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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왔다.

시중에서 파는 하우스 딸기들은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지만, 밖에서 자란 딸기는 한참 늦게 익는다. 그래서 초여름이 지나자 빨개졌다. 집에서 자란 딸기는 크기가 너무 작고 신맛이 강했다. 그래서 그냥 다 잼으로 만들었다. 루드베키아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다. 작은 해바라기라고도 불린다. 초여름부터 피더니 요즘까지, 아주 오랫동안 피어 있다. 같은 루드베키아인데 모양과 색 구성이 꽤나 개성이 뚜렷하다. 집에서 바라본 동쪽 풍경. 숲만 보인다. 생전 처음으로 소유하게 된 은행나무. 물론 당연히 나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집 앞에 있는 꽃사과 나무에 날라온, 몇 주전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딱새 새끼다. 오디도 엄청 많이 열렸다. 너무 많아서 잼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옥수수가 다 자라서 이제 옥수수..

사진 2020.07.27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까?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만약 성격을 정확히 분별해 낼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된다면, 그것도 지문이나 DNA처럼 개인 식별 증거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외모가 거의 똑같아 보이는 쌍둥이들도 성격만큼은 다르다. (참고로 일란성쌍둥이는 DNA는 동일하지만 지문만큼은 다르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성격이 다양한 만큼 우리는 만나는 사람 숫자 만큼의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쉽지 않다. 차를 운전하는 방법은 사실 몇 가지 종류의 차만 몰아봐도 전 세계의 거의 대부분의 차를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점점 더 다양해져서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곤란한 경우가 생기곤 한다. 그러니 인간관계가 어렵다. 심지어 자..

나의 이야기 2020.07.20

[독서모임 모집]

지금껏 두 번 정도 독서모임을 참석했습니다. 한번은 2년 정도, 다른 한번은 1년 정도 활동했네요. 한번은 너무 잘 맞지 않는 탓에 나왔고 다른 한번은 코로나로 인해 거의 멈춘 상태이기에 나오게 되었네요. 뭐, 물론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지만요. 저는 독서모임에 나가지만 사실은 책보다는 '대화'에 대한 갈증과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기에 나갑니다. 책을 읽는 것은 그것들을 위한 수단일 뿐이죠. 그런데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만 대화를 하는 것은 참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독서모임들을 찾아봐도 이미 두 번 스쳐간 독서모임과 그리 다를 것 같지가 않군요. 그래서 새로운 독서모임을 찾는 일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스스로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따로 광고를 올릴 곳이 없어서 제 개인적인 블로그에 글을 ..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 받기

'오직 두려움만이 나를 존중 받게 만든다' 가끔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표현이다. 매일 당하기만 해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해주는 날 선 조언이거나, 어떤 경우엔 악당이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 처음 이 표현을 들으면 뭔가 좀 거북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말을 그냥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에 대한 존중이 오직 그것만이 다는 아닐 것이라는 반발감이 들기도 한다. 우리 스스로가 이미 알고 있고 그래서 또 기대하고 있는 '인간'이라면 뭔가 더 나은 것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만약에 타인에 대한 존중이 오직 두려움을 통해서만 나온다면 공존, 배려, 연민, 공감 등과 같은 우리가 믿는 '인간다움'의 가치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

나의 이야기 2020.07.01

노자

예전에 읽었던 책 한 권에서 특이한 등장 인물 두 명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사실 등장인물이라고 보기보다는 그냥 주인공의 환상? 착각? 속에서 잠시 출현했던 존재들이다. 그 중 한 명은 예수이고 다른 한 명은 노자이다. 책의 제목은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이다. 아는 분의 추천으로 우연히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예수는 젊음의 고뇌를 상징하는 인물로, 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인물이지만 또한 그로 인해서 세상에 대한 절망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노자는 그 반대 편에서 예수가 바라보고 있는 세상을 똑같이 보고 있지만, 그는 예수와는 달리 별다른 표정 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예수는 미래이며 전진이지만 노자는 과거이며 후진이다. 예수는 고뇌하고 있지만 노자는 평온해 보인다. 예수는 붙잡고 ..

