉽지도 않고 또 시간도 내기 어렵다. 그래서 의도한 바는 아니나 주로 총각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과 얘기를 해보면 다들 결혼은 하고 싶어한다. 물론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지만 결혼에 대한 의지는 대부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남자가 결혼하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은 단지 직장만이 아니다. 그래서 힘들어 하고 있다.

 

결혼에 대해서는 다들 그렇지만 양육, 즉 자녀를 갖고 키우기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다. 낳고자 하는 이들도 있고 또 생기면 낳고 안생기면 안낳는다는 사람들도 있고 아예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미 결혼한 사람들 중 자녀를 갖지 않겠다고 했다가 둘이나 낳아서 키우는 지인도 있으니 애를 낳고 안낳고는 결혼은 해봐야 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없이 맞벌이를 하는 부부를 '딩크족' 이라고 부른다. Dual imcoming no kid 이게 약자든가;; 아무튼 애 없이 수입이 두군데란 의미다. 이말의 의미가 갖는 가장 큰 부분은 경제적 여유로움이다. 애가 없으니 맞벌이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또한 둘이 버니 혼자 버는 것보다 많다. 그리고 애가 없으니 들어갈 돈이 적다. 따라서 그 부부 스스로에게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아이는 대학교를 졸업할 때가지 혹은 더 이상 돈이 계속 들어가는 존재이다.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기도 버거운 대한민국에서 아이의 미래까지 같이 준비해야하고 또한 남자일 경우 결혼자금까지 준비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부부들은 이 경제적 여유로움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이겠는가? 아무튼 아이가 없음으로서 얻어진 여유로움은 문화생활, 여행, 식도락, 부부간의 집중 등에서 아이가 있을때 느끼는 행복감을 대체해서 느낀다. 또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개인적인 목표 역시 마음껏 펼칠 수 있다.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하고 싶은 취미 생활을 한다. 이것은 자기 계발과 자존감 혹은 존재감 충족에 커다란 역할을 해준다.

 

반대로 전통적인 가정을 꾸려서 맞벌이를 하든 외벌이를 하든 아이를 하나나 둘을 낳아 기르는 부부는 딩크족이 갖지 못한 가정의 행복함을 맛본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아이가 주는 행복감이 정말 꿀맛같은 것이다. 설령 아이를 키워보지 못했어도 식물이나 개나 고양이같은 애완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이런 행복이 얼마나 클지 상상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애를 키워보지 못했지만 충분히 그 행복에 대해 이해를 한다. 정말 생명을 키우는 것은 놀라움과 행복의 연속이다. 물론 아이가 늘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때부터 하나씩 배워나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는 거의 생명체로서 최대치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아이는 부모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여해준다. 나로 인해 살아가는 존재가 세상에 있다는 것은 부담스러우면서도 의욕이 생기는 일이다.

 

만약 각자 부부가 이렇게 살아간다면 세상은 인구가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큰 갈등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딩크족 중 나이를 꽤 먹고 이제 할거 다하고 즐길거 다 즐겼는데 인생이 부담스러운 사람이 생길 수 있다. 남들은 이미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키워 놓은 아이가 있는데 나는 이미 늙고 있고 언젠가 직장에서도 은퇴를 해야하며 그 후 명절에 찾아올 아이조차 없는 상황.. 누군가는 이때 미래가 불안하고 또 내 장례식 하나 치뤄줄 사람이 없는 것에 과거의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할지 모른다. 그냥 힘들어도 아이를 키울껄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던 배우자에 대한 미움도 생기고 기타등등.. 아무튼 결국 언젠가 불행함이 닥칠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아이 없이 사는 삶은 정말 신중히 선택을 해야한다.

 

반대로 아이를 키운 부모도 위험요소가 있다. 아이가 똑바로 잘 자라 자신의 뜻에 부합된다면 큰 문제 없을 수 있으나 어찌 모든 아이가 그럴수 있겠는가. 커가는 과정에 사고를 당하거나 심하면 죽음을 당할 수도 있고 또 몸은 멀쩡해도 정신상태에 문제가 생겨 없느니만 못한 아이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매일 뉴스에 나오니 굳이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보통의 부모의 생각처럼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다. 물론 어떤 부모들은 많은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애를 낳아 키우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그냥 생기니까 낳았다. 그리고 그렇게 현장경험을 통해 아이를 키운다. 경험이 없고 확신이 없으니 늘 주변의 정보를 이용한다. 하지만 그것은 획일화된 혹은 잘못된 교육방법일 수 있고 또한 자신의 아이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일 수 있으나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데리고 실험을 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러니 남들이 좋다고 하는것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패하는 부모도 나오고 또 성공했다고 해서 과연 성공한 것인가를 의문을 품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대한민국에 독거노인 문제가 많이 대두되는데 생각해보라.. 40년전 60년전 그분들은 당연히 결혼했고 당연히 아이를 키웠다. 그렇데 왜 지금 혼자 살아가는 처지가 되었을까? 과연 자녀가 없어서 그럴까? 아니다.. 이제 부모 부양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었고 형편이 되면 형편이 되는데로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자녀들 도덕적으로 매우 문제가 있는 것인가? 이 역시 아니다. 모두 평범한 일반적 사람들이다. 단지 사회적 시선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바꾸는 일종의 겁쟁이 기질이 있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로부터 비난을 받을까봐 원하지 않는 도덕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일때 매일 볼 수 있다.

 

아무튼 둘 모두 이런 처지니 노후에 자식의 방문을 혹은 부양을 기대하지 못하기는 자녀가 없는 부모나 자녀가 있는 부모나 크게 다르지 않다. 차라리 없는 쪽이 기대라도 안하니 마음일라도 편할지 모른다. 물론 사람은 자기가 못한 일에 미련을 갖기 마련이라서 자녀가 없는 쪽은 늘 키웠으면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다르다.

 

아직은 사회가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보통 자녀를 갖지 않고 사는 부부는 어떤 순간에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사회의 미래를 위해 공공의 역할을 부담하지 않은 까닭이다. 심지어는 이기주의자라는 말이나 인격적으로 덜 성숙했다는 말까지 들을지도 모른다.

 

반면 자녀가 없는 부모는 그것에 대해 방어하기 급급하거나 혹은 자신이 아이가 없어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증명하려고 한다. 그래서 늘 빼놓지 않는 행사가 바로 '해외여행' 이다. 매년 어딘가를 간다. 이것은 경제적인 여유로움이 주는 열매인데 아이가 있는 부모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서 그만 강조하는 것이 좋겠다. 그럴수록 더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없이 사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부류 중 실제 아이를 키운 사람이라면 이사람은 아이를 키우는 행복을 맛보지 못한것이 거의 틀림없다. 자신이 행복하지 못했기에 그 힘든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을 보니 속이 뒤집히는 것이다. 스스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너무도 좋고 행복했고 또 그 결실도 좋았다면 그것을 남들에게 추천할 일이지 하지 않았다고 비난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따라서 그 행복을 맛보지 못한 이를 안타까워하는 심정으로 말해야 하는 것인데 그 힘든것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얌체같아 보이는 것이라서 자신도 모르게 속이 꼬이는 것이다. 결국 아이없이 살면서 '해외여행' 갔다고 자랑하면서 그렇지 못한 다른 사람들을 은연 중 비웃는 부부나 아이있이 살면서 '아이없는 부모' 를 비난하는 부부 모두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그것으로 인해 진정으로 행복했다면 추천을 하는것이 정상이지 비웃거나 비난을 하는건 정상이 아니다.

 

세상은 다양한 행복이 있다. 그 행복의 다양성은 너무도 넓어서 나의 행복을 남의 행복으로 여기는 일은 절대 삼가해야 한다. 내 행복은 내 행복이고 남의 행복의 남의 행복이다. 또한 비슷한 행복이라고 해도 모두 그 행복을 느낄 의무는 없다. 각자 타고난 대로 살아가는데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든 아일르 낳지 않고 살든 그것은 오직 그 자신이 결정할 문제일 뿐이다.

 

어떤 미혼모는 아빠 없이 애를 키우고 어떤 아이는 낳자마자 버려져 입양이 된다. 어떤 이들은 아이를 낳지 못해 시험관 아이를 준비하고 어떤 여자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남편의 두번째 여자를 허락하기도 한다. 어떤 아빠는 키우고 있는 자신의 아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르고 평생을 키우다 죽기도 하고 어떤 엄마는 자신의 첫사랑의 아이를 아이 아빠도 모르게 또한 실제 남편도 모르게 평생을 키우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DNA를 가진 아이를 데려가 키운다. 입양을 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말한다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많은 의무감을 동반하는 일이다. 그냥 생겼다고 낳지말고 내가 어떻게 나의 아이를 키울지 고민 좀 해보도록 하자. 물론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