인간과철학 2020.06.26

텃밭 가꾸기

사실 텃밭이라고 하기엔 좀 큰 규모이다. 총 200평은 될 듯 하니까. 그래서 텃밭이긴 한데 노동의 강도가 좀 있다. 특히 봄철에 처음 밭을 갈고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할 때 그렇다. 몇 년간의 고생과 그리고 몇 년간의 공백 그리고 올해부터 다시 시작한 텃밭에서 나는 가장 먼저 강력한 나의 도우미를 하나 구했다. 바로 관리기이다. 바로 이 녀석이다. 얀마에서 만든 YK300QT이다. 나름 고가인데다가 사놓고도 생전 처음으로 써보는 관리기라서 꽤나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땅을 갈아보니 그리 썩 시원치는 않았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하니 땅이 점점 더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나중에 골과 이랑을 내어보니 제법 그럴 듯 하기도 했다. 꽤나 힘들긴 했지만 노력한 만큼 그 결과가 나오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사람을 바꾸는 힘

당신에게 지금 현금 백만 원이 있다. 이 돈을 당신에게서 확실하게 내놓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방법을 써야 당신은 그 돈을 나에게 넘겨줄까? 여러 가지 방법들이 머리 속에서 떠오르지만, 가장 먼저 시도해 볼만한 것은 바로 설득이다. 그 돈을 내놓을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설명해주고, 당신이 그것에 동의를 한다면 그 돈을 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제대로 납득시키는 것, 그것도 꽤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돈을 내놓을 만큼 납득시키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다. 사람은 원래 제대로 납득되지 않으면 단돈 10원도 남에게 주기 힘들다. 그래서 두 번째 방법을 떠올려야 한다. 아마도 그것은 그에 합당한 무엇인가를 주는 것이다. 백만 원짜리 가치를 가진 전자제품일 수도 있고,..

인간·사회 2020.06.19

당신이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보통은 무엇을 할까요? 뭐, 여러 가지 아주 다양한 종류의 것들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꼭 하게 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서로 말을 주고 받는 행위, 그러니까 대화를 합니다. 밥을 먹지 않아도,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등산을 하지 않아도, 골프를 치지 않아도, 게임을 하지 않아도, 쇼핑을 하지 않아도, 영화를 보지 않아도, 그 어떠한 경우에도 대화는 합니다. 만약 정말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묵언수행을 하는 분들 뿐이겠죠. 그런데 대화는 딱히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라서 누군가를 보기 위한 직접적인 이유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너 나랑 대화하려고 만날래?' 하면서 약속을 잡는 경우는 없다는 뜻이죠. 대신 영화를 같이 보거나, ..

나의 이야기 2020.06.15

인간이란 생명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동물로 정의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서 매우 심각한 거부감을 나타내거나 부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평소 가끔 어떤 상황에서 '인간도 결국 동물이잖아?' 라는 말을 하긴 한다. 하지만 그 말은 '남'에게만 적용될 뿐이다. 정작 자신이 동물처럼 대접을 받게 되면 그것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떤 사람이 동물처럼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동물'이란 뜻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인간이 본질적으로는 동물이라는 것을 아는 것과 막상 자신이 동물처럼 취급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온전히 과학적인 입장에서만 보면 인간은 결국 고도로 진..

나의 이야기 2020.06.09

봄에서 여름으로 - 새로운 보금자리

그곳엔 꽃잔디가 한참 피었었다. 5월 초쯤 찍은 사진. 새로운 보금자리. 집 속의 길. 민들레. 시간이 흘러 철쭉이 꽃잔디를 이었다. 올 봄에 새로 돋아난 순. 다시 자리를 잡은 풍경. 나에게만큼은 이 녀석이 두 공간을 하나로 이어준다. 요즘 피고 있는 꽃.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 창밖으로 보니 이 녀석이 나무 속 벌레는 잡고 있었다. 이렇게 가깝게 딱따구리를 본 것은 처음인듯. 어린 단풍나무. 새로 심은 앵두나무. 은행잎이다. 아내를 마중나갔던 길에 본 고속도로 휴게소의 석양. 새로 일군 밭. 옥수수, 고추, 대파를 심었다. 상추도 심었지만 다음 날 고라니에게 다 먹혔다. 위쪽 밭. 지난 주에 일궜다. 너무 늦어서 고구마를 심지 못하고 그냥 옥수수를 심었다.

사진 2020.06.08